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꽃이 드문 계절입니다. 그래서 더 꽃이 간절한 때이기도 합니다. 하긴 국립세종수목원의 사계절 온실에 오시면 온 지구 곳곳에서 살다 온 꽃들이 철도 없이 피고 있지만 사실 숲을 거닐다 혹은 들판을 헤매다 만나는 꽃구경의 신선함을 따라가기 어렵지요. 하지만 이름에도 겨울이 담긴 꽃나무가 있는데 바로 동백나무입니다. 꽃이 아름다우니 흔히 동백꽃이라고 부릅니다.
한창 나무 공부를 시작하던 시절, 동백나무는 겨울 나무일까 봄의 나무일까 고민해 본 기억이 있습니다. 동백(冬柏)은 말 그대로 겨울 나무이지만, 사실 고창 선운사를 비롯하여 뭍에서 만난 동백들은 대부분 이르긴 해도 분명 봄에 피는 꽃이었기 때문입니다. 동백나무가 진정한 겨울 꽃이라고 처음 절감하게 된 것은 거문도였습니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를 건너, 섬에서 만난 동백꽃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진초록빛 잎새 사이에 선연하고도 붉은 동백꽃 꽃잎들을 과하지 않게 벌려 그렇게 단아하게 피고 있었지요.
불현듯 피어난 붉은 동백꽃잎
동백나무 집안을 영어 혹은 학명으로 카멜리아(Camellia)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있는 17세기경 체코슬로바키아의 선교사 카멜(Kamell)이 세계를 여행하면서 아시아의 동백을 수집하여 유럽에 소개하였기에 그의 이름을 붙였답니다. 동백나무는 수분을 하는 데 있어서 벌과 나비가 아닌 새의 힘을 빌리는 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조매화로도 유명합니다. 동백꽃에서 꿀과 꽃가루를 얻는 이 새는 이름도 동박새입니다. 동박새는 작은 곤충도 잡아먹지만, 동백꽃이 피면 꿀을 따고 열매를 맺으면 이를 먹고 사는 동백나무와는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꽃나무입니다. 형형색색 개발된 품종이 수백 가지에 이릅니다. 겨울이면 국립세종수목원에서도 여러 품종을 모아 손님들에게 꽃 자랑을 하지만 언제나 제 마음을 콕 건드리며 붙잡는 것은 사시사철 윤기로 반질거리는 짙푸른 잎새에 붉은 꽃잎, 그리고 샛노란 수술이 만들어낸 조화로움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우리 동백나무입니다. 송창식의 노래 ‘선운사’에서 말하듯 눈물처럼 후두두, 그 붉은 꽃송이들이 툭툭 떨어져 지는 봄날까지 동백꽃의 선연한 아름다움에 한 번쯤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이 겨울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백꽃, 하지만 진짜 아름다움과 의미와 가치를 알기에는 아직 멀었다 싶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 맞이하는 이즈음,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진정 소중한 존재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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