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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6일(화) | 세종국책연구단지 다목적홀 |
청소년과 청년을 둘러싼 복합적인 현안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접근 방식과 다양한 방법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청년 문제는 일자리·주거·복지 등 다양한 현안이 얽혀 있고,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더욱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보다도 열린 시각과 개방적인 태도가 요구되는 청소년·청년 정책연구 영역에서 책무를 다하고 있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두 선후배가 만나 연구 철학을 공유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우측부터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래생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신동훈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진로개발센터장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래생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이하 김기헌)
저는 직업사회학을 전공했고 성인 이행기의 일자리 문제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청소년기부터 성인기로 넘어간 이들의 고용 실태 등을 추적 조사하면서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제 박사 논문의 주제는 성인기 이행과 관련한 일자리, 고용 문제와 관련돼 있는데요. 갈수록 청년 삶 전반에서 다양한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자리 해소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양상을 보입니다. 주거 문제를 비롯해 고립·은둔 청년 등 여러 사회 부적응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이러한 문제를 폭넓게 다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현재는 청년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신동훈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진로개발센터장 (이하 신동훈)
저는 교육학을 전공했고 작년부터 다문화 청소년 종단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학 시절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상황인 만큼 다문화 청소년 문제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청년 문제를 넘어 사람들의 삶 전반, 그 안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이나 계층 문제에 더 관심을 두는 편입니다. 박사 학위 논문은 김기헌 박사님과 비슷하게 성인기 이행과 관련된 주제여서 입사 초기에는 관련 연구를 수행했는데, 지금은 청년 문제에 관심을 더 두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정책연구자는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문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실제 사회에 필요한 정책 기획과 내용, 효과 등을 아우르는 연구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래생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김기헌
입사 이후 처음 연구책임을 맡아 다뤘던 연구주제가 ‘핵심역량’이었습니다. 2008년 무렵 시작했던 연구가 청소년 시기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그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유럽,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역량 교육이 강조되던 시기였습니다. 3년간 역량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우리나라도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역량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고 정책 제안을 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교육목표상에 역량이라는 개념이 없었지만, 이후 교육과정 안에 5대 핵심역량이 포함됐고 역량 측정 도구 등도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일본이 ‘여유 교육(유토리 교육, 창의력과 자율을 내세운 일본의 탈주입식 교육방침)’을 도입했듯이 우리나라도 그렇게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큰 진전이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청년 문제는 교육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보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큽니다.
신동훈
최근 연구 중, 몇 년 전 수행한 ‘청소년 자립 연구’나 ‘고립 연구’가 기억에 남네요. 청소년의 사회적 고립 문제는 제가 연구를 시작하던 당시만 해도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지만, 이제 관련 정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그 가운데 제가 기여한 측면이 어느 정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최근에 이슈가 된 ‘청년의 경제 활동 상황’을 묻는 조사가 있었습니다. ‘경제활동을 쉬고 있다’라고 응답한 청년들이 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원인을 찾기 위한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청년의 사회적 고립, 자립, ‘쉬었음’ 청년 등에 관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청년들이 있으며, 그런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접근한다면 무리한 정책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책연구자, 실현 가능한 문제 해법 제시해야
김기헌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정책연구자는 학문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정책을 연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문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기본이고, 나아가 정책을 연구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특히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기획에서 출발해 실제 정책의 내용, 정책 효과까지 아우르는 연구에 초점을 둔 연구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동훈
저도 김기헌 박사님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학계에 있는 연구자와 다른 점이라면, 정책을 얼마나 심도 있게 이해하고 현실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느냐 하는 점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을 선언적으로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률과 현재진행형인 정책에 기반해 더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는 이가 정책연구자라는 생각입니다.
김기헌
장기간 학문적인 수련을 거쳐 박사 학위까지 받으면 주로 학문적 기여에 초점을 둔 학계 연구자가 되거나, 정책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정책연구자가 될 수 있죠. 이론적인 내용을 검증하는 것보다 실제로 원인을 규명해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하는 역할이 갖는 장점이 있을 겁니다. 우리 교육제도의 문제와 원인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이라는 수단과 도구를 활용해 개선한다면 더욱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리가 정책연구자라는 생각에 이 길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신동훈
사실 저는 연구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정책연구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듯합니다. 지금 실제로 정책연구자의 길을 걸으면서 제 나름의 기대와 목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학부 때부터 교육학을 계속 공부하면서 ‘과연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것이 교육만의 문제일까, 아니면 사회구조의 문제일까 이런 고민도 많았고요. 결국 교육과 함께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모든 것이 함께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책적 접근을 통해 제도를 바꾸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김기헌
정책연구자로 성장하려면 본인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관계의 측면입니다. 정책연구는 굉장히 다양한 연구방법이 요구되며 조사 과정에서 반드시 협업해야 합니다. 정책보고서에서 연구자가 한 명인 경우는 없습니다. 논문은 혼자 연구해서 완성할 수 있지만, 정책연구는 동료 연구자와의 협업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 제안한 정책의 방향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정책입안자가 이를 수용해 정책화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정책입안자와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청소년·청년 정책은 지원 대상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청소년이나 청년에 대한 이해와 현장성이 바탕이 돼야 제대로 정책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성을 넘어 대상에 대한 이해가 더욱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신동훈
시스템 측면에서 연구자가 성장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중소기업도 보면 업무 매뉴얼이 충분치 않고 구성원이 알아서 생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막막해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후속 세대는 더 이상 그런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연구기관 내에도 훌륭한 정책연구자로 성장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경험도 충분하지 않다 보니 세세한 부분까지 제안하긴 어렵지만, 연구자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갈 수 있도록 어떠한 지원이 추가된다면 중간에 낙오하지 않고 궤도에 안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운 좋게도 좋은 선배, 동료 연구자들을 만나만 후속 세대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마련해두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국책연구기관 간 협업 노력 지속 기대
김기헌
10년 이상 정책연구기관에 있다 보면 정책연구 외에 학술적 활동 면에서 소홀해질 수 있죠. 예를 들면 논문을 쓴다든지 책을 쓴다든지 하는 활동 등에서요.이러한 학술적 활동은 연구자의 바탕 혹은 기본을 형성하는 요소라 할 수 있어요. 따라서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해도 그러한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데, 바쁘다는 이유로 이를 게을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던 차에 신동훈 박사님이 막 이곳에 오셔서 이야기를 나눴을 때 학술적 활동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는 걸 느끼게 됐고, 그러한 면이 저에게 상당히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같이 논문도 썼죠. 앞으로 그런 기회가 종종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동훈
입사 후 김기헌 박사님의 연구 팀에 소속돼 수행 중이던 연구의 질적 파트를 담당하게 됐는데요. 제가 질적 연구를 전문적으로 하진 않았기 때문에 막막함이 조금 있었어요. 하지만 박사님이 가이드를 잘해주셔서 큰 어려움 없이 했던 게 생각납니다. 연구자들은 보통 내향적인 편이라 방문을 닫아놓는 경우가 많은데, 박사님의 연구실 문은 언제든 찾아가기 좋게 열려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유학 시절 제 지도교수님도 문을 열어두곤 했기 때문에 본받을 만한 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연구책임자로서 연구를 진행할 때 어느 시점까지는 세부적인 내용까지 이해하거나 숙지하기 어려운데 박사님은 그걸 단기간에 빠르게 소화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제쯤이면 저렇게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존경심도 들었습니다.
김기헌
최근 협동연구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과거엔 보기 힘들었던 부분이죠. 이에 대한 인센티브도 부여하면서 협동연구 사업을 독려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협업은 기능별 정책을 다루는 곳보다 우리처럼 대상별 정책을 다루는 곳에서 그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년 문제는 노동이나 일자리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요소가 얽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연구기관 간의 협력이 요구됩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도 국책연구기관 간의 협업 노력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동훈
청소년 금융교육을 예로 들면, 관련 프로그램 개발 시 다른 기관들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여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책연구기관들이 현재 어떤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 좋을 만한 점이 무엇인지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것을 인위적으로 한다기보다 좀 더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기헌
좋은 정책보고서를 내기 위해 우리 스스로 갖춰 나가야 할 부분도 많을 겁니다. 방법론 측면에서 보자면, 학술 논문처럼 특정한 연구방법을 적용해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보다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종합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을 시도할 필요가 있어요. 전통적인 연구방법 외에 빅데이터 분석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연구방법을 시도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좀 더 열린 태도가 필요한데 이전에 해보지 않은 방법을 활용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어찌 보면 이것이 협력을 바탕으로 한 연구의 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필요한 부분을 선언적으로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률과 현재진행형인 정책에 기반해 더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신동훈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진로개발센터장
신동훈
어느 정도 도전 정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단순한 접근으로는 갈수록 복합화되는 사회 현상을 이해하기 어려우니까요. 복합적인 현상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연구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존의 방법을 답습한다면 구태의연한 연구에 머물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좀 더 도전적이고 새로운 접근을 하려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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