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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공소통 꾸준한 콘텐츠 제공으로 행동을 변화하는 디지털 캠페인지난 십수 년 동안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서 비롯된 디지털화의 가속은 기업에는 새로운 제품(서비스)에 대한 압박을,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소비 환경에의 적응을 가져왔다. 디지털 시대 이전 고객 경험의 개념이 브랜드와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구축된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인식을 의미한다면, 디지털 고객 경험은 고객이 브랜드와 경험하는 디지털 상호작용의 총합으로 형성된 고객의 인식을 의미한다. 고객의 디지털 경험 범위는 온라인 웹사이트는 물론이고 모바일 앱, 채팅 봇, 소셜미디어, 그 외 모든 디지털 채널을 포함한다. 기업의 디지털 고객 경험 접근 범위가 고객과 많은 접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공공의 그것은 당연히 상이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디지털 혁신을 지향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을 찾기는 어려우며, 공공 역시 긍정적 디지털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에서 예외일 수 없다. 디지털 공공소통의 관점에서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고객 경험의 방향은 첫째, 공공의제에 관한 기관 고유의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 둘째, 기관 보유 매체의 디지털 이용 편의성을 높이도록 개선하는 것, 셋째, 국민이 혁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방향 소통체계를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인식 개선을 넘어 행동을 변화하는 디지털 캠페인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8시간 동안 널어둔 빨래를 말리기 위해 보급된 빨래집게에 충분한 에너지를 모아 LED 램프에 밤새 전원을 공급한 라이트핀(Light Pin Project) 프로젝트.(사진제공: ‘Light Pin Project’ 유튜브) 기관 고유의 디지털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 정부 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담당하고 있는 환경, 교통, 안전, 해양, 농수산, 외교 등에 관한 고유한 역할은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더 나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혁신하는 정부의 노력은 정책이라는 상품을 통해 제공되며 소통을 통해 설명된다. 디지털 중심의 흐름에 맞춰 정부의 소통 역시 여러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로 제공되는데, 문제는 정책 고객인 국민의 콘텐츠 이용이 공공과 비공공으로 구분되어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의 사용량이 높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공공 콘텐츠는 모든 비공공 콘텐츠와 경쟁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소재의 선택, 크리에이티브의 표현 범위, 제작 비용 등 콘텐츠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많은 요소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 공공 콘텐츠가 시선을 끌기란 쉽지 않다. 공공영역의 경쟁우위는 생명, 환경, 안전과 같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의제를 다룬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 기관이 가진 고유한 공공의제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는 공공만이 지닌 콘텐츠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한정된 이벤트의 개념이 아니라 꾸준하게 지속해서 제작해야 한다. 몇 가지 콘텐츠를 소개한다. 레바논 난민 수용 캠프에서는 가족 단위로 텐트 생활을 하는데,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밤에는 등유 램프, 양초로 불을 밝혔다고 한다. 화재 위험도 크고, 어린이들이 등유 램프에서 나오는 가스에 고통을 호소하는 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아이디어는 태양광 집열판이 있는 빨래집게다. 낮 동안 빨래를 건조하는 도구로 쓰였다가, 전기를 저장해 조명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배터리로 이용한 것이다. 공공의제의 문제와 해결 과정 모두가 감동적인 콘텐츠로 제작된 사례다.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많은 나라가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도 쉽게 졸음운전의 위험성을 소구하고, 휴식을 권유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흔히 볼 수 있다. 기관 보유 매체의 디지털 이용 편의성을 높이도록 개선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된 프로젝트로 도로의 싱크홀, 깨진 가로등과 같이 타인의 주의가 필요한 문제를 지역정부에 알려주도록 만든 지도 기반 웹사이트 픽스마이스트리트(FixMyStreet). (사진 제공: www.fixmystreet 홈페이지) 기관 보유 매체의 디지털 이용 편의성을 높이도록 개선디지털 고객 경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이 운영하는 자체 플랫폼의 이용 편의성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미 소비자의 디지털 경험에 대한 눈높이가 매우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최근 소비자들은 세계 최고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의 이용 편의성(제품 검색-정보 확인-결제-배송-환불 등)을 경험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자하는 기업은 상품의 가격경쟁력, 물류시스템 등과 더불어소비자의 디지털 이용 편의성을 최우선순위에 두지 않고서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내기 어렵다. 디지털 매체 이용의 눈높이가 높아진 국민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매체의 편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물론 민간기업의 인적, 물적 자원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정보 제공의 역할을 고려하면 개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홈페이지다.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통한 정보 찾기의 경험은 민간 수준과 비교할 때 많은 부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유타주의 사례를 보면 첫 페이지부터 검색창을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검색 과정의 편의성이 국내 기관의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진화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검색된 정보도 사용자 관점에서 유용성을 높였다. 특정 문제에 대해 국민의 신고를 받고, 처리하는 기능을 갖춘 홈페이지(혹은 마이크로페이지)를 기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쉽게도 대부분 신고 내용은 비밀글로 폐쇄되어 있고, 처리 과정도 ‘기관-신고 당사자’만의 소통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소통의 중요 가치인 ‘개방성’, ‘양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한다. 꽤 알려진 ‘Fix My Street’이다.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한 프로젝트로, 도로의 싱크홀, 깨진 가로등과 같이 타인의 주의가 필요한 문제를 지역 정부에 알려주도록 만든 지도 기반 웹사이트다. 신고자가 특정 위치에서 특정 유형의 문제에 대해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해당 지역 정부로 정보가 제공되고, 이를 처리한 사진을 업로드해 신고자 외 모든 사람이 해당 지역의 문제와 처리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시민들에게 위험지역의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위험요소를 제거하고자 노력하는 지역 정부의 역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정부에 대한 신뢰, 이미지, 호감 등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김정렴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디지털소통기획과장 202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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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어 ‘새로운 세상으로 연결하는’ 메타버스(Metaverse)“메타버스가 새로운 세상으로 연결한다고? 새로 개발한 최첨단 버스예요?” - 할아버지가 펼쳐 든 신문을 어깨너머로 얼핏 보고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이다. 가상과 현실이 융복합된 디지털 세계 메타버스(Metaverse)란 ‘가상, 추상, 초월’ 등을 뜻하는 'Meta( 메타)’와 ‘공간,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를 합친 말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현실이 실재감 있게 실현되는 3차원 가상 세계를 가리킨다. 이 용어는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내놓은 소설 에 처음 등장했다. 메타버스는 나의 초월적 가상공간에 수많은 사람과 콘텐츠가 모이고 그 안에서 현실세계와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연결성, 존재감, 상호운용성, 동시성 그리고 경제 흐름 측면에서 일반적 인터넷 서비스나 모바일 플랫폼보다 탁월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데, 게임·엔터테인먼트·소셜네트워킹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 산업은 크게 접속을 위한 매개체인 디바이스, 콘텐츠, 콘텐츠가 구현되고 사회경제적 활동이 발생하는 플랫폼, 기술적 기반이 되는 인프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디바이스와 플랫폼 분야는 대기업이, 콘텐츠 분야는 중소기업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이 2019년 455억 달러에서 앞으로도 크게 성장 확대될 전망이어서 선진국들은 서둘러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에서 가상세계로 이동하는 추세 정부는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7월에는 한국판 뉴딜 2.0 정책을 발표하면서 핵심 과제로 메타버스 등 초연결 신산업 육성을 새롭게 추가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시대 대응 전략으로 다음 몇 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범용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 및 기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메타버스 내에서도 현실세계의 법·제도·사회규범을 그대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제조·서비스업 등 전 산업 분야로 메타버스가 진행되는 만큼 데이터·인공지능 활용 기반 조성을 위한 데이터 구축과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것, 콘텐츠 관련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 발굴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메타버스의 발전과 더불어 몇 가지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린든 랩(Linden Lab) 사가 2003년 출시한 〈세컨드 라이프〉 게임의 예에서 보듯이 가상세계에서 도박·사기·매춘 등 범죄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는 측면이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는 합법적 자금과 불법적 자금이 확연히 구분되지만, 가상세계에서는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다. 또한 기존 온라인 게임과 달리 메타버스에서는 일상생활과 구분이 어려워 지나치게 몰입하면 가상세계에 중독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 또는 최소화돼서 메타버스가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으로 승객들을 태우고 가는 안락하고 편리한 ‘버스’가 되기를 기대해본다.김인철前 한국개발연구원 202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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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야 놀자 똑똑한데 눈치 없는 친구, AI“할매요. 네 시에 병원 가야 합니데이. 외출 준비할 동안 트로트 메들리 틀어줄게요.” 경남에 사는 A씨에게 친절한 손주가 생겼다. AI 음성합성, 음성인식으로 통영 사투리를 지원하는 스마트 토이 ‘자루’다. 추석 연휴에 집콕을 선택한 B씨는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자기가 좋아할 콘텐츠를 줄줄이 틀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웹소설 작가 C씨는 요즘 새로운 집필 비서를 둘까 고민이다. 자신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만 내고 따분한 글쓰기는 AI에게 맡길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알파고에 놀라며 AI가 ‘터미네이터’처럼 인류를 지배할까 걱정하던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AI 집사, AI 앵커, AI 운전사 등 생활 곳곳에서 이들을 경험하면서, 잘하면 정말 유능한 동료나 동거인이 될 수 있겠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AI가 도전하는 영역은 점점 늘어나서 최근에는 창의적 예술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챗봇처럼 단순히 대답만 하는 게 아니라, 비유와 감성과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문학까지 가능하겠어? 이런 회의에도 불구하고 AI를 문학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16년 일본에서 AI가 쓴 단편소설이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했고, 2018년 에는 국내에서 초단편소설에 도전하 는 AI 문학상이 신설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8월에는 AI 비람풍이 소설 감독 김태연과 함께 썼다는 560쪽짜리 장편소설 가 출간되기도 했다. 무용수의 춤 동작을 딥 러닝기술로 익힌 뒤 안무 창작에 활용하고, AI로 작곡을 한 뒤 플로 머신 알고리즘을 통해 곡을 발표하고 홍보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똑똑한 녀석은 꾸준히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흔히 AI는 가치중립적이라고 여겨,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로봇 심판에서 맡기는 것과 비슷한 일에 적용하기가 쉽다. 하지만 AI 면접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아마존은 남성 지원자가 많았던 데이터에 기반해 여성 지원자를 차별하는 결과를 빚었다. 챗봇 ‘이루다’를 20대 여성으로 설정하고 사용자와의 대화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판단하게 했더니, 특정 사용자집단이 의도적으로 편견을 심어주는 상황도 발생했다. 구글 포토가 몇 년 전 흑인을 고릴라로 분류하더니 최근엔 페이스북 AI가 흑인을 영장류로 소개해 곤욕을 치루었다. AI의 핵심기술인 딥 러닝은 인간이 만들어낸 자료를 통해 학습하는데, 결국 그 속에 담긴 편견까지 배우고 있는 것이다.똑똑한 건 알겠는데, 과연 믿을 만한 친구인가? 이것이 AI를 앞에 두고 우리가 고개를 갸웃하는 이유다. 유튜브에서 평소 보지 않던 주제를 검색했다가 가짜 뉴스나 홍보성 영상으로 알고 리즘이 오염되어본 적이 있는가? 이런 일은 우리가 AI에게 쇼핑, 여행, 학습, 운동 등의 코치를 맡겼을 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역설적으로 깨닫는다. 인간 지능의 핵심이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아닌 감성과 공감 능력이라는 사실을. 그러니까 아직 인공지능은 똑똑하지만 눈치 없는 녀석이다. 우리가 어떤 윤리와 감성을 가르치느냐에 따라 진짜 친구로 만들 수도 있고, 더 큰 말썽꾼으로 키울 수도 있다.이명석문화평론가 202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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