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축소사회’ 대한민국 - 노동 환경 개선

장기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노동 정책 과제

곽은혜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 2023 여름호

2002년 이후 지속되는 초저출산 현상에 정부는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저출산 대응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출산 및 아동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지만, 인식 개선에 비해 실질적인 효과는 미흡한 실정이다. 제도의 지속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8명까지 감소하였고 청년들은 여전히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추세이다.

청년들의 가족 형성은 노동시장 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컨대 남성의 안정적인 소득은 가족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출산 후 경력 단절과 같은 노동시장 기회비용은 여성의 결혼 및 자녀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잘 알려진 이러한 사실들에 더해 최근 연구는 근로자 집단의 이질성, 노동시장 내 불확실성과 격차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청년들의 가족 형성과 노동시장 문제를 고찰하고 정책적 함의를 제시한다.

여성의 경력 단절과 임금 변화

출산 후 여성은 휴직이나 근로 시간 감소로 인한 인적자본 감소, 일자리 이동, 노동시장에서의 통계적 차별 등을 이유로 임금 하락을 경험한다. 이는 다양한 국가에서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연구했던 주제이고 대다수의 선행연구는 여성이 출산 후 겪는 임금 감소를 평균 2~13% 정도로 추정한다. 또한 출산 후 여성 근로자들이 겪는 경력 단절 문제는 이미 많은 자료를 통해 보이고 있다. 특히 자녀가 초등 저학년이 될 때 돌봄 공백으로 인해 여성들의 노동시장 이탈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도 관찰된다. 이러한 경력 단절과 출산 후 임금 하락은 모든 여성에게 동일하게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고용 환경과 임금 수준에 따라 이질적으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고임금을 받고 안정적인 일자리에 있는 여성과 비교할 때 저임금·불안정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 근로자는 자녀 출산으로 인해 더 큰 임금 하락을 경험한다. ‘임금수준별 모성 임금 격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출산 후 여성은 평균적으로 5.7%의 임금 감소를 경험하지만, 출산으로 인한 임금 감소는 저임금 여성에게 더 크게 나타나고 고임금으로 갈수록 임금 감소분이 줄어든다.

출처: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여성의 임금 수준에 따른 이질적 모성 불이익(motherhood penalty)은 개인의 인적자본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근로자가 소속된 노동시장 특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성보호제도의 도입과 활용 측면에서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 간의 격차가 존재하고, 실제 일자리의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공공부문 종사자는 출산 후 노동시장 이탈 확률이 확연히 낮기 때문이다. 불균등한 모성 불이익(motherhood penalty)은 여성들의 노동시장 성과에 따라 결혼과 출산 결정에도 불균형이 커질 수 있음을 함의한다.

불안정한 고용과 가족 형성의 지연

출산축하금, 양육비 지원과 같은 경제적 지원정책은 다수 연구를 통해 출산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하지만 그 효과가 매우 미미하고 청년들의 출산 의향까지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된다. 고가의 양육 물품, 조기에 시작하는 사교육 등의 문제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현금 지급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은 가족 계획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들의 출산 의향을 고취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7월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 여성 취·창업 박람회’에서 구직자와 예비 창업자들이 붐비는 모습

청년들이 가족 형성을 미루는 주된 요인으로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낮은 임금 등이 있다. 예컨대 직장의 고용 안정성과 임금 수준이 높은 청년일수록 결혼 의향이 높게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고용 안정성이 높아질 때 출산 계획을 실현시킬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불확실성의 관점에서 남성은 절대적인 임금 수준이 동일하더라도 상대적인 임금 수준이 낮다면 결혼이 늦어지고, 여성은 출산 후에 예측되는 임금 감소 정도가 크면 출산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질적인 성과를 넘어 청년들이 체감하는 노동시장에서의 불확실성과 격차가 가족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 효과를 위한 경제적 지원에서 나아가 청년들의 안정적인 노동시장 이행을 돕고 노동시장에서의 불합리한 격차를 줄이는 것은 혼인율과 저출산 문제에 있어 장기적으로 중요한 정책 과제이다.

노동 환경의 이질성을 고려한 정책

불안정한 노동시장 성과, 가족 형성 후 경력 유지의 어려움, 교육비를 포함한 높은 양육 비용은 청년들이 가족 형성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경제적 지원과 일·가정 양립제도는 계속해서 다양해지고 보편성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관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일률적인 정책은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적합하지 않거나 충분하지 못할 수 있다. 제도는 있으나 사용할 수 없는 근로자와 제도 밖에 있는 개인은 가족을 형성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회비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과거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부의 정책이 제도의 보편적·획일적 확대였다면, 오늘날 저출산 시대에 대응하는 노동시장 정책은 정책 대상 집단의 이질성을 고려한 세밀한 수정, 정책 사각지대를 고려한 정책 발굴, 노동시장에서의 불확실성과 불합리한 격차 감소를 목표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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