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만 자라는 소박한 꽃나무
히어리가 나뭇가지 가득 노란 꽃송이들을 조랑조랑 매어 달고 봄의 노래를 부릅니다. 너무도 그윽하고 부드러운 노란 빛깔의 작은 꽃들 이 하나의 송이를 만들어 봄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은 화사하지만 현란하지 않고, 소박하면서 현대적이기도 합니다. 이 아름다운 꽃나무 히어리는 지구상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기도 합니다. 이 땅에서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다행히 보전하고 확산하는 노력에 이 꽃나무의 관상적 가치가 보태어져 이곳저곳에 심은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여 다행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은 이 시대의 지성인 여러분이, 이 봄에, 이 꽃나무 하나만큼은 꼭 알고, 그 매력에 반하여 식물 사랑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꽃말도 ‘봄의 노래’이니 『미래정책 포커스』 계간지 창간 10주년을 축하하는 환하고 고운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히어리는 낙엽성 활엽수이며 작은 키 나무입니다. 학명은 코리롭시스 코레아나(Corylopsis coreana)로, 속명 코리롭시스는 개암나무 속을 닮았다는 뜻인데 잎의 모양이 정말 개암나무를 닮았지요. 영어 이름도 코리안 윈터 헤이즐(Korean Winter Hazel) 즉 한국의 겨울 개암이란 뜻이 됩니다. 히어리란 이름도 참 곱지요. 예전에는 조계산 송광사가 있는 곳에서 이 나무가 발견되고 꽃잎이 밀랍처럼 도톰하여 송광납판화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히어리의 매력은 많은데요. 작은 꽃잎들이 종지처럼 꽃을 만들고 귀엽고도 개성 있는 꽃들은 다시 꽃송이를 이루고, 다시 수백 수천의 꽃송이들이 나무 가득 달려 한 그루에 봄을 매답니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돋아나는 아이 손바닥만 한 잎은 잎맥이 아주 질서 있고 또 힘차게 나 있어서 보기 좋고 표면의 연한 초록색 질감이 싱그럽고 가을이 되어 물드는 황금색 단풍도 히어리를 꽃이 없어도 좋은 나무로 만들지요. 잎도 꽃도 모두 지고 나면 남는 흰 얼룩이 만드는 수피는 또 얼마나 운치 있는지.
국립세종수목원 정원엔 곳곳에 히어리가 있습니다. 가장 쉽게 찾고자 하시면 입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큰소나무길에 제대로 나무 모양을 잡은 히어리들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꼭 알아야 할 우리 꽃나무, 제대로 한번 사귀어 보지 않으실래요? 어쩌면 뉴턴의 사과나무처럼, 하이데거 산책길처럼 과학적·철학적 혹은 인문학적 발견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세월이 흘러 히어리에도 아름다운 미담이 얽힌 전설이 하나 생겨 있어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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