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지상중계  

제2회 한-베 인문국제컨퍼런스

김지우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네트워크부 전문위원 2023 여름호

한-베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시대 : 문화정책의 상호이해 심화를 중심으로

1992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증대시켜 왔던 한국과 베트남은 수교 30주년을 맞은 작년 2022년에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나날이 발전하는 양국 관계에 발맞추어 각 국가의 정책연구기관의 대표로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와 베트남 사회과학원(Vietnam Academy of Social Sciences, VASS)은 2019년 MOU를 수정·갱신하고 양국 간 연구·학술 교류 촉진을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올해(2023년) 양 기관은 7월 4일(화),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 토파즈 홀에서 ‘한국과 베트남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시대: 문화정책의 상호이해 심화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제2회 한-베 인문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 2022년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제1회 컨퍼런스에서는 문화·역사 연구 협력, 교육 협력 그리고 결혼 이주에 따른 사회적 이슈 등 양국 협력 방안을 살펴본 반면, 올해 컨퍼런스에서는 상호 간의 동질성을 탐구하기 위해 ‘해양문화’, ‘한류문화’, ‘역사’ 등을 주제로 논의가 전개되었다.

대중문화를 문화교류의 기반으로

컨퍼런스의 첫 번째 순서인 개회사에서 연구회 정해구 이사장은 양국 국민 간 우정의 초석인 문화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국이 공유하는 유교 문화, 함께 공감하는 강대국 침탈의 역사적 고통, 그리고 함께 즐기며 만들어 나가는 K-Pop과 V-Pop 등의 대중문화를 문화교류의 기반으로 제시하였다. 이어서 당주안탄(Dang Xuan Tanh) 베트남 사회과학원 부원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한국에 대한 베트남의 관심은 전에 없이 높아졌으며 한국과의 관계가 베트남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부원장은 이어서 음식·패션·음악 등의 한류문화의 영향으로 베트남 대학에 한국어학과의 부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양국 국민이 견인하는 한-베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해양문화에 대한 상호이해’를 주제로 한 제1세션에서는 김민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사회로 양국을 이어주는 회랑, 바다를 해양 문화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김태만 국립해양박물관 관장은 ‘바다가 품은 한-베트남 : 해양 문화로 여는 이해와 공존’을 제목으로 하는 발제에서 양국의 유물과 문헌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교류의 흔적과 ‘표류’라는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방문함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민족이 조선인들에게 베푼 친절과 배려에 대한 기록을 소개하였다. 이어 모두를 연결하는 바다를 통해 한국과 베트남,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를 아우르는 ‘평화와 희망의 뱃길’이라는 크루즈 노선을 제안했다. 이어서 발제한 호앙 캄(Hoang Cam) VASS 문화연구소 부소장은 ‘베트남 해양 문화: 리선 섬 주민들의 종교관습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섬들이 품고 있는 풍속 문화의 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소개하였다. 섬의 폐쇄성은 오히려 다양한 문화를 흡수·통합·보존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리선섬의 고래무덤, 여신숭배 등의 토속신앙이 연구가치는 물론 섬의 발전에 기여하는 문화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에서 김성범 아시아인문재단 해양문명원 원장은 제주의 돌하르방의 또 다른 명칭인 옹중석의 ‘옹중’은 베트남의 전설 속 인물이라는 점 등 무형의 상보성을 소개하며 바다가 교류를 단절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항상 열려 있는 바닷길의 공간을 중심으로 상호 협력을 강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정토론자인 피빈뚱(Phi Vinh Tuong) VASS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소장대행은 해양문화에 양국 국민의 관심도 제고의 필요성과 양국 해양박물관 간의 협력 등 양국 발제와 토론에서 제시된 내용을 토대로 실질적 협력방안 제시에 초점을 둔 토론을 이끌었다.

한류의 형성과 영향

기조발제 중인 당주안탄 베트남 사회과학원 부원장

두 번째 세션인 ‘한류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는 지난 컨퍼런스 주제였던 ‘문화·역사 분야구의 협력 방안’ 논의 시 K-Wave(Korean)를 넘어 A-Wave(Asian)로의 발전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여 제안된 주제로 응웬 휘 황(Nguyen Huy Hoang) VASS 동남아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발제자인 응웬티탐(Ngyuen Thi Tham) VASS 동북아연구소 한국연구센터 소장은 ‘베트남 청년에 미치는 한류의 영향: 사례연구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호치민 지역의 대학생·고등학생·청년들을 대상으로 한류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류가 청년의 심미적 관점, 소비 행위, 인간관 및 세계관에 지속적이고 깊은 영향력을 미쳤다고 평했다. 한국 측 발제자 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한-베트남 문화산업 협력 방향’이라는 제목의 두 번째 발제에서 글로벌 OTT와 같은 미디어 유통환경 변화 등 한류 형성 및 확산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쌍방향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콘텐츠 공동제작 활성화 등 양국의 협력방향을 제시하였다. 이어 토론과정에서 르뿜화(Lê Phương Hòa) VASS 동남아연구소 부장은 응웬티탐 센터장의 발제에 덧붙여 베트남에게 있어 한류는 최근의 현상이 아니라 30년 전 부모 세대부터 시작한 현상이라는 점, 부모 세대가 청년 세대에 한류를 소개하고 노출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류의 선 진출이 베트남 내 한국기업 진출의 촉매이자 양국 간 교역 확대에 공헌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NRC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인 양현미 상명대학교 공연영상문화예술학부 교수는 문화산업의 정책 협력 방안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베트남비즈니스센터의 협력을 제안하고 쌍방향 교류 활성화를 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립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간의 협력을 통해 한국 내 베트남 문화 이해도 증진 방안을 제시하였다. 마지막 세션인 ‘역사에 대한 상호 이해’는 NRC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교육과 교수의 사회로 상호 간 역사 이해를 교육과 문화의 관점에서 논의하였다. 박중현 베트남 페니카 대학(Phenikaa Univ.) 한국어과 교수가 ‘한국의 동아시아사 교육’이라는 주제로 동아시아사에 대한 한국의 교육과정을 다각적으로 소개하고 학생들이 베트남 역사에 관해 배우는 대표적인 사례로 베트남의 국부인 호치민의 민족 독립투사로서의 인물학습을 소개하였다. 이후 쩐티풍화(Tran Thi Phuong Hoa) VASS 역사연구소 소장의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과 베트남 간 문화교류’의 발제에서 과거 사신 교류 등 정부 차원의 협력이 문화 등의 영역에서 국민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로 발전하는 과정을 정리하여 양국 간 문화교류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다.

인문학적 관점에서의 협력

한국 측 지정토론자였던 이경훈 경기화홍고등학교 교사는 실제 학교 현장에서 동아시아 교육의 실천 상황을 소개하고, 교육을 통해 미래 세대가 민주 시민의 자질을 기반으로 역사 및 정책현안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베트남 측 토론자 팸홍타이(Pham Hong Thai) VASS 동북아연구소 교수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건강한 역사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 역사에 대한 공동연구 등의 교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폐회식에서 정해구 이사장과 당주안탄 부원장은 내년도 제3회 한-베 인문국제컨퍼런스를 기약하며 경제·사회적으로 양 국가가 더 밀접해진 만큼 연구회와 베트남 사회과학원 양 기관이 보다 구체적이고 보다 가시적인 연구 협력 추진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 해양·한류·역사, 세 가지 인문학적 관점에서 한국과 베트남 간의 동질성을 탐구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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