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구를 지켜라! 탄소중립 실현

저탄소 혁신 위한 기업과 정부의 상보적 노력 극대화

이상준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연구팀장 2021 가을호
자료: IEA, 2021, p.123.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다. 코로나19를 우리나라가 적절히 관리해나가고 있는 저변에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저력이 빛을 발한 사례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작년 초반 코로나19가 확산될 무렵 마스크 공급이 부족해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시중에서 다양한 모양과 기능의 마스크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소비자의 수요에 맞게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제조업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를 늘릴 수 있는 LDS 주사기도 우리나라의 튼튼한 제조업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또한 제조업은 수출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탄소중립 시대에 우리나라 제조업은 갈림길에 서 있다. 제조업이 다른 부문에 비해 구조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더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나라 제조업은 소멸되어야 할 대상인가? 여기엔 누구도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우리는 튼튼한 제조업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탄소중립 이행 위한 저탄소 혁신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넷제로 보고서(2021)

우리나라 제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저탄소 혁신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제조업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째는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에너지 부문 배출이고, 둘째는 산업공정에서 사용되는 공정 가스 등의 소비에 따른 배출이다. 두 가지 배출 유형 모두에서 탄소중립에 이르는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은 기존 시스템으로 달성이 불가능하다. 우선 에너지 부문에서 화석연료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난감축(hard-to-abate) 산업에서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철강, 화학, 시멘트 등 난감축 업종은 생산공정이 온실가스 배출과 직접 결합되어 있어 근본적 공정 혁신이 없으면 탄소중립 이행이 불가능하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의 ‘넷제로 특별 보고서’(IEA, 2021)에서도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철강, 화학, 시멘트 등 중공업의 혁신이 핵심임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공정 배출의 감축을 위해서도 혁신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산업공정 배출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중요하기도 하거니와 산업공정 배출의 근본적 감축은 새로운 공정 가스나 냉매 등 대체물질의 개발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보호청(United State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US EPA)의 글로벌 전자산업(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모듈)의 산업공정 배출에 대한 보고서(EPA, 2019)는 2050년 글로벌 전자산업에서 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한 저감 잠재량이 총배출량의 58%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잠재적 저감 비용 증가까지 고려한 수준으로, 현재 기술은 추가 비용 투입으로도 탄소중립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결국 새로운 대체가스 개발, 배출 제어 기술 등 산업공정 배출 저감을 위한 혁신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고위험의 길

저탄소 혁신은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위험한 길이다. 주요 미래 탄소중립 생산공정 기술 대부분은 연구개발 단계에 그치는 등 미완성 상태로 기술개발 위험이 매우 크며, 향후 자본집약적 설비에 대한 투자 위험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탄소중립 기술 활용을 위한 청정에너지나 원료 등의 제반 인프라도 미비한 상황이다. IEA(2021)도 중공업 부문에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술의 60%는 초기 단계(시제품이나 실증 단계)에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그림>). 한편 설비투자의 잠금효과(lock-in)를 고려하면 2035년경에는 중공업 부문의 모든 신규 설비는 저탄소 생산공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도 제기되고 있다. 즉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혁신의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산업공정 배출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산업공정 배출이 많은 전자산업은 생산공정이 미세하고 복잡한 특징을 가져 산업공정 배출 저감을 위한 기술개발과 상용화까지는 불확실성과 기술 장벽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과 정부의 상보적 노력 필요

저탄소 혁신 노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 기대어 위험회피적 대응을 하는 것은 현재 대안이 아니다. 탄소중립은 일시적으로 발생한 단기 충격(temporary shock)이 아니라 향후 우리나라 산업 부문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영구적 충격(permanent shock)으로 봐야 한다. 탄소중립은 앞으로 전 세계 산업 부문의 핵심 의제로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고, 이 변화를 선도해나가는 것이 우리나라제조업이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기업의 노력을 밀고 끌어주는 정책적 요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 기업의 저탄소 혁신 노력에 대한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산업 부문의 저탄소 혁신 관련 불확실성에는 산업 부문에서 스스로 관리할 수 없는 위험 요인이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국가 차원의 청정에너지나 원료 수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은 기업의 저탄소 혁신과 발맞추어 추진해야 할 과제다. 이인삼각 경기처럼 저탄소 혁신을 위한 기업과 정부의 상보적 노력이 극대화될 때에만 불확실한 탄소중립의 길을 밝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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