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어  

'친환경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김인철前 한국개발연구원  2021 겨울호

“이런! 기름값이 엄청 올랐네.”
“그린플레이션 영향이 크다는군.”
“그린플레이션? 그게 뭐지?”
- 어느 주유소에서 승용차에 휘발유를 넣으려던 일행의 대화다.

세계에 드리운 그린플레이션의 그림자

세계경제에 그린플레이션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쳐 만든 말이다. 탄소중립 등 친환경정책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부르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그린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친환경 원자재 수요 급증, 친환경 규제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이것이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기존 원유·석탄 등 화석연료 기반의 전통적 발전(發電) 체제에서 벗어나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체제로 전환하면서 원가 상승 압박과 비용전가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많은 알루미늄을 필요로 하는데,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생산에 제한을 두면서 가격이 급등한다. 또 태양광·풍력 발전에는 화석연료 발전설비보다 구리가 많이 들어가는데 친환경정책으로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린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친환경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린플레이션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를 사용하는 기업과 지역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들이 결국은 화석연료를 포기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구환경 보호에 따르는 ‘비용’

글로벌 장기과제인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우리도 그린플레이션을 비켜갈 수 없다. 정부는 2021년 10월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 확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산업계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탄소저감 미래기술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한다. 또한 2030 NDC 달성과 기업의 이행 부담 완화를 위해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사례와 같이 우리 기업의 해외 감축 실적을 NDC 달성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대응책 마련을 제안한다. 글로벌 친환경 수요를 충족하면서도 그린플레이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 확충, 과도기적 전력 공급원 간 보완성 고려, 현재 친환경 원자재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수급처 다변화, 자체 생산망 유지·보완, 주요 원자재 비축전략 수립 등이 그것이다.
탄소중립이 새 글로벌 경제질서로 자리 잡은 만큼 우리도 반드시 가야 할 방향임은 분명하다. 그린플레이션을 지구를 구하는 데 들어가는 불가피한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가 요구된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으로 응원하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