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구를 지켜라! 탄소중립 실현

주력 산업의 지속 성장과 혁신 역량 강화를 통한 탈탄소화

정은미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 2021 가을호

2050년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면서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 1, 전력 사용에 의한 간접배출까지 포함하면 2분의 1을 점하는 산업부문은 전면적 산업 재편과 성장 방식의 전환에 직면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기술·제품·에너지전환뿐 아니라 우리 산업의 발전 방식과 경로를 완전히 바꾸는 중차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산업구조로의 전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탈산업화가 아닌 탈탄소화를 목표로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산업 재편, 저탄소 원료로의 교체, 스마트 공장 확충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 9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공장ㆍ자동화산업전 2021’

EU,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은 저탄소사회로 전환을 추구하면서 산업 부문에서는 새로운 공정·제품·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도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산업전환과 재흥전략의 일환으로 구체적 달성 경로를 수립해야 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탄소 누출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산업의 경쟁 우위유지·강화를 전제로 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이 자본과 기술 그리고 기업과 노동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친환경 산업구조로의 전환, 그린 인프라 및 혁신 기술의 적용을 정교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s)에서 부문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산업에 대해 선형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현실성을 낮추는 역설이 될 수도 있다.
한국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르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의탄소중립 선언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EU의 제조업 비중은 평균적으로 16.4%에 불과하다. 영국(9.4%), 미국(11.0%)은 물론이고 제조 강국인 독일(20.7%), 일본(20.3%)도 한국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낮다. 그러나 이들국가의 제조업 비중이 낮다고 해서 결코 제조업을 경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빠른 속도로 추격하는 중국에 대응해 디지털전환, 그린 뉴딜을 통해 자국 제조업의 경쟁 우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글로벌 경쟁 패러다임을 바꾸려 하고 있다.

친환경·저탄소 생산공정 개발

제조 강국으로서, 한국도 탈산업화(dein dustrialization)가 아니라 주력 산업의 지속 성장과 혁신 역량 강화를 통한 탈탄소화(decarbonization)를 목표로 해야 한다. 산업 재편은 탈탄소·친환경이라는 수요 변화를 반영해 주력 제품을 빠르게 변화시켜야 한다. 예컨대 내연차에서 전기·수소차로, 탄소유발 소재에서 탄소저감형 소재로 대체하는 것이다.
아울러 혁신 공정을 적용하고 원료 및 연료가 변화되어야 한다. 친환경·저탄소 생산공정의 개발과 적용은 새로운 생산 패러다임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환경 설비와 제품의 수출국으로 전환하는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국내 산업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변화를 선도하는 솔루션 공급자로 도약해야 한다.
다음으로 석탄, 석유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연료와 원료를 저탄소 연료 및 원료로 교체해야 한다. 석유·납사 기반 석유화학산업은 바이오·수소 기반 화학산업으로 전환하고, 유연탄과 철광석을 사용하는 철강산업은 청정에너지와 순환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불화가스를 사용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공정가스를 대체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정밀화학산업 같은 연관 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
스마트 공장, 스마트 산단, 공장에너지관리 시스템(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 FEMS) 수요 기반을 확충하고, 국내 공급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초고효율 기기 및 설비 도입, 노후설비 교체 투자에 대한 촉진 조세 특례 등을 확대한다면 기계·전기전자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할 수 있다.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은 규제보다 수요 기반 확충과 국내 공급 역량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효과적이며, 이를 위한 촉진 기제를 마련해야 한다.

부문별 전략과 국가 전략의 공조 필요

① 탄소중립 공정·제품 개발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탄소중립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하는 한국 산업의 선제적 경쟁 우위 확보와 전환’이라는 점에서 향후 10~30년 내에 신공정·신기술의 R&D부터 상용화, 설비 교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소환원제철,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 age, CCUS) 등 핵심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투자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건물·수송·에너지 등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하는 제품 개발 및 공급 역량을 적기에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 기술-응용 기술-스케일업-상용 기술-설비 교체 기간을 고려하면 탄소중립 R&D 예산 배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목표를 관리하는 것이 좋다.

② 그린 인프라의 확보와 사회적 수용성 제고 강화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그린 전력, 그린 수소, CCUS 등 3대 그린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는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충분한 공급과 적정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 산업 및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또한 순환자원의 효과적 활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생산과 소비 후 회수에 대한 산업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폐기물의 수집 및 분리뿐 아니라 불순물 제거, 순수 원료 추출을 위한 기술 적용, 디자인 및 설계 단계에서 재자원화를 고려해야 한다. 순환자원에 대한 물질흐름분석(Material Flow Analysis, FMA), 중장기 수급 구조 전망 등 전주기접근(Life Cycle Analysis)에 기반한 산업-기술정책이 필요하며, 소재의 융복합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순환자원의 업사이클링(upcycling)을 위한 분리·정제·가공·성분 추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경친화제품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소비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생산자에 대한 소비자 요구를 강화하는 것과 아울러 이에 상응하는 소비자의 친환경·고비용 제품에 대한 자발적인 비용 지불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합의 역시 필요하다.
참고로 중국은 2020년 10월말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온실가스 국가 배출 정점을 2030년으로 예상하고 탄소중립 달성은 주요국보다 늦은 2060년으로 발표했다. 제조업 비중이 29.3%이며, 여전히 성장중에 있는 자국 경제·산업의 현황과 향후 구조전환의 준비와 속도를 고려한 것이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이 1990년대부터 약 30여년간 체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구조를 바꿔왔고, 앞으로 다시 30년간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한국은 코로나 국면을 지나고 2021년에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정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과 30년만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도전적이다. 이는 탄소집약 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적 특성, 산업생태계의 재편, 기후대응 역량에서의 국가간 차이까지 단번에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 경제-산업구조적 특성을 살펴보고, 향후 녹색성장을 위해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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