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수 년 동안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서 비롯된 디지털화의 가속은 기업에는 새로운 제품(서비스)에 대한 압박을,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소비 환경에의 적응을 가져왔다. 디지털 시대 이전 고객 경험의 개념이 브랜드와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구축된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인식을 의미한다면, 디지털 고객 경험은 고객이 브랜드와 경험하는 디지털 상호작용의 총합으로 형성된 고객의 인식을 의미한다. 고객의 디지털 경험 범위는 온라인 웹사이트는 물론이고 모바일 앱, 채팅 봇, 소셜미디어, 그 외 모든 디지털 채널을 포함한다.
기업의 디지털 고객 경험 접근 범위가 고객과 많은 접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공공의 그것은 당연히 상이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디지털 혁신을 지향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을 찾기는 어려우며, 공공 역시 긍정적 디지털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에서 예외일 수 없다.
디지털 공공소통의 관점에서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고객 경험의 방향은 첫째, 공공의제에 관한 기관 고유의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 둘째, 기관 보유 매체의 디지털 이용 편의성을 높이도록 개선하는 것, 셋째, 국민이 혁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방향 소통체계를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인식 개선을 넘어 행동을 변화하는 디지털 캠페인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관 고유의 디지털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
정부 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담당하고 있는 환경, 교통, 안전, 해양, 농수산, 외교 등에 관한 고유한 역할은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더 나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혁신하는 정부의 노력은 정책이라는 상품을 통해 제공되며 소통을 통해 설명된다. 디지털 중심의 흐름에 맞춰 정부의 소통 역시 여러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로 제공되는데, 문제는 정책 고객인 국민의 콘텐츠 이용이 공공과 비공공으로 구분되어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의 사용량이 높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공공 콘텐츠는 모든 비공공 콘텐츠와 경쟁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소재의 선택, 크리에이티브의 표현 범위, 제작 비용 등 콘텐츠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많은 요소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 공공 콘텐츠가 시선을 끌기란 쉽지 않다. 공공영역의 경쟁우위는 생명, 환경, 안전과 같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의제를 다룬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 기관이 가진 고유한 공공의제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는 공공만이 지닌 콘텐츠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한정된 이벤트의 개념이 아니라 꾸준하게 지속해서 제작해야 한다.
몇 가지 콘텐츠를 소개한다. 레바논 난민 수용 캠프에서는 가족 단위로 텐트 생활을 하는데,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밤에는 등유 램프, 양초로 불을 밝혔다고 한다. 화재 위험도 크고, 어린이들이 등유 램프에서 나오는 가스에 고통을 호소하는 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아이디어는 태양광 집열판이 있는 빨래집게다. 낮 동안 빨래를 건조하는 도구로 쓰였다가, 전기를 저장해 조명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배터리로 이용한 것이다. 공공의제의 문제와 해결 과정 모두가 감동적인 콘텐츠로 제작된 사례다.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많은 나라가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도 쉽게 졸음운전의 위험성을 소구하고, 휴식을 권유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흔히 볼 수 있다.
기관 보유 매체의 디지털 이용 편의성을 높이도록 개선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된 프로젝트로 도로의 싱크홀, 깨진 가로등과 같이 타인의 주의가 필요한 문제를 지역정부에 알려주도록 만든 지도 기반 웹사이트 픽스마이스트리트(FixMyStreet). (사진 제공: www.fixmystreet 홈페이지)기관 보유 매체의 디지털 이용 편의성을 높이도록 개선디지털 고객 경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이 운영하는 자체 플랫폼의 이용 편의성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미 소비자의 디지털 경험에 대한 눈높이가 매우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최근 소비자들은 세계 최고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의 이용 편의성(제품 검색-정보 확인-결제-배송-환불 등)을 경험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자하는 기업은 상품의 가격경쟁력, 물류시스템 등과 더불어소비자의 디지털 이용 편의성을 최우선순위에 두지 않고서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내기 어렵다.
디지털 매체 이용의 눈높이가 높아진 국민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매체의 편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물론 민간기업의 인적, 물적 자원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정보 제공의 역할을 고려하면 개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홈페이지다.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통한 정보 찾기의 경험은 민간 수준과 비교할 때 많은 부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유타주의 사례를 보면 첫 페이지부터 검색창을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검색 과정의 편의성이 국내 기관의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진화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검색된 정보도 사용자 관점에서 유용성을 높였다.
특정 문제에 대해 국민의 신고를 받고, 처리하는 기능을 갖춘 홈페이지(혹은 마이크로페이지)를 기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쉽게도 대부분 신고 내용은 비밀글로 폐쇄되어 있고, 처리 과정도 ‘기관-신고 당사자’만의 소통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소통의 중요 가치인 ‘개방성’, ‘양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한다. 꽤 알려진 ‘Fix My Street’이다.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한 프로젝트로, 도로의 싱크홀, 깨진 가로등과 같이 타인의 주의가 필요한 문제를 지역 정부에 알려주도록 만든 지도 기반 웹사이트다. 신고자가 특정 위치에서 특정 유형의 문제에 대해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해당 지역 정부로 정보가 제공되고, 이를 처리한 사진을 업로드해 신고자 외 모든 사람이 해당 지역의 문제와 처리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시민들에게 위험지역의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위험요소를 제거하고자 노력하는 지역 정부의 역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정부에 대한 신뢰, 이미지, 호감 등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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