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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화국에 사는 나주 촌놈 연구자의 하루

국승용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2 여름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농촌·식품산업 등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연구원에 입사하고 처음에는 농산물유통을 주로 연구했는데, 식품산업, 농산물 수급, 규제영향분석, 정책평가 등을 두루 거쳐 지금은 미래정책연구실이라는 부서에서 연구하고 있다. 연구 분야에 따라 현장의 농민이나 상인, 기업 경영인, 정부부처 담당자 등을 통해 현장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주장을 객관화하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서울을 떠나 가족 모두가 이사한 지 8년 차, 연구원 식구들 말고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나주에 정착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올해로 텃밭 농사 7년 차, 이제 토마토나 풋고추, 오이, 참외 따위는 내다팔 정도는 못 되어도 이웃 나누어줄 정도는 되는 제법 기술을 갖춘 도시농부다. 아파트에서 회사까지는 2.5km 정도, 걸어서 35분 정도의 거리지만, 텃밭을 들르면 45분 정도 걸린다.나주 생활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출퇴근 시간이 짧고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이다. 꽃과 녹음을 보고, 새소리를 들으며 출근하는 시간은 대도시에서 누릴 수 없는 호사다. 3시간 남짓 걸리던 서울의 출퇴근을 생각하면 하루 3시간이 추가로 주어진 것이고, 그 절반 정도는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데 쓴다.

나주에 와서 농민 친구를 몇 사귀었는데 그중 배 농사를 크게 짓는 녀석이 ‘외국인 계절근로자’ 받는 법을 알려달라며 전화가 왔었다. 출근해서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는 정부 정책 자료를 뒤지고, 동료에게 몇 가지 묻고해서, ‘올해는 어렵고 가을걷이 끝나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 내년에는 얻을 수 있다’고 답신을 해줬다. 연구원이나주로 이전해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니지만, 장점 하나를 꼽으라면 농촌이 가깝고 농민을 만나가 쉽다는 것이다. 주변 농민들이나 관계자들이 이웃의 연구자가 왔다며 속 깊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어 조사하기도 쉽다.오늘 같은 금요일 오후에 서울에서 회의가 잡히면 정말 난감하다. 정부부처 위원회 회의라 빠질 수도 없고, 금요일 오후 하행 열차표 예매는 하늘의 별 따기라 열흘 전에도 표구하기 어렵다. 참석자 대부분 서울에 가정이있는 분들이라 지방 거주자의 고충은 모르는 것 같다. 점심은 역에서 대충 때우고, 회의 참석하고, 화면 새로고침 신공으로 열차표를 끊어 부랴부랴 역에 도착하면 저녁 시간이다. 남들은 불금이다, 가족들과 외식하는이 시각, 서울공화국에 사는 나주 촌놈의 힘겨운 귀향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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