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을 앞둔 지금, 한국 사회는 기술혁신과
국제질서 재편이라는 큰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나타나는 전환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국 사회의
미래 모습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특집에서는 2026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고, 한국이 앞으로 준비해야 할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세계 교역 환경은 빠르게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고 있다.
기술 경쟁의 심화와 공급망 재편, 각국의 전략산업 육성 강화라는
흐름 속에서 한국의 통상·산업 전략에도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연간기획에서는 통상 거버넌스와 산업구조 전환을 중심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중장기 통상 전략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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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6 한국의 과제와 전망 : 성장과 통합을 여는 길세계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2026 한국의 과제와 전망’을 둘러싼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미·중 패권경쟁의 심화와 함께 국내에서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사회적 갈등이 누적되며 국가 전략 전반에 대한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이 직면한 과제와 대응 방향을 살펴보기 위해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그는 미·중 경쟁 국면에서 유연하고 다층적인 외교·산업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CPTPP·FTA 확대 과정에서의 국내 갈등관리와 신뢰 회복, 사회적 이동성 강화가 성장과 통합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라고 언급하였다. 박 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번 인터뷰에서는 2026년을 앞둔 대한민국이 준비해야 할 핵심 과제와 정책적 방향을 짚어본다.박 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Q 한국 사회에 가장 큰 해외 리스크로 미·중 패권경쟁을 꼽으셨습니다. 지금의 경쟁 구도는 어떤 방식으로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외부 리스크는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역사적·안보적 관점에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무시할 수 없고 그 기본 방향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입니다. 다만 세계 기술 질서와 산업 표준이 미국과 중국으로 완전히 갈라지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첨단 AI나 양자 기술처럼 민감도가 높은 분야에서는 상호 배제가 나타날 수 있지만, 중간 기술이나 가전·생활제품 같은 분야까지 완전히 분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양국 모두 협력과 교류를 완전히 끊어낼 수 없고 공급망과 시장 구조 역시 여전히 깊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기술의 성격과 전략적 민감도에 따라 접근 방식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특히 중시하는 첨단 분야에서는 미국의 정책 방향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반면 그보다 낮은 단계의 기술이나 실생활과 연관된 제품 영역에서는 중국과의 협력도 지속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원적 접근을 통해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가 넓어지고 한국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에 종속되기보다 분야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Q 미·중 경쟁뿐 아니라 서방 내부의 분열 가능성도 언급하셨습니다. 한국은 어떤 외교적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EU, 일본,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금씩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기존의 외교 틀에만 의존해서는 안정적인 외교적 입지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특정 국가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연대의 장에 참여해 우리의 협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한국에 전략적 선택의 폭을 넓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 협정은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대신 일본, 호주, 캐나다 등이 주도하는 협의체로 한국이 가입할 경우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게 강해질 때 일본 등과 공조하며 조정력을 확보할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농수산 분야, 특히 일본 수산물 문제는 현실적 제약 요인입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정책 판단 역시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사안은 정부가 과학적 근거와 명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Q 중국과의 협력은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특히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중국과의 관계는 경쟁과 협력이 항상 동시에 존재합니다. 중국이 이미 확실한 우위를 가진 분야에서 한국이 대등하게 경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분명한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를 선별해 집중하는 것입니다. 반도체나 피지컬 AI, 의약품 등은 한국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이들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강점이 한국의 국제적 협상력에도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반면 생활 기반 기술이나 중간재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경제적으로도 실리적으로도 필요합니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 제조업의 중요한 시장이자 공급망 파트너이기 때문에 실용적 관점에서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유리합니다. 또한 한중 FTA를 현재보다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농업 분야는 중요한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합니다. 농업은 국가 대외전략에서 민감한 분야 중 하나로 국민적 합의를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따라서 농수산업 종사자에 대한 보상과 설득은 국제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 기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국내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총요소생산성(TFP) 정체라고 하셨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2025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0여년 전만해도 2.5% 수준은 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2025년에 와보니 1.9%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상황의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노동공급 감소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어느 정도 예견되었고, 자본투자 역시 예측 범위 안에 있었지만 총요소생산성(TFP)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TFP는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 증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제 전체의 효율성과 혁신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기술혁신의 속도, 산업 구조조정의 원활함,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 기업 간·산업 간 자원 배분의 효율성, 그리고 사회 전체의 거래 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TFP를 결정합니다. 문제는 한국에서 이 요소들이 대부분 악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회적 신뢰가 낮아지면서 거래비용이 증가하고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며 여러 행정적 절차가 과도하게 누적된 것이 생산성 하락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은 민간이 이미 잘하고 있는 분야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대규모·고위험·융합형 연구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데 있습니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도 ‘선제적 R&D’라는 취지에 걸맞게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 분야로 집중되어야 합니다. ”박 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Q 그러면 TFP를 높이기 위해 한국은 어떤 전략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까요? 앞으로의 성장 동력은 대부분 TFP에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과 자본 투입은 이미 한계에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술혁신, 시장경제의 정상적 작동, 사회적 신뢰의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국의 기술혁신 시스템은 민간 기업들, 특히 대기업의 R&D 역량이 이미 세계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 한해 40조원 내외의 R&D를 집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은 민간이 이미 잘하고 있는 분야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대규모·고위험·융합형 연구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데 있습니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도 ‘선제적 R&D’라는 취지에 걸맞게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 분야로 집중되어야 합니다. 대학 중심의 혁신생태계 강화도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이 안전한 연구만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기술 경로를 개척할 수 있는 보다 대담하고 선도적 연구에 더 많은 자원과 자율성을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해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사회 전체의 신뢰를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불필요한 규제·인증·서류 절차 등이 줄어들 수록 기업과 개인이 투자 및 의사결정 속도도 빠르게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TFP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Q 사회 갈등의 양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성장과 통합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무엇입니까? 한국 사회의 갈등은 과거 소득·지역 간 갈등을 넘어 이념, 세대, 젠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공동체 내부의 갈등비용이 커지면서 성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성장과 통합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사회적 이동성과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것입니다. 사회적 이동성이 높아지면 태어난 환경이나 배경 때문에 기회를 잃는 일이 줄어들고, 누구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강화되면서 통합의 기반도 자연스럽게 다져집니다. 동시에 사회적 이동성은 인재가 가장 필요한 곳으로 배치되는 기능을 강화하기 때문에 성장에도 긍정적입니다. 사회적 신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신뢰가 높아지면 불필요한 규제나 절차가 줄어들고 협의와 합의의 속도도 빨라져 거래비용이 낮아집니다. 한국의 TFP가 하락한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거래비용 증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신뢰는 경제성장의 필수 조건입니다. 성장과 통합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분명한 원칙도 필요합니다. 성장을 우선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차나 불평등은 재분배와 사회보장 강화로 보완하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통합을 지나치게 우선하다 성장을 위축시키는 경우에는 회복이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성장을 기반에 두되 재분배를 병행하는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논의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해 성장을 억누르는 대신, 영업을 허용하되 이익 중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해 전통시장이나 취약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이러한 접근이 성장과 통합을 조화시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2026년 핵심 과제로 ‘5극3특 중심의 자치분권 기반 균형성장’을 꼽으셨습니다. 이 전략의 중요성은 무엇인가요? 자치분권 기반의 균형성장을 우선 과제로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 전략은 지역의 변화, 나아가 국가의 변화를 촉발하는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정부의 추진력이 좋은 임기 초반이면서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시의성이 높습니다. 수도권 집중 완화는 단순히 지방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중장기적 활력을 위한 핵심 과제입니다. 저출산 문제, 주거 부담, 일자리 편중 등 사회문제가 대부분 수도권 집중과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기존의 균형 발전 정책은 전국의 모든 시군구를 동시에 살리는 방식을 취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많은 군 지역은 현실적인 소멸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지역을 동일하게 살리는 전략은 더 이상 실효적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광역 도시를 허브로 삼는 집중형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5극(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특(제주·전북·강원 특별자치도)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예를 들어 지식·서비스 산업은 반드시 여러 요소가 함께 갖춰져야 성과가 나오는 곱셈형 산업입니다. 필요한 10가지 요소 중 하나만 빠져도 성과가 제로가 되는 마이클 크레이머(Michael Kremer) 교수의 오링(O-ring) 이론이 이를 잘 설명합니다. 이 관점을 적용해 보면 규모가 작고 인프라가 부족한 군단위나 중소도시는 구조적으로 지식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비수도권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뭉쳐 수도권과 경쟁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광역시·도 통합 논의가 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대구·경북, 광주·전남, 부산·울산·경남 등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를 위해 지방분권과 자율성 확대는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지방 정부는 최장 12년 동안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행정 체계를 가지고 있어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Q 교수님이 최근 제시한 ‘성장과 통합을 위한 12대 개혁 과제’ 중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부분을 하나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한국 사회 구조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은 중소기업 노동자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 노동자는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만 중소기업 노동자는 그렇지 못합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대해 불공정 하도급 구조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고,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이 떨어지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됩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회계 시스템이 불투명해 세금 탈루율이 높아지는 문제는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됩니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고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고,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등을 포함한 새로운 노동 형태에 맞춘 사회보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장이 골고루 확산되기 위해서는 가장 취약한 지점에 있는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박 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Q 마지막으로 국책연구기관이 향후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이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주요 걸림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사회적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구조이고 둘째는 정부부처 내부의 기득권 구조, 마지막은 국민 인식의 문제입니다. 이 세 가지 측면에서 국책 연구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우선 사회적 합의 부족은 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개혁은 항상 이익을 보는 집단보다 피해를 보는 집단이 더 똘똘 뭉쳐 저항하는 구조를 갖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책연구기관이 양측의 주장을 투명하게 정리하고, 서로 수용가능한 절충 지점을 제시하는 ‘합의 형성형 연구’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찬반 근거를 명확히 분석해 합의의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입니다. 두 번째는 정부 내부의 기득권과 조직 이기주의입니다. 규제 완화가 특정 부처의 권한 축소로 이어지거나 불필요한 보조금이 공공기관의 생존과 연결되는 경우 개혁은 더욱 추진되기 어렵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은 이러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부처나 기관의 이해관계와 독립된 객관적인 분석을 제시해야 합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는 이유도 이러한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국민 인식입니다. 때로는 여론이 100% 목표 달성을 요구하며 타협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사실보다는 감성에 기반해 문제를 바라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정부 정책이 크게 제약을 받게 됩니다. 앞으로 CPTPP 가입 등 정부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추진하는 경우 객관적인 사실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또한 국책연구기관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라고 봅니다.박 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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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트 한국경제의 도전과 전환점: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가는 2026년 전략대한민국은 부동산 시장 불안, 부채 증가, 산업 경쟁력 약화, 저출산·고령화,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 등 대내외적 복합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동산·주식시장 안정, AI 투자, 규제 혁신, 인프라 확충, 산업구조개편 등 종합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1961년 1인 당 명목소득이 94달러에 머무는 최빈국이었으나 세계적으로도 드문 고도성장을 통해 2023년 33,121달러의 고소득 국가로 도약했다. 이 과정에서 1960년대 기업부채 증가 위기,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최근 글로벌 복합위기 등 숱한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다져왔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되면서 한국이 앞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 경제가 직면한 도전과 이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적 도전 국내에서는 잠재성장률의 급격한 하락이 가장 우려되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이어지며 성장 기반을 구조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고령화는 복지지출 증가와 재정 부담 확대를 초래해 경제의 역동성을 둔화시키고 있다. 더불어 가계·기업·정부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비와 투자 여력도 제약을 받고 있다. 최근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과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심화되는 주식시장 역시 국내 거시경제의 또 다른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혁신생태계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이 지연되고, 전통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도 구조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외적 도전 대외적으로도 한국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다. 글로벌 복합위기가 완전히 해소되기도 전에 미국발 ‘트럼프 라운드’가 전개되며 새로운 형태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경제와 안보가 결합된 이른바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 기조는 가치 공유 국가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촉진하고 있으며, 한국은 기존의 무조건적인 신고전파 개방 무역전략만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은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국제경제환경의 변화와 함께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global supply chain)가 새로운 국가 그룹 간 공급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은 경제 구조의 재정비와 전략적 대응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적 도전을 성장잠재력 강화의 기회로 전환 국내외적 도전은 분명한 부담이지만, 이를 혁신과 구조개편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면 한국은 지속가능한 성장경로를 확고히 하고 선진국 반열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점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가 향후 10년, 더 나아가 미래 세대의 경제적 기반을 결정할 것이다. 이에 2026년을 중심으로 단기적 현안 해결과 장기적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단기적 현안 해결: 부동산·외환·주식시장 안정 미국발 경제안보형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는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며 국내 환율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강화된 부동산 규제가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대출 규제와 저신용자 금리인하 정책이 병행되며 시중금리 상승과 이자율 역전 등 자본시장 왜곡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금리 변동, 공급 불확실성, 경기 둔화 등 복합 요인의 영향을 받아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가계 부담과 금융 안정성에 위험 요인을 더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공급 균형 회복, 금융규제 정교화, 실수요자 중심 정책 재정비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와 괴리가 지속되며 투자 심리가 약화되고 있으므로, 기업 가치가 정확히 반영되는 시장 구조 확립과 투명성 제고, 장기투자 기반 강화 등이 필요하다. 둘째, 장기적 성장잠재력 강화: AI·첨단기술 투자와 혁신생태계 구축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적극적 투자는 장기적 성장잠재력 확충의 핵심이다. 반도체 산업은 전자산업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의 기반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한국 경제의 근간이자 미래 성장동력이다. 이를 유지·강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전략적 투자뿐 아니라 전문 인재 양성과 R&D–대기업–스타트업–학계 간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기술혁신이 산업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우버, 에어비앤비, 웨이모와 같은 플랫폼·자율주행 서비스가 한국에서 상용화 되지 못하는 제도적 장애 요인도 개선해야 한다. 셋째, 혁신을 뒷받침할 인프라 확충 혁신의 성과가 산업 전반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물리적·기술적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AI·반도체·데이터 산업의 급성장은 전력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안정적 전력 공급 체계 확충과 송배전망 업그레이드는 정부가 주도해야 할 핵심 과제다. 이러한 기반이 갖추어져야만 민간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기술 혁신이 실질적 산업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 넷째, 혁신사회의 안정적 진행과 포용적 제도 확충 혁신사회로의 이행은 지역 간·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예컨대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도입은 기존 택시업계와 숙박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이해관계 충돌을 초래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AI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발전이 개인정보 공개와 활용에 관한 제도적 기준 마련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특히 정보 사회에서 지능 사회로 전환하면서 인문사회적 윤리 기준의 확립이 필수가 된다. 예를 들어 로봇 기술의 고도화가 전쟁에 이용되는 군사적 로봇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새로운 윤리·법적 규범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다섯째,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구조적 안정화 앞서 제시한 다양한 정책 과제와 더불어, 2050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현재 한국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작용해 온 철강 및 석유화학 산업의 혁신기술 도입과 산업구조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이들 산업은 에너지 다소비·탄소집약적 구조를 갖고 있어 국제 환경 규범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탄소 공정 전환과 신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분야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가계·기업 부채 부담 완화, 급증하는 국가부채의 안정화,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이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향후 한국 경제는 성장과 복지 모두에서 중대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강성진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6 한국경제학회장 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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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트 2026년도 경영 분야의 주요 이슈와 제언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1980년 저서 『혼란기의 경영』에서 “혼란기의 진짜 위험은 현실을 부정하려는 충동”이라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다시금 현실이 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경제와 기술 영역으로 확산되며 세계의 공급망은 동맹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생성형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과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2026년은 이러한 변화가 구조적 현실이 되는 시점이자, 단순한 연속이 아닌 질적인 전환의 해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AI 네이티브 경영 – 에이전트 시대의 본격 도래 2026년 경영 환경의 첫 번째 이슈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전면 확산이다. 단순한 응답형 도구가 아니라 목표를 이해하고 스스로 계획·실행까지 수행하는 자율형 AI가 등장하면서, 마케팅·고객응대·공급망 등 다양한 업무에서 AI는 인간과 함께 일하는 ‘디지털 동료’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단순히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직 자체를 AI 네이티브(처음부터 AI를 전제로 설계된)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즉, 인간과 AI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하고 협업의 경계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소규모의 애자일 팀을 구성해 실험과 개선을 반복하고 AI가 수행할 수 있는 일과 인간이 반드시 개입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특히 AI의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원칙이 중요해진다. 윤리적 판단, 리스크 관리, 전략적 의사결정 등 핵심 영역에서는 인간이 최종 판단권을 갖고 AI의 제안을 검토·승인해야 한다. 또한 AI가 제시한 결과와 그 과정은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거버넌스 체계가 확립될 때, 기업은 AI의 창의성과 인간의 판단력을 함께 활용하는 새로운 경쟁우위를 구축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일상화 – 회복탄력성 경영 두 번째 이슈는 불확실성의 구조적 상수화다. 미국 통상정책의 가변성, 수출통제, 기술 패권 경쟁, 지정학적 위험 등이 중첩되며 기존의 단일 예측 기반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한국은행 역시 이러한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2025년 0.13%p, 2026년 0.16%p 낮출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기업은 정확한 예측보다 빠른 적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은 시나리오 플래닝을 일회성이 아닌 상시적 전략 체계로 전환하고, 분기 단위로 지정학·기술·금융 변수를 점검하며 대응 시나리오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공급망과 시장의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핵심 소재·부품의 공급선 분산과 지역별 생산 체계 구축이 리스크 완화의 기반이 된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민첩성 강화를 통해 변화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부서 간 장벽 제거, 실험을 허용하는 문화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의 대응력을 결정한다. 위기대응팀의 상시 운영과 정기적인 시뮬레이션 훈련은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유지하는 실질적 기반이 된다. 산업별 전략 과제 – 기술 정밀화와 문화 확장 2026년 한국 산업의 변화는 단일 산업의 성장이라기보다 ‘기술 정밀화–지속가능성–문화 확장’이라는 세 축이 서로 얽히며 재편되는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도체·조선·방산 등 기술 중심 산업은 고도화된 기술력과 높은 신뢰성을 기반으로 구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푸드와 콘텐츠 산업은 경험과 문화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되며 기술 산업군과 동일한 패러다임 속에 편입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AI 확산과 함께 고대역폭 메모리, 첨단 패키징, 설계–제조–시스템의 통합 최적화가 경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조선 산업 역시 친환경 연료, 자율운항, 디지털 트윈 기반 생산 혁신 등 기술 정밀화 흐름 속에서 국제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표준을 요구받고 있다. 방위산업에서는 개발–생산–정비 전 주기를 데이터로 연결하는 디지털 스레드가 성능과 신뢰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또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의 전환을 통해 차량의 가치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센서·자율주행 알고리즘으로 결정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OTA(무선 업데이트)와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를 ‘업그레이드 가능한 플랫폼’으로 변화시키며 기술 산업군과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다. 반면 푸드와 콘텐츠 산업은 기술이 인간의 경험·감성과 결합하며 확장을 이끌고 있다. 식품 산업은 AI 기반 정밀농업, 스마트팜, 로컬 공급망 등 정밀농업으로 전환하며 효율성·지속가능성이라는 기술 산업의 논리를 자연스럽게 이어받고 있다. 콘텐츠 산업에서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창작 생태계가 확대되며 강력한 IP(지식재산)를 중심으로 음악·영상·게임·교육으로 확장하는 멀티 유니버스 전략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푸드·관광·라이프스타일 산업과 결합해 산업 간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소비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듯 기술 중심 산업이 정교함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산업적 내실을 다진다면 문화 중심 산업은 경험·감성·문화적 영향력으로 외연을 확장할 것이다. 맺음말 – 대전환의 시대, 선제적 혁신과 기회 선점 2026년은 기술혁신과 불확실성이 동시에 폭발하는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존재한다. AI 에이전트가 일상의 동료가 되고 글로벌 질서가 재편되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예측이 아니라 빠른 감지와 선제적 대응이다. 기업은 변화의 신호를 포착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을 신속히 조정하는 센스메이킹 역량을 키워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조직, 위기 상황에서도 실험과 학습을 멈추지 않는 조직만이 대전환기의 승자가 될 수 있다. 드러커의 말처럼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변화 그 자체를 전제로 삼는 기업만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2026년은 바로 그런 기업에 새로운 성장의 원년이 될 것이다.최정일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026 한국경영학회장 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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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트 2026년의 선택 : 성장 너머,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포스트성장 시대의 불평등 ..성장 없는 시대에도 공정과 연대는 가능한가? 2026년은 다음 세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상상력과 제도 설계가 본격화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26년의 한국 사회는 구조적 저성장과 심화되는 양극화라는 복합적 위기에 놓여 있다. 최근 15년간 실질 GDP 성장률이 꾸준히 하락해 2023년에는 1.36%까지 떨어졌으며 KDI는 2025년 성장률을 1% 미만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흐름은 단기 경기둔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이미 ‘성장이후(post-growth)’의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성장’을 국가적 목표이자 사회적 상상력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성장은 단순한 총량의 확대가 아닌 개인의 노력과 계층상승을 연결하는 사회적 약속이었으며 교육·노동·주거·복지 등 거의 모든 제도의 정당성 근거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성장의 둔화는 이 연결고리를 붕괴시키고 있다. 성장 없는 사회에서는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삶이 개선된다는 서사가 유효하지 않으며, 그 결과 사회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불안은 경제지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26년 한국 사회의 핵심 과제: 불평등의 구조적 완화와 사회적 재설계 2026년 한국 사회가 직면한 핵심 과제는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거나 경기순환을 완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저성장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의 구축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 전반을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세대 간·계층 간의 공정한 분담과 보편적 안전망 강화가 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이는 단지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통합의 기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 요소이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주거·부채·교육 부담을 완화하는 데 국가적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기존의 자산 중심 복지체계에서 벗어나 생애주기 기반의 보편적 서비스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교육과 고용 영역에서 공정한 접근성을 보장함으로써 상향 이동의 가능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역시 질 중심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의 확대가 구조적 현실이 된 만큼 단순한 일자리 숫자보다 노동의 질이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강화하고,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명확히 하며, 장기적으로는 유연성과 안정성을 함께 담보하는 듀얼 트랙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 한편,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격차는 저출생과 인구구조 악화와 맞물리며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삶을 실질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주거·일자리·돌봄을 연결해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 대학과 산업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인프라 재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돌봄·보건·교육 인프라에 대한 공공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는 더 이상 복지에 드는 ‘비용’이 아닌 사회 전반의 회복탄력성을 제고하는 ‘미래 투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포스트성장 시대의 경쟁력은 경제 지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적 기반 위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2026년: 사회적 상상력 재구성을 위한 원년요 2026년은 한국 사회가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하는 해이다.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어떤 사회적 가치가 미래세대의 삶을 지탱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지 철학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책과 제도, 세금과 복지, 일과 삶의 방식 전반을 다시 그리는 실천적 물음이다. 저성장 시대에도 사회 통합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기존의 성장 신화를 반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 ― 질적 번영, 돌봄, 지속가능성, 연대와 같은 가치들 ― 을 중심에 둘 때만 가능하다. 성장이 더 이상 만능의 해답이 될 수 없는 시대, 우리는 오히려 더 선명한 방식으로 사회의 근본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불평등한 저성장 사회로 갈 것인가, 아니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포스트성장 사회로 전환할 것인가. 2026년은 이 선택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최샛별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26 한국사회학회장 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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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트 2026년도 행정 분야의 주요 이슈와 제언2026년 한국 사회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변화를 선도하고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행정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정치적 혼란이 수습되는 과정 그리고 국민의 일상을 지켜내는 과정에서 정부와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노력이 컸다고 본다. 정치적 혼란이 행정을 제약하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행정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2026년은 행정 본연의 역할을 찾아가는 시기가 될 것이다. 격동하는 2026년의 행정 환경과 행정 수요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2025년 새로운 정권의 출범은 행정의 지속성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패권 경쟁은 이념적 분열과 맞물려 행정체계의 변화를 이끌었다. 정치적 이념 지향성이 극단화하는 과정 속에서도 한국 사회는 이념 우선의 선택에서 정책과 문제 해결 중심의 선택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본다. 이는 행정에서도 이념적 지향성보다는 실용과 실리를 중심으로 한 ‘정책적 능력’을 가진 정부를 갈망하게 되었고, 2025년 6월 출범한 현 정부는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며 국민의 정책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와 행정의 궁극적 지향점인 ‘국민의 삶과 행복의 증진’이 검증받고 있다고 본다. 2026년은 격화되고 있는 국제적 패권 경쟁 속에서 정부의 역할, 특히 경제 안보(Economic Security)와 관련된 정책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략적 국가(Strategic State)’론에 기반한 정부 행정 수요의 증대로 이어진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국가 총력전, 신산업 분야의 경쟁력 제고, 핵심 광물과 부품의 공급망 다변화, 기술 동맹 중심의 산업별 국제 협력 강화 등은 기존의 행정체계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지역 불균형과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영리하고 기민한 정부(Smart & Agile Government)’의 행정을 요구한다. 2026년에도 정책 난제들은 지속적으로 쌓여갈 것이므로, 정부는 기존의 행정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접근해야 한다. 2026년 행정 과제에 대한 제언 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성공한 정부가 나와야 한다. 향후 성공한 정부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정부의 전략(strategy) 설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AI는 국가와 사회의 운영원리를 바꿀 수도 있다. AI를 둘러싼 총력전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AI의 확장성을 고려한 전략 체계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 성장 전략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저성장의 경제 구조를 기술과 혁신 기반의 성장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산업별로 초격차 유지 전략과 선도자 도약 전략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둘째, 정부는 기업과 함께 성장과 번영의 공동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장조성자이자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의 경제 활동 활성화를 위한 규제 합리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특히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 규제 합리화와 신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행정 인센티브 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셋째, 정부 부처 간 장벽으로 생기는 사일로 효과(Silo Effect)에 의한 폐해를 근절해야 한다. 전략적 국가의 목표 달성은 부처 간 칸막이와 자기 영역의 집착이 아니라 연계와 융합에 의해서 수행될 수 있다. 저성장을 중성장 및 고성장으로 전환하는 경제 구조 개혁, AI 대전환, 기술력에 의한 산업 경쟁력 강화, 경제 안보 구축과 경제 영토 확대, 불평등 완화,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 지역 균형 발전 등의 과제들은 일부 부처의 과제가 아니라 범정부적 자원 동원과 협력을 요구한다. 당장 AI 정부로의 이행을 위한 노력은 AI 기반 기술의 선도적 개발과 도입, 공공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 AI 정부 구현을 위한 공공 인력의 역량 강화와 재원 확보 등의 이슈를 제기하는데, 이는 범정부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통합적 정부의 정책 결정과 집행을 위한 행정체계로서 ‘원팀 정부(One Team Government)’ 형성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정부는 재정과 인력개발 그리고 R&D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전략회의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재정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세입과 세출의 구조 조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조세 원칙을 구현하는 세입 구조의 합리화와 효율성·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세출 구조 조정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전략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 계획을 재정비해야 한다. 부문별 필요 인력에 대한 수요 예측과 양성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AI 시대에 필요한 인력과 역량을 키우는 공공 전략이 치밀해야 한다. 교육체계의 정비와 병행하는 인력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이다. 적어도 미래를 위한 공직인사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여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는 핵심 요인으로 R&D에 기반한 혁신을 들 수 있다. 기업을 선도하고 협력하는 전략적 R&D 과제의 선정과 자원 투입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 및 공공기관 주도의 공공 R&D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정부는 균형을 위한 정책 과제들에 집중해야 한다. AI 등 기술 기반 발전 체제에서 기술과 인간 간의 균형 및 책임성 문제, 포용을 위한 공공정책의 실현, 기술 활용과 생산력 격차에 의한 경제적 불평등 문제 해결, 지역 간 발전 격차 해소, 기후 위기 해결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탄소 중립 정책의 실현 등 공공성(Publicness)의 문제들은 사회의 균형을 위한 핵심 정책 과제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포용과 참여에 기반하고 신뢰성, 윤리성, 보안성 문제 해결을 위한 ‘AGI 국가 거버넌스 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론을 대신하여 국민들은 국민주권 정부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AI와 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한 신산업 육성,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 경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장기적 전략 수립과 이를 중심으로 한 행정체계 재편이 요구된다. 특히 전략과제의 실현을 위한 속도와 유연성은 실용과 실리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2026년은 21세기가 시작 된 지 4분의 1이 지난 시점이다. 아직도 20세기의 통치(governing)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있다. 21세기 기술과 인간, 국가와 시장 그리고 현재와 미래가 균형을 이루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주체 간의 협력적 관계에 기반한 거버넌스(governance)가 필수적이다. 발전행정의 기반이었던 관치(官治) 방식과 시장에만 맡기는 방임(放任) 방식만으로는 21세기 정부에 요구되는 기능 수행 방식이 아니다. 보수주의가 요구하는 효율성과 규율, 진보주의가 요구하는 개입과 포용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행정이 직면한 과제라 할 수 있다.성시경단국대학교 공공정책학과 교수, 2026 한국행정학회장 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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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트 2026년도 정치 분야 이슈와 제언최근 퇴보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가 회복 탄력성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분산과 협치를 위한 권력구조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실용적인 중견국 외교 리더십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V-Dem)의 2024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단계 낮은 ‘선거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으며 아쉽게도 자유민주주의 그룹의 32개국 중 유일하게 권위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권력의 분산과 협치의 복원 한국 민주주의 후퇴를 회복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정치 구조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민주화운동으로 탄생한 87년 헌정 체제는 불가피하게 단임제 대통령의 권력 집중을 노출하였다. 이러한 소위 ‘권한 집중형 대통령제’는 이념적 양극화의 상황 속에서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더욱 위축시켜 여·야 정당의 협치는 어려워져 왔다. 협치의 복원, 즉 정치의 회복은 대통령과 국회, 여당과 야당이 서로 인정하고 신뢰를 회복할 때 가능하다. 진보와 보수의 과도한 이념적 양극화 또한 한국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현행 대통령 선거제도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승자독식의 정치 구도를 만들어 정치 양극화를 부추긴다. 또한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대통령·여당 대 야당’이라는 대립 구도가 형성되며 대선 패자는 국정 참여의 폭이 제한되는 측면도 나타난다. 국회는 정책 이견을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대립의 공간이 되었다. 분권형 선거제도와 정치 구도가 만들어져야 정치 양극화는 극복되고 협치의 복원이 가능할 것이다. 헌법개정과 선거제도 개편 앞서 언급한 권력 집중을 완화하고 의회정치 및 정당정치를 되살려 협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민주주의 제도 디자인이 필요하다. 기존의 여러 조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국민 다수는 헌법개정의 필요성과 분권형 개헌의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의 몇 가지 대안 중 가장 현실적인 것은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미국식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짧은 단임제의 조급함에서 기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8년간 안정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을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 권력구조 대안은 이원집정부제로서 대통령은 외치, 총리가 내치를 책임지는 프랑스식 분권형 권력구조로 정당 간 연합으로 동거정부가 탄생해 협치가 제고되지만, 이념적·정책적 갈등 해소가 때로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세 번째 대안인 영국식 내각책임제는 선거연합을 통한 연립정부 구성으로 권력은 분산될 수 있지만 다수당 탄생으로 권력이 집중된다. 그동안의 각종 조사에서 국민 다수는 대통령 중임제를 가장 선호하지만, 향후 정치권과 국민의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권력의 분산과 협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대통령 선거를 프랑스처럼 결선투표제로 바꿔 과반 득표자가 없을 시 2차 결선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이다. 결선투표제는 정당 간 선거·정책연합을 촉진하고 대통령은 과반 넘는 득표로 당선돼 선거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높일 수 있다. 한편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준연동형 비례제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거대정당들이 주도한 위성정당으로 왜곡되어 민주주의를 후퇴시켰고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선거제도 개혁의 목표는 유권자의 대표성을 높이는 것이고, 유권자의 투표가 의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왜곡이 없이 비례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실용적 중견국 외교 리더십 발휘 얼마 전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국제사회는 인공지능과 인구구조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합의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실용적 중견국 외교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의 관세 압박과 미·중 패권 경쟁, 글로벌 이슈에 대한 다자간 갈등, 경제안보 및 공급망 네트워크 등 글로벌 차원의 구조적 이슈도 새롭게 떠올랐다. 다층적으로 급변할 2026년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 정부가 국익 중심의 실용적 외교정책으로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살릴 것으로 기대한다. 비록 한국 민주주의가 일시적으로 후퇴했지만, 분권과 협치를 위한 권력구조 헌법개정과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한다면 민주주의 탄력성은 회복될 것이고 중견국 외교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윤종빈명지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2026 한국정치학회장 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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