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신년 인사회에서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은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가 반드시 나아가야 하는 길이라고 밝히면서, 지속가능한 번영과 도약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집 <특별좌담>에서는 국책연, 언론, 정부의 입장에서 이제까지 왜 3대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앞으로 개혁이 이루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쟁점과 앞으로의 개혁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하는 지를 살펴보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가전략연구센터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의 정책적 뒷받침을 위해 3대 개혁 TF를 구성(2023.1.), 운영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대한민국 싱크탱크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들이 성공적인 3대 개혁 추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아본다.
2022년 겨울호(통권 제35호)에서는 <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를 통해 ‘싱크탱크와 국제협력’을 주제로 국제협력 분야의 정책지식 생태계의 현황과 실태,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 <연속기획>은 ‘싱크탱크와 지역 협업’을 주제로 지방시대를 맞아 국책연구기관과 싱크탱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4월 초,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세종시로 이전하며, 지방시대의 완성에 앞장섰다. 입법 발의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제정되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기존의 자치분권위원회와 통합해 ‘지방시대위원회’로 새롭게 시작할 계획이다.
지방시대를 맞아 국책연구기관은 지역과 어떻게 협업해야 하며, 지역을 주체로 하는 다양한 층위와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 국책연구기관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향한 혁신이 필요하다.
지역을 주체로 하는 각 분야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으로부터 얻은 정책 아이디어에 대한 활용 방안과 민간기업 및 지역 시민사회의 현장성, 정부의 정책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국책연구기관의 방향성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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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각자도생으로 지친 삶을 치유할 수 있는 힘‘공정’ 개념이 한국 사회의 담론장을 지배하게 된 이후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공정’을 향한 사회적 열망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23년에 들어서면서 공정 담론은 새로운 국면을 맞아 더욱 확대되고 있는 듯하다. 초기의 공정 담론은 한때 청년들이 외쳤던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라는 문구가 시사하듯, 입시 및 채용 과정에서의 불공정 문제를 해소해달라는 요구와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내가 시험을 보고 정규직이 되었으니 다른 이들도 (그의 경력과 무관하게) 무조건 시험을 보고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최근의 공정 담론은 특권층과 사회 지도층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분노와 엮여 더욱 강력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여러 사례 중 특히 ‘퇴직금 50억’ 사건과 학교폭력 사태는 불공정 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좌절과 박탈감을 급속도로 가중시켰고,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학내 대자보가 서울대학교에 여러 차례나 붙었다. 이른바 엘리트 계급이 법제도와 사회자본을 활용해 가해를 지속해도 그것이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모습을 보면서 청년들은 부모 찬스와 세습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능력 대비 보상의 법칙을 실현해주는 국가를 갈망하고 있다. 공정 열망에서 시작된 무한경쟁 속 각자도생 공정에 대한 열망은 온전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나의 능력과 노력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며, 사회경제적 배경 및 지위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자유로운 시장경쟁이 최선이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나의 능력과 노력에 정확하게 비례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각자도생×자유경쟁×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깊은 신뢰를 고착화하고 있다. 개인적 노력의 양과 질, 효과가 결코 구조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각자의 출발선이 사회경제적·역사적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에도 그 모든 것들을 깔끔하게 지우고 나의 순전한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같은 공정성 모델은 곧 원자화 모델이다. 공정에 대한 열망은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그대로 둔 채, 그 안에서 모두가 모두를 상대로 각개전투를 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연대와 협력을 추구하기보다는 ‘실력과 시험’으로 보상받고자 하고 불공정한 수혜를 입으려 하는 여성, 장애인, 소수자에 대한 적대와 혐오 역시 공정한 보상에 대한 요구와 정비례 관계를 맺고 있다. 결국 공정에 대한 열망은 우리의 관계와 공동체를 와해시키고 부당한 국가 폭력에 저항할 수 있는 정치적 기초를 부식시키며 대안적 사회를 구상할 수 있는 시야를 차단한다. 한국 사회의 ‘공정’ 현상은 우리가 얼마나 개별주의적 존재론에 매몰되어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끝없는 무한경쟁에 내몰린 각자도생의 삶은 우리 사회를 구조적으로 변혁할 수 있는 역량, 그리고 우리 사회의 출발점 자체를 달리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스스로 포기하게 만든다. 굳이 전쟁, 경기 침체, 재난, 기후변화 같은 복합위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개별주의적 존재론에 바탕을 둔 삶과 사회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발본적 전환과 변혁을 위한 전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 갈등 해결을 위해 관계성과 공동체성 회복이 시급 『공정 이후의 세계』에서 개인과 사회 그리고 이 세계와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발본적 전환을 촉구하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식론적 바탕인 관계적 존재론을 여러 각도에서 조망하고자 애썼다. 최근 여러 학자와 활동가들이 관계성과 상호의존성을 존재론적 핵심으로 내세우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아마도 이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위기의식을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차별과 혐오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관계성과 공동체성의 회복이 시급하다.2023년 제1차 인문관통에서 강연하는 김정희원 교수 서로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기며 때로는 추월하고, 때로는 밀려나는 각자도생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그려볼 수는 없을까. 관계적 존재론의 측면에서 볼 때, 개인이 독립적 완전체이며 자유경쟁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착각이다. 우리는 완전체가 아닌 과정으로서 존재하며 인간과 비인간 모두와의 관계망 속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해나간다. 즉 모든 개인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며, 직간접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존재다. 결국 특정 집단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민주적 공동체는 모두가 동등하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인간성은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돌봄 사회로 전환해야 할 때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의존적이며,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면 돌봄이 사회의 중추적인 운영 원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돌봄은 사적 영역에서 제공되는 물리적 도움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조직하는 핵심 원리다. 돌봄 없이는 그 어떤 관계도, 조직도 결국은 존속 불가능하지 않은가? 정치철학 및 사회철학으로서의 돌봄 이론은 일찌감치 가족은 물론 국가, 경제, 사회제도 운용의 측면에서 돌봄이 어떻게 정책적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논해왔다. 어느 돌봄 이론가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돌봄을 입은 존재’ 이기 때문에 평등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찰은 궁극적으로 타자에 대한 포용과 연대로 이어질 수 있으며, 모두가 정치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엄한 존재라는 인식을 확인시켜준다. 결국 우리의 연대와 참여 없이 사회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각자도생의 세계를 끝내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삶을 회복시키기 위해 돌봄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방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김정희원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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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연구하는 삶’을 위한 여성 신진 연구자들의 고민과 분투본 연구는 현재 대학원에서 공부 중인 연구진 주변의 여성 연구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학령인구가 늘어나면서 과거에 비해 여성의 대학원 진학률이 늘어났지만, 학업 단계가 올라갈수록 여성 선배들이 점점 사라진다. 실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취업 상태에 있는 박사들의 비중이 늘고 있으며, 이는 인문사회 분야 비정규 연구자의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즉 대학에서 여성일수록, 인문사회 분야 전공자일수록 장기적 생존이 힘들어진다. 왜 그럴까? 그리고 여성 연구자의 생애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여성 연구자들이 사라지는 이유 인문사회 분야 여성 신진 연구자들에게는 경제적 불안정성, 학술적 자원과 네트워크에 대한 불안정성, ‘여성’으로서 겪는 불안정성이 중첩되어 있었다. 대학원 진학 기간 중 절대다수가 복수의 불안정한 노동을 병행하고 있었고, 열악한 연구 환경이나 각자도생 형태의 연구 문화 속에서 공부하면서 학업 중단을 고민하는 연구자도 많았다. 여성 연구자들이 또래 남성에 비해 간사 노동이나 보조적 역할 등 학계를 지탱하는 젠더화된 지식노동들을 상당 부분 수행하고 있음에도 이는 쉽사리 ‘가치 있는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노골적인 성희롱과 은근한 형태의 여성 배제는 이들의 학술 네트워크 형성이나 지적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여성 대학원생의 디폴트 상태가 ‘미혼-무자녀’로 설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주요 경력 단절 요소 중 하나인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문제는 학계에서 비가시화되어 있었다. 모두가 사라지는 학술의 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성 롤 모델은 ‘연구에도 일에도 가정에도 완벽한 여성상’이었고, ‘버티는’ 여성 연구자들은 이런 여성상에 의문을 제기하며 스스로 새로운 선례와 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료수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법률에 근거한 지원센터와 실태조사가 마련된 이공계와 계열을 막론하고 여성 연구자를 지원하는 해외 사례에 비해 국내에서는 인문·사회 분야 여성 연구자들의 기본 실태조차 제대로 조사되거나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연구자의 제도적 안전망에 대한 논의 마련해야 국내의 여성 신진 연구자들은 인문사회 분야 전공자, 신진연구자, 여성으로서 교차된 불안정성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그 불안정성에 대해 오직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책임과 대응을 요구받고 수행해 왔다. 연구진은 별도의 선행 사례로 참조할 수 있을 만한 여성 연구자 관련 제도가 특별히 없는 상황에서 분야별로 세부적인 정책 구성보다 기본 방향의 제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기적인 실태조사, 정책 추진 주체, 인적 인프라, 네트워크 지원방안, 연구기관에서의 심사 기준 마련이라는 다섯 가지 방향을 제시로 정책 제언을 구성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어떻게 보면 ‘절반의 진술’만 담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연구 과정에서 많은 연구 참여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더욱 끔찍한 학계의 현실과 자기 경험을 담고 있었지만, 마지막 크로스체킹 과정에서 아직 학교를 떠나지 못한 위치의 참여자들이 인터뷰 내용을 통한 신분 노출을 상당히 우려했으며, 보고서에 담으려 했던 진술 내용 중 많은 부분을 덜어내게 되었다. 대학원생 여성 신진 연구자들이 학술 장에서 얼마나 취약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연구하는 삶’을 위한 여성 신진 연구자들의 고민을 충분히 담아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이 삶을 보장하고 말하고 증언할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안전망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 길에 이 연구가 조금이라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김지수연세대학교 미디어문화연구학과 박사수료 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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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한국의 인문사회 학술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지식생산 분야에서 한 사회가 지닌 품격과 역량의 수준은 학문 후속세대의 재생산 여부에서 판가름이 난다. 학문 후속세대 가운데에서도 학문을 업으로 삼기로 결심하고 묵묵히 정진하고 있는 박사과정생이야말로 즉각적인 지표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할 수 있는 지식생산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이들에게 달려 있다. 연구팀(김인수, 박민철, 송경호, 이대성, 이윤정, 이민기)은 국내 인문사회 분야 박사과정생의 연구력(Research Capacity) 실태에 관한 조사로서, 연구력을 평가하고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29명의 표적집단면접조사(Focus Group Interview, FGI)를 실시하였다. 제도학계 관행 속 자기 주도적 연구를 기획하는 박사과정생 박사과정생 연구자들이 긴 호흡으로 질 높은 박사논문을 작성하는 것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면서도, 논문의 수 위주로 연구력을 평가하는 제도학계의 관행에 동조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박사과정생들은 “훌륭한 연구자는 논문의 수가 아니라 연구를 기획하는 능력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동시에 “좋은 논문을 매년 2~3편 정도 쓰는” 연구자를 우수 연구자로 꼽았다. 박사과정생들은 그들이 정작 과정생들임에도 불구하고, 논문의 양과 질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학계의 이중 압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이러한 압박감은 BK, HK, SSK 등의 거대 집단연구과제 안에 소속된 박사과정생일수록 높았다. 이들 과제 안에서 박사과정생들은 연구력의 단절과 소모를 경험하기도 했다. 박사과정생들에게 이들 집단연구과제는 실질적인 연구나 교류보다는 경제적 필요와 행정 업무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소모하는 일로 여겨지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집단연구과제의 단기 평가를 위해 쓴 논문들이 박사 학위 논문으로 종합되지 못한 채 사장되어버리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이 연구를 수행하면서 국내 인문·사회 분야 박사과정생들이 우리 학계의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각지대의 비가시화된 존재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인문·사회 분야 대학원은 외국에 유학하고자 하는 이들을 양성하는 ‘석사대학원’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고, 박사과정생을 위한 고유한 문제의식과 커리큘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들은 외국보다는 국내에서 연구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더 적합한 분석과 함의를 제출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박사과정에 진학했지만, 사실상 방치된 존재였다. 각종 연구사업의 수행과정에서도 독립 연구자의 지위(‘연구책임자’)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 연구하는 박사과정생은 여기에 더해 정보와 네트워크 자원의 결핍과 불균형을 경험하고 있었다. 연구비를 거대 집단과제를 매개로 배분하는 현 연구체제 안에서는 자기 주도적인 의제 설정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하였다. 박사양성모델 정립과 더불어 인식, 평가의 전환 필요 국가와 대학원, 학계는 다음과 같은 박사과정생들의 제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첫째, 국내 인문사회 분야 박사양성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둘째, 박사과정생이 오로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조건을 두지 않는 학비·생활비 지원의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 셋째, 연구자 생애 맞춤형 지원과 박사과정생에 대한 직접 지원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박사과정생을 ‘독립적인 연구자’ 로 인정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넷째, 박사과정생의 연구 업적 평가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수나 박사 학위자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되고,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전문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이외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 다섯째, 연구의 ‘원천기술’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공공재로 제공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김인수대구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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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연구의 윤리성과 자율성을 조화시키기2012년 생명윤리법 개정 이후 인간 대상 연구를 실행하는 교육·연구기관의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연구윤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IRB 심의를 요구받는 연구 유형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대다수 인문사회 연구자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RB 심의 절차와 윤리규정 등이 인문사회 분야의 특수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며, 때로는 연구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문제의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의 IRB 갈등 경험 및 개선 방안 연구’(이상길, 김선기, 권수빈, 정성조, 차현재)는 IRB 심의가 인문사회 연구자들에게 어떤 불만과 고민, 문젯거리를 안겨주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연구의 자유와 윤리를 조화시킬 수 있는 효율적 대안을 마련해보고자 했다. 인문사회 연구자들에게 IRB 심의가 불편한 이유 소사회학, 인류학, 심리학, 교육학, 사회복지학 등 다양한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자 152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27명에 대한 초점집단면접조사(FGI) 결과는 이들이 IRB 심의의 준비 단계부터 실행 과정 전반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우선 조사 응답자들이 누구보다도 연구윤리 문제에 민감하고 연구 참여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지닌 연구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IRB의 원칙적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었다. 달리 말하면 인문사회 연구자들이 연구윤리에 무관심하거나 제도를 무조건 불신하기 때문에 IRB에 불평을 토로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지금의 IRB 심의제도가 의학과 생명과학 분야를 기준 삼아 만들어졌기에 생겨나는 균열 지점이라든지, 관료화된 운영 방식과 융통성 없는 심의 절차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 상황 등이 다수 존재한다. 연구 분야와 방법상의 차이에 둔감한 윤리교육과 서류 양식, 심의 일정의 잦은 지연, 연구 내용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에 가까운 요구, 질적 연구에 대한 몰이해, 이른바 ‘취약한 대상(아동, 청소년, 성소수자 등)’에 대한 편협한 인식과 실질적인 배려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IRB의 존재 의의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인문사회 연구자들조차 심의에 타당성과 투명성이 부족하고, 연구윤리의 증진에 별 효과가 없다고 여긴다. 그리하여 IRB 심의는 많은 경우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형식적인 통과의례처럼 받아들여지고 만다. 못내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윤리적이면서도 자율적인 연구를 위한 고민 인간 대상 연구가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요청을 외면할 인문사회 연구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니, 요즘의 인문사회 연구자라면 인간만이 아닌 ‘비인간’까지도 그 윤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일 것이다. 그는 또 질문할 것이다. 연구윤리란 어떤 ‘대상’에 단순히 적용해야 하는 고정불변의 기준이 아니라, 연구자와 함께 연구를 구성해나가는 ‘참여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유연하게 생성되고 변화하는 실천적 원리가 아니냐고. 사회 현실을 더 깊게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 경험 연구에 나서는 인문사회 연구자에게 윤리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그림자처럼 연구의 전 과정을 따라붙는다. IRB 심의는 그 현실적이고 제도적인, 게다가 종종 성가신 출발점에 불과할 따름이다. 연구자들에게 불편을 낳는 심의의 기술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시급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IRB가 ‘평가’나 ‘검열’ 기구가 아닌, 연구 과정 중에 부딪히는 윤리적 질문들에 대한 ‘조언’과 ‘상담’, ‘지원’ 기구로 적절히 자리매김하는 일이다. 인문사회 연구의 특수성과 연구 현장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정한’ 태도 위에서 연구자들과 생산적 소통을 시도할 때, 윤리적 연구·실천 풍토의 확립이라는 IRB의 목표 또한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이상길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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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인문학 위기를 극복하라” 인문정책특별위원회AI 시대 도래, 기후위기, 사회갈등, 인구 소멸 등 복합다층적 위기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인간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02년부터 인문학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 차원에서 지속되어온 인문정책연구사업은 올해 21년째를 맞이하였다. 그간에 280여 편의 인문정책연구보고서 발간과 국내외 인문정책 성과확산 및 논의의 장 등을 통해 인문학의 발전과 국가정책 발전 간 선순환 관계를 정립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학문 후속세대를 위한 인문학 정책 수립 지원과 디지털 인문학, 지역문제 등 융복합 연구, 사회문제 해결형 인문정책 연구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추세다. 인문정책연구사업의 효율적인 운영 지원을 위해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등 관련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인문정책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2022 인문정책연구총서 인문정책특별위원회에서는 인문정책연구과제 선정 및 심사 등을 포함한 사업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들을 검토하고 자문하고 있다. 2023년에는 위원장을 포함한 13인으로 구성하고, 인문정책특별위원회 회의를 월 1회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정책연구와 인문학의 결합을 통해 대전환기 지식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책연구기관에 새롭게 요구되는 역할을 수행을 지원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2022년 제6차 인문관통에서 강연하는 김정인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네트워크부 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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