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구를 지켜라! 탄소중립 실현

탄소 유출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공공재, 탄소세 정책

박영석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2021 가을호

2021년 7월 14일 EU의 집행위원회는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CBAM) 입법안을 발표했다. CBAM의 대상 산업 범위는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기 등이며, 2023년 1월 1일부터 3년간의 과도 기간을 거치고 2026년부터는 ‘CBAM 인증서’를 매입해 제출할 의무를 지닌다.

탄소세 정책은 글로벌 공공재

지난 7월 EU의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탄소국경조정매커니즘(CBAM) 입법안을 발표했다.

탄소국경세 제도란 과연 어떤 제도이며, 그 기본적인 개념은 무엇인가?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는 본질적 속성상 글로벌 공공 악재(global public bad)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한 국가가 부과한 탄소세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 기업이 탄소세가 없거나 미약한 국가로 생산 시설을 이전한다면, 탄소세 정책이 의도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얻지 못하면서 탄소세를 부과한 국가의 산업과 일자리가 타국으로 유출되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을 ‘탄소 유출(carbon leakage)’이라고 한다.
이를 거꾸로 표현하면, 탄소세 정책은 글로벌 공공재(global public good)다. 한 국가가 시행한 탄소세 정책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누리는 혜택이기 때문에, 국가마다 서로 다른 국가의 탄소세 정책에 무임승차하려는 유인(free-riding incentive)이 존재한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실패(global market failure)는 국내의 시장실패 문제와 달리 개별 정부의 국내적 개입만으로 효과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Treaty of Westphalia)에 의거해 각국은 탄소세 정책에 대한 국제 합의를 강요할 수 없으므로 탄소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제력 있는 국제기구에 의한 해결 또한 도모하기 어렵다.
EU의 CBAM은 이러한 글로벌 시장실패 문제인 탄소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탄소국경세 제도의 목적은 유럽이 생산하며 배출하는 온실가스뿐 아니라 유럽이 소비하며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다.
탄소국경세 제도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두 국가 A와 B를 상정하자.
국가 A는 B보다 더 높은 탄소세율을 부과한다(tA ›tB). 탄소국경제도의 수단은 관세의 개념과 동일하다. 즉 국가 A가 국가 B에서 생산된 재화를 수입할때 r 만큼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B는 국가 A에 수출할 때 tB+r 만큼 실질적 탄소세율을 맞게 된다. tB +r ‹ tA일 경우에는 완전히 조정된수입관세(fully adjusted importtariff), tB +r ›tA일 경우에는 부분적으로 조정된 수입관세(partially adjusted import tariff), 그리고 tB+r = tA일 경우에는WTO 규정(the principles of equal treat ment)에 어긋난다. 완전히 조정된 수입관세를 따를 경우, 국가 A 시장에서 두 국가의 기업들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되지만, 국가 B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국가 A 정부는 국가 B에 수출하는 자국 기업에 k만큼의 환급(rebate)을 해줄 수 있다. 만약 tA-k=tB일 경우 완전히조정된 환급(fully adjusted rebate)이며, tA-k‹tB 의 경우에는 WTO 규정에 위반된다. 탄소국경제도의 관세와 환급은 국가 A의 높은 탄소세율이 국가 A에 위치한 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만듦으로써 두 국가의 시장에 동등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두 수단 모두 탄소유출 현상은 감소시키지만, 환급 없이 관세만 시행할 경우 온실가스 저감 효과는 더 크다. 또한 WTO 규정상 수출 환급 제도는 정당화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탄소국경세 제도의 세 가지 쟁점

탄소국경세 제도에 대한 논의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환경문제에 대한 무역 수단의 구체적 설계와 WTO 규범과의 합치성 문제다. 탄소국경세 제도는 실질적으로 시행하는 데 장애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WTO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쟁점에서의 주요 결론이다(Khourdajie and Finus, 2020).
둘째, 환경문제에 대한 무역 수단 사용에 대한 경제학적 정당성이다. 통상적으로 무역 이론은 무역장벽의 사용을 정당화하지 않지만, 글로벌 환경오염 문제의 경우 시장개입을 통한 왜곡의 조정이 정당화될 수 있다. 마커슨(Markusen)(1975)은 한 국가가 관세라는 무역 수단으로 다른 국가에서 생산하는 상품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모형을 통해 선보였다. 관세로 인한 수요 감소가 해당 제품에 대한 전 세계 가격을 하락시키는 논리로 최적의 피구세에 준하는 최적의 관세를 도출한 것이다. 호엘(Hoel)(1996)은 마커슨(1975)의 이론적 논리를 더 정교하게 다듬은 모형을 통해 (1)관세 부과는 관세 부과로 인한 수입 감소로 교역 조건을 향상시키는 효과와 동시에 (2) 그로 인한 외국의 재화 생산(공급) 감소로 외국의 오염물질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음을 보였다. 따라서 호엘(1996)은 탄소 배출 비규제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최적 관세는 관세로 인한 재화 수요 감소로 인한 한계 탄소 배출 감소를 반영한 국내의 탄소가격 (탄소세)임을 모형을 통해 이론적으로 제시했다.
셋째,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역 수단 정책에 대한 실질적 효과에 대한 논의다. 이 논의에는 CGE(Computational General Equilibri um) 모형을 사용하며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Bohringer et al., 2014, 2015, 2017). 이 부분에 대한 다수 연구에서 수출 환급 제도가 탄소 유출 현상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밝히면서 오직 관세 제도만이 실질적으로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EU는 CBAM을 도입하면서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CBAM의 시행 효과는 아직 사전적(ex-ante)이며 이론적 논의로밖에 예측할 수 없다. CBAM으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는 단기적으로 자국의 무역에 미칠 영향을 파악해야 하겠지만, CBAM의 근본적인 도입 배경은 인류 생존을 위한 기후변화의 해결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핵심적이다. 탄소세 및 탄소국경세 제도는 경제주체들의 화석연로 사용 감소 및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며, 이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술혁신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삶의 질과 경제성장을 희생하지 않고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저탄소 기술혁신밖에 없다. 미래에 이용 가능한 저탄소 기술은 현재의 기술혁신 투자에 의해 결정되므로, 정부는 민간 주도(private initiative)의 기술혁신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재생에너지원 등의 저탄소 기술개발은 10년에서 30년 정도로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가 늦어질수록 우리 경제의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더욱 늦어질 것이며, 그에 따라 미래에는 더 큰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미래에 전 세계적으로 탄소국경세 제도가 정착되고 민간 부문의 새로운 저탄소 기술혁신과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이 가속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은 점차 줄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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