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역의 미래, 미래의 지역 - 지역 불평등

지역 불평등 막을 교육·창업생태계 조성

하수정국토연구원 국가균형발전지원센터 소장 2022 여름호

압축적인 경제성장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수도권 집중과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과 지방 인구유출의 악순환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함에 따라 주거비 상승과 혼잡비용 증가 등으로 결혼 및 출산 여건이 악화되고 있으며, 반면 고령화 및 학령인구 감소, 지역주력산업 쇠락에 따라 경쟁력을 잃은 지방도시들은 활력이 떨어지고 인구가 줄어들어 지방 소멸의 위기에 이르고 있다.

수도권 집중이 만든 ‘기회 불평등’

2021년 수행했던 협동연구의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7. 7%)이 ‘우리 사회 내에서 자원과 기회가 태어난 지역과 상관없이 공평하게 보장 되어 있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특히 청년들은 거주지에 따라 달라지는 각종 인프라 수준의 차이가 삶의 경험을 다르게 만들기 때문에 거주지와 삶의 만족도가 연관성이 높다고 인식하였다. 더욱 비관적인 것은 청년들은 향후 지역 불평등 양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걔가 경기도를 보고 뭐라 했는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서울은 노른자이고….하고많은 동네 중에 왜 계란 흰자에 태어나갖고.”

최근 즐겨보았던 드라마의 대사에서는 서울 중심에 대한 소외감과 불만, 동경과 부러움이 공존하고 있으며, 서울이 아닌 변두리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연애할 수 있는 기회마저 가지기 어려운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불평등의 공간적 고착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경기도 산포시 당미역으로 나왔던 천안시 성환역, 실제 성환역에서 서울 시청까지는 95km, 지하철로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이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및 소득 수준의 격차,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넘어 교육, 노동, 건강, 주거 등 다차원적영역에서의 불평등이 구조적인 불평등으로 재생산되고 있으며, 다시 공간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커다란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즉, 태어나고 살아가는 지역에 따라 현재의 삶의 질과 미래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결정되는 공간적인 불평등, 지역의 귀속지위화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문화적 측면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의 교육 수준, 특히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를 연계하여 고등교육의 수준을 높이고, 지역에 선호도와 소득 수준이 높은 직업 선택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광역권 수준의 지역 대학을 명문화하고 지역산업정책과 연계된 인력자원 양성을 도모하여 교육-일자리-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지역에서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지역의 기업 유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부처별로 분산된 각종 혁신자원 및 기업지원 사업, 인센티브 등을 결합한 기업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교육, 주택 등 종사자를 위한 양질의 정주여건 패키지가 결합되어 기업과 인재들이 모일 수 있는 지역의 혁신거점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ESG 경영을 통해 지역 활성화에 공헌하는 가치 창출을 도모함으로써 기업과 지역이 공존하며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역에서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시장 및 공공서비스의 접근성이 높아져야 한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병원이 시도별로 확충되어야 하고 비수도권에서도 상급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민간부문에 강력한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양질의 인력 확보 및 취약지 서비스 제공을 위한 효과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어느 곳에서 살든지 괜찮은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활서비스(돌봄, 주거, 복지, 교통, 디지털 정보 접근 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최저기준선을 설정하고 보편적 기본서비스(universal basic service)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문화예술 관련 주요 시설의 지역 간 균형 공급과 서비스 접근성의 개선이 요구되며 지역의 문화활동(인력과 조직) 및 문화향유(문화예술활동 참여 및 관람)의 양적·질적 향상을 통해 지역문화 역량 강화와 정체성 형성을 통해 중심 지향적인 인식을 전환하고, 지역의 고유성과 다양성이지역 발전의 중요한 콘텐츠 역할을 할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마지막으로는 부·울·경 메가시티 등 초광역적 협력 및 행정 통합 등을 추진해 기존의 중앙집중적 행정·재정 권한을 지방분권 구조로 전환시켜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는 주요 재정사업의 균형발전 기여도 및 인지 정도 평가,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을 위한 개발이익 공유, 지역발전투자협약 확대 등 다양한 제도 도입과 실천이 요구된다.

청년들의 해방일지, 지역을 추앙하라

청년들은 기회의 가능성이 많은 지역을 선택한다. 미래의 삶을 좌우할 배움과 직업의 기회, 소득의 기회,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기회를 통해 자아실현과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쏠림과 지방 소멸 현상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다. 균형발전정책을 선거 때만 나오는 정치적 동원의 수단이 아닌 국정 전반의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이의 과감한 실천을 통해 청년들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의 삶을 ‘추앙’하고, 서울과 수도권이라는 소용돌이에서 ‘해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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