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2 대한민국 미래전망 - 총론

경청민의(傾聽民意): 데이터로 읽는 국민의 소리

정용찬정보통신정책연구원  데이터분석예측센터장 2021 겨울호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2021년 12월에 개최한 2022년 대한민국 종합 미래전망대회 참석자들

경청(傾聽). 귀를 기울여 듣는다는 뜻이다.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서와 의도를 파악하고 상대와 교감하는 공감을 의미한다. 경청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는 필수 덕목이다. 고객의 뜻을 읽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와 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국책연구원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바를 짚어내지 못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의는 듣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반감된다.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책의 시행 과정에서도 민의는 중요하다. 세종대왕이 조세제도 개혁을 위해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찬성하는 지역부터 새 제도를 도입해 전국적으로 시행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다는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대한민국 종합 미래전망대회가 2022년 대회에서 내건 ‘경청민의(傾聽民意)’는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대선을 앞둔 시기에 ‘민의’ 의 확인은 국가 의제의 방향을 진단해본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2021년 세 돌을 맞이하는 미래전망대회는 디지털 기술이 국민의 적극적인 정책 참여를 돕고 정책 수립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시민과 소통을 통해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대만의 ‘디지털 민주주의’ 사례를 기조연설 주제로 선정했다. 데이터를 기초로 국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다는 의미로 ‘경청민의’를 특별세션으로 선정했다.

대만의 디지털 민주주의

2016년부터 대만의 디지털부 장관을 맡고 있는 오드리 탕의 기조연설 주제는 디지털 민주주의다. 탕 장관은 디지털 민주주의를 ‘국가가 국민 앞에 투명할 수 있도록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국민이 정책개혁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도록 디지털 공공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만 정부가 마스크 배급 ‘실명등록제도’를 도입하거나, ‘마스크 지도 앱’을 보급하고, 공공장소 출입 시 간편하게 개인정보를 등록하는 앱을 개발한 것도 디지털 기술을 통해 국민들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 결과 대만의 코로나19 방역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대만 정부는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정부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보 공개가 강화되고, 국민 참여가 늘어나며, 청렴하고 책임감 있는 정치가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과 시민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제공되면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만의 사례는 디지털 플랫폼의 활용이 민주주의를 한층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빅데이터로 보는 국민의 소리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원분석시스템은 국민의 소리를 가장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인프라일 것이다. 1,000여 개가 넘는 기관이 통합 운영하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집되는 방대한 양의 게시글을 분석한다. 2020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민원 데이터가 1,200만 건을 넘었는데, 그 증가 속도가 갈수록 가파르다고 한다. 민원을 분석한 결과는 매주 보고서로 정리해 각급 기관에 제공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역별로 민원을 분석해 후보자의 공약 개발에 활용하도록 지원하는데, 이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에 기반한 정책 선거가 뿌리내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 시기별로 많이 발생하는 민원 정보를 활용해 국민 불편이 예상되는 민원을 예측하고 선제 대응하도록 지원한다.

데이터가 말하는 국가 의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7대 주요 국가 의제에 관한 언론 및 SNS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의제별로 국민 관심도와 지지도를 살펴보고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이터 기반 국가 의제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거시경제, 혁신생태계, 탄소중립, 공정사회, 양극화, 미래역량교육,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7대 의제별로 신문기사와 댓글을 분석한 결과 지속가능한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경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한 세세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신문기사는 거시 정책에 집중하고 있지만 댓글은 취업, 주거 불안, 인플레이션 우려, 근로소득 가치 하락 등 경제적 불안감과 계층 갈등 심화를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들은 양극화 문제를 복지정책 이슈와 함께 교육, 근로 기회, 자산 등과 연계해 인식하고 있으므로 심화된 양극화 해소를 위해 통합적 정책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NRC데이터정보시스템과 연구기획

특별세션에서는 2021년 새롭게 오픈한 NRC데이터정보시스템(www.nrcdata. re.kr)도 소개했다. 2017년부터 수집된 뉴스와 SNS 데이터를 통해 정책 연구 주제별로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정책이슈 모니터링 서비스’를 활용하면 정책 현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이머징 이슈를 발굴할 수 있다. 또한 정책 연구 수요와 실제 수행 현황을 비교해 연구 기획에 활용할 수 있음을 사례를 통해 소개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경제·인문· 사회 전 분야의 미래를 조망해본 이번 미래전망대회는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미래 전망대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2022년 연구회와 연구기관의 정책 연구에 귀중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개회사에서 밝힌 것처럼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사회 각 분야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종합 미래전망대회가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으로 응원하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