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

‘디지털 트윈’에 부는 새 바람,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여는 기회

<인터뷰> 고진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2023 여름호

코로나19가 앞당긴 디지털 전환은 글로벌 패권 경쟁을 촉발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핵심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국 오픈AI의 챗GPT 등장과 함께 AI 기술과 플랫폼을 위시한 디지털 생태계의 진화가 거듭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세계적인 디지털 전환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AI 분야에서 한국의 국가 역량을 세계 3위권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역점 과제 실현을 위해 지난해 9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출범했다.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상에서 국민·기업·정부가 함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 정부의 디지털 경제 비전 실현을 위한 주요 정책방향과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7월 6일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사무실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홍일표 사무총장(이하 홍일표)

유럽의회가 최근 본회의 표결로 인공지능(AI) 규제법안을 통과시켰고, 미국 상원에서는 생성형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해 사업자가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이발의됐다. 이처럼 새로운 AI 윤리규범 확립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6월 21일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교에서 열린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에 참석해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을 구체화한 ‘파리 이니셔티브’를 선언하며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규제와 규율, 규범을 포함한 디지털 전환의 큰 흐름에 대한 총론적 설명과 위원장께서 특히 주목하는 바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이하 고진)

예전에 4차산업혁명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있었다. 당시엔 디지털 전환이라는 것이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았다. 유럽과 미국이 중국의 급부상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이란 표현이 나왔다. 산업혁명 발전의 흐름을 보면 증기기관에서 전기로, 그리고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이어졌는데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큰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 연말에는 챗GTP가 등장했고 이후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생성형 AI 기술을 선보이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누구나 AI를 쓰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한편으로 부작용과 위험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국제사회는 이대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경우 고용, 교육 등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문제의식에 따라 디지털 규범과 관련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 구상’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후 AI를 비롯한 디지털 규범의 기본방향을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준비 중이다. 또한 대통령께서는 지난달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세계 디지털 질서 정립을 위한 어젠다’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며 대한민국이 선도적으로 디지털 신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때라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만드는 데 우리 위원회가 기여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왼쪽),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오른쪽)

홍일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가전략산업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위원회는 지난 4월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을 발표하면서 ‘오직 국민을 위한 정부’, ‘똑똑한 원팀 정부’, ‘민관이 함께하는 성장플랫폼’,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정부’를 핵심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규제뿐 아니라 진흥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지와 촘촘한 계획을 드러냈다고 보는데 디지털플랫폼정부의 목표와 역할,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고진

우선 현 정부가 왜 디지털플랫폼정부를 들고 나왔을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께서는 몇 가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는 정치적 신념에 의해 정책을 만들어 시행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에 대한 결과가 좋지 않더라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정책을 수립하고 성과 분석을 했더라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란 문제인식이 있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제안됐다. 품질이 좋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정책은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정부 내에 있는 데이터들만 잘 모아 활용해도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고 정교한 정책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플랫폼이란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정부 시스템을 연계·통합해 하나의 정부를 구현하고 부처 간 데이터 칸막이를 없애 정부 정책과 의사결정이 과학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혁신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정부가 주도하기보다 민간이 함께할 필요가 있다. 즉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민·관이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정부 혁신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실현하고자 각 부처들과 조율을 거친 끝에 지난 4월 실현계획을 발표했다. 미래에 대비한 정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민간의 혁신 생태계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힘든 점이고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각 부처와 기관들이 AI를 활용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고 있고, 부처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평가지표에 디지털플랫폼정부 정책 평가항목을 반영하는 등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또한 실현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과 조기성과 창출을 위해 16개 TF 체제로 전면 전환하고 실현 계획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실현되면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모든 정부 서비스가 100% 통합됨으로써 국민들은 이 기관, 저 기관을 다니며 민원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할 필요없이 한 곳에서 일 처리가 가능해진다. 몰라서, 바빠서 당연히 누려야할 혜택을 놓치는 일도 없어진다. 또한 디지털 인재 양성과 고용 창출 효과와 함께 2026년까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SaaS)을 1만 개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해외 진출 성과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일표

6월 24일은 ‘전자정부의 날’이었다. 일반 국민에겐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공직자나 학자, 관련 이해관계자에게 전자정부는 익숙한 개념이기도 하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매년 국제연합(UN)의 전자정부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최상위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기도 하는데, 과연 전자정부와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차이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자정부는 여전히 행정안전부가 담당하고 있는데 위원회와 행안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린다

고진

지난 4월 실현계획 보고회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전자정부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차원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했던 대통령 말씀으로 명확하게 설명된다. 행정업무의 디지털화·효율화를 통해 국민 편익을 증진하고자 하는 방향은 동일하지만 기존 공급자 중심 서비스 제공 모델에서 근본적으로 탈피한 것이 디지털플랫폼정부다. 가령 전자정부는 국민이 민원서류를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면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정부 부처 간에 주고받으면 되는 서류를 국민이 직접 발급받아 제출하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철저하게 국민의 시각에서 설계한 정책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행안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측에서 우리 위원회 정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공동 주관부처로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동안 행안부가 전자정부와 디지털정부 업무를 총괄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로의 전환 과정에서 우리 위원회와 잘 협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30명 이내의 민간위원과 과기정통부, 행안부 장관 등 당연직 정부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플랫폼정부추진단을 설치·운영 중이다.

홍일표

디지털 전환 중에서도 특히 생성형 AI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과 그에 대한 대응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다. 또한 AI와 관련하여 정부 차원에서 특별히 더 관심을 갖고 주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

고진

지난 연말 챗GPT가 대중에 널리 소개되면서 그동안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높은 효용성으로 증명했다고 본다. AI의 일상화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성형 AI는 이미 우리의 일상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촉발했다. 이를 좋은 기술로 활용하기까지 많은 과제들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 이상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초거대 AI를 활용해 혁신서비스를 개발하고 이용하는 측면에서 전문적인 지식 부족, 높은 인프라 구축·운용비용 등 여러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국내 초거대 AI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과기정통부와 함께 디지털플랫폼정부 핵심사업으로 ‘초거대 AI 활용 인프라 마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민간이 개발한 초거대 AI 인프라를 민·관이 활발하게 이용함으로써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창의적인 혁신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시작했다. 향후에는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최상위 통합플랫폼인 ‘디지털플랫폼정부 허브(DPG 허브)’를 중심으로 초거대 AI 인프라, 데이터레이크(data lake, 다양한 환경에서 수집한 모든 데이터를 가공되지 않은 원래의 형태로 저장하여 공유하는 공통 데이터 저장소), 테스트베드 등을 연계해 민간과 공공의 데이터와 서비스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세계 최초로 정부 전용 초거대 AI를 도입하려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 수립과 의사 결정을 하도록 함으로써 공무원의 업무 효율과 공공서비스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취지다. 정부 전용 초거대 AI는 정부 데이터와 민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5일 초거대 공공 AI TF를 발족했으며 앞으로 이행방안 마련에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홍일표

한국의 국책연구기관들이 디지털 전환, 디지털플랫폼정부와 관련해 연구든 사업이든 어떤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연구회는 정부 부처의 과제 제안을 받아 소속 연구기관들과 함께 협동연구를 수행해 정부 정책을 지원하기도 한다. 특히 개인정보보호위원회처럼 소관 연구기관이 없는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러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국책연구기관들에게 요청 혹은 제안할 만한 과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고진

국책연구기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위원회 내에 데이터 전문가, AI 전문가가 있지만 사실 섹터별로 도메인 날리지(domain knowledge,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가 굉장히 부족하다. 현재 위원회 추진단은 한국행정학회, 한국정책학회, 정보통신학회 등 주요 11개 학회와 15개 전문기관을 자문단으로 두고 정책개발 과정에서 협업하고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연구기관으로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행정연구원 정도가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국책연구기관들이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이 데이터 품질인데 국책연구기관들이 각자의 도메인 안에서 데이터 품질 유지를 위한 체계를 만들거나 데이터 수집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위원회의 실현계획에는 ‘디지털 트윈(가상공간에 실물과 동일한 물체를 구현하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는 기술) 구축’이라는 과제가 있다. 우리가 말하는 디지털 트윈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품질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데이터의 수집 및 가공과 관련한 품질관리 체계를 섹터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유효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을 잘 만들고 성과를 낼 수 있다. 또한 국책연구기관들의 애로사항 중 하나가 민간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데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곳이 우리 위원회가 아닐까 싶다.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려면 민간 데이터도 잘 활용해야 한다. 민간 데이터 없이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촉발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정부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민간 데이터가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도 국책연구기관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내에서도 디지털전환추진단 운영을 통해 국책연구기관들 간의 디지털 전환 종합연구를 독려하고 있다. 또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데이터 기반 행정 또는 데이터 기반 정책 제안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며 외부의 다른 기관들과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해 위원회와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보면 좋을 듯하다.

고진

현재 디지털 트윈 과제와 관련하여 지방정부들로부터 제안을 받으려 한다. 각 지방정부마다 원하는 디지털 트윈 구축 방식을 제안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각 광역권별로 하나씩 지정해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그럴 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연구기관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 추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데이터 수집단계의 첫 접점은 지방정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그와 관련한 지식이나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 보기 때문에 국책연구기관들이 지역별로 원하는 영역에서 디지털 트윈 구축단계부터 참여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홍일표

오늘 위원장님의 제언을 들으며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속 연구기관들도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 정책 수립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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