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 | ① 싱크탱크와 국제협력
더보기박영렬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 연세대학교 교수
홍일표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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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보 앞서 현장 누비는 정책연구자들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연구자들. 실질적인 정책 대안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믿는 국토연구원의 류승한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장과 전봉경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이 만나 현장성과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연구자의 길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류승한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장(이하 류승한) 저는 경제지리학을 공부했고 주로 산업입지와 관련된 분야를 연구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왜 기업들이 한 군데 모이는가 하는, 산업 집적에 관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 온 거죠. 학부 시절에는 사범대학 지리교육학을 전공했는데 4학년 때 지도교수님이 주신 『제조업의 입지』라는 책을 읽고 매료되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갖게 된 분야에서 계속 연구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국토연구원으로 흘러오게 됐죠. 전봉경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이하 전봉경) 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이죠. 연구원에 오기 전에는 기업에서 근무했었는데 저 자신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시키는 일은 잘하지만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큰 그림을 그려나가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어요.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했고 보다 많은 사람이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 싶어 국토연구원에 오게 됐습니다. 정답 도출이 아닌 문제점을 파악하고 알리는 역할 류승한 국토연구원에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과제들을 많이 다루는 편이죠. 예를 들면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평택 시민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그러니까 주한미군 이전에 따른 평택 지원 대책과 관련된 연구과제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어요. 또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때 지역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연구하거나 새만금 개발을 둘러싸고 개발론자와 환경론자 간의 갈등 속에서 합의점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이런 연구과제들은 경제학처럼 수리적인 모형을 통해 정답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의를 통해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봉경 1년 전쯤 영국의 브렉시트와 관련하여 지역균형 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인식의 전환을 위해 짧은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브렉시트를 이민자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은 영국 내 심각한 지역 격차가 사회 분열을 야기해 빚어진 결과라는 점을 들어 우리의 지역발전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비수도권의 신산업 육성방안’을 주제로 한 연구를 통해 60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경험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연구였습니다. 이런 연구방식은 류승한 본부장님의 말씀처럼 어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봐요. 그동안 비수도권의 산업 육성방안을 논할 때 산업 육성과 주거·교통·복지 등의 정책을 분절적으로 다뤘던 측면이 있는데 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향점과 실제 현실을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정책연구자의 역할입니다.” 류승한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장 정책연구자, 현실과 정책 지향점 잇는 연결자 류승한 정책연구는 결국 현실을 개선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향점과 실제 현실을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정책연구자의 역할이고요. 특히 국민 개개인 혹은 지역별로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현실 안에서 공통분모를 끄집어내고 집결시키는 것은 국토연구원 연구자로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어느 시민단체 활동가 한 분이 썼던 글에서 “전문가는 반보만 앞서가야 한다”는 말이 있었어요. 한 걸음 이상 앞서가면 일반인은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는 동행한다는 느낌으로 반보만 앞서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인데 제 생각에 국토연구원 연구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라고 봅니다. 전봉경 학술연구는 일반적으로 과거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라고 본다면 정책연구는 현 시대를 넘어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대안을 내놓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통 정책이든 주거 정책이든 앞으로 10년, 20년 뒤의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 세대들이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정책 대안을 만드는 것이 정책연구자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그것이 10년, 20년 뒤의 문제라 하면 류승한 본부장님 말씀처럼 반보 앞서가는 정도가 된다고 봐요. 지금 당장 도로를 깔거나 GTX 노선을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완공되고 구동이 되기까지 5년에서 10년은 걸리니까 그 정도면 아주 먼 미래는 아니죠. 류승한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슈를 다룰 때 어려운 점이 많지만 정책연구는 내가 한 일의 결과를 비교적 짧은 기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학술연구는 연구결과가 현실에 반영되더라도 굉장히 먼 미래의 일인 경우가 많죠. 노벨상을 받는 분들을 보면 수십 년 전에 했던 연구의 성과를 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한편으로 그런 특징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우리가 한 연구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도 목도할 수 있거든요. 그런 이유로 최선의 대안이 보이는 연구를 선호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결과가 암담해 보이는 사안은 기피하려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현실 속에서 최악을 피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라고 봅니다. 어려운 과제와 마주한 연구자들에게 현재 당면한 현실이 정책연구자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지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봉경 다양한 세대와 시대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민 개개인이 느끼는 불편함이나 개선사항을 정부나 국회의원에게 직접 전달하기란 어렵잖아요. 그러한 목소리를 저희 같은 연구자들이 잘 구성해 정책 입안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지역주민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개인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것 같지만 60명의 인터뷰를 종합적으로 보면 단순히 개인의 민원이 아니라 사회와 정책의 문제로 환원이 되더라고요. 공무원들이 이런 일을 하기에는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저희가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그만큼 시민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론적 개념과 현장성 놓치지 않아야 류승한 우리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점은 수많은 고민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나갔던 국가들이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참고하면서 여러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거죠. 정책연구를 잘하려면 이론적인 부분과 사례를 많이 읽는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에는 어느 연구기관이든 인프라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이론적인 개념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현장과 현실에 대한 감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정책을 연구하려면 현장을 알아야 하죠.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연구기관의 연구자라면 책상에 앉아 고민만 할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정책연구에 현장감이 사라진다면 암담해지는 거죠. 전봉경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결국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을 말씀하시는 것으로 들립니다. 저는 여행을 굉장히 좋아해서 70개국을 다녔을 정도인데요. 책으로 보는 것과 실제 여러 국가와 도시를 가보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잖아요. 그런 점에서 최대한 시간을 내어 여행을 가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류승한 본부장님과 마찬가지로 저도 이론을 중요시하기에 책을 많이 읽는데 특히 전공과 관련 없는 인문학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요즘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를 읽고 있는데 원시사회의 부족 연구를 통해 저출생, 고령화 등 현재 사회문제에 대한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에요. 이처럼 인문학이나 심리학, 철학 분야의 책에서 영감을 얻을 때가 많습니다. 간접경험을 하고자 한다면 전공 서적뿐 아니라 비전공 서적을 많이 읽어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누군가를 이해해야 하는 연구자 입장에서 편견을 갖는 것은 위험합니다. 원시 부족 사회는 미개하다는 식의 생각을 해선 안 되죠. 연구의 질적 향상,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류승한 과거를 돌이켜보면 국토연구원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당시 팀장님이 산업단지 쪽 연구를 하려면 국내 산업단지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2주짜리 출장을 허락해준 적이 있어요. 당시의 경험이 현장의 감을 익히는 데 매우 도움이 됐죠. 지금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요. 그러한 기회를 악용하는 사례가 생겨나다 보니 제도가 계속 바뀌어 왔는데 어떤 면에서는 연구자의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자들이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국책연구의 수행체계와 관련해서도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가령 딱 떨어지는 숫자로만 말하기 어려운, 깊이 있는 인터뷰 등을 통해 접근해야 하는 연구과제들이 있습니다. 단기적이고 일률적인 관점으로 과제를 평가하게 되면 질적 연구, 좋은 정책 대안이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전봉경 정책연구가 민원 해소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 제도화에 기여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책연구자들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소홀히 여길 수 있는 사회현상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저희 연구자들의 역할이자 책임이 아닐까 싶어요. 또한 협동연구, 학제 간 연구가 강조되는 추세인데 연구기관들이 몰려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듯합니다. 연구과제에 대한 수행체계와 평가시스템이 보다 개선된 이후에 연구기관 간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기관들이 공식적인 연구 교류에 나서기 이전에 비공식적인 관계들이 만들어지고 그러한 토대 위에서 실질적인 연구 교류가 이뤄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현상에 주목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연구자의 책임이 아닐까요.” 전봉경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 부연구위원 류승한 맞습니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친하게 지내라고 한다고 친해지는 건 아닙니다. 서로 취미가 같든지 어떤 계기가 있어야 친해지는 것이죠. 연구기관 간의 결합이 이뤄지려면 그 이전에 신뢰가 형성돼야 하고 연구자 간의 네트워크가 구축되도록 하는 방향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연구자에게 중요한 덕목은 전화를 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는 것보다 그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다른 연구자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면 금세 해결되거든요. 무엇보다 새로운 이슈와 과제 앞에서 도전정신을 갖고 덤빌 수 있는 자세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전봉경 저도 연구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뭘까 고민해봤는데요. 편견을 배제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좋은 연구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 과정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연구자로서, 우리 사회에 따뜻한 정책을 많이 제안하는 정책연구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류승한, 전봉경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장,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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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과현
국가정책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는 설립 25주년(2024년 3월)을 맞아 과거 성과를 점검하고 미래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2월, 25주년기념사업추진단을 발족했다. 25주년기념사업추진단은 ‘연구회 및 연구기관 25주년 백서’ 발간을 추진 중이며, 그 일환으로 역대 이사장 심층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1999년 경제사회연구회 출범 배경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당시 경제사회연구회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았다. 각 기관의 통합적인 연구를 통해 의견을 종합하고 협동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일 요인별로 분석해도 타당성이 있었으나 현대의 관점에서는 한 분야만으로는 현상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각 부처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고 왜곡된 연구를 근절시키는 것은 물론 연구기관의 내실과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사회연구회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많은 우려와 관심 속에서 출범한 연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연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연구기관 간 협동연구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사회현상을 다각적으로 이해하고 의견을 종합하여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국가정책을 선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당시 처음으로 연구기관 평가제도가 도입되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재임 중 평가제도가 처음 실행되었고, 연구회가 출범하면서 기본 과제 중 하나가 연구기관 평가였다. 다행히 평가제도에 대해 연구기관과 별 문제 없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당시 평가팀장이 열성적으로 일을 해준 덕분에 공정하고 성실하게 평가를 할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한국은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연구기관의 기여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연구회 소관 연구기관 전체를 놓고 보면 상당히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무역 규모가 세계 6~7위, 경제분야는 세계 10위, 이러한 변화와 성과를 내는 것은 연구기관이 주춧돌처럼 보이지는 않더라도 건물을 지탱하는 기초 기능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국가정책에 대한 연구회의 기여도가 미흡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가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연구회 또는 연구기관의 책임일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 사회 각계, 부처나 기업들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정책에 대한 수요자의 요구(Needs)는 많아질 것이고, 요구가 많아지는 한 연구회는 존재할 것이다. 연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을 공고히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초대 이사장으로서 보람 있었던 일을 회상해본다면? 먼저 유능한 직원들과 함께 일한 것이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다. 사무국장과 팀장, 그리고 직원들이 정말 유능했고 협조를 잘 해주었다. 이 점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둘째는 당시 연구기관 간 보수 격차가 심했는데 이를 개선한 것이다. 임기 초년에 편차 조정을 통해 높은 기관은 2~3%, 낮은 기관은 7~8% 선에서 처우를 개선했었다. 마지막으로 당시 소관 14개 연구기관에 8개 노조지부가 있었는데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협조로 업무를 추진했었다. 덕분에 이사장 퇴임 시 여덟 명의 지부장이 감사패를 주었다. 매우 보람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연구회 발전을 위해 선배 이사장으로서 후배 이사장들에게 당부 말씀 부탁드린다. 이제는 이사장이 인건비를 올려주거나 하는 실질적인 권한은 없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 각 연구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연구원들이 학자로서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8개 노동지합 지부장 감사패 사진 이사장님께서는 고등고시 합격 후 계속 공직에 계시다가 인문사회연구회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하셨던 것으로 안다. 남다른 각오가 있었을 것 같다. 첫째로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중요한 연구를 맡기는 만큼 국가발전에 꼭 필요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를 하자’가 첫 번째 각오였었다. 다음으로 실용적인 연구를 위해 능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포상을 확대하고 적절한 자율성을 확보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연구회의 주요 임무 중 연구자율성 강화를 위해 주력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기관을 통제해서 성과를 낸다는 것은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사적 영역이 커질 수 밖에 없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에 있어 이사장 이전의 경험을 기초로 실용적인 연구, 연구환경 조성, 연구 자율성 강화를 통해 연구회의 주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노력과 성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당시에는 연구기관의 사기진작을 위한 별도 예산이 없었다. 그래서 연구회 스스로 경상운영비를 절약해 만든 예산으로 연구기관별 3개의 우수과제를 선정하여 포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로 인문사회연구회에서 복사용지라도 아껴 예산을 만들려고 노력했었던 사례도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연구원별 한 개 논문에 천만 원 정도의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 포상자를 대상으로 근무평점 가산점과 승진 우선권을 부여해 연구원들의 연구의욕을 고취시켜 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연구회 직원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 가능한 성과였을 것 같다. 연구포상금을 연구회 자체예산으로 마련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직원들에게 넉넉하게 급여를 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직원들도 이러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극 동참해 주었다. 고마운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얘기를 꼭 전하고 싶다. 이밖에 인문학 위기 극복방안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당시에도 인문학 위기에 대한 지속적 논의가 있었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다양한 인문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홍보에도 많은 힘을 쏟았다. 1999년에 ‘인문학 연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은 조동일 서울대학교 교수, 그리고 인문정책을 관장하는 기관장들과 개최하였다. 인문학 위기에 대한 실질적인 처방을 다뤘는데 좋은 성과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향후 연구회 발전방안에 대한 제언 부탁드린다. 연구회의 출범 목적인 국가정책에 기여하는 연구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고, 평가시스템도 강화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좋은 논문을 발표할 기회와 홍보방안을 마련해 연구의욕을 고취시키고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 등 선진화된 기관의 연구시스템이나 연구환경에 대해 배워 올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중인 김영진 이사장과 조원옥 부단장 NRC 역대 이사장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의 자세한 내용은 2024년 1월 발간 예정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5년사’ 백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인터뷰 영상은 별도 편집과정을 거쳐 2023년 5월, 동영상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임종철, 김영진경제사회연구회 초대 이사장, 인문사회연구회 초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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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 LIVE
이주민에서 지역민으로 : 진천 취미부자 이야기
나는 자타공인 취미부자이다. 취미부자의 삶은 대학 시절 읽은 책 한 권으로 시작되었다. 내 삶을 바꿔준 책 중 하나인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에서 마지막 습관으로 ‘끊임없이 쇄신하라’를 소개한다. 나는 그 습관을 ‘톱날을 갈아라’로 기억하고 있는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무뎌진 톱날로 열심히 또 열심히 나무를 베는 것보다 톱날을 가는 쇄신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그 책을 읽고 난 내 삶에 톱날을 가는 장치들을 늘 만들고 있다. 즉, 나에게 취미란 내 삶의 톱날을 가는 충전적 활동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입사로 생각지도 못했던 진천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면서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 만들기를 시작했다. 진천이기에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취미, 캠핑 바야흐로 캠핑의 시대이다. 많은 이들이 짐을 꾸려 자연이 주는 감성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캠핑을 떠난다. 놓칠 수 없는 취미이기에 캠핑 전문가였던 친구에게 좋은 캠핑장 추천을 요청했다. 그 친구는 “진천이 캠핑장으로 유명한 곳인데 왜 그걸 내게 묻냐!”라고 말해주었다. 등장 밑이 어둡다고 알고 보니 내가 사는 진천은 ‘캠핑 명소’였다. 진천 곳곳의 캠핑장들은 주말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캠핑장이었다. 그 이후, 나는 진천 백곡저수지 근처의 조용한 캠핑장에 장박지를 마련했다. 나의 캠핑은 주말의 특별한 행사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어느날 업무에 지쳐 퇴근할 때면 내비게이션을 집이 아닌 20분 거리의 캠핑장으로 설정한다. 장작 한 박스를 사서 장박지에 도착하면 주섬주섬 모닥불을 만든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과 풍경화 같은 자연을 멍하니 바라보며 고요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고기 굽는 냄새를 맡고 놀러온 길고양이들을 위해 목살 한 점을 더 굽기도 한다. 그렇게 두어 시간 자연에서 감성을 충전하다가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내일의 출근을 준비한다. 진천이라는 곳에 사는 나이기에 일상 안에서 캠핑을 취미처럼 즐기고 있다. 작은 성취감을 주는 동네 꽃집에서의 꽃 공부 국책연구기관에 소속된 연구자의 삶에서 행동적 퇴근은 있어도 인지적 퇴근은 쉽지가 않다. 퇴근하고 몸은 집에 와있지만 나의 인지는 (의도와는 다르게) 여전히 수행하고 있는 연구들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1년 정도의 긴호흡으로 진행되는 연구들은 때론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꽃(식물) 공부는 산출물 생산에 장기적인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단기적 산출물로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취미이다. 지인에게 줄 꽃을 사러 동네 꽃집에 들렀다. 한 송이 꽃의 포장을 부탁드렸는데 처음엔 가격을 듣고는 ‘한 송이인데 왜 이렇게 비싸지’하고 생각했다가 포장된 꽃을 보고는 사장님께 “여기 레슨도 하시나요?”라고 나도 모르게 묻게 되었다. 그렇게 매주 1회 꽃을 만나고 공부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딱딱한 글들과 보낸 하루를 뒤로 하고 화사한 꽃 그리고 따스한 수다가 가득한 레슨 시간을 가진다. 이 시간은 내게 업무와는 분리된 인지적 휴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레슨을 통해 완성한 나만의 작품을 통해 나에게 작지만 화사한 성취감을 제공한다. 테라리움 만들기(작업 중) 테라리움 만들기(완성) 리스 만들기 하트꽃다발 만들기 지면의 한계로 내가 진천에서 즐기고 있는 모든 취미를 소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앞서 소개한 취미 외에도 저녁 시간에는 동네 젊은 청년이 되어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테니스를 치기도 하고, 진천 지역의 커피 지도를 만들기 위해 지역 커피점을 탐험하고 기록하기도 한다. 이렇게 돌아보니 내가 이곳에서 즐기고 있는 취미는 진천이라는 지역과 이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취미이다. 취미가 늘어가고 깊어갈수록 나는 내가 이주민이 아닌 지역민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낯선 도시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직장 동료뿐이었는데 이제는 길을 걷다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는 지역주민들이 꽤 많아졌다. 앞으로도 이어질 취미부자의 삶은 내 일상의 충전뿐만 아니라 진천 지역민으로서 내 정체성을 확고하게 할 것이다.
도재우한국교육개발원 디지털교육연구실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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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21세기 국제관계의 아이러니, 우크라이나 전쟁
2022년 2월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 면에서 아이러니의 극치이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냉전의 종식을 주도하고 탈냉전의 시대를 열었지만, 국제관계 재편성 구도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탈냉전은 오히려 또 하나의 전쟁으로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파시스트 세력 격파의 최대 공헌자였던 소련은 냉전 종식의 와중에서 해체되었거니와 그 계승국인 러시아는 제1차 세계대전 패전 후의 독일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해체되었지만, 나토(NATO)는 계속 확대되어 러시아인들의 관점에서 안보 불안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인들이 르상티망(원한)의 정동 속에서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아갔던 것을 연상시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땅에서 사실상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푸틴은 핵무기 불사론까지 꺼내 들었다. 얄타 체제에 바탕을 둔 전후(戰後) 질서는 기묘하게 전복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최대 전범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은 승전국이었던 러시아를 격하게 비난하면서 군비증강에 거침없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련의 해체와 이어지는 파장 소련이라는 정치체는 평화롭게 해체되었지만, 그 후 구소련 공간에서 크고 작은 유혈갈등이 발생하였는데, 규모가 가장 크고 국제적으로 가장 큰 파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소련은 1991년 말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주도 아래 맺어진 벨로베자 합의(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지도자들이 처음으로 서명)에 따라 무너졌는데 옐친이 직접 선택한 후계자 푸틴은 “(당사국들의) 영토적 통합성을 보장한다”고 명시한 벨로베자 합의의 정신을 어기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군사적으로 공격하였다. 러시아인들의 지배적 역사 인식 속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국가사의 출발점이고 문명의 근원인 형제국이므로 마땅히 러시아와 하나의 정치적 테두리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여겨져 왔다. 소련은 우크라이나 공화국에 러시아 땅 일부를 할양해주었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폴란드 지배 아래 있던 서부 우크라이나 땅까지 덧붙여줌으로써 역사적 우크라이나 영토를 모두 통합시켜주었다. 그런데 서부 우크라이나 지역이 강경 민족주의자들의 본거지로서 반러시아 정서를 주도하게 되었고 러시아도 이에 대한 응징을 군사작전의 한 명분으로 삼게 되었다. 폴란드의 지배를 오래 받으며 종교적, 사회경제적으로 억압당했던 우크라이나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범한 폴란드 민간인 대학살이라는 과거사 때문에 폴란드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폴란드는 과거사 문제 제기를 상당히 자제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인들은 폴란드를 가장 우호적인 이웃으로 여기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 합병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이루어졌고 러시아 경제는 국제사회의 제재도 견뎌내며 유지되었다. 푸틴은 이 선례에 고무되어 우크라이나 본토 공격을 감행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군을 환영하리라 예상하였다. 그러나 객관적 전력에서 훨씬 우세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고, 전쟁 장기화에 따라 우크라이나인들의 고난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들의 마음을 얻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2022년 12월, 바이든과 공동 기자회견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속 미국의 자국중심주의 푸틴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가입 시도였다. 우크라이나가 나토가입을 헌법 사항으로 못박아가면서까지 추진하게 된 배후에는 미국의 강력한 견인작업이 있었다. 냉전 종식 이후 네오콘인 폴 월포비츠가 주창하여 조지 W 부시가 받아들인 “미국이 유일한 슈퍼 파워의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구상은 러시아를 최종적으로 약화시키겠다는 목표와 연결되었다. 러시아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보는 키신저, 미어샤이머 같은 현실주의자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결과 서방이 이득을 얻게 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군사·정치적으로는 동맹 강화를 꾀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에 가까운 자국중심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유럽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난 속에서 산업 기반이 흔들리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기에 미국의 경제적 자국중심주의가 계속된다면 서방의 단합이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러시아는 서방과의 우호적 관계를 위한 노력을 더이상 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하였다. 이 전쟁은 러-중의 밀착을 강화하였고, 인도, 튀르키예, 중동과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가 러시아에 비적대적이고 때로는 우호적이기까지 함을 보여주었다. 이념 구분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틀로 보아야 국제사회의 대결과 합종연횡의 구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 틀이 필요하다. 냉전 시대 이래의 이념 구분은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현재 러시아 편을 드는 세력 중에는 진보 좌파도 있지만 극우의 비중도 꽤 크다. 20세기 소련과는 달리 21세기의 러시아는 다른 사회를 향해 이념을 설파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런 한편 헌팅턴의 문명충돌론도 무색해졌다. 종교적, 언어적으로 가장 가까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으니 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다. 러시아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일원이었고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음을 생각할 때 특히 그렇다. 한국인들 다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비판하지만, 한·러 관계 악화와 북·중·러 관계 밀착으로 북한의 공격적 태도가 강화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통해 북·중·러 대륙 세력의 군사적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태도는 좋게 표현해서 “순진하다.” 인류는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었을 탈냉전 30년 세월을 잃어버렸다. 공멸로 나아가기 전에 지역적, 전 지구적 차원의 평화를 수립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한정숙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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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책지식 생태계' 탐구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연구자를 탈출시켜라!
초록팀은 한겨레신문 1호 사내벤처로, 내부 공모를 통해 2022년 3월 탄생했다. 1년 동안 사업화 자금 1억 5천만 원을 가지고 활동한다. 팀 이름은 초록색의 초록이 아니라 논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초록(Abstract)이라는 뜻이다. 어렵고 딱딱한 연구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현재 이라는 연구 큐레이팅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학문의 대중화를 꿈꾼다. 한국의 갈라파고스 제도, 학계초록학개론 페이지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1,000km 떨어진 곳엔 태평양 화산 제도인 ‘갈라파고스 제도’가 있다. 이곳은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동·식물이 모여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용어로도 흔히 쓰이는데, 자신들의 표준만 고집하면서 시장에서 고립되는 현상을 말한다. 과한 비유일 수 있지만, 한국의 학계도 그런 것 같다. 사회와는 고립된 채 학자들만의 리그 속에서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걷는 듯하다. 세 가지 진입장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폐쇄적인 연구 유통 구조다. 논문 한 편 보려면 DBpia, 교보문고 스콜라와 같은 학술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에서 구매해야 한다. 유료로 구독하는 기관 소속 구성원이 아니면 열람하기 어렵다. 정부가 주도하는 오픈 액세스 플랫폼이 등장했지만, 원하는 자료를 찾기엔 여전히 부족함이 있다. 두 번째 진입장벽은 학자들의 연구 표현 방식이다. 논문이나 연구보고서를 읽다 보면 독자를 위한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일 분야의 소수 연구자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여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학자들이 연구 홍보에 관심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학자의 고객은 대중이 아니다. 나의 국회와 정당 연구소, 국책연구기관, 그리고 대학원에서 연구 보조 경험을 보면 국회, 정부, 용역기관이 고객이었기 때문에 대중에게 어필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학문의 존재 목적은 우리가 마주한 시대적 과제를 의제화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사실상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 실제로 많은 연구가 정부의 R&D 지원, 즉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학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사회문제를 겪는 일반 대중과의 소통이 필수다. 대중이 연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연구자도 ‘영업’과 ‘마케팅’에 익숙해져야 한다 초록팀은 궁극적으로 학문의 대중화를 꿈꾸며, 2022년 가을부터 좋은 연구를 발굴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의 연구를 중심으로 연구요약과 저자 인터뷰를 콘텐츠에 담았다. 많은 구독자가 ‘논문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 ‘어떤 이슈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됐다’라는 피드백을 보냈다. ‘영화 덕후’, ‘책 덕후’처럼 어쩌면 ‘학문 덕후’들도 탄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섭외엔 생각보다 큰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본인의 연구가 재밌게 소개되는 과정을 즐거워했다. 최근엔 국책연구기관 16곳을 대상으로 성과확산팀 직원들에게 콘텐츠 제작 협업 요청 메일을 보냈다. 큰 기대 없이 발송했는데, 이틀 만에 5개 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현재 연락을 준 모든 기관과 협업하고 있는데, 연구자 섭외나 내용 구성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생각보다 학계 곳곳에 연구 홍보와 대중과의 소통에 관심 있는 사람과 기관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연구자에게 ‘영업’과 ‘마케팅’이라는 말이 익숙하진 않겠지만, 아무리 대단한 연구여도 아무도 모른다면 필요 없는 종이일 뿐이다. 책을 출판하면 출판기념회도 하고, 사인회도 열고, 기사로 홍보도 하는데 왜 논문이나 연구보고서를 낼 때는 그렇게 하지 않을까? 연구성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고, 연구물을 홍보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학계 구성원의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연구물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홍보에 정답은 없지만, 이번 원고를 작성하면서 국책연구기관 소속 구성원들이 바로 해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상상해봤다. 최소한 제목, 서론, 결론만이라도 대중 글쓰기를 해보면 어떨까? 중고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거다. 최근 만난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보고서가 표지부터 재미없다는 생각에 최대한 재밌는 제목을 달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자발적으로 기관 유튜브 채널 개설에도 힘쓰고, 출연자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노력이 연구를 통해 국민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90초 논문 해설 영상 애초에 국민 질문을 받아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 부처나 연구기관의 의지로 시작되는 연구 진행이 아니라 국민이 던지는 궁금증으로부터 연구를 시작해보는 거다. 기본과제로 하긴 어렵겠지만 각 기관이 발간하는 이슈 페이퍼를 통해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영상도 지금과는 다른 참신한 방식을 고민해보면 좋겠다. 연구 기관들도 ‘김지윤의 지식플레이’, ‘조승연의 탐구생활’처럼 대중 친화적 지식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학계를 주제로도 ‘네고왕’, ‘전과자’ 등과 같은 예능 채널도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팀은 현재 90초 안에 연구자 본인이 쓴 연구를 해설하는 영상을 만들고 있다. 모든 출연자가 하나같이 ‘길게 하지 않아도 이게 설명이 되네요’라며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시청자도 ‘핵심만 알 수 있어 좋다’라고 했다. 물론 이 모든 일은 연구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연구기관에서 연구자와 성과확산팀 직원들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자가 쓴 논문은 본인, 지도교수, 심사위원까지 딱 3명만 읽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것이 더는 우스운 말로 여겨져선 안 된다. ‘학자가 쓴 연구는 세상을 바꿀 힘을 갖는다’라는 말이 더 확산하길 바란다.
서혜빈한겨레신문 사내벤처 초록(Abstract)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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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 정책으로
국제개발협력과 원조정책의 체계화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2022년 11월 25일(금) ‘2022 개발협력의 날 기념식’에서 공적개발원조(ODA) 분야에 기여한 유공자에 대한 정부포상으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 정책 수립에 기여하였으며, 한국의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에 기여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올해로 만 30년간 국책연구기관의 일원으로서 다양한 정책과제를 수행해 왔다. 그동안 지역연구와 연계한 공적개발원조(ODA) 정책연구에 중점을 두고 대외원조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왔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감회가 새롭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냉전이 종식되면서 1990년대 이후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심화되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경제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개발도상국과 파트너십 확대를 위한 정책연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대되었다.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는 권율 소장 최대 수원국 베트남, 황금알을 낳는 시장 원조정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1992년 베트남과 수교를 위해 정부조사단에 참여하여 주요 협력사업을 조사하고, 당시 양국 수교 사업으로 선정된 18번 고속도로 사업과 티엔 탄 상수도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게 된 이후이다. 한·베트남 수교 이후 베트남에 대한 경협사업으로 제기된 공단건설사업을 ODA로 지원하기 위해 「베트남의 수출가공구 개발정책과 현황」(1993)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중점지원대상국인 베트남에 대한 체계적인 원조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정책연구로써 「주요국의 對베트남 경제협력과 한국의 ODA 지원 방향」(1994)을 통해 경제개발과 공업화 초기 단계부터 베트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정책 방안과 원조방침을 수립하는 데 이바지하였다. 올해 한·베트남 양국은 수교 30주년을 맞이하고 있는데, 최대 수원국인 베트남과의 협력모델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게 될 개발도상국과의 중장기적인 협력 기반 구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추진되면서 교역 및 투자 활성화는 물론 ODA를 활용한 개발도상국 협력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연구가 본격화되었다.기념 사진 OECD 개발원조위원회 가입과 ODA 정책 선진화 2000년 UN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2015년을 목표로 빈곤퇴치를 위한 밀레니엄 개발목표(MDG)가 채택되면서 국제개발협력 환경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국제협력의 흐름에 부응하여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에 초점을 둔 ODA 정책연구를 본격화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대외원조정책의 선진화 방안: 국제개발협력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의 ODA 개혁과제」(2006)를 통해 대외원조정책 개선방안으로 우리의 비교우위 및 개발 경험에 기초한 한국형 원조모델을 정립하고, 원조정책의 체계화와 원조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주요 방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국제사회의 선진·원조공여국 그룹인 DAC 가입을 위해서 「OECD/DAC 주요 규범과 ODA 정책 개선방안」(2009) 연구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준수해야 할 주요 규범과 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다. DAC 가입조건 및 원조체제의 선진화를 위한 제반 개선사항을 면밀히 검토하였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UN이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를 채택하고 경제개발과 사회발전,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포괄하는 통합프레임워크를 수립함에 따라 「SDGs 도입 이후 개도국 협력전략과 대응 과제」(2016)를 통해 SDGs의 이행 수단과 협력 분야를 분석하여 새로운 개발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 간의 일관성(PCD; Policy Coherence for Development) 제고 방안을 제시하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개발협력 패러다임 변화 국제사회의 글로벌 복합위기가 가중되면서 국제개발협력 패러다임도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국가 간 분쟁,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국제개발 여건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간의 전략적 경쟁과 국가 간 분쟁으로 인해 팬데믹 대응을 포함하여 많은 분야에서 국제협력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으며, 국제사회가 새로운 환경과 도전에 적응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대응과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를 포함한 글로벌 복합위기의 부정적인 영향은 선진국보다 개도국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고, 취약 국가와 취약계층에 심각한 사회경제적 충격을 가져왔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는 데 선진국은 자체 능력에 의존할 수 있는 반면에, 개도국들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는 데에 개발협력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자금과 기술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선진공여국의 재정위기로 오히려 개발 재원을 감소시킬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국제사회 공동 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을 위한 개발 재원 부족 문제는 코로나19, 기후변화, 전쟁 등으로 인해 더욱 심화될 것이므로 글로벌 개발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국내 개발 재원 확대 전략을 마련하는 데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한다.
권율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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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 정책으로
국제개발협력 연구, 사업, 교육
주동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위촉전문위원은 2022년 11월 25일(금) ‘2022 개발협력의 날 기념식’에서 국제개발협력 유공자로 국민포장을 받았다. 30여 년간 개발도상국 연구에 종사하며 공적개발원조(ODA) 정책연구와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여 30여 년을 개발도상국 지역연구와 개발협력에 바쳤다. 늘 힘들었던 생활이었는데 함께해준 가족들과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국민포장을 수훈하는 주동주 박사 나의 삶의 행로, 지역연구와 개발협력 1984년 3월 지금의 산업연구원(KIET)인 당시 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원(KIET)에 연구원으로 입사하였다. 당시 중동지역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진출을 지원하는 연구를 맡으면서 남남협력(南南協力) 등의 과제도 수행하였다. 그 후 1998년 자비 학술연수로 3년의 휴직을 얻어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국제개발학 박사를 하고 왔다. 돌아와서는 개발도상국 전체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연구들을 수행하였고, 마침 한국이 원조공여국으로 전환하는 시점이어서 당시는 나라 전체로 생소했던 개발협력과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연구에도 몰두하게 되었다. 그 후 한국의 ODA 예산과 사업들이 늘어나면서 많은 개발협력 사업들을 직접 수행하고, 정부와 국제기구들의 회의에 참여했다. 2004년에는 한국에서 국제개발을 강의하는 기관이 없던 상황에서 인터넷에 개발학카페를 개설하여 이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과 직장인들에게 6년 동안 주말에 무료 강의를 하였다. 이후 대학에 강좌들이 개설되면서 겸임교수로서 국제개발의 이론과 실무에 대한 강의를 해왔고, 교재로 쓸 수 있는 책들도 출판하였다.기념 사진 개발협력 정책연구와 산업정책자문 사업 한국이 원조공여국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개발도상국 경제와 국제개발을 연구해 온 전문가로서 이 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책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였다. 2007년 외교통상부가 개최한 제1차 개발협력 워크샵에서 유·무상 원조의 효과에 대한 논의를 소개하는 강의를 하였다. 같은 해 국제개발협력학회(KAIDEC)가 창립될 때에는 ‘국제개발협력의 역사’를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한국의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이 결정된 2009년 11월에는 외교통상부와 KOICA가 개최한 국제회의에서 개발도상국 중 처음으로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하는 한국’(Korea from A Recipient to A Donor)을 소개하였고, 당시 이 발표는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널리 회자되어 왔다. 2010년에 정부가 제시한 「원조 선진화 전략」에는 연구보고서에서 제시한 ‘수원국에 희망을, 국제사회에 모범을, 국민에게 자부심을!’이라는 표어가 한국 ODA의 표어로 반영되었다. 이후 국제개발협력위원회 통합평가 소위원회의 평가사업팀장으로 몽골에 대한 새마을운동사업을 평가하였고, ICT 평가팀장을 맡아 동남아국가들을 시찰하였다. 2012년에는 한국의 고유한 원조정책 모델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요청에 부응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협동연구과제로 18개 기관이 참여한 「한국형 ODA 모델 수립」 연구의 책임자를 맡아 성공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무렵 기획재정부의 요청으로 국제원조기구인 상품공동기금(CFC; Common Fund for Commodities)의 자문위원을 맡아 4년간 국제원조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심사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UNIDO와 OECD, ADB 등의 국제기구들과도 협력사업을 추진하였다. 한국의 경제력 확대와 함께 성공적인 산업화 경험을 배우고자 하는 개발도상국가들의 요청이 이어져 이 분야의 사업을 맡았다. 2007년에는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에 대한 산업정책 자문사업이 착수되어 그 먼 나라를 여덟 차례나 방문하였으며, 2011년에는 당시 산업자원부가 주관한 인도네시아 산업정책 자문사업을 맡아 5년 동안 사업을 이끌었다. 인류의 위기와 지속 가능 개발에 대한 관심 2021년에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위촉전문위원으로 옮겨왔다. 지금은 새로운 동료들인 후배들과 ODA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사업들이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성심껏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촉발되고 있는 인류의 위기에 큰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에는 『70억의 별: 위기의 인류』라는 책을 출간했고, 2020년에는 이 책의 후속작도 출간했다. 이 별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이 평화롭고 안전한 삶을 누리도록 하자는 것이 개발협력의 취지이고, 남은 삶은 이 취지에 부응하는 노력을 하면서 마치고 싶다.
주동주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제협력부 위촉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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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 정책으로
2022년도 출연연구기관 우수직원 및 하반기 연구공로장 포상식
2022년도 출연연구기관 우수직원 및 하반기 연구공로장 포상식 단체사진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2022년 12월 2일(금) 세종국책연구단지 2층 중강당에서 2022년도 출연연구기관 우수직원 및 하반기 연구공로장 포상식을 개최하였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출연연구기관의 우수직원을 발굴하여 포상함으로써 근무의욕 고취 및 업무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연구기관에 재직 중인 연구지원인력(행정직)을 대상으로 매년 포상을 실시하고 있다. 2022년 출연연구기관 우수직원 포상은 26개 연구기관 총 40명이 수상하였고, 부상으로 해외(또는 국내) 기관방문 연수 기회가 제공된다. 박성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예산관리팀장은 많은 동료들과 함께 협업한 덕분에 수상한 것 같다며, 상이 아깝지 않도록 업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한별 국토연구원 인재개발팀 3급행정원은 2년의 육아휴직 후 복직하여 우수직원상을 수상하였음을 강조하며, 일하는 부모를 위한 응원의 메세지를 남겼다. 연구공로장 포상은 국가 R&D분야에서 국가발전에 기여한 연구회 및 연구기관 재직자들에게 사기진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연구기관 정년퇴직자를 대상으로 매년 상·하반기 포상을 실시하고 있다. 2022년도 하반기 연구공로장은 15개 기관 33명이 수상하였다. 김이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책임전문위원은 “R&D 분야의 업무를 통해 개인적인 자아를 실현하고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최상의 직장”이었다고 밝혔다. 신승부 에너지경제연구원 책임행정원은 “많은 사람들과 연을 맺고 협업하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석보 한국행정연구원 책임행정원은 수상자들에게 축하인사를 전하며,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연구기관의 막대한 발전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2년도 출연연구기관 우수직원 포상 2022년도 출연연구기관 우수직원 포상 - 기관, 직급, 성명 으로 구성 기관 직급 성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행정원 박성대 국토연구원 3급행정원 신한별 유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행정원 이정미 김미선 산업연구원 선임전문원 김봉준 유수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행정원 박현빈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사무원 김영애 통일연구원 선임행정원 송은주 한국개발연구원 선임행정원 박정식 책임행정원 조용래 한국교육개발원 선임행정원 김은지 이지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행정원 김찬호 선임전문원 선임전문원 한국교통연구원 행정원 김미림 정운상 한국노동연구원 행정원1급 민경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행정원 이호종 선임사무원 이경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원 이난희 책임행정원 이혜선 책임전문원 이연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행정원 김주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행정원 변경숙 이태우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책임업무원 이성은 선임전문원 이창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임행정원 권진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사무원 김진경 전임행정원 성무석 한국행정연구원 선임행정원 장상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전문원 나주원 선임행정원 홍원신 한국환경연구원 선임행정원 김희영 서은희 건축공간연구원 행정원 윤지영 KDI국제정책대학원 전문위원 양혜정 육아정책연구소 선임행정원 박수민 2022년도 하반기 연구공로장 포상 2022년도 하반기 연구공로장 포상 - 기관, 직급, 성명 으로 구성 기관 직급 성명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책임전문위원 김이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박동배 선임연구위원 배용호 안두현 이정원 장용석 장진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영삼 에너지경제연구원 책임행정원 신승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최중범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위원 유기호 선임행정원 임찬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김진숙 이병천 선임연구위원 조용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홍근 허재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경환 연구위원 오영호 선임전문원 문병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경희 책임행정원 김관옥 선임행정원 신창숙 주향옥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미란 최지희 한국행정연구원 책임행정원 심석보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공성용 방상원 책임행정원 심규형 선임연구위원 조광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조만 육아정책연구소 책임행정원 김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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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NRC 글로벌 이슈 워크숍
“2023 부문별 글로벌 이슈 진단” 2022년 7월, GIB(Global Issue Brief) 창간호를 시작으로 매월 글로벌 복합위기, 글로벌 공급망, 인플레이션, 연금개혁,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특집 주제와 분과별 동향과 관점을 제공하며 올 한 해를 살펴보았다. 그동안 다루었던 주요 사안에 더불어 다가올 2023년을 대비하기 위하여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12월 21일(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3년 NRC 글로벌 이슈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2023년 NRC 글로벌 이슈 워크숍’이라는 기회를 통하여 2023년 글로벌 이슈를 전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 본 워크숍의 목적이다. ‘2023년 NRC 글로벌 이슈 워크숍’은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혁신경제의 길: 세계화와 분권화’ 발제를 시작으로 ‘역동적 경제’, ‘담대한 미래’, ‘글로벌 중추국가’로 대표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에 조응하여 경제, 노동, 에너지, 기술, 환경, 교육, 외교, 행정의 8가지 주제로 2022년을 진단하고 다가올 2023년을 전망하였다. 2023 부문별 글로벌 이슈 진단 세션1은 경제·노동·에너지 분과의 발표로 구성되었으며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2023년 세계경제, 긴축과 파편화 속에 억눌린 회복’이라는 주제로 그 출발을 보였다. 2022년 세계정세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힘겨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2023년에는 물가상승률이 어느 정도 완만세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나 물가상승이라는 압박 속에서 주요국들은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단행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다가올 미래가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음을 시사했다. 다음 발제는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노동시장의 변화와 인적자원관리 트렌드’에 대해 발제하였다. 경제·인구·기술의 변화에 따라 현재의 노동시장은 과거의 노동시장과 그 모양새가 상이하고 근로방식 또한 많은 부분에서 변화하였다며, 과거 노(勞)와 사(事)로 이원화되었던 노동구조에 MZ세대라는 새로운 행위자의 등장은 주목할 만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사관리의 변화, 산업사회로의 진입 등의 요인으로 인해 인적자원 관리 이슈가 대두됨을 고려할 때, 직무 및 임금관리 인프라, 조직문화, 미래 임금체계 설정 방향성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한 시기임을 시사했다. 이상열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전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하여 불안정해진 에너지 시장에 공급측면과 수요측면 간의 불균형이 더해짐으로써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이상열 연구위원은 미래 에너지 정책수립 시 안보비용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에너지 절약·효율 개선 중심의 수요관리 정책개발, 에너지 요금의 원가주의 확립을 통한 에너지 수요관리,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통한 에너지 자립도 제고, 해외 수소시장 선점과 글로벌 녹색광물 공급망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함을 제언했다.2023 글로벌 이슈 워크숍 자료집 및 Global Issue Brief Vol.1~Vol. 5 ‘담대한 미래’, 인류가 직면한 과제 세션2는 ‘담대한 미래’라는 주제로 김석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23년판 멋진 신세계: 기술은 인류를 구원할 것인가’라는 발표로 논의의 장을 열었다.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인류는 그 변화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23년 주목을 받는 기술로는 AI·Data, 가상세계·온라인, 양자컴퓨팅, 모빌리티, 에너지·기후변화, 바이오 등이 있으나 이러한 기술이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악화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또한 김석관 선임연구위원은 마리아나 마추가토(Mariana Mazzucato)가 말하는 것처럼 기업가 국가와 창조적 관료제 등 기술발전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다음으로 김호석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글로벌 지속가능발전 동향: 우리나라의 도전과 기회’에 대해 발제하였다. 우리나라는 지속가능발전에 있어 빠른 성장, 폐기물 관리, 높은 교육성과에 강점이 있으며 이에 기반하여 포용성·불평등 해소, 기후·대기·해양·재생에너지, SDGs 17·18 등 도전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범지구적으로 지리적 스케일을 확장했을 때, 국제 환경 의제 강화, 산업 녹색전환, 국가 지속 가능성 관리, 국가 정책 체계 강화 등의 목표도 글로벌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도전과제로써 우리의 앞에 놓여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세션2 마지막 발표는 김은영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이 OECD 교육장관회의 결과에 기반하여 ‘교육을 통한 사회지속가능성 제고’에 대해 발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화된 격차, 환경악화 및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의 시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격차를 교육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교육부문 시사점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었다.사회를 맡은 윤두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가전략연구센터 부소장 ‘글로벌 중추국가’의 과제 마지막 세션3에서는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러 관계’에 대해 발제했다. 현승수 연구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러시아가 미국 견제를 위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 우리나라가 북한문제와 관련하여 러시아와 협력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러시아와의 협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며 북핵논의에 있어서 러시아를 배제시키면 안 됨을 강조했다. 마지막 발표는 이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행정 글로벌 Trend 2023: 디지털 정부의 가속화’라는 주제로 현재 주목을 끌고 있는 디지털 정부에 관한 발제를 하였다. 현대 행정서비스의 특징은 급속한 디지털 전환, 민첩한 정부, 디지털 역량 강화, 디지털 격차 해소로 압축될 수 있으며 현 시대의 트렌드를 토대로 무부담 서비스 행정, 가외성을 고려한 행정, 가치를 창출하는 행정, 회피하지 않는 적극행정이라는 4가지 전략 및 과제를 제시했다. 자유토론에서 세계 주요 현안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고, 향후 GIB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한 많은 조언이 쏟아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이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곳곳으로 전달되고 있다. 서중해 선임연구위원이 GIB가 정보의 첨병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향후 GIB가 세계 주요 현안을 신속하게 탐구하여 정책결정권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여 그 쓰임새가 귀하기를 바란다.
강민근한국개발연구원 글로벌경제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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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비판사회학회 가을국제학술대회
21세기 자본주의의 디지털·그린 전환과 사회의 미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이론사회학회, 비판사회학회,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BK21 교육연구단, 한양대학교 사회학과 미래연구소가 공동주최한 비판사회학회 추계학술대회가 ‘21세기 자본주의의 디지털·그린 전환과 사회의 미래’라는 주제로 2022년 11월 4일, 5일 양일간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 국제회의실에서 국제학술대회로 개최되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국내 연구자는 물론 미국, 독일, 일본의 저명 사회학자가 참여하여 ‘이중전환’(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의 실태와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논의하고 이론적·실천적 대안을 탐색하였다. 지난 11월 열린 2022년 비판사회학회 가을국제학술대회 전환 시대, 민주주의와 국가의 역할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15개 세션에서 총 41개의 발표가 이루어졌다. 유럽의 이중전환을 전망한 독일의 필립 슈탑 교수는 미국 GAFA로 대변되는 빅테크 기업의 공세에 맞서 이들 기업을 규제하고, 유럽 기업의 입지를 다지려는 디지털 시장법, 디지털 서비스법, 플랫폼 노동시장 지침 등 EU의 새로운 ‘시장설계’ 및 산업전략을 소개하고, 향후 G2의 갈등을 넘어 EU 또한 새로운 갈등의 축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였다. 미국의 홍허펑 교수는 미·중 기업 간 경쟁으로 향후 국제사회에서 지정학적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여타중진국들이 두 강대국 간 경쟁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았다. 미국의 아론 베나나브 교수는 알고리즘 관리와 노동 통제라는 측면에서 빅테크 기업과 노동의 전망에 대해 다소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지만, 미국 ‘민주사회주의 모임’이나 스타벅스 및 아마존 현장 노동자의 ‘기층조직전략’에서 새로운 저항운동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임운택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제조업계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과도한 자동화전략이 국제비교에서조차과도한 숙련의 양극화 현상, 특히 일반 생산직에서의 빠른 탈 숙련화 현상을 지적하고 향후 숙련향상을 위한 직업훈련, 재교육 없이는 고용시장의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중전환의 현실진단을 넘어 새로운 전망으로 논의된 핵심 주제는 이중전환과 코로나19 국면에서 신자유주의 아래서 사망선고를 받았던 국가의 부활과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토론자들은 일부 강세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가의 적극적 역할이 과거 포디즘적 축적체제처럼 정치에 대한 경제의 우위라기보다는 경제의 새로운 질서창출의 역할을 맡고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국가별 산업정책을 주도하는 데 있음에 주목하였다. 반면 시민사회와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엇갈린 해석과 전망을 내놓았다. 이중전환에 따른 시민사회의 ‘적응’과 테크노크라시의 위협을 강조하는가 하면, 이중전환의 희생자들에 의한 노동운동의 부활과 동시에 극우 포퓰리즘과 좌파 파시즘의 위협에 대한 전망도 동시에 제기되었다. 이중전환이 국내외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일방적일 수 없고 역사에서 확인되듯 이러한 경제적, 기술적 변화는 사회의 저항과 기획에 따라 상이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향후 이러한 학술적 논의가 사회경제정책의 전망을 넘어 민주주의의 수호와 새로운 기획의 전망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임운택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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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
균열의 시대: 사회정책의 재도전 2022년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의 키워드는 ‘균열’이었다. 사회정책에서 흔히 불평등과 격차, 양극화 등이 주된 연구 주제가 된 점을 고려하면 생소한 접근이었다. 사전적 의미의 균열은 ‘거북의 등에 있는 무늬처럼 갈라져 터짐’이다. 이번 대회에서 균열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 정의가 이뤄진 바는 없다. 균열에 대한 해석은 각 학문 분야 및 연구자에 따라 다소 자의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균열이라는 열쇳말을 따라 각 학회가 중점을 둔 지점도 달랐다. ‘우리’로 묶이지 않는 시민운동 기획세션에서는 ‘균열의 시대, 사회정책의 재도전’이라는 주제로 네 개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신진욱 중앙대학교 교수는 시민사회 혹은 시민운동에 주목했다. 신진욱 교수는 시민운동 활동가들과의 질적 면접조사에 근거해서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실천 과제 혹은 토론 주제를 제언했다. 신진욱 교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다양성’을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오늘날의 ‘시민운동’은 확장된 시민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아우를 수 있는 개념이 되기 어려울뿐더러, 심지어 일반인들에게 시민운동의 목표와 활동을 올바로 전달하기에 적합하지 않는 언어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더 이상 ‘우리’로 묶이지 않는 시민운동 내부의 목소리를 통해서 ‘균열’된 시민운동 내부의 풍경을 그려내고, 그에 근거한 실천적인 과제를 끌어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 11월 열린 2022년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 연대로부터 균열을 재구성해야 인권운동 활동가인 미류는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의 경험을 통해서 본 한국 사회의 균열의 현상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좌초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점도 있지만 “어쩌면 낡은 것이 무너지는 자리에서 이미 우리가 충분히 지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질서가 세워지는 중일 수도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균열을 해소할 정책이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의 감각으로부터 균열이 재구성되는 변화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4개 학회들의 개별 세션에서도 학회들은 다양한 균열의 양태에 주목했다. 한국사회정책학회가 주목하는 균열의 지점은 ‘젠더’였다. 김영미 동서대학교 교수는 균열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인식과 경험의 차이에 대해 인정하고, 동시에 여기에서 비롯되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공론의 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의 세션 구성은 눈길을 끈다. 흔히 3~4개의 연구 중심 발표가 아니라 다양한 운동의 영역에서 바라본 사회의 균열 지점과 연대의 방안을 모색했다. 다양한 운동은 보건, 장애인, 사회서비스, 인권 등의 영역을 아우른다. 이를테면 ‘사회서비스운동에서의 균열 구조와 연대’를 발표한 김태인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부위원장은 사회서비스 영역에서의 균열 심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권에서 제시하는 사회서비스 민영화 정책 방향은 이용자의 선택권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사회서비스의 다양성을 축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의 서비스는 결국 이윤이 되는 곳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회적 균열을 진단하고 사회정책연구자들의 고민 공유와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써 이번 행사는 의미가 적지 않았다.
김기태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국가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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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빅데이터 국회 업무협약(MOU) 체결식 및 토론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2022년 11월 21일(월) 국회 본관 다목적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빅데이터 국회 업무협약(MOU) 체결식 및 토론회’에 참석하여 다양한 정책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펼쳤다. 빅데이터 국회는 경제, 금융, 재정, 과학기술, 인문사회 등 여러 분야의 데이터를 연계하고 공동으로 활용하기 위한 ‘국가 전략·정책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국회 소속기관(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국회미래연구원 등)과 한국은행, 통계청, 기상청, 경제· 인문사회연구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재정정보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등 정책기관은 협업을 촉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인사말하는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업무협약(MOU) 체결 이후 두 가지 세션의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1세션은 ‘미중 기술패권’을 주제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격차가 완화되어 가는 경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제했다. 국회 소속기관 7곳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각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중 갈등에 대한 토론을 이어나갔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가정책포털(NKIS)에 탑재된 국책연구기관 보고서보고서 「국책연구기관이 바라본 미중분쟁」을 분석하여 미중분쟁의 연구경향을 발표했다. 2세션에서는 ‘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활용사례’를 주제로 한국은행, 통계청, 기상청, 한국재정정보원 등 각 기관이 구축한 데이터 플랫폼을 소개하였다. 이후 빅데이터 구축의 필요성과 추진 방향 등에 대하여 각 기관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토론이 이어졌다.국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업무협약(MOU)에 참여한 기관은 단계별 추진계획을 공동으로 논의하며,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중지를 모을 예정이다. 지난 11월 열린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빅데이터 국회
권순진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기획부 부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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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 필요성과 가능성 정책토론회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이하 인사협),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회 교육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김영호 의원, 이태규 의원, 조승래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 필요성과 가능성 정책토론회’가 2022년 12월 2일(금)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인문사회 메가프로젝트 정책세미나 기획은 조승래 의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시작되었다. 조승래 의원은 한국의 인문사회학술진흥을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를 인사협에서 받아 기획안을 짜고, 홍일표 경제· 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정책조언을 받으면서 이번 정책세미나가 열리게 되었다. 정책세미나에 직접 참여한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필요한 것이라면, 그 공공성을 감안하여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오히려 더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한국의 인문사회분야 학문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문사회-문화예술 플랫폼 구축 해방 이후 한국에서 처음 진행되는 수천억 원대 규모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6개의 발표 중에서 이형대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장이 발표한 7,000억 원대 규모의 ‘한국인문사회-문화예술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다원적 활용’ 프로젝트와 이재은 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이 발표한 3,200억 원대 규모의 ‘국가위기관리 디지털 플랫폼 구축사업’이 주목받았다. 엄연석 한림대학교 태동고전연구소장은 ‘문명의 위기대응과 문화의 미래 패러다임 구축’을 통해 이념 갈등과 빈부갈등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서 메가프로젝트를 통해서 공동체성 회복을 제안했다. 김동혁 GIST융합교육 및 융합연구센터장은 “이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사업에서 ‘문화, 창조, 포용적 사회’ 군에 약 22억 유로(약 3조 492억 원) 예산이, ‘시민안전’ 군에 약 15억 유로(약 2조 790억 원) 예산이 사용됐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메가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월 열린 2022년 한국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 필요성과 가능성 정책토론회 ‘메가 체인지’ 시대의 ‘메가 프로젝트’ 토론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관후 전 국무총리비서관은 메가체인지 시대에 선도국가로서 대한민국이 주체적으로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일표 경제· 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은 누리호 프로젝트 같은 수천억 원대 연구사업들이 인문사회분야에도 가능하다고 말하며, 정책세미나에서 발표된 ‘인문사회-문화예술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과 ‘국가위기관리 디지털 플랫폼’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문규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국장은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가 필요하며,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재정확보 방안 마련을 위해 교육부, 학계, 국회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사협은 이 정책 세미나 논의 결과가 실현될 수 있도록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회, 교육부 등과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하려고 한다.
강성호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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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C-한국사회과학협의회 공동 콜로키움
한국 사회과학 연구의 새로운 도약을 마련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이하 협의회)가 공동개최한 사회과학 분야 종합 콜로키움이 2022년 12월 6일(화) 연세대학교 동문회관 대연회장에서 개최되었다. 이 콜로키움은 지난 7월 연구회와 협의회가 사회과학 분야 연구교류 및 협력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이후 개최된 첫 번째 행사로 그 의미가 크다. ‘한국 사회과학 연구의 새로운 도약을 마련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콜로키움은 복합위기로 인해 대전환 시대를 맞이한 현재 사회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회과학 이슈들을 논의하고, 함께 이론적·실무적 해결 방법을 모색해 더 나은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행사에는 정해구 이사장을 비롯하여 홍일표 사무총장 및 26개 국책연구기관장, 박영렬 협의회 회장과 의원장, 그리고 15개 회원학회 회장들이 참석하였다. 정책연구와 학술연구의 접점 ‘사회과학 현상에 대한 정책적, 학술적 논의’를 주제로 한 1세션은 엄구호 한양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김호석 한국환경연구원 국가지속가능성연구단장이 ‘지속가능금융과 ESG’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호석 단장은 경제와 사회, 그리고 환경의 상호연계성을 고려하는 지속가능발전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실질적인 지속가능금융이 등장하였으며, 변화에 상응하는 정책과 제도 개편이 필요함을 시사하였다. 또한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의무화와 국제 지속 가능성 정보공개 표준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설명하며 관련 정책 및 규제와 지속 가능금융 제도의 연계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이어 최유경 법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용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최수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 명재규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문병걸 성균관대학교 교수, 박가영 SUNY KOREA 교수, 한가록 조선대학교 교수, 이지윤 연세대학교 교수 순으로 그동안 진행해 온 ESG 연구에 대해 발표하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2월 열린 NRC-한국사회과학협의회 공동 콜로키움 한국 사회과학 연구의 현재와 미래 2세션은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되었다. 먼저 이연호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이 한국 사회과학 연구 분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진단을 하고, 정책연구와 학술연구의 협업 필요성에 대해 발표하였다. 이연호 학장은 한국적 사회과학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며, 정책연구와 학술연구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적 사회과학이 출범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어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강이수 한국여성학회장,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직무대행, 한준 한국사회학회회장, 양승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 김재구 한국경영학회 차기회장이 정책연구와 학술연구의 협업 필요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였다. 연구회와 협의회는 이번 콜로키움을 시작으로 연구자 간 교류 및 협업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것이며, 2023년 6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사회과학협의회 5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에서 세미나를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김규리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동연구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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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 디지털전환 전략 세미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최·주관한 국책연구기관 디지털전환 전략 세미나가 2022년 12월 5일(월) 세종국책연구단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온라인으로도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디지털전환’의 개념 및 정부 부처-기업-국책연구기관의 디지털전환에 대한 정책 및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국책연구기관 구성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나아가 국책연구기관의 체계적인 디지털전환 전략 수립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디지털전환에 따른 정책연구 생태계 변화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적극 지원하는 국책연구기관이 되기 위해 국책연구기관의 디지털전환이 더욱 중요하며 이를 통해 정책연구 생태계가 보다 활발한 소통과 협업으로 연구수월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문명재 연세대학교 교수의 기조강연에서 “정부가 예견적·선제적 정책수립이 가능하도록 데이터 중심의 연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였으며, 안혜남 행정안전부 과장은 국책연구기관 정보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에 각 기관의 적극적 협조를 당부하였다. 이어서 김주성 KT 클라우드 상무는 “클라우드 AI를 이용한 연구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구성과의 질적 향상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마지막으로 이수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디지털전환추진단장은 “최근 국책연구기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구축한 ‘출연연 스마트 연구 플랫폼’(NICS)을 통해 내·외부 연구자가 협업 및 자료 공유를 시·공간의 제약 없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정책연구방식의 디지털화에 기여한다”고 하였다. 국책연구기관의 디지털전환 전략 국책연구기관의 디지털전환 현황 및 디지털전환 전략을 논의하는 종합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은 국가의 디지털전환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는 국책연구기관이 디지털전환의 선도적 모범을 보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어서 토론자들은 기관별, 개인별 디지털전환에 대한 인식 및 기술 수준의 차이가 크고, 연구자간 연구데이터 공유가 미흡하며, 디지털 활용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국책연구기관의 특성을 반영한 디지털전환 전략 및 비전이 필요하며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였다. 지난 12월 열린 국책연구기관 디지털전환 전략 세미나 종합토론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김현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 정소윤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최진명 건양대학교 교수가 ‘국책연구기관의 디지털전환 전략’이라는 주제로 정부 부처-과학기술계-민간기업-대학의 디지털전환 현황을 제시하고 경제·인문사회계 국책연구기관의 디지털전환 전략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번 국책연구기관 디지털전환 전략 세미나를 통해 디지털전환에 대한 국책연구기관 구성원의 관심과 기존의 업무 관행을 벗어나 새로운 정책연구 생태계를 조성하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이수한경제·인문사회연구회 디지털전환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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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초록빛이 무성한 곳
“올 겨울엔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우주여행 떠나보세요” 국립세종수목원 특별전시온실은 계절별로 전시가 바뀌는데, 이번 겨울에는 식물과 함께 우주여행을 떠나볼 수 있는 특별전 ‘나의 초록 우주’가 오는 3월 26일(일)까지 열린다. 지난 8월 발사한 국내 최초 달 탐사선인 ‘다누리호’를 본 따 만든 우주공간 속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선정한 공기정화식물들이 즐비한다. 환상적인 우주 풍경을 무대로 아레카야자, 관음죽, 대나무야자, 인도고무나무 등 10여 종이 넘는 공기정화식물을 보며, 각 식물의 공기정화 효과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달 현지 토양을 연구·개발한 인공월면토, 대형실버볼로 만든3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 등 볼거리가 가득한 우주공간 속 식물과함께 우주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반려식물과 반려동물의 행복한 공존” 이뿐만이 아니다. 특별전시온실을 나와 사계절전시온실 중앙홀에서도 다양한 전시가 진행된다. 이번 겨울에는 반려식물과 반려동물의 공존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하는 기획전 ‘공존’이 개최된다. 2D 그래픽 디자인이 적용된 색다른 공간에서 대표적인 독성 반려식물 및 안전 반려식물 각 15종을 소개한다. 특별전시온실에 마련된 우주비행사 모형 ⓒ국립세종수목원 2D 그래픽 디자인이 적용된 색다른 공간 ⓒ국립세종수목원 대표적인 독성 반려식물 및 안전 반려식물 각 15종을 소개한다 ⓒ국립세종수목원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자연과 국민을 연결하는 수목원·정원 플랫폼 기관’을 비전으로 현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을 관리·운영 중이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에서는 산림생물자원 다양성 보전·복원, 산림바이오 및 정원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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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들꽃 산책
꽃으로 드리는 새해 인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오래 오래 사십시오” 설날을 앞에 두고 꽃으로 덕담을 드립니다. 아름다운 우리꽃 복수초를 소개하면서 말입니다. 어떠세요. 환하게 피어난 복수초가 햇살을 받아 꽃잎들을 반짝이며 환하게 웃고 있으니 여러분들도 절로 마음이 밝아지시죠? 게다가 복수초라는 이름은 한자로 복 복(福)자에 목숨 수(壽)자, 즉 복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뜻이 담겨 있으니 여러분께 보내는 첫 꽃인사로 이만한 꽃이 없다 싶습니다. 뒤늦게 내린 서설 속에서도 눈을 뚫고 피어나는 겨울꽃인 동시에 봄꽃인 복수초 ⓒ송기엽 꽃말은 동양에서는 ‘영원한 행복’입니다. 재미난 것은 서양에서의 복수초 이야기는 약간 느낌이 다릅니다. 복수초집안 식물을 통털어 부르는 학명이 아도니스(Adonis)인데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의 이름입니다. 아도니스가 죽어가면서 흐른 피가 진홍빛 복수초를 피워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땅속에 살고 있던 페르세포네란 여신이 아도니스를 살렸고, 제우스는 아도니스에게 평소 사랑하던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데와는 지상에서 반년을, 페르세포네와는 자하에서 반년을 살도록 했다는 것이며, 복수초는 지하에서 살다가 봄이 시작되자마자 사랑의 이야기를 전하러 지상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이 역시 역경을 초월한 사랑의 메시지임이 틀림없습니다. 복수초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저 깊은 땅속의 봄기운을 담아 언 땅을 녹여가며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겨울꽃인 동시에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기도 합니다. 이곳저곳 이 땅에서 자라는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라 여러 별칭을 가지고 있는데 땅위에 꽃만 불쑥 튀어 나온 것이 특별하여 땅꽃, 얼음 또는 눈 사이에서 피어나 얼음새꽃 또는 눈색이꽃, 한자로는 새해를 시작할 때 피는 꽃이라하여 원단화라고도 합니다. 눈 속에 피는 연꽃과 같다하여 설연이란 이름도 있습니다.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추운 마당에 있다가 따뜻한 집안에 들여놓으면 두 주 만에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복수초를 잘 키우셔서 설날 이 꽃 한 송이를 존경하는 분께 선사하면 어떨까요! “복 많이 많이 받으시고 오래 오래 사세요” 하면서 말입니다. 아름다운 정성과 복수초의 밝음이 그대로 전달될 듯 합니다. 제주도에 자라는 세복수초는 2월이면 꽃을 볼 수 있고, 봄의 기운과 함께 개화 소식이 점차 북상하지요. 국립세종수목원에서도 3월이면 복수초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른 봄, 아직은 잎 나지 않아 회갈색인 숲정원 어딘가에서 피어나는 복수초를 발견하신다면 그건 분명 행운입니다. 꽃으로 행복해지는 기적을 여러분께 선물하고 싶습니다. 제주 숲에서 음력 정월에 피어나는 세복수초 무리 ⓒ송기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