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생각
2001년의 앨빈 토플러, 2022년의 대한민국 싱크탱크
“한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다. 그 선택은 현재의 모든 한국인뿐 아니라 향후 수십 년 동안 자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인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타인에 의해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다.
선택은 다름 아닌 저임금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종속국가(dependant country)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경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선도국가(leading country)로
남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선택은 반드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경제력 재편 과정에서 일부 국가는 혜택을 누릴 것이고, 그 밖의 국가는 낙오될 것이다.
한국은 낙오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신속한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앨빈 토플러 보고서 中)
2001년 6월 7일, 앨빈 토플러(Albin Toffler)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한 편의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루하루 사투(死鬪)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대통령은 오히려 ‘지식기반경제로 급변하는 세계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국가전략’에 대해 고민했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을 통해 앨빈 토플러에게 자문을 구했던 것입니다. 앨빈 토플러 본인도 인정하듯 이 보고서는 “국민들의 활발한 토론과 참여를 촉진하는 계기”에 불과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와 세계 석학의 지혜, 정부와 국민의 유능함과 절실함은 세계가 놀랄 정도의 변화를 결국 만들어냈습니다. 2021년 7월,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라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은 한 사례입니다. ‘종속국가가 아닌 선도국가로 남기 위한 신속한 선택’이 남긴 훗날의 결과였습니다.
2022년 3월 31일 경영, 경제, 사회 정치학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 정부의 과제’를 주제로 학술 대회를 열어 지혜를 모았습니다. 그날 4대 학회는 권영세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인수위원회에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새 정부 과제’ 제안서를 전달했습니다. 한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국책연구기관들은 탄소중립과 인구정책을 포함한 9대 분야 ‘새 정부 융복합 정책 어젠다’와 각 기관별 ‘새 정부 정책과제’를 인수위원회에 별도로 전달했습니다. 20년 전 앨빈 토플러에게 자문을 구했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국가전략’을, 이제 대한민국 지식인 스스로, 그들이 함께 만들어 전달함으로써 새 정부가 또 한번의 ‘신속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러한 제안들이 훗날 어떤 결과를 나을지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난제(難題)들의 고차방정식’은 정말 복잡하고 어려워 보입니다. 해답 또한 당장의 현안 대책에서 긴 호흡의 국가전략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해외 (성공)사례를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례를 찾고,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지혜를 구할 앨빈 토플러도 더 이상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책연구기관의 역할과 책무는 참으로 막중합니다. ‘따라잡기식 싱크탱크(catch up think tank)’를 넘어 ‘세계를 이끄는 싱크탱크(global leading think tank)’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미래 정책 포커스」에 실린 여러 ‘글’이 그런 변화를 만드는 ‘힘’이 되길 바라봅니다.
홍일표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2022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