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2 대한민국 미래전망
더보기구윤철국무조정실장
구윤철국무조정실장
# 연속기획 Ⅰ - 세계의 싱크탱크와 소프트파워, Ⅱ - 대한민국 국가정책연구의 역사를 만나다
더보기연속기획 Ⅰ
대전환 시대를 고민하는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 싱크탱크, ‘한국의 모든 것’에 관심 오늘날 미국의 싱크탱크는 미국의 국내외 정책, 더 나아가 세계의 주요 이슈에 대해 막대한 정책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한미경제연구소(이하 KEI, Korean Economic Institute)는 1982년 미국 최초로 한국연구를 수행하는 비영리 독립 싱크탱크로 출범해 오늘날까지 한미 간 정치·경제 현안 및 정책의 이해 증대를 위한 네트워킹을 확대해오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및 이벤트 등을 통해 미국인과 미국의 정책입안자를 대상으로 한반도 관련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는 역할을 해왔다. 현재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소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캐슬린 스티븐스 소장은 1978년부터 미국 외교관으로 37년간 근무했으며,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활동한 바 있고, 한국의 사정을 잘 이해하는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꼽힌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12월 캐슬린 스티븐스 소장의 방한에 맞춰 정해구 이사장, 홍일표 사무총장과의 대담을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싱크탱크를 화두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지식생태계, 한·미 양국의 주요 현안과 상호발전 방안 등에 대해 폭넓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면을 통해 미국 싱크탱크의 현재 관심사와 동향, KEI의 활동성과와 계획, 한국연구 현황 등에 관한 이야기를 캐슬린 스티븐스 KEI 소장의 발언을 중심으로 추려 싣는다. 대담은 12월 8일(수) 서울 달개비에서 진행했다. 한국과 한미 관계의 중요성 일깨운 KEI 프로그램 홍일표 사무총장(이하 홍일표) 미국 싱크탱크 그룹의 한복판에서 활동 중이신 소장님과 함께 미국의 싱크탱크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대담을 마련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먼저 이번 방한의 배경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캐슬린 스티븐스 소장(이하 캐슬린 스티븐스) 이번 방한은 2020년 2월 이후 첫 번째 방한이다. 1972년도에 처음 한국에 온 이후 여권을 써본 일이 없었던 기간은 이번이 제일 긴 듯하다. 저는 외교관으로 활동하다 은퇴한 이후에는 한미 관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한국의 발전에 대한 여정을 돕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현지에 와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KEI 소장으로서뿐 아니라 코리아 소사이어티 이사장, 아시아재단 부이사장 역할도 수행 중이다. 이런 역할을 한꺼번에 수행하려면 정부뿐 아니라 학계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 해야 KEI의 역할과 성과를 극대화할지 더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번 방한에서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KEI 자문위원들을 모두 만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또한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정해구 이사장님을 뵙게 된 것은 중요한 기회라 생각한다. 홍일표 미국 정부에서 일하시며 보고 경험한 KEI의 활동에 대한 평가는 어떠했나? 캐슬린 스티븐스 저는 2018년에 KEI 소장으로 취임했는데, 그 이전부터 KEI 활동과 역할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제가 미국 국무부 수석차관보로 활동할 때 KEI에서 주관하는 학술회의에 여러 번 참여한 바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미국 시애틀주 워싱턴대학에서의 학술회의였다. 한국을 담당하는 외교관으로서 어떤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어떤 개념들을 업데이트해야 하는지 상기시켜주는 좋은 기회였다. 주한 미국대사로 활동할 때 KEI의 대사관 다이어로그 프로그램에 두 번 정도 참여한 적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특별한 기회라 생각한다. 다른 나라는 이런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기회나 계기가 없었으니 말이다. 저는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 등과 함께 여러 곳을 방문하며 좋은 친구가 되었고, 당시 대사로서 이런 훌륭한 프로그램을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 제가 KEI 소장으로 취임하고 2018년부터 3년간 대사관 다이어로그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함께 행사를 훌륭하게 개최한 바 있다. 디지털 역량 강화한 KEI 홍일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KEI는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궁금하다. 아울러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쳐나갈지 설명을 부탁드린다. 캐슬린 스티븐스 2020년 3월부터 미국의 전 정부부처, 싱크탱크가 사실상 비대면 모드로 들어갔다. 그래서 비대면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고, KEI도 이런 프로그램 경험을 통해 많은 노하우를 얻었다. 올해 봄부터는 백신 접종에 따라 하이브리드 행사도 하게 되었다. 소규모 집단의 대면 회의를 하고, 동시에 온라인으로도 연결해 패널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매우 소규모 방문단이오면 이들과의 프로그램도 진행한 바 있다. 봉쇄는대체적으로 풀렸지만 협력 활동의 재개가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 KEI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회의나 행사를 프로페셔널하게 진행하는 동시에 기존의 대면 프로그램도 추진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비대면 기간 동안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는데, 대면 때보다 오히려 더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다양한 청취자를 접할 수 있었으며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학자를 더 많이 초청할 수 있었고, 기술적으로 동시통역 프로그램을 쓰거나 자막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 더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유럽·인도 등 더 많은 지역에서 KEI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들은 한국의 방역뿐 아니라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축적한 디지털 역량을 계속 유지해 다양성을 중시하는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싶다. KEI가 가진 강점은 미국 내 다양한 지역과 기관을 방문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2년에는 대사관 다이어로그 프로그램을 대면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해보려 한다. 형식은 바뀔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대사관의 외교관, 국무부의 공무원을 함께 참여시켜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KEI가 40주년을 맞는데, 중요하게 생각해 추진 중인 사업은 10년 전 발간했던 를 업데이트해 재출판하는 것이다. 저작권 문제도 해결했고, 한국어·영어 버전 모두 발간할 예정이다. 발간물은 한미 관계의 역사를 민간 차원에서 공유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일반 국민이 매우 좋아할 만한 내용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personal story)를 좋아하기 때문이다.네트워킹을 강화하고, 디지털 역량을 높이기 위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명의 전문가를 채용했다. 한 명은 박사 인력으로, 한국 내 더 많은 전문가와의 소통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른 한 명은 프로듀서로, 디지털 업무가 프로페셔널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비와 숙박비 등을 절약할 수 있어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새롭게 부각된 사업적, 기술적 영역에 적절히 투입하고 있다. KEI의 미래 비전을 설정하기 위해 KEI 역사상 최초로 외부 컨설팅 자문을 실시하고 있다. 컨설팅 주제는 KEI의 미래전략과 계획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자연스럽게 제기된 질문이 ‘KEI는 콘텐츠 생산자인가? 혹은 콘텐츠 배포자인가’였다. 이런 질문에 명확한 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시다시피 KEI는 매우 작은 조직이다. 이런 부분을 명확히 해야 향후 추진 목표를 재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1월부터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만들 예정이다. “ 한국의 소프트파워뿐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 부분을 배울 수 있을까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 국내정책과 대외정책 교차점에서 고심 중인 미국 싱크탱크정해구 이사장 홍일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KEI 활동 방식도 달라졌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고 말씀해주셨다. 바이든 정부 출범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싱크탱크들은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여론을 형성해가고 있는가? 캐슬린 스티븐스 지금은 대전환의 시기다.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싱크탱크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동시에 자극을 받고 있는 시기라 생각한다. 팬데믹 사태가 지금까지 존재해왔던 여러 변화상을 가속하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계급 간 경쟁, 경제적 이득, 안보 이슈는 서로 교차하는 복합적 이슈인데 테크놀로지와 관련한 이슈도 부각되면서 전통적으로 수행했던 관점의 방식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가 많이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가 국내정책, 대외정책의 교차점에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에 대해 말씀드리면, 2021년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의 합동성명에 한국과 미국이 해야 할 과제 목록이 있었다. 기후변화, 생명과학, 공급망(supply chain), ODA, 중남미 문제 등이 올라와있는데, 더 이상 북한에 대한 것만 다루는 게아니라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KEI 입장에서는 이처럼 다양해진 주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이다. 대체로 미국 싱크탱크 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는 주제는 중국의 미래다. 이 주제는 다른 주제보다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KEI에는 중국이라는 주제가 대두되는 현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 같이 높아질 수 있도록, 생각의 폭이 넓어지도록 여러 싱크탱크를 설득하는 게 큰 도전 과제이다.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미국 싱크탱크 관심 높아 홍일표 BTS, , 과 같은 한국의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정치·경제뿐 아니라 소프트파워를 주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미국 싱크탱크에서는 북한과 북핵 문제 위주로 한국을 바라봐왔다. 이같이 변화하는 트렌드가 반영돼 한국에 대한 관심이 달라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한국연구를 하는 연구자 그룹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있는가? 캐슬린 스티븐스 한국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제고되었느냐는 질문이 있는데, 제 답변은 ‘확실히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뿐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음악과 같은 문화 콘텐츠가 지닌 경제적 시사점이 많이 강조되고, 이에 따라 한인사회도 부각되고 있다. 한국에 대해 어떤 부분을 배울 수 있을까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최고라는 우월주의를 가져 다른 나라는 배울 게 없다는 분도 계시지만, 한국이 중국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ODA는 어떻게 해나가는가, 한국은 어떻게 발전하는가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배우려는 움직임이 있다. 한국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분들도 관심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분명 북한은 워싱턴 싱크탱크 연구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앞으로도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최근에는 평화 프로세스, 종전 선언의 구체화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실제로 비핵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찬반 토론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한국연구와 관련해 최근 워싱턴 싱크탱크 생태계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를 예로 들고자 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석좌로 정박 박사가 활동했는데, 바이든 행정부에서 스카우트를 해갔다. 정박 박사는 북핵 관련 최고의 전문가였다. 정박 박사가 자리를 옮긴 이후 한국석좌에 앤드루 여 미국 가톨릭대 교수가 올랐다. 앤드루 여 교수는 지역적 외교 구조에 초점을 두고 공부하신 분이다. 한국과 동남아 관계를 깊이 연구했고, 비교적으로 한국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하셨다. 한편 카네기평화재단의 경우, 지역별 이슈에 대해 여러 학술회의나 프로그램 운영을 준비 중이다. 중국, 인도, 유럽과 더불어 한국에 대한 학술회의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저희 KEI도 다양한 국제적 주제를 다루고 싶은 마음이 있다. 대전환기의 국력 척도는 국가의 탁월한 “회복력” 정해구 이사장 예전에는 주로 안보와 경제 문제가 대세였다면, 지금은 전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대전환 시대라 할 수 있다. 특히 기후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도 기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한국도 2020년부터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오고 있다. 또한 의료나 생명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에서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미국과 한국이 상호 협력할 필요성이 높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역할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캐슬린 스티븐스 지금이 대전환 시대라는 말씀에 적극 공감한다. 정말 다양한 주제가 한미 협력의 주요한 이슈로 대두되었고, 각각이 다 상호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KEI는 소규모 조직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문가의 소견을 청취하고 전문가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두려 한다. 최근 저희가 주UN한국대표부에 계시는 외교관을 모셔왔는데, 이분의 주요 업무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것이다. 이는 정말 새로운 일이다. 경제나 안보 같은 전통적 주제를 다루는 것이 아닌, 새로운 전 지구적 이슈를 다루는 신세대 외교관이 탄생한 것이다. KEI의 주요 당면 과제는 이런 분들을 찾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확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KEI는 비전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주미 한국대사관과 1년에 네 차례 각각의 주제를 정해 미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2021년에는 첫째 북한, 주한미군 문제를 포괄하는 전통적 한미 동맹관계, 둘째 공급망 같은 경제안보 이슈, 셋째 기후변화를 주제로 설정했다. 기후변화 프로그램에는 미국 정부에너지부 아시아 담당 국장, CSIS의 기후변화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대전환기에 관한 제 생각을 잠시 말씀드리면 이제는 전통적인 하드파워 및 소프트파워가 아닌, 국가의 복원력을 중심으로 국력을 측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기후변화, 전염병, 공급망 붕괴 등 국가가 전복될 수 있는 요소가 다수 존재한다. 현재 국력 측정 수단인 군사력, GDP는 이에 대한 대응 수단이 아니다.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코로나19에 대해 한국, 호주와 같은 중견국의 위기대응 및 회복정책, 즉 회복력(resilience) 에 대한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공공보건,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 공공역량(public service capabilities) 등 회복력 측정의 주요 요소를 주목하는 중이다.한국의 역사 자체가 복원력을 선보이는 세기의 사례이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빈곤 등을 극복하고 조선의 찬란한 문명 이상 수준으로 회복하지 않았는가. 지금이 대전환 시대(era of great transformation)라면 탁월한 회복력(great resilience)이 향후 방향성이다.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는 가정은 버리고, 위기요소 및 불가피한 국가 재난 및 체제의 실패에서 어떻게 복원하느냐를 앞으로의 대응에서 중심에 놓아야 한다. “ 이제는 전통적인 하드파워 및 소프트파워가 아닌, 국가의 복원력을 중심으로 국력을 측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력 측정 수단인 군사력, GDP는 이에 대한 대응 수단이 아니다. “
<대담> 캐슬린 스티븐스한미경제연구소 소장
연속기획 Ⅰ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코리아로
“ ‘워싱턴의 언어’로 미국 싱크탱크와 소통하라 ”2019년 2월 문희상 국회의장과 방문단의 워싱턴 방문 시 애틀랜틱 카운슬에서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과 비공개 세션 진행 그동안 워싱턴의 싱크탱크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을 요약하자면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첫째는 워싱턴 싱크탱크의 역할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활동 영역이 훨씬 더 광범위하고 다양하다는 것이다.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공개 행사 및 전문가들의 발언 및 출판물 외에도 비공개 라운드 테이블, 비공개 면담 및 브리핑, 기관 대표단으로 구성된 해외 방문 등을 통해 아주 다양한 기관 및 개인들과 교류하고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국가안보 및 외교정책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존스 장군 등을 비롯한 애틀랜틱 카운슬 방한단과 함께 2019년 매일경제가 주최한 세계지식포럼 ‘미중경쟁시대의 안보’ 세션에 패널로 참석 싱크탱크의 꽃은 ‘비공개’ 형태의 면담 사실 싱크탱크의 꽃은 ‘비공개’라고 붙여진 여러 형태의 면담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양한 주체와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에서 축적한 비공개 활동을 통해 기존 정책을 분석하고 새로운 정책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틀랜틱 카운슬 이사회 멤버(Board of Directors) 의 요청으로 한국의 대선 및 국내 정치 상황과 관련해 브리핑을 할 수도 있고, 파트너 기관의 요청으로 대만해협과 우크라이나의 군사 위기가 국제 및 아시아 정세에 끼칠 영향을 분석하는 브리핑을 할 수도 있다. 반도체 공급망 이슈에 대해 관련 정부부처 및 기업, 산업협회, 그리고 의회와 개별적 혹은 소규모 비공개 미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한국 혹은 아시아 주요 동맹국의 고위 관료가 워싱턴을 방문해 주요 사안별로 애틀랜틱 카운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소규모 면담을 요청하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미국 행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참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워싱턴의 정책 커뮤니티는 정책을 분석하고 제언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주요 정책 및 사안별로 행정부가 하는 외교 및 안보정책을 지지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는 담론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일련의 비공개 활동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멀리 아시아에서 워싱턴의 싱크탱크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워싱턴 정책 커뮤니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역할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비공개 활동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은 워싱턴 싱크탱크의 펀딩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워싱턴 싱크탱크는 한국이나 아시아 국가에 있는 싱크탱크와는 펀딩 구조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운영 방식도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워싱턴 주요 싱크탱크의 펀딩 출처(funding source) 를 들여다보면, 크게 네 가지-(미국 및 외국) 정부, 재단, 개인, 그리고 사기업-로 볼 수 있다. 각 싱크탱크별로 네 가지 펀딩 비율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주로 이 네 가지 펀딩 출처를 통해 수많은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며, 특히 초당적(bipartisan) 싱크탱크의 경우 펀딩의 출처는 더 다양하다. 이렇게 미국 내 그리고 해외의 다양한 펀딩이 협약을 통해 체결된 파트너십으로 싱크탱크에 지원되기 때문에 워싱턴의 싱크탱크는 소수의 펀딩에 의존하지 않고 지적 독립성(intellectual independence)을 보장받아 자유롭게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다. 주로 한 개인 혹은 기업의 펀딩에 의존하거나, 정부 산하 기관으로 속해 있는 한국의 싱크탱크와는 구조적으로 달라 그 활동 범위와 역할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간단히 말해 펀딩을 제공하는 주체가 정책의 결과물이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끼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국제안보 환경이 변하면서 과거에 비해 워싱턴의 싱크탱크 또한 펀딩에 영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 더 요구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중 경쟁이 심화되며, 중국 및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한 견제가 점점 심해지면서 국제안보 이슈에 대한 협력 개념이 바뀌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미중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이 미국과 함께, 그리고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가안보 정의가 포괄적 개념으로 변화지난해 9월 미국 애틀랜틱 카운슬 스튜디오에서 한반도 이슈를 주제로 열린 연례 포럼 그간 워싱턴의 싱크탱크에서 일하면서 느낀 두 번째 중요한 현상은 국가안보의 정의가 예전처럼 군사 및 방어에 국한된 전통적 개념에서 경제, 기술, 사회, 문화, 기후변화 및 에너지, 국제 보건 등과 같은 포괄적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 핵무기와 같은 군사적 위협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였다면, 이제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이 인공지능이나 5G 3 지난해 10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와 같은 차세대 테크놀로지, 사이버 및 데이터 안보, 팬데믹, 디지털 시대의 무역과 거버넌스, 가짜 뉴스 혹은 거짓 정보(disinformation and misinformation), 지구온난화 현상, 주요 산업의 공급망 등으로 광범위하게 넓어졌다. 따라서 국가안보 개념은 이러한 새로운 위협 요소와 위기 요인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resilience)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가로 많은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아시아 안보 프로그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시아 주요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 주요 키워드는 경제안보, 차세대 기술, 공급망, 팬데믹, 클린 에너지, 인도태평양의 안보 및 무역 환경의 변화 등이다. 심화되는 미중 경쟁 구도와 팬데믹으로 급변화는 지정학적 환경에서 어떻게 미국과 동맹국들 간 협력을 심화하고 저변을 넓힐 수 있는가가 화두의 중심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요 사안별 다자 협력에 대한 논의라 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슈의 중심에 있던 북한 비핵화가 이제는 대만으로 옮겨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2020년 5월에 열린 Women’s Foreign Policy Group(WFPG)의 ‘코로나 팬데믹이 지정학 및 안보에 끼치는 영향’ 세션에 공개 패널로 참여 ‘워싱턴의 언어’로 한국을 알려야 이쯤에서 워싱턴 정책 커뮤니티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치·경제 지형에서 한국의 외교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더욱이 한국은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치를 예정이고, 5월에는 새 행정부가 들어선다. 지금은 거의 모든 사안이 국내 정치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양쪽 대선 후보 캠프에서 한반도를 넘어 Global Korea(글로벌 코리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든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 담긴 폭넓은 합의 사항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를 지금부터 고민하고, 구체적 정책이 무엇인지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우선순위라 말할 수 있겠지만, 공동성명에 담긴 다른 내용들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현 워싱턴 분위기와 국제정세에서는 더 중요해 보인다. 미중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이 미국과 함께, 그리고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한·미·일 삼각 협력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도 이제는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미국에 도움이 되는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과 연결되는 주요 사안들에 집중해 한국이 국제사회 및 워싱턴 정책 커뮤니티의 담론을 리드하고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한 한국이 이미 잘하고 있고, 미래에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워싱턴의 언어’로 알리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통해 글로벌 사회에서 저변을 넓히고 있는 중요한 현시점에서, 이를 ‘워싱턴의 언어’로 알리는 작업을 통해 한국의 안보 및 경제외교 저변을 확대함으로써 유기적으로 연결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오미연애틀랜틱 카운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연속기획 Ⅱ
국가위기 반성에서 시작된 연구회 체제
“미래 국가비전 제시해 나가야” 연구회 체제의 설립은 변화의 종착점이 아닌, 커다란 변혁을 향한 도전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 뒤편에는 새로운 설계를 치열하게 고민한 기획자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당시 정부부처 공무원으로서 1999년 연구회 체제 설립에 기여한 기획자 중 한 명인 박수영 국회의원을 만났다. 제21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수영 의원은 연구회 체제로 개편할 당시 기획예산위원회 담당 과장으로서 연구회 체제 설계와 법령, 인선 등 행정 실무에 깊숙이 참여한 바 있다. 이후에는 지자체, 민간 싱크탱크 등에서 일하며 국가의 다양한 공공영역에서 국가 발전에 기여해왔다. 행정학 박사로서 학문적 시각도 갖춘 박수영 의원은 스스로를 ‘경계인’이라 소개한다. 어느 한 영역에 오래 몸담지 못했다는 겸손의 표현이지만, 그만큼 넓은 시각과 선입견 없는 사고로 세상을 바라봐왔음을 의미하는 호칭일 것이다. 국가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정책연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수영 의원은 국책연구기관에도 애정 어린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박수영 의원은 IMF 외환위기를 막지 못한 반성에서 연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국책연구기관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음을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중장기 비전을 담은 국가전략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인터뷰는 2021년 12월 8일(수)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박수영의원실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실시되었다. 국가 위기에 대한 반성에서 연구회 체제 개편 논의 홍일표 사무총장(이하 홍일표) 공무원 재직 초창기에 한국행정연구원의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시고, 실제 연구원 설립에 기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설립 취지와 배경, 설립 과정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박수영 의원(이하 박수영) 사무관으로 처음 임용된 후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올림픽조직위원회에 파견을 다녀와 총무처 행정조사연구실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 행정조사연구실은 공무원을 주축으로 한 체제여서 한계가 많았다. 국가 전체의 그림에 대한 장기적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급급한 실정이었다. 고시 출신 공무원 몇 명 되지도 않는 형편의 행정조사연구실로는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설계할 수 없으니 국가정책연구원이 필요하다고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아이디어를 청와대까지 보고한 후 연구원이 만들어지는 데 2년 정도 걸렸다. 한국행정연구원 설립 계획이라는 보고서는 제가 만들었는데, 이후 저는 인사기획과로 이동했지만 후임자가 설립 관련 법을 만들어 한국행정연구원이 설립되었다. 인터뷰 중인 박수영 의원(좌)과 홍일표 사무총장 홍일표 이후 기획예산위원회에서 연구회 체제 설립을 기획하고 담당하셨는데, 당시 가졌던 문제의식과 고민, 즉 연구회 체제 설립의 필요성은 무엇이었는가? 박수영 연구회 체제 설립은 IMF 외환위기와 관련이 있다. 김영삼 정부 막바지에 IMF 외환위기가 터져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이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때 기획예산위원회가 출범했다. 당시 진념 기획예산위원회 초대 위원장이 나라가 위기에 처했으니 도와달라고 저에게 연락을 주셨다. 그래서 총무처 소속이었다가 기획예산위원회로 옮겼다.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급한 일들을 우선적으로 해야 했는데, 그중에는 행정개혁과 관련한 숙제도 잔뜩 있었다. 이 일을 하기 위해 행정개혁위원회를 조직하고 관련 규정도 만들었는데, 행정개혁위원회의 첫 번째 안건이 연구회 체제로의 개편이었다. 당시 간사인 담당 과장으로 일하며 여러 인사와 진념 위원장, 청와대와 논의해보니 어떤 경제연구소도 외환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심지어 IMF 외환위기 발생 두 달 전 KDI는 거시지표에 아무 문제가 없고 정권이 잘 마무리되어 한국 경제가 도약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두 달 뒤 IMF 외환위기 발생에 대해 굉장히 큰 반성을 했고 집중토론을 했다. 그때 내린 결론은 당시 경제기획원 밑에 경제연구원이 있다 보니 경제기획원이 원하는 대로만 연구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즉 연구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다. KDI 연구자들을 만나보니 내부에서는 위기 징후를 감지하고 이를 경고하는 연구를 했는데, 외부로 출판을 못 하게 해 경고 의견이 막힌 상황에서 IMF 외환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런 사태는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국책연구기관의 체제 개편이 중요한 개혁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당시 개혁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었다. 정부부처 규모를 줄여야 하고 외환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했다. 이 같은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첫 번째 개혁이 좌초되면 이후의 개혁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공무원 감원이나 공기업 축소 같은 저항이 클 수 있는 문제보다 상대적으로 저항이 작고 효과가 큰 국책연구기관 체제 개편이 첫 번째 안건으로 추진된 것이었다. 당시 초대 행정개혁위원회 위원장은 김인수 고려대 교수였다. 김인수 교수는 과학기술경영의 전문가로, 과기부 산하에서 과학기술계 연구원들을 떼어내 과학기술연구회 같은 연구회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처럼 마침 김인수 교수가 연구회 체제를 도입하자고 하니, 그렇다면 경제나 인문 분야 연구기관들도 연구회 체제로 개편하자 해서 1999년 5개 연구회 체제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저는 연구회 설립에 법령 작업, 인선 작업을 수행하며 깊이 관여했다. 거시적 전략 연구 통한 미래 국가비전 제시 홍일표 의원님은 다양한 공직 생활을 하셨고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로 일하시는 등 공직과 민간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으신 것으로 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춰 국책연구기관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보셨는가? 박수영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로 일하며 우리나라 민간 싱크탱크들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민간 싱크탱크에 대한 기부도 적고, 운영도 구멍가게 식인 경우가 많다.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수많은 연구소가 문을 닫았다. 이에 비하면 국책연구기관들은 국가에서 예산이 안정적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커다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헤리티지 파운데이션 같은 민간 싱크탱크가 없다. 민간 싱크탱크 영역이 성숙되지 못하고 작동을 못 하니 국책연구기관들이 그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영미권에서 쓰는 ‘Old habits die hard’, 오래된 습관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국책연구기관들이 정치권을 의식해 자율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모습이여전해 보인다. 연구의 자율성, 독자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것 같다. 홍일표 지금은 정무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연구회 체제 설립의 취지에 비춰 지금의 연구회 체제와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종합적 평가와 제언을 부탁드린다. 박수영 과거에는 경제기획원이라는 조직에서 국가의 10·20년 뒤 미래를 내다보는 기획서를 냈는데, 이후 국가가 커졌으니 그런 역할이 필요 없다고 조직을 없앴다. 정부에 이런 조직이 없더라도 국책연구기관에는 국가전략원 같은 조직이 있어 미래의 국가비전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만 봐도 현안에 허덕이느라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국책연구기관에서 큰 그림을 그려줘야 먼 앞을 내다볼 수 있지, 그러지 않으면 안개 속에서 핸드폰으로 발밑만 비추며 걸어가기 급급할 뿐이다. 기존의 국책연구기관을 개편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조직이나 기관을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연구자 중에는 미시적 연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거시적 전략연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거시적 전략연구를 좋아하는 연구자를 모아 조직이나 기관을 만들어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끌고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일이 시작되면 관심 있는 연구자들도 점차 참여하게 된다. 각 연구기관에서 하는 연구는 너무 세부적이니 크게 볼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해주면 좋겠다. 참고로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전미경제연구소)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NBER에서 엄청나게 좋은 보고서가 많이 나온다. NBER에는 자체 연구자가 많지 않은 대신 전세계에서 각 분야 최고 전문가에게 팀을 꾸려 1~2년 내 보고서를 내달라는 연구용역을 낸다. 연구 중간 발표회 때 연구자가 발표하면 이에 대해 다른 연구자들과 전문가들의 생산적인 코멘트가 많이 나온다. 그러면 연구자는 만족해서 돌아가 더 열심히 연구한다. 국책연구기관도 연구원 내 연구자들에게만 연구를 하도록 하지 말고, 일정한 예산을 확보해 학계나 외국의 우수한 연구자, 세계 최고의 전문가에게 연구를 맡기는 방식을 추진하는 것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또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것은 연구의 핵심 부분만 요약해 널리 확산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는 새로운 이슈에 관한 내용을 트위터로 보낸다. 우리 국책연구기관들도 관심 있는 분들에게 짧게 핵심만 담아 트위터 문장 정도라도 이슈를 정리해 매일 아침 보내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이들은 연구보고서나 관련 내용을 찾아볼 것이다. 다들 너무 바빠 책 한 권 볼 시간이 없는 세상인데, 이렇게 해주면 더 많은 이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의 자율성 측면에서 정권과 지나치게 가까운 인사가 기관장을 맡는 것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국책연구기관에는 국가전략원 같은조직이 있어 미래의 국가비전을 제시하는 게필요하다 생각한다. 또 하나 제안하고싶은 것은 연구의 핵심 부분만 요약해 널리 확산하는 데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 국책연구기관과 협업 통해 초당적 어젠다 공동 모색 홍일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수행에 있어 국가전략을 긴 호흡으로 깊이 있게 연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실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시점에 적합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두 가지 제언을 해주셨다. 귀중한 제언이 현실화되도록 내부적으로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자의 역량을 모아 국가전략을 기획하고 설계할 수 있는 조직을 설치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 국책연구기관들과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신 것으로 안다. 어제(2021년 12월 7일) 한국행정연구원과 ‘ 우리나라 대선공약과 국정 과제 형성,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신 것으로 안다. 그 취지와 내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박수영 국회에서 활동하다 보니 여당과 야당 간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과 초당적인 어젠다를 함께 제안해보자는 기획을 하게 됐다. 어젠다 내용에까지 합의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어젠다에 우리가 어디까지 합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한국행정연구원과 공동 세미나를 시리즈로 개최하게 되었다. 첫 번째 주제는 국정 과제였고, 앞으로 정부 조직 개편, 탄소중립 순으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정 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는 정부 출범 때마다 100대 국정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는데, 그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세미나를 통해 내린 결론은 국정 과제 중 3~5개만 청와대가 집중해서 챙기고 나머지 과제들은 담당 부서에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나 북핵 문제 같은 중차대한 사항만 청와대가 챙기고, 초기에는 3개 정도로 시작해 5개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런 제안은 당이 서로 다르더라도 반대할 내용이 없을 것이다. 홍일표 오늘 의원님의 말씀과 제언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의 설립 의의를 되새기고, 앞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싱크탱크로 거듭나는 데 커다란 자양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이 나아갈 변화의 길에 의원님께서 응원군이 되어주시기를 희망한다. 귀중한 시간을 내 참여해주신 인터뷰에 감사드린다.
<인터뷰> 박수영국회의원
연속기획 Ⅱ
개혁을 위한 첫 여정
연구회 체제 성립 과정과 의의 정부는 효율적 경제·사회 운영을 위해 시대 변화에 맞춰 행정 체제의 구조와 전략을 개편해야 할 책임이 있다. 특히 오늘날의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국가 연구 체제 정책의 혁신을 위한 지속적 변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1997년 말 닥친 외환위기 극복을 과제로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신공공관리론의 개념을 도입해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했다.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 기획예산위원회의 정부개혁실과 기획예산위원회 위원장 자문기구인 행정개혁위원회를 설립했는데, 행정개혁위원회는 국민의 정부 공공부문 개혁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정부출연(연))의 개혁을 추진해 1999년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정부출연기관법)을 제정, 연구회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러한 연구회 중심의 정부출연(연) 지도·관리 체제 개혁을 통해 정부출연(연)들은 선진국형 연구 지원 체제의 틀을 갖추게 되었고, 공공연구기관들의 경쟁성을 보장하며 성과관리가 가능한 구조로 재편되었다. 자율성 강화 등 개편 필요성 증대5개 연구회 설립 현판식 외환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주안점을 둔 개혁의 주된 부문은 공공부문, 정부 조직 부문, 금융 부문, 기업 부문, 노사관계였다. 이 중 공공부문과 정부 조직 부문은 당시 기획예산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추진했다. 1999년 1월에 제정된 정부출연기관법과 함께 정부출연(연)에 대해 이루어진 구조조정은 공공부문 첫 번째로 착수한 개혁 과제였다. 실제로 당시 기획예산위원회가 당면한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 대상은 공기업 부문이었으나 이에 앞서 정부출연(연)들이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것이다. 정부출연(연) 지원 체제 개혁의 기본 내용은 정부출연 (연)들을 부처 산하기관 형태에서 분리·독립해 연구 분야별로 수립된 국무총리 산하 5개 연구회(경제사회연구회, 인문사회연구회,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공공기술연구회)에 소속시키는 것이었다. 개혁의 기본 원칙은 정부출연(연)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연구 성과와 기관 운영에서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 두었다. 1970년대부터 설립하기 시작한 경제·인문사회계 정부출연(연)은 정부 각 부처의 정책기획 능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하지만 1985년 이후 각 부처의 산하 연구기관 설립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졌고, 1990년대 초반부터 경쟁력 있는 민간 연구기관 및 유능한 연구인력이 증가하는 등 급격한 환경 변화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출연(연)의 역할과 기능 재설정과 내부 경영 시스템 개선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당시 제기된 문제점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기관의 자율성이 부족했다. 정부출연(연)은 특정 부처와의 예속적 관계 아래 운영되어 연구의 중립성과 객관성이 낮았다. 국가 경제 전체보다는 부처 이기주의를 반영·지원하는 방향의 연구가 많아졌다. 연구기관의 자체 평가에서도 장기 정책적인 연구보다는 부처가 요청하는 현안 문제, 단기 정책과제 수행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둘째, 정부부처의 입장에서 편의와 미흡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었다. 산하 정부출연(연)을 보유한 정부부처들은 정부출연(연)이 주는 편의성에 만족하면서도, 연구 결과의 질이 실제 정책 수립 및 집행에 활용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이중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셋째, 국가 전체적으로 기능 중복 및 생산성 부족의 문제가있었다. 정부출연(연) 간 경쟁적 연구 영역 확장으로기능이 중복되는 반면, 기관별로 특화된 전문 연구 활동은 점차 위축되고 있었으며, 민간기업 및 대학 연구소 등과도 역할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한편으로는 연구 기능이 정부출연(연)별로 분산되어 복합적인 사회 전체 시스템적 정책현안에 대한 문제해결 및 대응능력이 미흡했다. 즉, 소관부처가 달라 연구 사업의 기획·선정·관리·평가 체제의 통합 조정이 곤란했고,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장기 연구과제의 수행 방향에 혼선이 발생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정부출연(연)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이 커져왔으며,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기 이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부터 정부출연(연)의 개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부 산하기관 구조조정 방향으로 유사·중복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의 통폐합, 민간으로 이양 가능한 분야의 조기 민영화, 모회사의 설립 목적과 무관한 자회사 정리, 조직 신설·확대 및 자회사 설립 시 통제 장치 마련 등 4대 기준을 제시하고,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 제정을 추진했다. 또한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산하기관 구조조정 작업은 대통령 직속의 기획예산위원회에서 추진토록 하고, 정부 산하기관의 관리 및 심사·평가 기능은 국무조정실에서 담당할 것을 건의했다. 정부출연(연)의 경우 1개 부처 내 중복된 연구기관은 원칙적으로 1개로 통폐합하고, 소관부처가 다르더라도 기능별로 유사한 기관은 묶어 동일 기관으로 정비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었다. 한편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설치로 과학기술 정책의 종합 조정 기능 강화, 기초과학 육성, 과학기술 인프라 확대, 과학기술자 우대 등을 제안했다. 정부출연(연)에 대해 이루어진 구조조정은 공공 부문 첫 번째로 착수한 개혁 과제였다. 개혁의 기본 원칙은 정부출연(연)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연구 성과와 기관 운영에서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 두었다.경제·인문사회연구회 출범식 두 차례 공청회를 통한 개편안 마련 1998년 4월 3일 기획예산위원회는 정부출연(연) 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기본 구상을 구체화한 ‘정부출연(연) 경영혁신 추진지침’을 제시했다. 지침에서는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이한 사회 각 부문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혁신하고자 공공부문의 과감한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민간 부문의 구조조정을 선도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지침에서는 정부출연(연)의 개별 연구원 설립법을 그대로 두고 관리 운영을 위한 별도의 특별법을 만드는 방식을 채택해 정부출연(연)을 국무총리가 관리하도록 하고, 통폐합되는 연구기관은 공동관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정부출연(연)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고, 연구의 생산성을 높이고자 했다. 기획예산위원회는 공공 분야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1998년 4월 15일 기획예산위원회 위원장 자문기구로 행정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행정개혁에 관한 대안을 마련해 기획예산위원회에 건의하도록 했다. 행정기획위원회는 출연(연) 경영혁신 방안을 마련해 4월 20일 제1차 공청회에서 발표했다. 제1차 공청회에서는 인문사회계 출연(연)의 경영혁신을 위해 ① 현행 체제 유지 및 운영 시스템 개선 방안, ② 부처별 1개 연구기관 설립 방안, ③ 연구 기능 분야별로 재편하는 방안, ④ 종합 연구지원단하에 일원화하는 방안 등 네 가지 안이 제시되었다. 토론 결과 물리적인 통폐합보다 유사·중복 기능을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운영체제 개선과 관련해서는 대학 및 민간 연구소와 경쟁하는 체제 도입, 대학과 연구소 간 인력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 기관장 선임 절차의 공정한 운영 등이 논의되었다. 5월 8일 열린 제2차 공청회에서는 행정개혁위원회 출연연구기관 분과위원회에서 마련한 경영혁신 시안이 제시되었다. 시안에서는 운영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첫째 연구 생산성의 향상을 위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센티브제 구축, 둘째 자율과 책임의 확대 및 민간경영 개념의 도입을 위한 원장의 공모 혹은 추천제 도입,연구원을 계약직으로 채용, 정원 관리의 폐지, 발생주의 회계 원칙 도입 등, 셋째 개방형 연구 시스템 구축으로 산학연 협동연구 활성화, 넷째 정부출연(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출연(연)의 예산 지원 방식의 획기적 전환, 수요가 적은 부문은 출연금을 확대하고 민간과 경쟁이 가능한 분야는 민간 위탁 또는 민영화를 검토하는 것 등이 제안되었다. 또한 관리 방식의 개선을 위해 첫째 주무 부처로부터의 간섭을 배제하고 정부출연(연)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하고자 개별 설립법을 폐지하고, ‘정부출연(연)관리기본법’을 제정해 연합 이사회를 별도로 두고 인문사회 분야 2개, 과학기술계 3개 등 5개 연구회를 두도록 하며, 둘째 통폐합을 지양하고 유사·중복 기능을 합리적으로 정비하도록 하고, 셋째 기본 연구비는 출연금으로 계상해 나머지 연구 사업비는 주무부처에 계상하여 출연(연)과 민간 연구소 간의 경쟁을 통해 용역을 발주하거나 부처 내에 박사급 계약직 연구원을 두어 수행하도록 했다. 제2차 공청회에서 ‘정부출연(연)관리기본법’을 상정한 것은 지침에서 제시한 ‘정부출연(연)관리법’과 같은 취지에서 개별 정부출연(연)의 기존 설립법들을 인정한 채 이들의 관리·운영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 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기획예산위원회는 5월 13일 정부출연(연) 경영혁신 방안을 마련해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공청회에서는 정부출연(연)과 주무 부처의 소속 관계를 해소하고 기존 정부출연(연)별 이사회는 폐지하며, 사회과학계 2개, 과학기술계 3개 등 비상설 연합 이사회를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은 ‘정부출연(연)관리기본법’(가칭)을 조속히 제정하도록 했다. 이 관리기본법은 각 연구기관의 설립법을 모두 폐지하고 이 법에 통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는 제2차 공청회안에서 기존 설립법을 인정한 것과 달라진 것이다. 정부는 정부출연(연) 경영혁신 추진 상황 점검, 노사정위원회 공공부문특위위원들과의 협의, 당정협의, 법제처 법률안 심사 등을 거쳐 법률안을 차관회의(10. 22.) 및 국무회의(11. 7.)에서 의결해 11월 14일 ‘정부출연기관법’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중심으로 12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504호)에서 개최된 제3차 공청회는 ‘정부출연기관법’의 주요 내용에 관한 공청회로 진행했다. ‘정부출연기관법’은 두 차례의 공청회와 입법예고 (7. 10.~30.)를 거쳐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성안되었으며, 5개 연구회(경제사회연구회, 인문사회연구회,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공공기술연구회)를 두어 정부출연(연)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했다. 이사장을 포함한 15인 이내의 이사 및 감사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사업비는 출연금(경상비+기본사업비)과 정책연구비(연구개발비)로 구분하였다. 아울러 계약제 등 민간 경영 개념의 도입, 산학연 협동연구를 전제로 한 자율성 보장, 원장의 책임경영 보장 등의 내용을 담았다. 법률안의 명칭에 관하여 국회 법사위에서는 소관 연구기관에 대한 관리·운영뿐만 아니라 ‘육성’을 강조해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였다. 그러나 육성을 위한 제도가 법률안에 추가로 반영된 것은 없었다. 법률안은 1999년 1월 5일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1월 26일 시행령안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월 29일 법률 및 시행령이 공포되어 발효되었다. 국무총리는 법률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연구회별로 이사장, 이사(14인), 그리고 감사를 임명했고, 1999년 3월 15일에 5개 연구회 체제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국가 성장역량 증진을 위한 출연(연) 개혁 우리나라 연구회 체제(council system)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연구회 체제를 벤치마킹해 구상한 것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는 공공 연구기관들이 특정 부처(BMBF, 교육과학연구기술성) 산하에 집중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연구회 역할을 하는 연합 이사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모델이 되었다. 1999년 3월 15일, 정부는 새로운 법률에 따라 국무총리 산하에 5개 연구회를 설립하고, 총 43개의 정부출연(연)을 전문 연구 분야에 따라 적게는 4개 연구기관, 많게는 14개 연구기관까지 각 연구회에 소속시키는 소위 ‘연구회 체제’를 출범했다. ‘정부출연기관법’의 목적은 지금까지 개별 단위로 존재하면서 각 정부부처의 예속하에서 활동하던 과학기술계 및 경제·인문사회계와 관련한 모든 정부출연(연)을 유사 주제별로 하나의 연구회 구조 안에 묶음으로써 연구 자원의 유기적 활용으로부터 시너지 효과를 유도하고, 정부부처에의 예속적 개념을 없애며, 연구 활동을 수요와 공급의 경쟁이라는 시장원리가 지배하는 연구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있다. 국가의 성장역량 증진을 위한 개혁은 계속되어야 연구회 체제 성립으로 이뤄진 정부출연(연) 개혁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에 의해 내부 접근 형식으로 정부의제화되었으나,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위원으로 이루어진 행정개혁위원회, 국회 상임위원회, 공청회 등 다양한 참여자의 역량에 의해 정책 결정 과정으로 진행했다. 따라서 정부출연(연) 개혁 과정은 거버넌스의 기초적인 적용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정책 과정 참여와 참여자 간의 상호 협력을 통해 국가 연구 지원 체제를 구축한 것은 연구회 체제가 폭넓은 지지 기반 위에 우리나라 국가 혁신 체제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시작되었음을 시사한다. 정부출연(연)의 개혁은 국가의 성장 역량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진행해나가야 할 과정이다.
김이교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책연구전략센터 소장
연속기획 Ⅱ
자율적·중립적 연구 위한 기반 닦다
1999년 사회과학 부문에서 2개 연구회(경제사회연구회, 인문사회연구회)가 설립되었다. 초기 연구회의 운영과 성과는 어떠했을까? 그 답을 얻기 위해 이석희 인문사회연구회 초대 사무국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석희 인문사회연구회 초대 사무국장은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 연구회 운영을 열정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초기 기반을 닦는 데 기여했다. 이석희 초대 사무국장은 자율성 강화, 협동연구 정착, 인센티브 부여를 위한 평가제도 실시 등을 당시 운영 의의로 꼽으며, 향후 인문학 진흥을 위한 정책연구 기반을 확대해나갈 것을 희망했다.김영진 인문사회연구회 초대 이사장 Q초대 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을 역임하셨는데, 일하신 기간이 궁금합니다. A인문사회연구회는 1999년 3월 15일 발족했는데, 저는 3월 16일부터 사무국장을 맡아 2005년 6월 말까지 약 7년간 근무했습니다. 초대 김영진 이사장님, 2대 김인수 이사장님, 3대 최송화 이사장님을 모셨습니다. 김인수 이사장님은 2002년 3월부터 재직하셨는데 그해 12월 불의의 사고로 별세하시어 2002년 4월 1일 3대 최송화 이사장님이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2005년 7월 1일 인문사회연구회와 경제사회연구회가 통합하여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발족하기 전까지 재직했습니다. Q당시 사무국장의 역할은 무엇이었습니까? A사무국장의 주된 역할은 사무처 2개 팀(연구기획팀, 평가팀)의 업무 지휘와 사무처 관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사회의 간사로서 이사회 개최 시 회의 진행 지원, 기획평가위원회와 경영협의회 지원, 협동연구 및 경영평가 지원 등을 수행했습니다. Q당시 인문사회연구회의 조직 구성과 부서별 역할·기능은 어떠했습니까? A연구회 조직은 이사장, 감사(비상임), 사무국(2개 팀)으로 편제되었고, 인원은 이사장, 사무국 직원 9명, 기사 등 총 11명이었습니다. 연구회는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의 지시를 받고 정부출연금으로 운영되었습니다. 그리고 기획평가위원회, 원장경영협의회, 인문정책특별위원회가 있었습니다. 자문기구인 기획평가위원회는 9개 소관 연구기관의 연구와 경영을 자문해줄 각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었고, 경영협의회는 소관 9개 연구기관의 원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소관 연구기관은 통일연구원, 한국행정연구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한국법제연구원, 한국여성개발원, 한국청소년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교육개발원 등입니다. 인문정책특별위원회는 인문학 진흥을 위한 정책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2000년 설립되었고, 인문학 분야의 위원장 및 위원 9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Q인문사회연구회의 주된 임무는 무엇이었습니까? A당시 인문사회연구회의 임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첫째, 연구 기획 및 연구기관의 발전 방향 기획입니다. 각 연구기관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정립할 때 연구기획위원회가 각 연구기관의 연구와 발전 방향의 기획을 지원하고 자문했습니다. 둘째, 연구기관의 기능 조정 및 정비입니다. 연구기관의 신설·통합 및 해산에 관하여 결정하고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연구화 설립 이후 교육 분야 연구기관 간의 기능을 조정하여 중복을 해소했고, 2005년 9월 발족한 육아정책연구소의 기능을 사전 조정한 바 있습니다. 셋째, 연구기관의 연구 실적 및 경영에 대한 평가입니다. 이는 연구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서 각 소관 연구기관이 수행한 1년간의 연구와 경영 그리고 리더십 분야를 평가했습니다. 평가 결과는 원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자료로도 활용되었습니다. 넷째, 연구기관 간 협동연구를 위한 지원입니다. 소관 연구기관이 국가의 주요 정책현안에 대하여 기관 간 협동으로 연구를 수행하도록 권장하고 지원하는 것은 연구회의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2000년부터 시행된 인문정책연구도 학제 간 협동연구의 차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Q당시 인문사회연구회의 임무, 역할 수행을 평가하신다면?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 A인문사회연구회의 기능은 대체로 잘 수행되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첫째, 연구회 출범 전 각 연구기관은 정부부처에 소속되어 있어서 부처의 간섭이 매우 심했지만, 연구회 출범 이후에는 연구자율성이 크게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부처 소속으로 있을 때에는 정부의 정책연구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부처로부터 요구와 간섭이 많아서 자율적이고 중립적인 연구 수행에 큰 제약을 받았습니다. 연구회가 출범한 후 각 부처의 요구를 반영하여 각 연구기관이 자율적으로 연구하도록 했으며, 연구 성과는 관련 정부부처는 물론 국민 전체가 활용하도록 공개했습니다.둘째, 각 연구기관 간-학제 간 협동연구가 이루어지는 데 연구회가 크게 기여했습니다. 연구회 출범으로 인문사회 분야의 학제 간-기관 간 협동연구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연구회 연구기관간 협동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연구비를 배정하여 매년 협동연구 수행을 정착시킨 것은 바람직한 일이었습니다. 셋째, 연구회가 평가제도를 도입해 연구 및 기관 경영 성과를 평가해 평가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평가 결과를 원장 재임명의 근거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 성과뿐 아니라 기관 경영 성과에 대해서도 평가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었지만, 질적 평가지표를 만들어 연구 성과를 평가하고 경영을 통한 리더십을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에 따른 연구 인센티브 도입과 기관장 연임 여부와의 연계는 인문사회 분야 연구의 새로운 차원을 정립한 것이었습니다. 넷째, 위기에 빠진 인문학 발전을 위해 인문정책연구를 수행한 것도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연구회는 재원을 마련하고 인문학자들의 이해를 구하면서 인문정책연구위원회를 만들어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의 연구 수행을 지원했습니다. 다만 2000년부터 인문정책연구비를 확보하고 연구를 지속하면서 김영진 이사장님의 인문정책연구원의 설립 계획을 적극 지원했으나, 정부예산 당국을 설득하지 못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같은 인문학 연구 지원 기관 설립이 좌절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당시 소수 인원과 작은 조직이었지만,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이러한 일들을 해냄으로써 추후 연구회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고 생각합니다. Q근무하시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초대 김영진 이사장님은 행정의 달인이셨습니다. 소관 연구기관의 경영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원장의 자율적인 기관 경영을 적극 지원하셨습니다. 원장의 임기를 마치지 않은 기관 원장의 임기를 보장해주었고, 연구에 방해가 된다고 초도순시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영협의회를 각 기관에서 순회 개최하면서 자연스럽게 기관을 방문하신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침마다 간부들과 회의를 하시며 긴 시간 동안 경연(의 역사 및 교훈)을 베푸셨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김인수 이사장님은 직원들과 독서발표회를 갖고 에 대해 각자 발표하고 토론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간부들과 회의를 하시면서 를 영문으로 읽으면서 연찬하시던 것도 생각납니다. 김인수 이사장님은 겨울 주일 아침에 교회 마당에서 빙판에 실족해 뇌진탕으로 세상을 떠나시며 장기를 기증하셨는데, 성인의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Q앞으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의 발전을 위한 조언이나 제안을 해주신다면? A인문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기관을 설립해 인문학 진흥을 위한 정책연구 기반이 구축되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뷰> 이석희초대 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
연속기획 Ⅱ
과학기술계 연구회의 출범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공공기술연구회 정부가 1999년 부처별로 나뉜 연구기관들을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이관함에 따라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공공기술연구회 3개의 연구회가 탄생했다. 이들 연구회는 공통적으로 ‘연구 및 발전 방향 기획’, ‘기능 조정’, ‘기관 평가’, ‘협동연구 지원’이라는 4대 사업을 추진하고, 소관 기관 지원·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해나가기 시작했다.1999년 3월 열린 제1차 정기이사회 연구회별 중장기 계획 수립 연구회 제도의 출범은 출연(연)에 대한 정부부처의 경영 간섭을 줄여 연구와 경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실질적인 독립성을 어느 정도 부여하겠다는 정책의 실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목표와 달리 각 출연(연)은 연구회 체제 출범 이후에도 ‘PBS(Project Based System, 연구과제 중심 운영제도)’ 등으로 실질적 자율성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연구회 제도가 진일보한 운영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예산권과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3개 연구회는 2002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각 연구회별로 중장기 계획 수립과 경영 목표를 정립하고, 연구회의 주요 사업 목표인 ① 정책·기획 기능의 강화를 통한 소관 연구기관의 특성화 유도 ② 탁월한 연구 업적 창출을 위한 기관 경영 지원과 성과 보상 ③ 연구원의 사기 진작을 위한 정책대안의 발굴·시행 등 목표 달성을 위한 현안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기초기술연구회의 경우 2002년까지 소관 연구기관을 ‘세계적 원천기술 연구기관으로 육성한다’는 기본 목표를 설정하고 산학연전문가로 구성된 ‘미래기술포럼’을 운영하여 소관 연구기관별 특성에 맞는 기능 정립 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을 경주했다. 산업기술연구회는 설립 직후인 1999년 8월에 ‘Vision 2000 및 경영 목표’를 설정하여 ‘지식산업 R&D 기반 구축을 위한 산업기술 비전 2000’ 을 수립하고 산학연 간의 협동연구 비율을 확대시켜나갔다. 또한 공공기술연구회는 설립 해인 1999년과 2000년도에 연구회 기능 중 하나인 연구기관 간 기능 조정 및 해산을 추진하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슈퍼컴퓨팅 기능을 연구개발정보센터로, 한국기계연구원의 해양선박공학시스템 기능을 한국해양연구원으로 이관하는 등 출연(연)의 전문화를 추진했다. 연구회는 또한 출연(연)의 연구자율성 및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연구기관장에게 조직·인사·급여·예산집행권 등 자율권을 대폭 이양하고, 연구 실적과 경영 성과의 평가를 통한 목표관리 체제를 도입했다. 협동연구는 초기에는 기관별 지분 구조를 갖춘 정책연구 사업 형태로 시작되었으나 점점 실질적인 협동연구 사업으로 발전했다. 국무총리실에서 과학기술부로 이관 이후 참여정부가 2004년 ‘과학기술 중심 사회 구축’과 국가혁신체계 재정비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과학기술행정체제를 개편하며, 3개 과학기술계 연구회와 소관 19개 출연(연)은 국무총리실에서 과학기술부로 이관되었다. 이러한 구조변화는 출연(연)의 역할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인풋 중심의 R&D 정책에서 아웃풋 중심의 R&D 정책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이후 3개 연구회를 중심으로 핵심 연구 분야를 발굴·기획하여 연구 역량을 결집할 수 있도록 Top Brand Project를 발굴·추진하고, 성과 중심의 연구 관리 체제로의 변화, 그 외에도 연구회별 임무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에 따른 차별적 육성·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다.연구회 체제가 시작되고 이후 10년 동안 출연(연)의 정규직 인력은 평균 1.3배, 연구 예산은 2.6배, 논문 수는 1.5배 이상 성장하고, 국가 과학기술 역량도 선진국을 따라가던 추격형 수준을 넘어 창의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공공기술연구회
# 정책지식 생태계 & 리포트 대한민국의 연구 트렌드를 한눈에
리더를 위한 제언
신냉전 (new cold war) vs 지구행성(planetary) 리버럴의 고뇌
"오늘날 미국은 누가 집권하든 간에 이 신냉전과 지구행성의 차원이 혼란스럽게 교차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지금 미국(과 세계의)행위자들은 과거 근대로부터물려받은 근대성과 지본주의의중첩된 모순의 후계자이며, 새롭게 구축될 체제가 무엇일지혼란스러운 상태로 좌충우돌하는,흔들리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말해서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공통의 유대는 우리 모두가 이 조그마한 지구행성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삽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소중히 여깁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존 F. 케네디, 1963년 아메리칸대학교 연설 중에서 2022년 바이든의 미국은 깨어나지 않는 악몽과도 같은 팬데믹 뉴노멀과 인플레, 암운의 중간선거, 우크라이나, 대만, 이란(혹은 북한?) 등에서의 불확실한 상황 등 ‘불가능한 대통령직’(impossible presidency)의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사건의 진리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우리의 예측은 반드시 틀릴 운명이다. 오히려 이러한 시기에는 보다 신중하게 과거의 교훈을 떠올리며 부단히 질문을 던지면서 우리 인식과 현실의 간극을 메워나가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신냉전 리버럴의 재탄생 2022년을 맞이한 나의 가장 큰 관심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바이든은 1960년, 1962년, 1963년 중 어떤 시기 케네디의 부활인가? 이 질문은 미국과 세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1960년대 상원의원 시절 한때 케네디는 낭만적 ‘관여(engagement)’에 대한 환상을 가진 바 있다. 그는 피델 카스트로의 방어적 민족주의 성향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냉전 도구로서의 태도와 지정학적 위치를 과소평가했다. 1990년대 상원의원 시절 바이든도 낭만적 관여주의자였다. 그는 중국 자본주의 질서 편입의 의미를 과장하고, 비자유주의 체제 속성을 과소평가했다. 1962년 케네디는 냉전 리버럴이었다. 그는 이제 소비에트와 쿠바의 전체주의 속성을 냉정하게 이해했지만, 때로는 트라우마와 과잉 공포 속에서 오인을 거듭했다. 오늘날 바이든은 신냉전 리버럴의 일부 속성을 가진다. 그는 소비에트와 비교할 수도 없는 강력한 비자유주의 전위이자 미래 패권 모델로서 중국의 위험성을 감지하지만, 때로는 방어와 공세가 혼재된 중국의 위치에 대해 과장된 위협감을 가진다. 1963년 케네디는 비록 소비에트의 권위주의 속성에 대한 낭만적 기대를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같은 지구행성 거주자로서 공존의 운명을 위한 고투를 이해한 지구행성주의자였다. 과연 향후 바이든은(그리고 시진핑은) 1963년 케네디(및 흐루쇼프)의 부활일 수 있을까? 어떤 큰 사건이 그들을 1962년에서 1963년 케네디로 이동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는 오늘날 지구행성을 살아가는 모든 거주자가 직면하는 질문이다.핵전쟁의 위험과 함께 기후 파국이라는 실존적 위험이 나중이 아니라 동시에 중첩된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의 상승을 저지하면서도 도모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이 직면한 모순 상황 오늘날 바이든 등 미국 리버럴들의 문제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에피소드를 통한 질문이 도움이 된다. 데이비드 브룩스 칼럼니스트는 바이든 정부 선임 자문관인 어니타 던(Anita Dunn)에게 다음 같은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그는 코로나19 구제책, 인프라 및 곧 제기될 미국 가족계획이라는 세 가지 대담한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공통 지반은 무엇인가를 물었는데, 이에 대한 던의 대답은 바로 ‘중국’이었다. 바로 이 점이 미국 리버럴들의 새로운 문제의식의 핵심이다. 사실 이미 출범 직후부터 바이든 행정부는 잠정 국가안보 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패권 도전자로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안보에 함의를 줄 수 있는 반도체, 배터리, 5G 등 전략적 기술영역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s) 재조정을 공격적으로 시도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 진영 대립과 새로운 경제공동체 구축 영역으로 전선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또 하나의 질문은 2020년 대선 캠페인 과정 중 타운홀 미팅에서 제기되었다. 한 평범한 유권자는 대선 후보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만약 기후 위기가 악화되어 다국적 보험회사들이 파산하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당신의 대책은 무엇입니까?” 한국의 대선 캠페인 상황에서나 지식인에게는 다소 생경한 이 질문은 미국 내 만연한 기후 위기에 대한 위기감의 폭과 강도를 짐작하게 한다. 이 지구행성 정치학(planetary politics)이란 측면에서만 보면바이든은 1962년의 케네디보다 더 불운하다. 그 당시 케네디는 아슬아슬하게 핵전쟁의 위험성을 피하고 나서야 인류가 결국 공통 호흡 운명체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오늘날 바이든에게는 핵전쟁의 위험과 함께 기후 파국이라는 실존적 위험이 나중이 아니라 동시에 중첩되어 있다. 이미 포츠담연구소 등 세계 유수의 기관들은 기후 위기를 안정적 국면으로 도저히 되돌릴 수 없는 소위 ‘티핑 포인트’까지 몇 년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지금 현실은 마치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고 경고한 드라마 과도 같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처럼 세계는 지금 다가오는 겨울 앞에서도 국가 간, 체제 간 갈등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바이든은 이 중첩된 겨울 앞에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비자유주의 체제인 중국의 상승을 저지하면서도 동시에 기후 레짐(climate regime)으로서 중국의 상승을 도모해야 하는 모순적이고 힘든 곡예를 해야 하는 상황 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은 누가 집권하든 간에 이 신냉전과 지구행성(혹은 나아가 제 2의 트럼프가 배합할 신고립주의)의 차원이 혼란스럽게 교차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지금 미국(과 세계의) 행위자들은 과거 근대로부터 물려받은 근대성과 지본주의의 중첩된 모순의 후계자이며, 새롭게 구축될 체제가 무엇일지 혼란스러운 상태로 좌충우돌하는, 흔들리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이행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그 출발은 신냉전과 지구행성주의가 혼재하고 갈등하는 복잡계의 세상을 이해하며, 그 균열과 모순의 틈새에서 미래로의 출구를 부단히 만들어가는 일이다. 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걸어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다. 이 길을 함께할 등대의 빛은 다음 문구로 집약될 수 있다. ‘겸손하게, 그리고 다원적으로(Be modest and pluralistic)’.
안병진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미래 Zoom In
디지털세 합의안의 내용과 시사점
2021년 10월 말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세계의 정상들은 OECD와 G20가 주도하는 ‘포괄적 체계(Inclusive Framework)’ 로부터 도출한 ‘디지털세 합의안’을 이행하는 데에 공식적으로 동의했다. 포괄적 체계에 참여하는 141개국 중 137개국이 동의한 디지털세 합의안은 ‘경제의 디지털화로부터 발생하는 조세 문제를 다루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일컫는데, 다국적기업의 소득에 대한 기존 과세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어 현행 국제 조세 체계에 대한 개혁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경제의 디지털화로부터 발생하는 조세 문제란 무엇이며, 디지털세 합의안이 제시하는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자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글로벌 대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2021년 10월 9일 발표했다. 마티아스 코먼 OECD 사무총장(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0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각료이사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의 과세권 배분 현재 다국적기업의 소득에 대한 과세는 다국적기업의 외국 법인이 소득의 원천지 국가에 있는 고정사업장에서 발생시킨 소득에 대해 해당 국가의 조세 당국이 과세권을 갖는다는 원칙 아래 이루어진다. 여기서 고정사업장이란 본질적인 사업 활동을 영위하는 건물이나 시설, 장치 등의 고정된 장소로 이해할 수 있다. 가령, A국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기업이 B국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B국 내에 공장을 운영하는 법인을 세워 상품을 생산하고 이를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자. 다국적기업의 해외 법인은 B국 내 고정사업장을 통해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므로, B국에 세금을 납부할 의무를 갖게 된다. 그런데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경우, 한 국가의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그 나라에 고정사업장을 설립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는 A국 기업이 있다고 할 때, 이 기업은 B국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도 다른 국가에 설립한 서버(고정사업장)를 통해 B국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때 만약 A국 기업이 B국 근처에 있는 저세율국인 C국에 서버를 두고 B국의 고객에게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B국이 아닌 C국이 C국 내 서버로부터 발생한 소득에 대한 과세권을 갖게 되는데, 그 결과 다국적기업은 B국과 C국의 법인세액의 차이만큼 조세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기업이 늘어나면서 이처럼 시장이 소재한 국가에 고정사업장을 설립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세원을 이동시켜 조세를 회피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되었다. 이에 대응해 등장한 디지털세 합의안의 첫 번째 방안인 필라 1은 고정사업장이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윤에 대해 시장이 소재한 국가가 일정량의 과세권을 갖는 새로운 시스템을 제시한다. 필라 1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이익 중 매출액의 10%를 초과하는 부분을 초과이익으로 정의한 뒤, 초과이익의 4분의 1을 배분량 A(Amount A)라 명명된 과세대상소득으로 구분하고, 이렇게 구분된 소득에 대한 과세권을 적절한 요건을 만족하는 국가들에 일정 공식에 따라 나누어준다는 것이다. 이때 과세권을 배분받는 국가는 적용 대상 다국적기업(연간 매출액이 200억 유로 이상이면서 이익률이 10%를 초과하는 기업)이 100만 유로 이상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국가여야 하며(저소득국가의 경우 25만 유로), 배분받는 과세대상소득의 크기를 정하는 공식은 해당 국가의 매출 크기에 비례하도록 정해지게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과세권을 배분하는 경우 고정사업장이 없는국가에서도 자국 시장에서 발생한 다국적기업의 매출을 근거로 기업의 소득 일부에 대한 과세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로 인한 세원 잠식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공급망의 효율성과 무관하게 조세회피 목적으로 저세율국으로 이전된 투자가 글로벌 단위에서 재배분되면서 효율적인 생산 자원의 분배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경제의 발전과 함께 다국적기업의생산에서 국가 간 이동이 쉬운 무형자산을 통한 가치 창출의 비중이 높아지고, 시장에서 적정한 거래가격을 산출하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다국적기업의국제거래를 통한 조세회피 문제는 과거보다 더욱 심화되었다. 국제거래와 글로벌 최저한세 고정사업장과 관련된 문제 이외에 경제의 디지털화로부터 발생하는 조세문제는 다국적기업의 국제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조세회피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저세율국인 C국과 고세율국인 D국에 각각 해외 법인을 둔 다국적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D국에서 발생시킨 소득에 대한 법인세 부담을줄이기 위해 D국의 법인은 C국 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인위적으로 비용을 부풀려 과세대상 소득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00만 유로의 이익을 발생시킨 D국의 법인이 생산 과정에서 C국의 법인이 갖고 있는 특허를 사용하고 로열티를 지불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만약 D국의 법인이 C국 법인 특허의 실제 가치에 해당하는 가격인 50만 유로가 아닌 과도하게 책정된 가격인 90만 유로를 비용으로 지불한다면, D국 법인의 과세대상소득은 50만 유로가 아닌 10만 유로로 축소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래 가격 조작을 통해 해당 다국적기업은 40만 유로의 이익에 D국과 C국간 법인세율 차이를 곱한 만큼의 세액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의 거래가 조세회피 도구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C국 법인과 D국 법인이 거래할 때 거래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정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OECD는 국제거래에서 사용되는 가격이 시장에서 제3자와 거래할 때 가격과 같은 수준이어야 한다는 취지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의 발전과 함께 다국적기업의 생산에서 국가간 이동이 쉬운 무형자산을 통한 가치 창출의 비중이 높아지고, 시장에서 적정한 거래 가격을 산출하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다국적기업의 국제거래를 통한 조세회피 문제는 과거보다 더욱 심화되었다.게다가 각국이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세원 잠식으로 인한 세수 축소는 국제사회에서 점차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었다. 국제거래에서 나타나는 조세회피 문제와 과도한 법인세 인하 경쟁의 폐해를 막기 위해, 디지털세 합의안의 두 번째 방안인 필라 2는 글로벌 최저한세율이라는 강력한 시스템을 해결책으로서 제시한다. 글로벌 최저한세율은 다국적기업 내 모든 법인이 조세 관할에서 부담하는 실효법인세율을 적어도 15% 이상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으로, 조세회피 행위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국가 간 법인세율 차이를 실질적으로 축소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구체적으로, 필라 2의 골자라 할 수 있는 GloBE 규칙은, 저세율국 내 법인 소득에 실효세율 15% 미만의 법인세가 부과되는 경우, 15%와 실효세율의 차이만큼 걷지 못한 세금을 해당 법인을 소유한 다국적기업의 본사(또는 상위 모기업)가 부담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필라 2는 연간 매출액이 7억 5,000만 유로를 넘는 다국적기업에 적용되므로 필라 1보다 더욱 많은 수의 기업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필라 2의 성격을 고려할 때, 필라 2 도입 이후 다국적기업의 조세부담이 현재보다 늘어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필라 2는 국가 간 과세권을 재분배하는 필라 1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의 조세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경우, 다국적기업의 신규 투자 및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여력이 감소하여 글로벌 투자가 둔화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거대한 재정을 투입한 여러 국가에서 세수 확보의 필요가 더욱 커지면서, 필라 2 도입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는 우려보다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디지털세 합의안 이행과 미래를 위한 준비 포괄적 체계에서 합의된 대로 2023년부터 디지털세 합의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세 합의안의 세부 사항이 결정되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각국의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별히 그 과정 가운데 우리나라는 조세 확실성을 제고하기 위한 명확한 지침 마련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 한편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은 디지털세 합의안이 실현된 이후의 세계이다. 새로운 국제 조세 체계하에서 다국적기업의 투자와 공급망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그리고 각국의 법인세율과 투자 인센티브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그 영향을 미리 가늠하고 대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예상준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디지털 공공소통
고객 여정을 고려한 소통의 중요성
디지털 공공소통을 주제로 3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사실 필자는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소통 방식의 변화와 그에 따른 디지털 공공소통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지난 연재를 통해 ‘기관 고유의 디지털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하고 ‘기관 보유 매체의 디지털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노력’에 대해 소개했다. 이번 기고에서는 고객 여정을 고려한 소통, 검색 최적화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정보 접근 과정에서 수준 높은 디지털 경험을 제공해야 디지털 공공소통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의 디지털 소통 활동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디지털 플랫폼인 SNS에 발행, 그리고 SNS 채널 운영’의 한정된 범위로 인식되는 경향에 아쉬움을 느낀다. 이는 전통 미디어에서 디지털 미디어로의 미디어 영향력의 변화만으로 디지털 소통을 바라보는 단편적인 시각이며,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본질적 특징에서 비롯된 소통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소비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 소비자의 디지털 활동, 즉 제품 정보 수집부터 구매에 이르는 결정적 의사결정 시점의 모든 과정을 데이터로 축적·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본질적 변화이다. 따라서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각각의 과정을 이해하고 분석해 각 과정에 필요한 소통의 결핍 요소를 찾고 이를 해소해나가는 활동을 디지털 소통에서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고객 경험을 높이는 디지털 공공소통코로나19 확산으로 특정 지역의 선별검사소에 수요가 몰려 대기가 길어진 상황에서 시민들이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검사 장소 정보를 제공한 ‘스마트서울맵’. 디지털 고객 경험을 위한 디지털 공공소통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첫째, 목표 청중의 인식해 식별하고, 둘째, 고객의 여정을 이해하고 분석해 매핑을 구현, 각 과정에 소통 전략을 접목하는 것이다. 디지털 소통 전략 중 소통 목표가 정해지면 (혹은 사후에 정해지더라도) 목표 청중을 정의해야 한다. 목표 청중을 정의하고 분석하는 것은 디지털 소통의 출발점임에도 소통 계획 수립 시 형식적으로 검토되거나 아예 누락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목표 청중을 정의하는 일반적인 변수는 나이, 성별, 문화적 배경, 학력 등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성격, 가치, 의견, 태도, 관심 및 라이프스타일 같은 심리학적 요인을 활용한다. 목표 청중에 대한 풍부한 그림을 작성하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세그먼트에 대한 거시적 수준의 분석이 필요하고 더 넓은 그룹 내 대표 개인의 특성, 행동, 요구 및 신념에 대한 미시적 수준의 분석도 동시에 필요하다. 목표 청중에 대한 분석해 과정에 포함해야 하는 것이 고객 여정이며, 고객 여정은 소통 전략에 접목해야 한다. 디지털 소통에서 고객이 브랜드와 상호작용하게 되는 과정을 접점(touchpoint), 고객이 브랜드와 상호작용하며 겪는 경험의 총합을 고객 여정(journey)이라고 정의한다.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는 고객 여정을 시각화한 것이다. 아쉽게도 특정 정책에 대해 목표 청중인 국민의 고객 의사결정 여정을 매핑하는 디지털 소통 전략의 완벽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 디지털 고객 여정에서 나타난 문제점(painpoints)을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디지털 고객 경험을 개선한, 디지털 소통을 이해할 수 있는 국내 사례 중 하나로 ‘스마트서울맵을 활용한 선별검사소 혼잡도 사전 확인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지역의 선별검사소는 인근의 수요까지 몰리며 하루 1,000명 가까이 검사를 진행하며 대기가 길어져 진료소 종사 의료인의 피로가 가중되었다. 진료소별 대기 시간이 상이해 신속하고 안정적 검사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에 주소를 입력하면 선별진료소의 위치에 ▲혼잡 ▲붐빔 ▲보통의 등급으로 혼잡도 현황이 표시되고, 주소, 운영시간 등을 상세히 안내함으로써 시민들이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검사 장소가 확인되어, 검사 수요가 분산되고 대기 시간도 줄어드는 효과와 함께 현장 인력의 전화 응대 시간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의 노출을 높이는 검색엔진 최적화 검색 최적화는 네이버, 카카오, 구글 및 기타 검색엔진에서 기관과 관련된 정책, 정보, 서비스를 검색할 때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사이트를 개선하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이미 민간기업의 마케팅 활동에는 필수적인 활동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검색엔진은 무수히 많은 인터넷 페이지의 가치를 저울질해 이용자의 검색 결과로 페이지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각 검색엔진이 이런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은 각각의 공식, 즉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검색을 최적화해야 하는 이유는 이용자가 대다수 검색에서 가장 높은 순위의 일부 페이지에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검색엔진은 신뢰할 수 있는 사이트를 높게 평가하고 대부분의 정부 사이트를 신뢰할 수 있고 중요한 정보원으로 인식하는 편이다. 하지만 콘텐츠의 가치가 콘텐츠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쉽게 노출되어 소비될 때에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과 예산, 노력만큼 검색을 통한 콘텐츠 노출의 품질을 올리는 검색 최적화에도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검색 최적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검색 최적화에서 우수한 콘텐츠란 사용자가 검색해 찾고자 하는 콘텐츠로 인정하는 것으로, 정보의 품질이 높고, 권위 있는 콘텐츠로서 활용성이 커야 한다. 검색 시 사용하는 키워드와 같은 속성의 키워드가 콘텐츠에 다수 포함되어야 한다. 검색 결과에 노출된 콘텐츠에 접속한 후 얼마나 오랫동안 페이지를 보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체류시간도 콘텐츠 우수성 평가에 반영된다.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콘텐츠는 사이트의 관련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간주되므로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정부의 서비스는 범위가 방대하고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잘 알리면 국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고,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소통 활동이 대변인실 내 일부 홍보 인력에 집중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담당하는 각 부서에서 직접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디지털 공공소통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공공소통은 국민의 참여와 공감을 유도하여 정책 홍보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임이 분명하기에 정확한 인식과 실천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김정렴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디지털소통기획과장
# 연구인 국가정책 연구자의 연구 철학
硏究 IN
2021년도 주요 포상 국민을 위한 헌신과 공헌
정책연구는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책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데 의의가 있다. 국책연구자와 국책연구기관의 존 재 이유도 결국 국민을 위함이다.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를 통해 국가 발전과 국민 편익에 기여한 연구자, 오랜 기 간 성실한 연구를 통해 국가정책과 연구기관 발전에,기여한 정년퇴직자, 연구기관의 연구 지원 과제를 우수하게 수행한 국책연구기관 직원, 이들의 헌신과 공헌을 조명한다. 국무조정실 2021년도 정부출연연구기관유공 포상2021년 12월 28일(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포상식 모습 국무조정실이 실시한 2021년도 ‘정부출연연구기관 유공 포상’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정영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을 비롯한 18명의 연구원 및 행정원과 1개 기관(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유공 포상’은 우수한 연구 성과, 적극적 연구 지원 등으로 원활한 국가정책 및 연구 수행에 기여한 국무총리 산하정부출연연구기관 및 소속 직원을 발굴·포상해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고 공적을 치하하기 위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매년 시행하고 있다. 포상 대상은 국가정책 발전에 공헌하고 우수한 연구 성과를 달성해 국가에 크게 기여한 연구원과 기관 내에서 관행 개선, 효율적 행정 지원 등을 통해 촉진적 연구 환경을 조성해 우수한 연구가 이뤄지도록 기여한 행정원, 연구와 경영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 연구기관이다. 2021년 12월 28일(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포상식에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해 시상했으며, 수상자들의 공적을 치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국민훈장 목련장 정영철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30여 년간 보건복지 정보와 데이터에 관련된 연구를 해왔습니다. 2020년에는 ‘전사적 연구 데이터 관리 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를 통해 사회정책연의 근간이 되는 조사 데이터를 전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근거 기반 데이터의 개방·유통·활용 촉진에 기여했고 ‘지자체 사회보장사업 실태조사 및 협의 지원 시스템 개선안 연구’를 통해 일반 국민에게 지방자치단체 사업보장사업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데 기여한 바 있습니다. 2019년 수행한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 구축 전략 및 기반 정책 연구’는 개인 맞춤형 사회정책을 펼치기 위한 차세대 사회보장 시스템 구축과 개통에 밑거름으로 작용했습니다. 앞으로도 기술과 제도가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한 정책연구를 통해 보건복지 부문의 실효성을 높이는 정책에 기여하겠습니다. 국민포장 박준기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농업직불제, 농작물재해보험, 농업 인력 등 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특히 ‘2019년 직불제 개편 지원사업 연구’를 통해 기존 농업직불제의 쌀농사 위주 지원을 해소하고, 농업의 공익적 역할 제고를 위해 공익직불제 도입 방안을 연구해 농가 소득 안전망 확충과 농업·농촌의 공익적 역할 제고에 기여했습니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의 안정적 고용과 활용도 제고를 위한 정책 마련에 기여했습니다. 앞으로도 농가소득을 향상시키고, 살맛 나는 농촌을 만들 수 있도록 농업·농촌정책 연구에 힘쓰겠습니다. 대통령 표창 김은설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저는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영유아를 위한 보육과 유아교육 정책 관련 연구를 해왔습니다. ‘유아교육 교육력 제도 개선 정책 연구’를 진행해 교육부의 입학 관리 시스템 개선, 유치원 통학버스 매뉴얼 개발, 유치원 설립·폐쇄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해 실제 정책에 반영되도록 했습니다. 또한 보육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어린이집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2019년부터 연속 2년간 수행해 보건복지부가 정책사업 평가지표로 활용하도록 지원했습니다. 영유아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는 데 정책연구자로서 기여해나가겠습니다. 국무총리 표창 정권KDI국제정책대학원 전임교원 저는 KDI국제정책대학원의 교육과정의 개발, 발전 및 성공적인 운영에 기여했습니다. 특히, 교학처장직을 수행하면서 KDI국제정책대학원의 세종시 이전과 이전 후 신규 학위과정 신설을 통해 행정수도의 교육 기능 확충에 공헌했고, 공공부문에 대한 정책교육, 그리고 한국의 개발 경험 교육을 통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한 선도적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교육혁신을 통해 대학교육의 선도적 혁신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앞으로도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생각입니다. 2021년도 정부출연연구기관 유공 포상자 명단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021년도 하반기 연구공로장 포상 및 출연연구기관 우수직원 포상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2021년도 하반기 ‘연구공로장 포상’과 2021년도 ‘출연연구기관 우수직원 포상’을 실시했다. ‘연구공로장 포상’ 대상은 국가정책과 연구기관 발전에 기여한 정년퇴직자이며, ‘출연연구기관 우수직원 포상’ 대상은 업무 실적이 우수한 연구기관의 연구 지원 인력이다. 이번 ‘연구공로장 포상’에서는 연구직 및 행정직 정년퇴직자 43명이 재직 기간에 따라 금장·은장·동장을 수상했으며 ‘출연연구기관 우수직원 포상’에서는 45명이 수상했다. 포상식은 2021년 12월 14일(화) 세종국책연구단지 대강당에서 열렸다. 주요 수상자의 수상 소감을 전한다.2021년 12월 28일(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포상식 모습 연구공로장 서중해KDI 선임연구위원 저는 1993년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0년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를 해왔습니다. 혁신정책과 산업정책을 주로 연구했는데, 산업구조 고도화, 중소기업 역량 강화 등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경제정책의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한 데 보람을 느낍니다. 국책연구자는 항상 변화의 물결에 민감하게 촉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시대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꾸준히 축적해야 합니다. 제 KDI 후배들이 앞으로도 수준 높은 연구를 통해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길 바랍니다. 연구공로장 김선태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는 충남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87년 한국교육개발원을 시작으로 1997년부터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연구를 해왔습니다. 2012년부터 직업계고 대국민 인식 개선 프로그램 제작 지원사업 책임자로 업무를 수행했는데, 방송과 유튜브, 박람회 등 온·오프라인 홍보를 통해 직업계고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 사업 결과가 일자리정책 추진의 성과 자료로 활용되어 직업계고 졸업생의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데 밑거름이 된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출연연구기관 우수직원 남형우통일연구원 선임전문원 저는 2003년부터 통일연구원에서 재직하면서 예산·회계·연구 관리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한 제 개발 경험과 인사·총무·회계·자료·정보화 부문의 업무 경험을 토대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 정보 시스템을 도입하고 개선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노고를 인정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연구원과 연구회가 추진하는 각 분야의 업무 효율성 향상에 작은 보탬이 되겠습니다. 출연연구기관 우수직원 박기석건축공간연구원 책임행정원 저는 2007년 설립 당시부터 건축공간연구원과 함께해오고 있으며 현재 제반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21년도 국책연구기관 교육기획·운영위원회 위원으로서 국책연구기관의 체계적이고 실효성 높은 교육과정 수립에 일조했으며, 연구회가 구성·운영한 다수의 연구기관 발전방향 및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팀에 참여해 연구기관의 운영 효율성 제고에 기여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연구회와 연구기관의 협업을 통해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고 상호 발전에 힘써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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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책연구자는 정책을 설계하는정책 엔지니어
국책연구자는 무엇을 연구하는 사람일까. 어떤 자질과 덕목을 필요로 할까. 국책연구자의 역할과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으려는 이들이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인력정책 연구에 매진해 온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관련한 질적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박나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을 만나 고민의 흔적을 따라가봤다.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이하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과학기술인재정책센터 소속으로 2000년에 입사했습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사연) 출범 이후 저희 연구원에 입사한 첫 박사입니다. 저는 공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경제학으로 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생각이 많아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는 편입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경사연에 몸담은 연구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고 저만의 답을 찾는 중입니다. 박나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이하 박나실) 저는 2020년 3월 16일에 입사해 올해 2년 차를 맞은 막내 박사입니다. 국책연구기관 중에는 교육학을 메인으로 하는 연구원이 몇 곳 있는데 다른 곳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하 직능연)을 택한 이유는 이곳에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박사님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교육학자만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 노동경제학, 일반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한데 모여 있어 좀 더 융합적인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하고 지원했습니다. 엄미정 박 박사님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데 정책연구기관을 선택하셨군요. 저는 많이 달랐습니다. 입사한 지 벌써 20년이 되었는데 당시 정책연구 환경은 지금과 무척 달랐고, 선택지가 많지 않았어요. 특히 제가 전공한 기술경제와 같은 융복합 영역은 학과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졸업하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나마 가능한 여러 직장 중 저희 연구원은 가장 훌륭한 직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정책을 연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들 들어오고 싶어 하는 곳이었는데, 저는 공학도 시절부터 기술정책에 관심이 많아 지원하게 된 거죠. 그럼 자기소개가 끝났으니 기관이 다른 우리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얘기해볼까요? 저희는 세종국책연구단지 구내식당에서 우연히 아는 박사님 옆에 앉았다가 만났습니다. 정책연구자로서 고민을 서로 나누며 친해졌습니다. 박나실 교육학을 연구하다 보면 거시적인 측면에서 교육학만으로 다룰 수 없는 영역이 많다고 느껴요. 정책적인 부분, 특히 미래지향적 기술을 다룰 때 교육학의 내용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직능연 안에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많아서 관점을 넓힐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다른 연구자와 적극적으로 교류할 기회가 많이 않아서 아쉽습니다. 그래서 엄 박사님을 만나게 된 것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습니다.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서울대학교에서 기술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과학기술 분야 인력정책 전반을 담당하고, 이공계 인력 진로·경력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의 엔지니어 직무와 경력에 대해 연구 중이다. 정책 엔지니어링을 수행하는 연구자 엄미정 저희 기관에 입사한 이후 한동안은 정책연구자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다양한 활동을 해야 했고, 그래서 연구원에 들어와서는 정책연구자라는 직업이 별도의 전문성을 지닌 직업군이란 사실을 우리 집단 밖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공언하고 다녔죠. 정책연구가 대학에서 하는 연구와 비슷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박나실 몇 달 전 엄 박사님과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됐는데 그 시점에 저도 그런 고민을 한창 하고 있었어요. 국책연구단지의 많은 정책연구자들이 오랜 기간 대학에서 학문 중심의 교육과정과 석·박사 과정을 밟고 오는데요. 그러다 보니 연구자라고 하면 지도교수님과 학계 학자들의 모습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고, 정책연구자를 만날 기회도 거의 없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에 오게 되었을 땐 학계와 뭔가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이토록 차이가 클 줄 몰랐고, 요구되는 능력도 너무 달라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저는 학계에서 시작한 사람인데 학계 연구자와는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하니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시켜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죠. 그 와중에 엄 박사님을 만났는데, 저의 고민과 갈등을 바로 알아채시더라고요. 엄미정 제 생각에 대학은 기본적으로 경제사회의 여러 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학제의 틀 내에서 해결하고자 합니다. 반면 정책연구자는 경제사회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학문적 지식을 동원해 해결책을 찾을 뿐 아니라, 공무원이나 관련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해 그것이 실행되도록 하기까지 전 과정에서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학술적 부분과 행정적 부분을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하더라고요. 최근 제가 저희가 하는 일을 정의한 바는 ‘정책 엔지니어’입니다. 각자가 담당하는 국가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나가야 할지 설계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설계하는 전문가라는 의미입니다. 이 용어도 우리가 하는 많은 일을 모두 설명한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 많은 사람과 이 집단 전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것을 저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 계속 같이 해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박나실 박사님과의 대화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그런 얘기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거든요. "정책연구자는 사회현상의 실질적인 문제를 찾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을 뿐 아니라 공무원을 설득해 그것이 실행되도록 하기까지 전 과정에서 역할이 요구됩니다. 학술적 부분과 행정적 부분을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한겁니다."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좋은 연구자가 갖춰야 할 안목과 역량 박나실 국책연구단지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공이 교육학이다 보니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부 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날 일도 많고요. 이 안에서 내가 어떻게 역량을 펼쳐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엄 박사님이 우리 국책연구단지의 장점으로 인력, 재정, 네트워크 세 가지를 꼽아주셔서 확 와닿는 지점이 있었어요. 그러한 자산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에게 미래 설계를 위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대안을 제시할 땐 컨설턴트의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는 점을 말씀해주셨는데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엄미정 국책연구기관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이 많은데, 그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알고 잘 활용하면, 국책연구기관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좋은 정책연구를 수행할 수 있고, 전문가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10년 이상 한 영역에서 연구에 매진해온 전문가들을 찾고 모은다는 건 어떤 영역이든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저희 연구원만 보더라도 한국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정책을 연구하는 분들이 100명 가까이 계시는데, 이곳에서 이러한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논의하고 상호 학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에 대한 충분한 재정적 지원, 선배들이 쌓아놓은 네트워크도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주요한 자산입니다. 신입 정책연구자들이 이러한 자산에 대해 알고 잘 이용하고자 한다면 훨씬 다양하고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나실 처음에는 그런 것들을 알기 어려운 것 같아요. 학계를 기반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하는 분들 입장에선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거든요. 저는 학계에서 특정 학문 분야로 출발한 사람이라 제 전공 분야 외에는 활용할 수 있는 인력도, 네트워크도 없어요. 연구에 투입되는 비용도 단위부터 다르고요. 직능연에 들어오기 전에는 정책연구자란 학자의 역할을 기본 바탕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정책적 함의를 국가기관에 제시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역할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책입안자와 현장 교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현실적인 정책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예산, 행정,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역할이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엄미정 사실 본인 스스로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많을 겁니다. 오랜 기간 일한 선배 연구자들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어요. 정책연구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등 굵직한 질문을 던졌죠. 답을 보면서 느낀 건 우리 집단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일해왔는가 하는 점이었어요. 최근에는 우리 집단과 비슷한 속성을 지닌 연구소가 많아졌습니다. 그런 곳들과 우리는 어떻게 다른지 자문해봐야 해요. 스스로 정체성에 대해 묻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왜 중요하냐면, 우리는 세금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에요. 그 일을 아주 잘해내려면 우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하는 거죠. 박나실 정책연구자는 평소 사회 현안과 미래 사회현상과 관련한 배경지식과 의제를 잘 쌓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입안자와 행정가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문의할 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사회·경제·문화·정치 등 다양한 영역을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안목을 키우려면 학문적인 지식은 물론 다방면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현장과 사회현상에 문제의식을 갖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엄미정 맞습니다. 현장에서는 개별적인 아이디어와 사례만 만들어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책연구자는 시스템 전반을 봐야 합니다. 사회구조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를 바꿀 경우 어떤 나비효과가 생겨날지 모릅니다. 이러한 변화와 영향까지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키우는 것이 정책연구자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책이란 건 궁극적으로 전체 시스템을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게 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중요한 문제인데요. 저는 공무원과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의 시간은 1년 단위로 돌아가고, 늘 현안을 중심으로 대안을 마련하느라 바쁘죠. "정책연구자는 평소 사회 현안과 미래 사회현상과 관련한 배경지식과 의제를 잘 쌓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입안자와 행정가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문의할 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박나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 부연구위원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에 몰두하는 즐거움 박나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교육과정 이론, 학교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학생 학습 경험, 진로 교육, 직업계고 교육과정 등이다. 박나실 현장의 복잡한 현실과 마주할 때 어려움이 참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의 진심을 알아봐주실 때 고마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올 초에 과제를 다소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을 만큼 애정을 갖고 과제를 수행했어요. 현장 선생님들이 이런 노력에 대해 고마워해주셔서 뿌듯하더라고요. 또 정책입안자와 행정가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스터디를 권한 적이 있는데, 여러 의견을 주시면서 적극 참여하는 모습에감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가 정책연구자로서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엄미정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고, 이를 실현해야 하는 사람들을 설득해가는 모든 과정이 정책연구자로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이공계 인력정책 분야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제가 갖고 있던 모토는 많은 사람이 가진 선입견을 깨고 새로운 정책적 틀과 의제를 제안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부지런히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고 분석하며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온 거지요. 박나실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질문을 던지고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이런 저의 성향과 잘 맞아서 연구자로서 일을 꾸준히 해온 것 같습니다. 좋은 연구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도 계속 던져보고 있어요. 현재로선 후속 연구가 촉발될 수 있는 연구가 좋은 연구라 생각합니다. 생명력을 지속할 수 있는 연구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나가고 싶습니다. 엄미정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정책연구자가 고유의 특성과 인재상을 지닌 존재라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우리가 스스로를 더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해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소신을 갖고 이 집단에 들어와 정책연구를 하는 후배들이 자긍심을 갖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뿐 아니라 관심 있는 많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 세미나 지상중계
이번호 소개
“워싱턴 싱크탱크,‘한국의 모든 것’에 관심”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 소장 대담
「미래정책 포커스」2021년 겨울호 발간
「미래정책 포커스」는 온·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다.
* 온라인 :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홈페이지(www.nrc.re.kr : 소식-미래정책 포커스)
* 오프라인 구독 문의 : focus@nrc.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