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2   도전과 응전 속 연구회 체제의 발전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도약

윤두섭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가전략연구센터 부소장 2022 봄호

1999년 성립된 5개 연구회 체제는 2005년 경제사회연구회와 인문사회연구회가 통합되어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출범하는 큰 변화를 맞는다. 경제사회연구회와 인문사회연구회 간 통합의 기본 취지는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총체적 지원·조정·관리 차원에서 연구자원의 유기적 활용을 통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 합리적 국가 연구 체제의 구축 등에 있었다.
연구회 체제 성립에 따른 성과로는 민간 주도형 R&D 거버넌스 체제 구축을 통한 정책 연구 역량 강화, 정책 연구 기능에 연구기관의 역량 집중, 연구기관 유사·중복 사업 조정을 통한 연구 영역의 전문화, 연구기관 인력 정예화, 협동 연구 사업 활성화 기반 구축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연구회 체제 출범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연구기관들이 부처의 지나친 감독과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급기야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 조치가 급물살을 타던 당시 흐름과 맞물려 연구회 체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정부부처와 국책연구기관 간의 시각차가 누적되면서 연구기관의 정체성 이슈가 두드러지게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융합 연구를 위한 미래전략연구센터 설치

당시 정부부처와 국책연구기관 간 시각차로는 ‘연구기관의 독립성 對 정책 연구기관으로서의 정부 지원 기능’, ‘중장기 국정과제의 수행 對 단기 정책과제 수행’, ‘기관 운영의 자율성 對 국가 예산 지원 기관’,‘우수한 연구 논문 對 연구 중심보다 정책 근거 제시 또는 정당성 지원’,‘정책대안 개발의 독자성 對 시의성 있는 정부 수요 반영 정책개발’,‘기본과제 및 장기 과제 필요성 對 수시 과제 수행’,‘개별 연구기관 위주의 연구 對 연구기관 간 협력 연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외에 중복연구로 인한 비효율성, 우수 정책 연구 인력 유치의 한계 등이 문제점으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시각차와 문제제기에 따라 당시 정부출연연구기관 개편 논의가 촉발되었다.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정부출연연구기관 운영 개편 방안’ 연구 보고서는 개편 방안으로 ‘연구회 유지 또는 폐지’를 기준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존 체제 유지, (대형) 종합 연구기관 설립, 연구기관 간 기능적 통폐합, 정부부처로의 연구기관 복귀, (가칭) 국가전략대학원 설립, 연구기관별 (가칭) 국가전략연구센터 설치 등 수많은 조합의 대안이 각기 다른 시각과 명분하에 제시되었다. 그리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개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08년 12월에는 국무총리실 주관 정부부처 간담회와 국회 정무위원회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이 같은 공론화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2009년 2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내에 ‘미래전략연구센터’ 설치를 국무총리가 승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미래전략연구센터는 당시 대안 중 중립적 대안이었던 미래 연구, 융합 연구 등의 기획·조정을 위한 조직으로 파견 연구원, 파견 공무원 등 10여 명의 최소 인력으로 구성해 2009년 4월에 설치했다. 국가전략연구(미래사회연구), 녹색성장연구, 사회통합연구(후에 사회통합은 국가전략으로 흡수되고, 중국 및 세계 지역 연구 신설) 등 3개 정책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부서를 구성·운영했다.
미래전략연구센터는 미래사회연구, 녹색성장종합연구, 대중국 종합연구, 세계지역연구 등의 융복합 협동 연구를 기획·추진했다. 아울러 국제 석학 및 글로벌 전문가 포럼 등의 기획·개최를 통해 연구회 차원에서 UN, OECD를 포함하는 국제기구와 UAE, 에티오피아,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 중국 등과의 협력 체계를 확대해 나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산학관연(産學官硏) 협업 체계 구축

미래전략연구센터의 첫 번째 미션은 국가전략 어젠다 개발이었다. 이를 위해 ‘산학관연 국가전략연구 기획조직’을 구성했다. 이 조직은 미래연구, 녹색성장, 사회통합, 세계지역 등의 분야별로 산업계, 학계, 대통령 직속 위원회 및 정부부처, 국내외 연구기관, 연구회·연구기관의 기관장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해 주 1회 이상 분야별 국가전략 어젠다 개발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분야별 기획회의와 연구회의가 매우 빈번히 개최되었는데, 기획 조직과 전략연구 참여자들의 열의 또한 매우 높았다.이를 통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 경제·사회 선진화의 조건(발전 모형과 발전 지표) 기획 및 종합연구’, ‘녹색성장 기획 및 종합연구’, ‘대중국 기획 및 종합연구’, ‘휴먼뉴딜 기획 및 종합연구’ 등의 협동연구가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 분야별 산학관연 협동연구 추진을 위해 분야별 ‘종합연구지도(research map)’를 작성했는데, 이는 전략과제 연구를 위한 선행 기획 과정으로 수행되었다. 이 작업은 연구기관의 유사·중복 연구 검증, 새로운 전략연구 어젠다 발굴, 주관 연구기관 및 참여 연구기관과 전문가 선정, 종합연구 목차 구성 등에 긴요하게 활용되었다. 관련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다양한 학술 행사가 개최되기도 했다. 특히 글로벌 이슈로 부각된 연구결과 보고서 중 일부를 영문으로 발간해 국제기구, 해외 싱크탱크, 그리고 해외 공관 등에 배포해 연구 성과의 국외 확산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연구회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공동으로 기획해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인 ‘국제 석학 및 글로벌 전문가 포럼(Global Korea)’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개최되었고, ‘녹색성장정책연구 전문가 포럼(Green Korea)’이 2010년부터 개최되었다.

공생 발전 등 국정과제 종합 연구

2013년 정부 출범 후 국정 어젠다 및 정책 지원을 위한 국정과제 종합 연구가 활발히 이어졌다. 새 정부의 핵심 국정 어젠다로 설정된 과제 중에서 학술적 이론의 보완이 필요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서 구체적인 정책과제의 개발이 필요한 사항을 어젠다로 선정했다. 특히 특정 영역이나 부처의 역할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연구회가 선제적으로 융복합 협동연구를 기획해 종합 연구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학회와 국책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해 학술적·이론적 근거를 정립하고, 구체화된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창조경제 종합 연구’, ‘공생발전 종합 연구’를 들 수 있다. 또한 당시 휴먼 뉴딜 정책의 개념과 비전 정립을 위한 ‘휴먼 뉴딜 종합 연구’도 수행되었다.
지난 1년간의 주요 국정 과제 추진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국정 과제 성과 평가도 실시되었다.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를 분야별로 연계해 관련 국책연구기관과 학계 등에서 참여했으며, 국정과제 추진 성과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연구 결과를 토론회 방식으로 보고·공유했다. 정책 혁신지원을 위한 국정과제 토론회도 개최되었다. 부처 단위로 수행하는 국정과제의 현황을 국책연구기관, 학계, 정부, 언론 등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향후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정부부처 차관과 국책연구기관장이 국정과제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같이 논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또한 부처 정책 수요를 반영한 긴급 현안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학교폭력, 환율 변동, 가족 변화, 안전 사회 등 다부처 연계 이슈에 대해 수시로 정부부처의 수요를 받아 수행했다. 이는 특정 부처에서 요청했으나 타 분야 정책 간의 정책 협업 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협동 연구로 수행된 것으로, 정책 협력 방안을 정책적·사회적으로 확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아울러 인문학 발전과 국가정책 발전 간의 선순환 관계를 통해 인문학 진흥 정책 방향을 유도하기 위해 인문 정책 연구 사업이 활발하게 지속되었다.

2010년 2월 24일(수)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10’ 국제 학술 행사

연구 역량의 국제화

미래전략연구센터는 2015년 국책연구전략센터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는 기존의 미래 정책 이슈 발굴(경제 활성화, 녹색 성장, 사회 통합 등)뿐만 아니라 대내외정책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구 기획과 수행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2014년부터 2016년에는 선제적 이슈·전망 및 정책제언 활성화에 중점을 두어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출산·고령화, 글로벌 저성장 기조, 국가 간 갈등·협력, 남북통일 등 ‘미래도전’에 대응하기위한 협동 연구 사업이 추진되었다. 또한 인문학적 융합 관점에서 다학제적 접근 필요성에 따라 과학기술계와 경제·인문사회계의 협업 과제가 제안되어 수행되었다. 사회 요구, 정책 수요 등을 반영한 시의성 있는 연구 과제 발굴 기반의 다양화를 위해 연구기관의 주요 연구자 및 정책 담당자가 함께 참여해 연구자 발표 후 토론을진행하는 ‘세종열린정책대화’도 정기적으로 개최했다.연구 역량의 국제화를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국제 협력연구 및 사업이 진행되었다. 2014년에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구체적 협력 방안을 선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유라시아 지식 네트워크를 추진했다. 중국 시안, 카자흐스탄 알마티,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 터키 이스탄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5개국 도시를 활용했으며, 공적개발원조(ODA) 및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Knowledge Sharing Program)과의 연계를 모색했다.
2015년에는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에 따른 협력 방안 모색을 위해 라오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현지 싱크탱크와의 지식 다이얼로그를 2회 개최했다. 이를 통해 경제 부문뿐만 아니라 교육,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동남아 진출 전략을 모색했다. 아울러 한중 FTA 활성화를 위한 중국 4대 거점도시 정책 토론회, 중미 신흥국과의 협력 방안 모색을 위한 ‘중미 지식 다이얼로그’, 한일·한중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위한 한·중·일 동북아 신협력 구상 세미나 등 다양한 국제 협력 학술 행사가 개최되었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 이전

2005년 6월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41개 중앙 부처와 함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18개 국책연구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아울러 세종시 외에 울산(에너지경제연구원), 진천(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산(한국해양수산개발원), 나주(한국농촌경제연구원)로 이전 또한 확정되었다. 이에 연구회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했다. 2014년 한국개발연구원의 세종시 이전을 시작으로 지방 이전 대상 국책연구기관의 이전이 순차적으로 실시되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2014년 세종시 이전을 완료해 본격적인 세종 시대를 맞았다.
세종시 등으로의 국책연구기관 이전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취지를 구현하는 데 기여했다.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과 맞물려, 정책지식 생태계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지식 주체들의 상호 이해와 소통을 촉진하는 정책지식 클러스터가 형성되었다. 아울러 대전에 위치한 과학기술계 국책연구기관, 지역 대학교 및 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와 지역 내 연구 집단과의 상호 협력도 활성화되는 효과를 유발했다. 그러나 지방 이전에 따른 기존 연구 인력 이탈과 신규 연구 인력 유치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공공기관 프레임과 임금피크제

2015년 정부는 공공 부문과 노동 부문 개혁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후 재고용하며 일정 나이, 근속기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다. 임금피크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신입 직원 채용을 늘리기 위한 취지로 도입되었으며, 기타 공공기관에 속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일반 공공기관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도입함으로써 정년이 2~3년 연장되었지만,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제도 도입 당시 기존 만 60세인 정년은 그대로 둔 채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결국 임금 삭감에 불과한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임금피크제 도입에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랐다.
이러한 제도 도입은 국책연구기관을 공공기관의 프레임으로만 바라본 결과였다. 국책연구기관은 국가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이 중심이 된 전문가 집단의 성격이 강하다. 공공기관적 속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 같은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특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그 과정에서의 진통은 국책연구기관의 정체성과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뒷받침되어야 할 법적·제도적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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