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구를 지켜라! 탄소중립 실현

기후정책 수립 위한 싱크탱크의 전략

최형식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 2021 가을호
미국에서 4년마다 기후변화 과학과 기후 영향에 대해 발간하는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National Climate Assessment)’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배출되면 지구열 균형을 변형시켜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또한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장기적으로 체류하면서 지구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변화한 기후 시스템에서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열파·가뭄·홍수 등이 더욱 강력하게, 더 자주 발생해 인류의 삶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피해를 준다. 그렇기에 기후변화는 대기 중에 누적된 온실가스 농도를 시간적 제약 아래에서 최소화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인류가 비교적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기 위해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해야 하며, 2050년 이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을 제로(0)로 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주요국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역사상 최초로 수십 년 앞을 준비하며 계획적으로 저탄소 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국의 정부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사회 변화를 고려한 장기적 전망 및 정책 효과를 제시할 수 있는 국가 싱크탱크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영국, EU, 미국의 기후 정책 제시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가 2019년 5월 영국의 탄소중립 달성에 관해 발간한 277쪽 분량의 넷제로 시나리오 보고서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limate Change Committee, CCC)는 독립적 예산을 가지고 정책 의견을 국가 및 의회에 제시할 수 있는 위원회다. CCC는 2019년 5월 영국의 탄소중립 달성에 관한 277쪽의 넷제로 시나리오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탄소중립이 기술적·경제적으로 달성가능함을 제시하며, 2050년의 GDP 영향이 1~2%에 이를 것이라고 제시할 뿐 아니라 각 수단별 감축 비용을 추산한 데이터도 함께 공개했다. CCC는 위원회 위원을 중심으로 연구를 기획하며, 국내외 수십 명의 전문가 그룹과 함께 작업을 수행한다. CCC는 이 외에도 탄소중립에 필요한 다양한 연구를 기획하고 지원해 새로운 지식을 사회에 제공하며,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과 정책 제안 보고서를 독립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EU 차원의 탄소중립 이행 계획에 대한 전략은 EU 집행부의 산하기관인 공동연구센터(Joint Research Center, JRC)에서 주로 만들고 있다. JRC의 연구는 EU의 정책 집행을 지원하기 위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에너지·기후변화·농업·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EU는 2018년에 탄소중립 대륙을 최초로 달성할 것을 선언하면서 ‘A Clean Planet for All’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JRC의 연구를 바탕으로 탄소중립으로 가는 ‘순환 경제’를 포함해 다양한 경로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관련 투자 비용을 제시한다. 결국 탄소중립이 EU의 경제성장, 일자리,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연구는 JRC 연구진을 중심으로 다양한 EU 회원국의 전문가들과 협업해 진행하며, 오랜 기간 R&D를 통해 연구 역량을 축적해왔기에 가능한 것이다. JRC는 EU 차원의 2050년 기준 시나리오와 탄소중립 시나리오 개발, 부문별 감축 계획 수립 및 파급효과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기술개발 로드맵 및 기술 혁신 정책, 농업 및 환경 정책 연구를 과학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0년에 제정된 글로벌 변화 연구법(Global Change Research Act)에 따라 기후변화 연구 프로그램 내에서 ‘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National Climate Assessment)’를 발간한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이 주도하고, 13개 연방 기관이 협력해 글로벌 변화 연구 프로그램 아래에서 4년마다 기후변화 과학과 기후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는 현재 배출된 온실가스가기후 시스템을 변화시켜 미래에 가져올사회경제적 피해 비용을 추산한 사회적 탄소 비용(Social Cost of Carbon) 도출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적 탄소 비용은 미국 연방정부에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이행하는 데 중요한 정책적 도구로 활용되며, 내년 초까지 새로운 사회적 탄소 비용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현재 2020년 배출된 1톤의 이산화탄소 비용을 51달러로 평가하고 있으며, 새롭게 평가되는 비용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와 향후 과제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30년 내에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첫해인 올해에 작업반을 중심으로 국가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이 만들어졌으며, 하반기에 대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보완하고 확정할 것이다. 또한 연내에 2030년 온실가스 감축(NDC) 목표상향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존 목표보다 강화된 2018년 대비 35% 이상의 감축안을 제시할 것이다. 하지만 30년 동안의 대전환 관련 계획에 대한 사회경제적 변화의 모습, 구체적 정책 수단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한 투자 비용, 재원 마련 방향, 기술 혁신 효과, GDP 영향, 일자리 영향 등을 사전 평가하고, 이를 통해 정책으로 인한 상충관계(trade-offs)와 시너지를 파악해 정책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 연구과제 지원과 데이터 기반의 연구 활성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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