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축소사회’ 대한민국 - 총론

우리나라 저출산 현황과 향후 대책 방향

이상림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 2023 여름호

우리 사회에서 인구 문제에 관해 크게 높아진 관심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 등 인구 문제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극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되고 지방대에서 신입생 대량 미달 사태가 나타난 2020년 즈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60년대부터 꾸준히 낮아졌지만, 위기로서의 저출산이 시작된 것은 2002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출생아 수는 2001년 60만 명 선이 무너져 2002년에는 40만 명대로 크게 내려앉는다. 이때 태어난 세대의 성장에 따라 지난 지방대 대량 미달 사태가 만들어졌고, 현재의 아르바이트생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3~4년 후에는 노동시장 신규 진입 인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전에 없던 노동력 부족 사태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기업의 신규 인력난은 청년들이 기피하는 지방 기업들에서부터 본격화할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실행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문제에 대응하고자 2006년부터 5년마다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있다. 기본계획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에 대한 중장기 정책목표 및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부처를 망라한 200여 개 주요 추진과제들로 구성된다. 이 기본계획을 실제 집행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매년 작성하는데, ‘OO조를 쓰고도 효과 없는 저출산 정책’이라는 비판의 출처는 바로, 이 시행계획에 담겨 있는 사업 예산들의 총합이다. 물론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투여된 것은 맞지만 비판의 근거인 저출산 예산 총액은 잘못 산정되고 있다. 여기에는 저출산과 직접 관련없는 사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고, 주택자금 대출과 같이 상환 예정인 대출금도 그대로 지출 예산으로 산정된다. 무엇보다 기존 정책에 일부 예산이 증액된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많은 비판을 받지만 무시할 수 없는 성과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서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전 국민이 인식하는 사회문제로 부각시켰으며, 과거 OECD 평균의 1/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던 공공의 가족 지출 예산(비중)을 10배 이상으로 크게 증가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 전체의 복지에 관한 인식이 크게 전환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10여 년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등락을 반복하던 합계출산율은 2016년부터는 경제 위기 등 특별한 외부 요인 없이 꾸준하게 하락하여 2018년에는 1.0 밑으로 떨어졌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0.78이라는 충격적 수치에 이르렀다. 이 정도로 낮은 출산율은 옛 동독 지역에서 통일로 체제가 붕괴된 직후 1994년에 일시적으로 나왔던 수치로, ‘사회가 붕괴할 때 나타나는 괴멸적 수준’이라는 평가가 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별사업 중심 접근과 경제주의

그러면 왜 저출산 정책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일까? 그 답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 구조와 정책 접근 방법의 불일치에 있다. 청년들이 생애과정의 이행을 더디하고,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은 청년을 불안하게 하는 여성 경력단절을 포함한 일자리, 주거, 사교육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저출산 정책은 지원 위주의 개별사업들로 이뤄져 있는데, 지원의 수준을 늘리더라도 저출산의 구조적 원인은 여전히 지속해서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개별사업 중심의 접근 이면에는 인구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경제주의적 프레임이 존재한다. ‘출산과 육아 관련 비용이 감소하면 출산율이 오르게 될 것’이라는 경제학적 가정 아래 사업들이 나열·확장되었는데, 이는 청년의 삶과 인구 변화의 복잡성을 ‘비용 문제’로 지나치게 단순화했다고 비판할 수 있다. 실제로 기본계획의 근거인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들여다보면 제1항의 목적에서부터 ‘국가의 경쟁력과…… 지속적 발전’이라는 국민경제 중심적 시각이 발견된다. 심지어 제7조 인구정책을 보면, 인구에 관한 경제학 이론인 ‘적정인구(optimum population)’를 분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이론적 논의를 실제 정책으로 끌고 온 것도 문제이지만, 이것은 누구를 위한 ‘적정’인가라는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나아가 지난 정부가 이미 폐기한 ‘목표 출산율’을 다시 설정하게 하는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인구에 관한 경제주의적 인식은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을 ‘노동력 부족, 경제성장 둔화, 정부 예산 불균형’과 같은 경제적 문제들로 보는 시각이 가장 대표적이다. 저출산 문제가 누적되면서 나타나게 될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와 그에 따른 인구감소의 파장은 경제 영역을 넘어 사회정치적 문제로 발전할 것이다. 본격적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계층, 지역, 세대를 따라 격차와 불평등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 갈등들이 우리 사회의 통합과 연대성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

종합적 인구정책을 위한 거버넌스

지난 17년 동안의 인구정책과 저출산의 심화는 우리 사회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체계의 한계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앞으로도 가족복지 사업들은 그 효과성을 높이면서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지금까지 기본계획 체계가 풀지 못한 사회구조적 문제들에 직접적으로 다가가고, 인구 변동이 초래할 사회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인구정책의 거버넌스 체계가 새롭게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인구 문제에 관한 사회철학적 기반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인구 담론도 함께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획기적으로 개선 혹은 대체하기 위한 법률 근거 마련 작업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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