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는 설립 25주년(2024. 3.)을 맞아 『연구회 및 연구기관 25년사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25주년기념사업추진단은 본 사업의 일환으로 역대 이사장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초대이사장을 시작으로 심층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 당시 연구회의 주요 현안 과제가 궁금하다.
주요 부처 산하로 연구기관을 운영하다 보니 연구의 비효율성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무총리 산하 연구회 체제를 출범시켜 연구기관 소관을 연구회로 변경했다. 취임 당시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연구 생산성을 높이고 연구원 간 협동연구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그리고 국가전략과제(National Project) 개발과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현안 과제로 생각했다.
이것을 추진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고 원장과 이사, 기획평가위원이 참여하는 제23차 확대 경영협의회에서 연구기관이 중·장기 국가전략과제를 기본연구과제로 선정하도록 함으로써 국가 선진화에 적극 기여하고자 했다.
당시 사회변화와 맞물려 일어난 이슈 중에서 이사장으로서 대응한 업무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동북아 중심 국가 건설 연구와 한·중·일 FTA에 관한 연구를 비롯해 남북 간 경제협력 문제, 일자리 창출과 청년 실업 해소 방안, 21세기 세계경제 강국 실현 전략 등 국정과제와 밀접한 연구과제를 추진했다. 특히 한·중·일 FTA에 관심을 갖고 예산을 별도 확보해 8개 연구기관 협동연구를 진행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재임 중 2002년 월드컵이 개최되었는데,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당시 연구회 직원이 12명 정도였는데, 월드컵을 응원하기 위해 붉은악마 티셔츠를 맞춰 입고 이사장실에서 함께 응원했다. 전 국민적 열기가 뜨거웠던 월드컵이 개최된 이후에는 국민적 과제, 동북아 중심 국가 건설 연구 등을 주제로 연구회 주관 워크숍을 개최해서 국가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했다.
국제기구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2004년 OECD와 MOU를 체결하여 2004년과 2005년, 총 2회에 거쳐 합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OECD 본부가 있는 파리에서 한국 경제를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는데, 한국과 유엔 전문가의 다양한 식견을 담은 영문 단행본 2권을 출간해서 정부 유관기관과 연구소에 배포해 정책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회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예산을 별도 확보해 주요 정책 관련 협동연구를 진행한 것과 30여 명의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과제심사위원회’를 통해 우수 연구과제를 선정하거나 중복 연구 문제를 해소했던 일들, 산학연 전문가 100여 명으로 위원회(Referee)를 구성해 보고서 우수성 평가를 강화했던 것들이 생각난다. 이러한 노력으로 질 좋은 연구 성과를 만들 수 있었고, 우수 정책 보고서가 발간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연구회 및 연구기관을 위한 당부 말씀 부탁드린다.
우선 자신의 연구 성과가 국가와 사회에 일조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연구원들이 올바른 국가관을 견지하고, 국가 발전 및 국민 복지 증진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으로 연구에 정진하기를 부탁하고 싶다.
연구회 제2대 이사장으로 취임할 때 상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취임하던 2006년은 연구회 설립 초기 단계를 벗어나 연구회의 발전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 IMF 이후 새로운 국정과제를 발굴하여 국정 운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했다. 민주화, 산업화 이후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정과제를 어떻게 설정하고 그것을 이론적·정책적으로 지원하느냐가 당시 국가 싱크탱크의 공통 과제였다.
국가 싱크탱크의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회의 주된 임무가 있었을 것 같다.
연구회 체제가 과연 국가 싱크탱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육성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국정 효율성에 얼마나 연결되었는지를 끊임없이 살피고 반성하고 또 새로운 발전 기회를 찾아가는 것이 연구회의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하고 노력했다.
추진했던 경영 효율화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개혁의 핵심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만큼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혁신과 개혁이라는 것이 30년 이상 시대적 화두가 되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사장이 할 수 있는 게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통제하고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예산과 회계 문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표준회계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운 회계시스템에 관여했고, 현대적이면서 과학적인 회계시스템을 통해 연구기관의 경비 사용을 효율적으로 풀어나가고자 했다. 당시 이러한 시스템 도입에 대해 노조와 입장이 달라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힘든 과정을 거쳐 현대적인 과학적 회계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연구회 및 연구기관 회계기준서를 제정했다.
인터뷰 중인 이종오 이사장과 조원옥 부단장사회변화에 따른 정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당시나 지금이나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본질적인 정책적 과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사회적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연구를 진행해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해도 상당 기간이 지난 뒤에야 정책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가나 고위 정책 결정자들이 심각한 현실 인식하에 강한 정책 의지를 가졌을 때 연구회나 싱크탱크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고 정책 효율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회 차원에서도 경제, 인문, 과학기술 등 분야별 소통을 통해 선제적으로 정책 대응을 해야 한다.
향후 연구회 발전 방향에 대한 제언 부탁드린다.
매우 훌륭한 연구기관과 연구회가 있더라도 정책과 연구가 분리되면 결국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낭비되는 것이다. 정책과 행정, 정책과 현실이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연구회는 국가정책을 제안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여론을 환기할 수 있는 노력도 아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NRC 역대 이사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동영상은 2023년 5월, 동영상으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또한 자세한 내용은 2024년 발간 예정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5년사』 백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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