硏究IN
2050을 향한 도전,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정책연구자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이다. 지구가 직면한 이 거대한 위기 속, 변화의 최전선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학문적 연구를 넘어 정책적 해법을 제시하며, 환경 문제에 깊이 몰두하는 한국환경연구원의 두 연구자와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을 들어보았다.왼쪽부터 이정은 한국환경연구원 탄소중립연구실 부연구위원
채여라 한국환경연구원 탄소중립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채여라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하 채여라)
저는 주로 통합 평가 모형(IAM; Integrated Assessment Model)을 사용해 기후변화가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의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화학을 전공하면서 친환경 기술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영국 유학 중 환경과학을 접한 후 본격적으로 기후변화 연구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박사 후 연구원 생활 중 우연히 채용 공고를 보고 한국환경연구원에 지원하게 되었는데, 면접을 보며 이곳에 대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전에 했던 연구와 연계할 수 있다는 점과 학계에서 함께 연구하던 분들과 협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입사 후 다양한 연구를 이어가며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정은 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 (이하 이정은)
저는 탄소중립연구실에서 수송과 산업 부문의 탄소 감축 전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상향식 모델링 기법을 활용해 감축 잠재량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감축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환경 규제와 기후 기술 활성화 방안도 다루고 있습니다. 원래 공학을 전공했지만 에너지와 환경 정책에 관심이 생겨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기술, 경제, 정책을 융합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두 번째 입사인데요. 석사 연구원으로 자원순환연구실에서 폐기물 관련 법안 지원 업무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박사 과정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며 기후변화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들이 지금의 연구 주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정책 연구의 무게를 실감하다
채여라
정책연구자는 단순히 새로운 사실이나 데이터를 발견하는 연구자와는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연구는 새로운 발견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지만, 정책연구자는 그 발견의 의미를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더 깊이 고민해야 해요. 2018년에 수행했던 폭염 연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폭염에 대한 연구가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연구 초기에 ‘올해 폭염이 오지 않으면 연구의 중요성을 증명하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걱정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그해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오면서 폭염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고, 폭염이 처음으로 자연재난으로 지정되며 연구의 사회적 기여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해 여름은 정말 ‘핫’했던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정은
정책연구자는 단순히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결과가 실제 정책 입안자의 의사결정에 반영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정책이 실행된 후에도 이행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정책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피드백을 통해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정책연구자의 핵심 역할입니다. 다른 연구기관들과의 협력도 필수적입니다. 국책연구기관 내에는 다양한 연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잖아요. 다른 연구자들과 협동 연구를 통해 다양한 연구 방법론을 배우고, 융합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채여라
정책연구자로서 관점이 달라진 계기가 있었는데, 10년 전쯤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 분석을 주제로 연구한 보고서가 발표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보고서가 신문에 보도되고, 다른 연구나 기사에 많이 인용되는 것을 보면서 연구 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되었죠. 특히 어떤 신문의 사설에서는 제가 사용한 할인율을 두고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그때는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했습니다. ‘내가 여기서 실수라도 한다면 큰일 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경험 이후로는 연구 결과의 정확성뿐만 아니라그것이 정책이나 의사결정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파급력이 얼마나 클지, 그리고 왜 이 연구가 중요한지 등 더 많은 요소를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이정은
저는 사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주 큰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경험은 많지 않지만, 최근 수송 부문의 탄소중립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정책 설계 과정에 직접 참여를 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당시 해외의 정책 사례를 조사하고 제도 개편 시 발생할 수 있는 파급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제가 조사한 자료들이 실제 정책 설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 경험은 앞으로도 연구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 같아요.
문제 해결, 그 이상의 가치를 향해
채여라
저는 정책연구자로서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처음에는 문제 해결과 보고서 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점차 연구의 목표가 단순한 해결책 제시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연구로 바뀌었죠. 연구 결과가 새로운 지식이나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현실에 적용되어 실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가 꾸준함과 일관성을 가지고 자신의 연구 분야를 깊이 파고들며 지속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흐름에 따라 연구 주제를 자주 바꾸기보다는 자신만의 연구 정체성을 확립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를 이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정은
조금 거창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정책연구자로서 2050 탄소 중립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 그 과정에 직접 기여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 감축뿐만 아니라, 감축과 적응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제 꿈입니다.
예를 들어 공편익(Co-benefit)이 발생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하여, 기후변화 대응이 단순한 환경적 성과를 넘어 경제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방안을 모색하고 싶습니다. 또한 연구를 수행할 때 끈기와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양한 기관, 정책입안자, 그리고 현장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현장감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최근 환경부 정부 대표단으로서 OECD 국제회의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탄소 감축 포럼에 참석하여 각국의 대표들과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 대사로 활동하셨던 대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이런 경험은 앞으로 연구자로서 더 많은 기회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 최근 수송부문의 탄소중립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정책 설계 과정에 직접 참여를 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
이정은 한국환경연구원 탄소중립연구실 부연구위원
채여라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연구, 그리고 그 결과가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 연구가 좋은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연구 결과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이 정책 입안자나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어요. 많은 보고서와 논문들이 작성되지만 그 내용을 읽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경우도 많죠. 연구자는 의사소통을 통해 자신의 연구를 널리 알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구를 다양한 언어로 번역하거나, 이해하기 쉬운 요약본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SNS나 유튜브와 같은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연구 내용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해외 유명 연구소들을 보면 연구의 접근성을 높이는데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도 연구의 결과를 사회에 더 쉽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정은
좋은 연구란 지속적인 노력과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단순히 한 번의 성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꾸준히 시도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해요. 또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연구자가 혼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나 정책 집행자들과 협력하여 정책의 현실성과 실효성을 높여야 하죠. 특히 연구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을 때 그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진정한 좋은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분야와 소통하며 연구의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좋은 연구를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연구, 그리고 그 결과가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 연구가 좋은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
채여라 한국환경연구원 탄소중립연구실 선임연구위원
" 저는 전문성을 인정받는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다른 곳에서 “우리 연구원에 채여라 박사님이 계신다”라고 말할 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연구자였으면 좋겠어요. "
" 저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제 연구를 보고 누군가가 “나도 환경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면 정말 보람될 것 같아요. 또한 협력적이고 선한 영향을 주는 동료가 되고 싶어요. "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을 설계하다
이정은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책 대부분은 단기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 근본적인 원인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제도가 기대만큼 국민의 참여를 얻지 못했을 때, 단기적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빠르게 수정하려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이러한 단기적인 대응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정책 수요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정책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국민의 요구와 반응을 기반으로 정책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문제는 단기적 성과만을 목표로 해서는 해결책을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채여라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시각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많은 기업과 정책 입안자들이 단기적인 비용과 이익에만 집중하며 기후변화의 장기적인 리스크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단기적인 비용 증가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항 제철소가 홍수로 침수되었을 때나 금호건설이 오송 지하차도 사고로 큰 타격을 입었을 때,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업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죠.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단순한 수익 감소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경영진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춰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이야기하면 “내년 수익이 중요한데 무슨 한가한 소리냐”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죠. 이들에게 기후변화가 미칠 리스크와 장기적인 대응에 대한 의식을 전환시킬 필요성을 느낍니다. 정책연구자로서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큰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정은
중장기적 시각뿐 아니라 설정된 목표에 대한 평가와 이행 점검이 필요합니다. 2030년, 2035년, 2050년 등 단계별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경우 그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장기적 시각을 정책 입안자들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연구자들은 데이터와 사례를 기반으로 설득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논의를 통해 정책 과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책연구기관은 현장감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채여라
기후변화와 관련된 연구는 지금까지 주로 영향 분석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는 연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즉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책 연구는 단순한 학문적 탐구가 아니라 사회적 기여와 책임감을 동반한 연구여야 하기 때문이죠. 단순히 연구보고서에서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전문성을 인정받는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다른 곳에서 “우리 연구원에 채여라 박사님이 계신다”라고 말할 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연구자였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채여라 박사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라는 평가를 받고, 제 이름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연구 성과를 떠올리며 신뢰할 수 있는 연구자로 남고 싶습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기는 동료로 기억되길 바라요. 연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다른 연구자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연구 기관 내에서도 외부 연구자들과도 자주 의견을 나누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함께 성장해나가는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정은
저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제 연구를 보고 누군가가 “나도 환경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면 정말 보람될 것 같아요. 또한 협력적이고 선한 영향을 주는 동료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업을 즐기며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저를 “협력과 소통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든 연구자”로 기억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채여라, 이정은한국환경연구원 탄소중립연구실 선임연구위원, 한국환경연구원 탄소중립연구실 부연구위원
2024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