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한국의 MZ세대는 왜 중국을 싫어하는가
한중수교 30주년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2022년 우리 사회는 ‘반중’으로 뭉쳤다. 중국과 관련한 모든 이슈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한국사회에서 반중과 혐중의 제전으로 전락했다. ‘중국이 싫다’라는 감정이 단언컨대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 이런 반중 정서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지난해 5월 은 반중 현상의 현주소와 그 이유를 드러내기 위해 한국리서치와 함께 200개가 넘는 초대형 설문지를 만들어 웹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심각했다. 한국인의 반중 정서에는 진보와 보수도, 경제 격차도 따로 없었다. 일본·북한보다 중국이 더 싫다는 응답이 나왔다. 주변국에 대해 느끼는 감정 온도를 측정한 결과 미국이 57.3도로 가장 높았고, 일본 28.8도, 북한 28.6도였다. 중국이 26.4도로 가장 낮았다(〈그림 1〉 참조).
북·중·미·일에 대해 느끼는 감정 온도 추이
(2018~2020년은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결과, 2021년 5월은 조사. 0=매우 부정적, 100=매우 긍정적)
자료: 2021년 5월 -한국리서치 조사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한국 MZ의 반중 정서 연령별 중국에 대한 감정 온도
반중 정서는 특히 MZ 세대에서 두드러졌다. 20대의 중국에 대한 감정 온도는 15.9도로 40대(28.3도)나 50대(30.8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 30대도 21.8도로 전체 평균 26.4도보다 낮다( 참조).
반중 정서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독특하다. 2020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4개국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한 나라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에서 장년 세대(50세 이상)가 아랫세대보다 중국에 더욱 부정적이었다. 나머지 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MZ세대의 반중 정서는 공산당이나 중국제품뿐 아니라 ‘소프트파워’에 대해서도 드러났다. 예컨대 중국 문화유산에 대해 전체 응답에서는 긍정적 인식이 42%로, 부정적 인식(20.9%)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그런데 20대는 부정적 인식이 33%로, 긍정적 인식 23.7%를 앞지른다. 30대도 부정적 인식이 더욱 높았다. 반면 4050 세대는 중국 문화유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부정적 인식보다 두 배 넘게 높다. 2030과 그 윗세대가 극단적으로 갈렸다. 2030은 중국의 모든 것을 싫어한다. MZ는 〈삼국지〉, 김용의 무협소설, 홍콩 영화 등의 영향을 받고 자란 윗세대와 달리 중국 문화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인터넷상에서 ‘대륙의 기상’, ‘대륙의 실수’ 같은 중국 비하·조롱 콘텐츠를 보고 자란 세대다. 이런 20대에게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위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착짱죽짱’이라는 말이 있다. ‘착한 짱깨(중국인을 비하하는 말)는 죽은 짱깨뿐’이라는 뜻이다. 인터넷에서 쓰이는 중국인 혐오 표현이다. 게임, 유튜브 등에서는 이런 ‘중국 혐오’가 잘 팔린다. ‘중국인 앞에서 시진핑 욕을 해봤다’ 따위 영상이 인기를 끈다 (〈그림 3〉 참조). 온라인뿐만이 아니다. 대학도 반중 정서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중국인 유학생이 크게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어에 서툰 중국인 유학생이 조별과제 수행 등을 놓고 한국 학생과 부딪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일은 재정 충당을 위해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사립대와 지방대에서 더 심각해진다.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중국 MZ 세대의 ‘반한 정서’ 역시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2021년 해외문화홍보원이 24개국을 대상으로 ‘국가 이미지 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중국인들이 한국에 가지는 긍정 이미지(5점 만점)는 3.83으로 일본(3.09)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문제는 세대별 반응이다. 애국주의 교육의 영향을 받은 중국의 10대(3.28)와 20대(3.66)가 다른 세대에 비해 한국에 대한 긍정점수가 낮았다. 양국 MZ 세대의 적대 정서가 서로 커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생긴다.
한·중 간 온라인 민간교류 활성화해야 온라인에서 인기를 끄는 중국 비하 콘텐츠
MZ세대는 미래의 공론장을 이끌어갈 이들이다. 양국 간 적대 정서가 계속 심화할 경우 수교 이후 쌓아온 한중 교류의 역사도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 공론장에서는 상대국을 향해 ‘사이다 발언’을 내놓는 이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실제로 ‘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라도 중국과 각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양국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민간 교류는 제자리걸음이다.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민간 교류는 전직 관료나 기업가 출신이 주도하는 형태가 주를 이뤄왔다.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하남석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현대중국학회에 발표한 ‘한국 청년 세대의 온라인 반중 정서의 현황’이라는 글에 주목할 만한 제안이 나온다. 우선 한국 시민단체의 중문판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등 한·중 시민사회의 온라인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다. 한·중·일 대학생의 온라인 교류 프로그램 확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중 양국 간 ‘허위 보도를 막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제안도 있다. 김치 종주국 논란에서 보듯 양국의 상업 언론사들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보도를 내보내거나, 인터넷의 일부 댓글을 과장해서 기사화하는 등 양국 갈등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 할 대목이다. 개인적으로는 국책연구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도해 양국의 적대 정서를 논의하는 포럼을 열어보면 어떨까 싶다. 해외의 반중 정서에 귀를 기울이는 중국 지식인이 왜 없겠는가. 어떤 인문학 포럼보다 더 뜨겁고 생산적인 논의의 장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오성시사IN 기획취재팀장
2022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