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 - 국책연구기관의 디지털 전환

대화형 연구가 필요하다

이수한경제·인문사회연구회  디지털전환추진단 단장 2023 여름호

밀레니엄버그로 온 세상이 난리였던 1999년, 그 시절 만난 어느 연구자와 AI가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때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AI가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나의 주장에 그 연구자는 결코 그런 세상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던 기억이 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아이언맨(Iron Man)’에서 주인공은 자비스(JARVIS)라는 AI 비서의 도움을 받아 가공할 만한 첨단소재 수트를 완성했고 시리즈를 통해 대화형 AI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상상력을 한껏 높여주었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이세돌이 벌인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전 세계는 AI의 발전에 충격을 받았다. 다섯 번의 대국 중 한 번의 승리를 거둔 이세돌 9단은 AI를 이긴 최후의 인간이란 명예로운 타이틀이 붙게 되었다. 2022년 챗GPT 출현에 전 세계는 생성형 AI에 관한 충격에 빠져있다. 국책연구기관도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접목해서 아날로그형 연구에서 디지털플랫폼 기반 연구방식으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DPG)와 국책연구기관

정부는 AI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ㆍ연계 및 분석하는 디지털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민, 기업 및 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추진하고 있다. 부처 간 칸막이 문화나 비표준화, 아날로그형 전통적인 물리적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 모든 데이터가 디지털로 연결된 새로운 행정서비스 모델이다. ‘인공지능ㆍ데이터로 만드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라는 비전 아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 목표를 제시하고 특별법 제정, 클라우드 네이티브 적용, 범정부 서비스 통합 창구 구축, 인공지능ㆍ데이터 기반 과학적 행정, 민관협업 플랫폼 구축, 디지털 트윈 구축 등의 추진과제 등을 세부 과제로 설정하고 단계별 추진계획을 마련하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의 비전과 목표는 출연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 지식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연구기관과 정부, 국회, 학계,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들과 소통과 협업을 하고 있고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연구 수행 및 행정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기반 연구, 투명한 경영환경 마련

연구회는 지난 10년간 다양한 정보화 사업들을 통해 국책연구기관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데이터 기반 정책연구를 위해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양한 분석이 가능한 NRC데이터정보시스템(NDIS)를 구축·운영 중이며, 출연연의 연구성과물을 국가정책연구포털(NKIS)을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예산집행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출연연 재정정보시스템(NFIS)을 구축·확산 중이다. 특히 종이문서 절감을 위해 전자증빙, 클라우드 기반 전자계약시스템도 도입하여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활용 중이다. 연구단지가 세종시로 이전한 이후에는 사이버보안 관제센터(NRSC)를 개소하여 운영 중에 있으며 최근에는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툴인 스마트연구플랫폼(NCIS)을 구축하여 연구회 및 26개 연구기관 구성원들이 시·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연구 과정에서 생산되는 중간 산출물이나 연구 기초자료는 연구자 개인의 관리하에 머물고 있고 해외 데이터나 공공데이터 및 민간데이터는 개별 기관별로 확보하여 활용하는 등 빅데이터나 AI 활용에 필요한 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략 또한 개별 연구기관별로 대응하는 등 통합과 연계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이 제도, 예산, 인식 부족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소통과 협력을 통한 국책연구기관 디지털트윈

국책연구기관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022년 국책연구기관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미흡(54%)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행정비용 절감, 업무 효율성 증대, 정책생태계 활성화 등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기관장의 관심 제고 및 구성원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주를 이루는 등 현재 수준에는 만족하지 못하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는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정보화 예산(11조 5,395억 원)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국책연구기관 정보화 예산(194억 원)은 약 3%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또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의 비중이 기관 평균 4.5명 수준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접목하고 사이버보안 및 개인정보 대응, 기관 내 공공데이터 업무까지 담당해야 하는 등 폭증하는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 구조는 국책연구기관의 디지털 전환 촉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은 연구회 체제 25년을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연구기관별로 농축된 역사와 업무수행 방식은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역사와 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연구기획부터 연구 수행과 성과확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서류와 대면에 의존하고 오프라인 중심으로 진행되는 현재 연구 수행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클라우드 기술 기반 위에 연구데이터를 집적하고 표준화된 연구행정시스템을 탑재한 후, AI 기술을 접목한 대화형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를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토론과 협업이 가능하도록 디지털플랫폼 기반의 디지털트윈 국책연구기관 통합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리더십이 필요하며 연구기관의 자발적 참여와 기존의 업무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기술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여 년 전 AI에 관한 대화를 나눴던, 지금은 부서장이 된 선임연구위원을 다시 만나 그때를 회상했다. 우리 국책연구기관에도 자비스(JARVIS)가 현실이 되는 세상이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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