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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의향과 출산 계획의현황과 정책과제

신윤정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2021 가을호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하락했지만, 국민 대부분은 여전히 자녀 2명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낳기로 계획한 자녀 수도 2명에 가깝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전체 가임 기간에 낳는 평균적인 자녀 수다. 따라서 합계출산율이 1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거나 계획한 수만큼 자녀를 낳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현상은 급속한 인구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보여 국가적으로 크게 우려되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도 원하는 만큼 자녀를 낳지 못하고 있으니 이와 관련한 국가적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는 개인의 출산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보다 합계출산율을 회복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출산율은 계속 하락해왔다. 최근 들어 정부는 기존 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녀 출산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희망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먼저 여성의 출산 의향과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은 무엇이며, 계획했던 출산을 어느 정도 실현하고 있는지, 그리고 계획한 출산을 실현하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자녀 출산에 대해 국민이 가지고 있는 꿈과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 제언하고자 한다.

주: 30~34세 기혼 여성의 이상 자녀 수/기대 자녀 수 자료: 이상 자녀 수와 기대 자녀 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1974~2018년), 기간 합계출산율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자료, 신윤정 외(2020) <그림 4-1> 191쪽에서 재인용.

출산과 자녀 양육에 우호적 환경 조성 필요

과거 연구에서는 개인이 출산을 결정하는 데 소득수준 혹은 자녀를 출산하면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과 같은 경제적 요인이 출산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제적 요인보다 자녀 출산에 대한 개인의 ‘선호’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자녀를 낳으면 개인적으로 어떠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결과가 따를지, 자녀를 낳지 않으면 부모·친구·친척 등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자녀를 낳으면 국가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이 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5~39세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2020년 6월 18~28일 시행한 온라인 조사 자료(‘출산 의향의 실현 분석과 출산율 예측에 관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 계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자녀 출산에 대해 주변으로부터 받는 압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녀를 낳지 않으면 부모·친구·친척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자녀 출산을 계획하는 데 가장 중요한 영향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반면, 자녀 출산에 대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평가는 자녀 출산 의향을 좌우하는 큰 요인이 아니었다. 자녀를 낳을 경우 받게 될 정부 지원도 자녀 출산을 계획하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우리나라에서 출산을 생각하고 계획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녀 출산에 대한 평가보다 주변으로부터 받는 출산에 대한 압력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두 자녀 이상을 낳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한 자녀 혹은 무자녀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도래할 경우,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더욱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금까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힘써왔음에도 한국의 사회경제적 여건과 정책적 환경이 여성의 출산 의향과 계획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은 변화된 사회환경에 맞춰 출산과 자녀 양육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녀를 낳으면 어떠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결과가 따르게 된다고 생각하는지,자녀를 낳지 않으면 부모·친구·친척 등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자녀를 낳으면 국가에서 어떠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이 주요한 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취약계층 대상의 저출산 대응 정책 강화

주: 경로 위에서 표준화 계수가 제시됨. 자료: ‘출산 의향의 실현 분석과 출산율 예측에 관한 설문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윤정 외(2020), <그림 2-10> 98쪽, <그림 2-11> 106쪽에서 재인용.

‘여성가족패널’ 2~8차(2008~2018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년 이내 출산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 중 약 70%가 2년 이내 이를 실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을 실현하지 못한 여성 중 약 30%는 여전히 출산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약 38%는 출산을 포기했고, 23%는 출산 여부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출산을 포기할 확률이 높아지고, 출산을 실현하거나 연기할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출산을 지속적으로 연기하는 여성은 특정 연령 시점이 지나면 출산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보다 출산을 연기할 가능성이 더 높고, 출산을 실현할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이상 학력을 지닌 여성이 고졸 이하 학력의 여성에 비해 출산을 실현할 가능성이 더 크고, 출산을 포기할 가능성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 여성은 저학력 여성보다 일반적으로 출산수준이 낮지만, 절대적 출산 수준과는 별개로 본인이 계획한 출산을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고학력 여성이 저학력 여성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고학력 여성이 저학력 여성보다 계획한 출산을 실현할 수 있는 자원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반면 중산층 혹은 중하층 집단은 저소득층보다 출산을 실현할 가능성이 더 적었으며, 출산을 실현하지 못한경우에 출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소득층은 물론이고 중하층 혹은 중산층 집단도 계획한 자녀를 출산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말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중산층까지 포함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인 집단을 대상으로 저출산 대응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자녀가 있는 여성이 자녀가 없는 여성보다 출산 실현 혹은 포기에대해 확실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자녀가 없는 여성이 자녀가 있는 여성보다 출산 연기나 출산 미결정과 같은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더 높았다. 자녀를 낳아본 경험이 있는 여성은 자녀 출산이 가져다주는 행복감 혹은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에 출산 여부를 쉽게 결정하는 반면, 자녀를 낳아본 경험이 없는 여성은 자녀 출산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줄지 확신할 수 없어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첫째 아이를 출산한 여성이 자녀 출산에 부정적 경험을 갖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을 모색해봐야 한다. 또 자녀가 없는 여성이 자녀 출산과 양육에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장래 인구 모습 예측을 위한 노력

우리나라는 과거 여성들이 보여온 출산 실적치 자료를 활용해 미래 출산율을 전망하고 있다. 최근 여성들이 과거 여성과 유사한 출산 행태를 보인다면 이와 같은 자료는 미래 출산율을 전망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세대 여성은 과거 세대 여성과 매우 다른 결혼 및 출산 행태를 나타낸다. 과거에는 20대 후반에 자녀를 많이 출산한 반면, 최근에는 여성들이 30대에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가 더 늘어났다. 따라서 과거여성들이 보여주는 출산 행태 자료에 근거해 미래 출산율을 전망하게 되면 미래에 실제 나타나는 출산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출산율을 예측할 우려가 있다.
과거 여성들이 보여온 출산 자료를 토대로 미래 출산율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현재 여성들의 출산 의향과 계획에 근거해 미래 출산율을 추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출산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하에 이루어지는 행동이다.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1974~2018)와 ‘인구센서스’(2005, 2010, 2015) 자료를 활용해 50세까지 무자녀로 남아 있는 여성을 제외한 비중을 적용하여 ‘실효적 기대 자녀 수’를 산출하고 통계청 ‘인구동태통계/장래인구추계’의 코호트별 완결 가족 크기를 비교한 결과, 두 자료의 수치가 매우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최근 여성들의 이상 자녀 수 및 기대 자녀 수를 기반으로 미래 출산율을 전망하고 장래 인구 모습을 예측하는 일은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 자녀 수/기대 자녀 수와 실제 출산아 수의 차이를 보정하는 작업을 통해 출산율 예측 정도를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혼인 의향에 대한 자료도 함께 축적함으로써 장래 인구 추계에 응답자의 출산 의향 및 의도를 고려하는 추계 방법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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