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후유증이 완전히 회
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잇따른 복합위기와 불확실성으로 대한민국과 세계는 여러 도전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위기’는 ‘기회’와 함께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2024. 1. 1.)에서 세계 경제위기를 경계하며,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가 우리 실물경제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경제 상황에 대한 점검을 다짐 하였다. 특히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미래 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와 수출 활성화, 노동·교육·연금의 3대 개혁을 강조하였다.
이번 호 특집에서는 2024년 대한민국과 세계가 마주한 다양한 과제(지방소멸, 경제위기, 공급망 리스크, 부동산 문제, AI 윤리)를 알아보았다. <특별좌담>에서는 이러한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라보고, 앞으로의 도전과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살펴보기 위해 국책연, 학계, 언론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었다. 우리가 직면한 현재 위기는 미래의 기회를 잡을 새로운 계기일까.

<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는 2022년 겨울호(통권 제35호) ‘싱크탱크와 국제협력’을 시작으로 2023년 봄호(통권 제36호) ‘싱크탱크와 지역 협업’, 2023년 여름호(통권 제37호) ‘싱크탱크와 디지털 전환’, 2023년 가을호(통권 제38호) ‘싱크탱크와 인재 양성’을 통해 국책연구기관과 싱크탱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호 국책연구기관과 국가연구체제는 <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의 마지막 시리즈로, 1999년부터 연구회 체제가 걸어온 25년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였다. 2024년은 개별연구기관이 1999년 부처로부터 독립하여 연구회 체제가 탄생한 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대한민국의 지식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연구회와 연구기관의 2,000여 명의 박사를 포함한 6,000여 명의 임직원은 오늘도 대전환기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책지식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국책연구기관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가 싱크탱크로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간의 사업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해본다.
“지식의 힘으로 미래를 여는 국책연구기관의 미래 발걸음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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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칼럼 불확실한 미래, 미래창발적 비전을 갖자세계는 혼란스럽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한국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는 미증유의 국내외적 도전 아래 앞날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엄중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의 존망이 달려 있다. 세계지도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OECD 국가가 될 수 있다. ‘피크 코리아’의 ‘한국소멸론’이다. 과거와의 대화를 넘어 미래와의 대면이라는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과거는 찾아갈 수 있지만 만들 수 없다. 그러나 미래는 찾아갈 수 없지만 만들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위해 원시적(遠視的)이고 통합적 비전을 갖고 적어도 한 세기를 미래창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최근의 세계는 인류의 화합과 공존보다 갈등과 분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촌(global village)’이 ‘약탈촌(global pillage)’이 되고 있다. 미·중 간 전략경쟁으로 세계화가 이원화하면서 지구 곳곳에서 문화충돌, 종교대립, 민족갈등, 인종분쟁, 식량갈등, 난민봉쇄 아래 전쟁, 폭력, 테러가 끊이지 않고 빈곤, 기아, 압제를 볼 수 있다. 승패가 갈리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NATO의 결속은 흔들리고 러시아는 서방으로부터 벗어난다. 가자지역의 전쟁은 시리아, 이란, 예멘으로 파급되고, 서방에 대한 테러의 위협은 늘어난다.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약해진다. 세계 곳곳 선거: 한·미·일 안보 동맹체제의 동요 올해 지구 곳곳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세계질서의 원심화가 예상된다. 자국 중심의 거센 극우 포퓰리즘 정권이 득세한다. 보호주의 아래 무역전쟁이 거세진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바이든이나 트럼프 중 누가 재선되던 미국은 패권유지를 위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계속한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을 선호하는 민진당이 승리하면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된다. 국민당이 이기면 중국과의 무역과 투자가 복원된다. 미국 유일주의 아래 우방과의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는 한·미·일 공조체제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북한의 핵 동결과 주한미군 감축이란 빅딜도 추진된다. 트럼프의 재등장이 일본 총선에서 기시다의 퇴장과 맞물리면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한·미·일 안보 동맹체제가 흔들린다. 최근 북한이 한국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함에 따라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우려된다. 한국의 총선은 집권 3년 차인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지닌다. 지금까지 여소야대 아래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행사가 부딪쳐 왔다. 과잉입법과 의회경시 모두 문제다. 우리의 경우 삼권분립은 제도적 취약성을 지닌다. 지금의 헌정체제 아래 의회는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견제할 수 없다. 의회는 청문, 비판, 반대, 조정만 할 수 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의회주의의 확립을 위해 투표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작금의 소선거구제 아래 단순 다수결주의에 의한 국회의원 선출은 거대 여야 정당의 지역주의에 근거한 엘리트 카르텔을 지속시킨다. 디지털 전환은 빠르고, 그린 전환은 늦다 인류세의 도래가 경고하듯 인간 중심의 발전으로부터 나아가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디지털 전환이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은 ‘거대한 변혁(great transformation)’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져다주는 기회를 살리면서 위협을 줄여야 한다. 경제,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반향이 크다. 플랫폼을 통한 가상공간의 실현은 거래비용을 낮추어 과업의 외부화를 촉진한다. 공유경제, 전자정부, 재택근무, 원격구매 등에서 보듯 노동비용을 낮추고 자원절약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디지털 플랫폼이 기반하고 있는 알고리즘에 의해 심각한 도전에 마주한다. 알고크라시(algocracy) 아래 기술 주도 봉건제가 나타날 수 있다. 개인, 직장, 정부 등 공사조직에서 의사결정과정이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AI)에 의해 진행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중립의 중요성에 비해 그린 전환이 늦다. 작년 세계 최대의 기후정상회의인 COP28에서 화석연료의 퇴출에 대한 합의가 이루이루어지지 못했다. 산유국의 저항으로 화석연료의 전환으로 봉합되었다. 원자력 사용을 인정함으로써 CF100이 RE100을 대신한다. 한국의 그린 전환은 거꾸로 가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늦어지고 원전에 대한 의존이 늘어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여 에너지, 산업, 건설, 수송 분야를 중심으로 탄소배출량을 집중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는 우리 기업의 수출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피크 코리아’: 제도와 문화를 바꾸어야 가족붕괴와 지역소멸로 이어지는 인구절벽으로 한국의 인구는 60년 이후 반토막이 된다. 그렇다고 한국이 사라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세계 각지의 해외동포, AI 로봇에 의한 인력 대체, 노년인구의 활용, 통일 이후 인구 흡수를 통해 인구지진을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노동력 부족을 메꾸려면 2050년까지 적어도 300만 명의 외국인력이 필요하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민정책을 펴야 한다. 그사이 인구회복을 위해 출산 이후 육아 돌봄을 시작으로 보육, 교육, 취업, 주거 등 평생에 걸친 가족복지의 확립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는 자기발현적이다. 친족의식보다 개인의 성취를 중시한다. 여성은 남성 지배를 거부하고, 남성은 여성 상위를 싫어한다. 결혼할 여유도 없지만 자녀를 잘 키울 자신이 없다. 가족복지의 확대와 문화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임현진서울대학교 명예교수 2023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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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생각 갑진(甲辰) 새해, 값진 한 해저는 주말이면 늘 인왕산을 오릅니다. 주말 인왕산행은 10년을 훌쩍 넘긴, 일종의 습관입니다. 거의 같은 시간과 코스, 같은 자리에 앉아 커피와 떡을 먹으며, 같은 방향으로 사진을 찍으니 습관이라 말해도 될 듯합니다. 연말연초 서울엔 수십 년 만의 폭설이 내렸고, 덕분에 인왕산 풍경은 ‘설경’을 넘어 ‘절경’이 되었습니다. 분명 같은 곳인데 전혀 다른 곳이 되었습니다. 1월 1일엔 ‘갑진(甲辰) 새해’의 일출까지 더해졌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올해가 ‘값진 한 해’가 되길 소망했고, 다짐했습니다. 2024년 올해는 ‘연구회 체제’ 출범 25주년이 되는 해이고, 3월 15일이 생일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만 스물다섯 살 어엿한 성인인 셈입니다. “잘 자라줘서 고맙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 는 축하와 응원의 생일상을 받을 법한 나이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고 마음이 그러질 못합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에 대한 논란과 반발은 그나마 관심을 모았고 일부 복구되었지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예산이 전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습니다. 국회 마지막 날까지 노력했고, 행여 기대도 했지만 말 그대로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습니다. 결과도 힘들었고 과정은 더 힘들었습니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연구회는 그동안 대전환기 국책연구기관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중장기 국가전략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정책지식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허브 역할을 더 하기로 했습니다. “99년 연구회 체제”에 대한 성찰, 변화와 혁신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았습니다. 『미래정책 포커스』가 재작년 연속기획으로 게재했던 「세계의 소프트파워」, 「대한민국 국가정책연구의 역사를 만나다」와 작년에 연재한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는 그 일환이었습니다. ‘한 일’도 많았지만 ‘할 일’ 은 훨씬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지금까지’보다 ‘지금부터’ 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이번 호 연속기획은 ‘지금부터 할 일’들을 점검해본 것입니다. 올 3월로 3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정해구 이사장님도 인터뷰를 통해 생각과 소회를 담담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한국의 발전이 마지막 ‘8부 능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리고 ‘지도 없이 거친 바다를 헤쳐 나갈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책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렇기에 국책연구기관과 연구회의 역할은 새로워지고 역량은 커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과 아쉬움을 나타내셨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사회학자이신 임현진 교수님은 칼럼에서 ‘혼란스러운 세계’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창발적 비전’을 가질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두 분의 말과 글은 스물다섯 살 ‘연구회 체제’가 그간 부족했던 것, 앞으로 더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설명과 격려가 되었습니다. 2025년 내년은 경제사회연구회와 인문사회연구회가 통합되어 지금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출범한 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생일은 7월 1일입니다. ‘연구회 체제’ 스물다섯 생일의 아쉬움 대신, 희망과 축하로 가득한 ‘연구회’ 스무 살 생일을 기대해 봅니다. ‘갑진 새해’를 ‘값진 한 해’로 만들어 낸다면 얼마든지 ‘멋진 내년’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다짐과 함께 독자 여러분들께 인사드립니다. “작년 한 해 정말 고마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홍일표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2023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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