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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조숙인, 김아름육아정책연구소 국제교류연구팀장,  육아정책연구소 저출생·육아지원연구팀 연구위원 2023 여름호
일자, 장소
일자 장소
2023년 7월 7일(금) 육아정책연구소
우측부터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저출생·육아지원연구팀 연구위원
조숙인 육아정책연구소 국제교류연구팀장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하며 여러 정책을 쏟아냈지만 저출산 현상은 지속적으로 심화돼 왔다. 청년 세대에게 결혼과 출산, 양육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저출산 현상의 원인으로 꼽히는 경제·사회적 구조의 문제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인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지적 속에서 정책연구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당면한 이슈를 놓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는 두 연구자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조숙인 육아정책연구소 국제교류연구팀장(이하 조숙인)

저는 심리학과 아동학, 인간발달 가족학(아동발달)을 전공했습니다. 지금은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고 있는 청소년부모를 위한 양육 역량 강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아이들의 놀 권리에 대한 연구와 맞벌이가구의 일·가정 양립을 돕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육아정책연구소에 오게 된 건 영유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국책연구기관 중 육아정책 분야를 선도하는 곳이저희 연구소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저출생·육아지원연구팀 연구위원(이하 김아름)

저는 학부와 석사, 박사 모두 법학을 전공했어요. 그래서 연구소 입사 초기부터 아동의 권리와 관련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아동학대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고 최근에는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셰어런팅’*과 관련해서 아동의 프라이버시 보호 연구와 노키즈존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하면 아이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에요.

* 셰어런팅(Sharenting): ‘공유(share)’와 ‘부모(parents)’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성한 말로, 부모가 자녀의 양육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숙인

지금까지 했던 연구 중에서 ‘아동의 놀 권리 강화를 위한 지역사회 환경 조성 방안 연구’와 ‘맞벌이 가구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지원 방안 연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연구소에 온 뒤로 처음 과제 책임을 맡았던 연구가 아동의 놀 권리 관련 연구인데요. 아동의 놀 권리를 어른의 시각이 아닌 아이들의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연구였고 실제 아이들을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어요. 맞벌이가구의 일·가정 양립 관련 연구는 제가 육아휴직 후복직하면서 수행한 과제인데요. 당시 코로나19와 맞물려 맞벌이 가구의 어려움을 다룰 수 있는 시의적절한 연구란 생각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연구에 임했어요. 특히 맞벌이 부모를 쌍으로 표집해 이들의 삶과 정서를 살펴볼 수 있는 경험표집법을 활용했는데, 그들의 일상과 감정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아름

입사 초기에 아동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적 기반 확보 방안 연구를 했습니다. 아이들의 권리 보장, 아동기본법 제정과 관련된 연구였는데요. 최근 아동기본법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제가 했던 연구 내용이 많이 언급되고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2018년에는 민간 육아도우미 관련 연구를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육아도우미 연구가 별로 없었고 ‘이 연구가 과연 필요한가’ 하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니 육아도우미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많은 데 비해 관리체계가 정립돼 있지 않아 필요성이 높은 연구였어요. 연구를 수행한 이후 여성가족부에서 육아도우미 관련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지난해에는 민간 돌봄 서비스와 소개 업체에 대한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어요.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다면 더욱 아이 낳는 것을 힘들어하게 되겠죠."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저출생·육아지원연구팀 연구위원

국민 공감도 높은 과제 발굴을 위한 고민

조숙인

저는 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제가 수행한 연구가실질적으로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랐어요. 연구 결과가 실제 활용되기를 원했는데 정책연구자가 되고 나니 그럴 기회가 주어지더라고요. 코로나19 때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현장, 그리고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감염병 재난 극복을 위한 영유아 심리 방역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는 일도 했었거든요. 정책연구자로서 기본적으로 정책 제안도 하지만 이 경우처럼 가정에 직접적으로 좋은 자료들을 전달하는 일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어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정책연구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아름

국민이 원하는 수요가 있는데 그 모든 것이 정책화될 순 없잖아요. 그중에서 이 정도는 정책화해볼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을 선별해 관련 방안을 마련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정책연구자인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국민이불편을 느끼거나 개선이 필요하다 싶은 사항들에 대해 정책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연구자의 역할이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항상 뉴스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국정과제를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됩니다. 국회 입법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늘 예의주시하면서 정치적인 성향과 관계없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양쪽의 의견을 다들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조숙인

연구소에 온 뒤로 새로운 걸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다양한 연구 방법을 사용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경험표집법은 정책연구에서 흔하게 쓰는 방법은 아니었기 때문에 해당 연구방법을 전문으로 사용하시는 분들을 공동연구진으로 모셔서 시도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제가 알지 못했던 연구방법론을 배우고 시도하면서 연구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아름

민간 육아도우미 연구를 할 때 육아도우미에 대한 정의가 없었고 민간 영역에 대한 관리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육아도우미에 대한 부모들의 수요는 매우 높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여성가족부에 민간 육아도우미에 대한 관리 방안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아이돌봄 지원법을 개정하여 육아도우미에 대해 신원 확인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부모가 필요로 하는 사항이 있으면 관계부처를 찾아가 자주 논의를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연구대상이 어린 아이들이다 보니 제 주변의 아이 엄마, 아빠들과 자주 모임을 갖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해요.

조숙인

청소년부모에 관해 알아볼 때 굉장히 조심스러운 점이 많았어요. 청소년 시기에 임신을 하고 출산한 사람들에게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물어봐야 하는데 그런 분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 경우 우선 관련 지원단체나 기관 대표들을 만나 조언을 들었어요. 선행 연구를 하신 분들과도 교류하면서 연구 범위나 방법론에 관해 조언을 많이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현재 현장 전문가 간담회나 외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세미나 등도 계획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정책 입안자나 이해관계자들을 최대한 많이 모시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사이, 고단해지는 삶

조숙인

연구소 특성상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연구를 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자녀 양육문제를 비롯해 삶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아이를 어떻게 돌볼지, 어린이집은 언제 보낼지 등 삶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특히 그렇습니다. 제가 남편에게 육아휴직을 쓰도록 권유했거든요. 남편 회사에서는 최초의 사례였어요.

국책연구소에 다니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괜찮다고 생각해요. 저희 연구소만 하더라도 육아 지원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고 동료 선생님들도 결혼 후에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쓰신 분들이 꽤 많거든요.

김아름

전반적인 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아이를 가진 근로자를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문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특히 요즘 세대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기잖아요. 예전에는 누군가 아이를 봐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양육의 질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다면 더욱 아이를 낳는 것을 힘들어하게 되겠죠.

조숙인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아이가 있든 없든 그에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복지 혜택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전반적인 근로 환경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에게 특혜를 준다는 이미지가 아닌, 근로자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다양하게 있고 활용할 수 있어야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김아름

기업 문화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의 문화와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키즈존’만 보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부모 입장에서도 식당이나 공공장소에 아이를 데리고 갈 때 주변 시선에 의해 위축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 그런 언론보도도 많잖아요. 비행기 안에서 아기가 울어 시끄럽다며 부모를 폭행한 사건도 있었고 열차 안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어요. 부모 입장에서 자신이 비난을 받는 것보다 우리 아이가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두렵게 느껴져요.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가 좀 더 유연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 전문가 간담회나 외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세미나 등도 계획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정책입안자나 이해관계자들을 최대한 많이 모시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조숙인 육아정책연구소 국제교류연구팀장

정책연구자, 열린 마인드와 균형 감각은 기본

조숙인

정책연구자로서 어떤 연구를 지향해야 할까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메시지와 결과가 명료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거든요. 많은 학자들이 현학적인 말로 어려운 이야기를 논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이 모든 것들이 실생활에 쓰일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좋은 연구자는 보통 사람들이 들었을 때에도 이해하기 쉽게 연구 내용과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한다고 봅니다.

김아름

균형 감각을 잘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인 감각과 더불어 현실성은 없어 보이지만 정말 국민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을 수 있거든요. 어떤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볼지 균형 감각을 갖추고 좀 더 깊이 있게 고민을 할 줄 아는 것이 연구자에게 필요한 자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숙인

또한 정책연구를 하면서 느꼈던 것이 국책연구원은 책임연구자와 공동연구자들이 그룹을 지어 팀으로 연구하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고 열린 마인드로 토론에 임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어떤 사안에 관해 새로운 시각이나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적극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면 더 좋을 것 같고요.

김아름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귀도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정책연구를 할 때에는 이해관계자는 물론, 실수요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하고 정책 입안자의 이야기도 들어야 하죠. 다양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고민을 해야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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