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진보는 경제와 사회의 지형을 재편하며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AI는 인간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세상의 규칙과 언어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으며, 양자 기술과 AI 반도체는 혁신의 동력이 되어 미래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긍정적인 면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질서, 기술 발전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같은 복합적인 문제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이번 특집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주요 이슈를 심층 분석하고,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혁신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동시에 그 이면에 자리한 윤리적·환경적 도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나아가 기술과 사회가 조화를 이루는 정책적 해법과 함께 2025년 디지털 미래를 향한 새로운 방향성을 알아본다.

대한민국은 이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이 고령층이 되는 시대, 이는 단순한 인구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커다란 도전이자 과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혁신과 통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연간 기획에서는 초고령사회가 가져올 변화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사회적 준비를 점검하고, 모두가 함께 도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의 청사진을 모색해보았다.
-
이슈 인사이트 딥페이크의 그늘, 디지털 성범죄와 미성년자 보호2024년 하반기, AI 등 기술 발전에 따른 성범죄, 소위 ‘딥페이크 이용 디지털 성범죄’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그 시작은 2024년 8월 19일로, 일부 대학을 시작으로 딥페이크 이용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드러난 가운데, 정부와 국회 모두 뒤늦게 딥페이크 대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그 결과 9월 26일과 11월 14일, 연이어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수사 및 처벌,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의 ‘성폭력처벌법’, ‘청소년성보호법’, ‘성폭력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으며, 정부 또한 11월 8일 관계부처 합동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강화방안’을 발표하였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TF를 계속 운영해 나가면서 피해지원·단속강화·법안통과·예산확보 등 이번 대책의 후속 조치를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국회와 정부의 딥페이크 이용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일련의 입법적 조치 및 국가종합대책의 마련은 일단 긍정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딥페이크 이용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수사의 한계 그러나 이는 3차례에 걸친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국가종합대책(2017년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 2019년 웹하드 카르텔 방지대책, 2020년 N번방 방지대책)의 한계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가의 미온적 태도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딥페이크 이용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수사’ 영역으로, 이는 통계 수치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편집·반포)에 대한 3년 동안(’21~’23)의 통계를 살펴보면, 총 229건에서 144건으로 2021년 대비 약 37%가 감소하는 등 그 수는 오히려 점차 감소하는 추세에 있으나 수사중지 비율은 2023년 기준 약 38.2%로 그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균적으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에 해당하는 범죄 10건 중 약 3.2건이 수사중지되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에 대한 수사중지 비율은 다른 디지털 성범죄와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23년 기준 디지털 성범죄 전체 수사중지 비율은 약 10.9%에 반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에 대한 수사중지 비율은 약 38.2%로 거의 4배 정도 높다. 한편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에 대한 수시중지 비율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경찰청의 집중 단속 수치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경찰청은 8월 28일부터 내년 3월까지를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시·도 경찰청을 중심으로 딥페이크 범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결과 한 달 만에 367건을 접수, 올해 812건을 접수했고 38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종전 딥페이크 이용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수사는 다소 소극적이었으나 다행히 현재는 관련 수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 차례에 걸친 입법 정비를 통해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수사대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수사 영역에 있어 이번 국가종합대책의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에 있어 연도별 경찰의 결정 구분 계 검찰송치 불송치 수사중지 기타 책임송치 법적송치 소계 혐의없음 죄가없음 공소권없음 소계 피의자 중지 참고인 중지 소계 구속 불구속 2021년 229 (100) 130 (56.8) 8 (3.5) 122 (53.3) 0 (0) 33 (14.4) 33 (14.4) 0 (0) 0 (0) 66 (28.8) 65 (28.4) 1 (0.2) 0 (0) 2022년 160 (100) 88 (55) 5 (3.1) 83 (51.8) 0 (0) 23 (14.4) 21 (13.1) 0 (0) 2 (1.2) 48 (30) 48 (30) 0 (0) 1 (0.6) 2023년 144 (100) 71 (49.3) 2 (1.4) 69 (47.9) 0 (0) 18 (12.5) 18 (12.5) 0 (0) 0 (0) 55 (38.2) 52 (36.1) 3 (2.1) 0 (0) 출처:경찰청 범죄통계 디지털 성범죄 전체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의 연도별 수사중지 건수 비교 구분 디지털 성범죄 전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계 수사중지 계 수사중지 2021년 12,460(100) 1,012(8.1) 229(100) 66(28.8) 2022년 18,875(100) 2,224(11.78) 160(100) 48(30) 2023년 17,171(100) 1,874(10.9) 144(100) 55(38.2) 출처:경찰청 범죄통계 딥페이크 이용 디지털 성범죄와 미성년 피해자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8월 25일까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로부터 딥페이크 피해 지원을 요청한 781명 중 288명(36.9%)은 미성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딥페이크 음란물로 인해 피해지원을 요청한 미성년자 수는 2022년 대비 2년 만에 4.5배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딥페이크 이용 디지털 성범죄피해자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이며, 그 수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딥페이크 이용 디지털 성범죄에서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수사단계에서의 미성년 피해자 보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성년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다 추후 자신의 부모에게 수사진행 상황이 통지된다는 설명을 듣고, 자신의 피해 사실이 부모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아 피해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수사통지에 관한 범죄수사규칙 제13조가 법정대리인에게 원칙적으로 통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이는 실무에서 지속적인 문제로 지적되었다. 피해자의 권익과 보호 필요성을 고려할 때,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대리인의 보조와 지원을 받으면서도 고소를 포기하지 않도록 수사진행상황 통지 관련 규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 AI 기술 등의 대중화에 따라 딥페이크 이용 디지털 성범죄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미성년 피해자의 급증 또한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사단계부터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수사가 요구되며, 미성년 피해자를 위해 보다 세심한 수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성폭력처벌법 등에 대한 입법 정비를 통해 그 큰 틀은 구축되었으나,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미성년 피해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고민되어야 할 시기다.김민지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혁신연구실 부연구위원 2024 겨울호
-
이슈 인사이트 디지털 기술의 공진화로 변화하는 일상과 미래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 사회는 디지털 기술의 전성시대를 맞이하였다. 비대면·비접촉을 지향하면서 디지털 키오스크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2000년대 초에 기대하던 비대면 결제와 로봇 카페 같은 기술들이 일상에 깊이 파고들었다. 2022년 11월 공개된 오픈AI의 챗GPT(ChatGPT)는 디지털을 넘어 인공지능이 생활 속에 녹아든 마일스톤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만큼 그로 인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의 기술 변화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상상을 현실로, 급격하고도 놀라운 미래 디지털 기술 대중들에게 친숙한 챗GPT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입력하면 텍스트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이미지, 영상과 음악 제작에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는 인공지능이 작성한 간단한 동향과 짧은 글, 생성형 인공지능이 제작한 삽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고위험 작업 대체, 자재를 운반하는 자율로봇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생성형 기술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은 단순히 컴퓨터나 모빌리티를 매개로 작동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직접 연결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가 개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사람의 뇌와 컴퓨팅을 연결하는 것이다. 뇌파를 해석하여 기계를 작동할 수도 있고 음성이나 문자로 전환해줄 수도 있다. 대중들이 바라는 미래상 중에서 사람들과 다른 언어로 실시간 소통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뉴럴링크는 2024년 1월과 7월, 척추 손상 환자 두 명에게 칩 이식 시술을 진행했다. 두 환자의 대뇌 운동피질 영역에 칩을 삽입한 결과, 1월에 시술받은 환자는 생각만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이는 등 칩 이식 시술 이전과 달리 편하게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시행착오를 거치는 단계지만 과거 영화에서나 보던 ‘생각만으로 기계를 작동하는 기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도화되는 디지털 기술은 이동의 격차와 생산활동의 격차를 줄이고,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급속히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사회 구성원의 우려를 해소하려면 ‘사람에 의한 기술’을 ‘사람을 위한 기술’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 진화의 양면성 기술은 사회에 적용되면서 성능이 고도화되고 진화한다. 이 진화 과정에서 기술은 기존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풀고, 새로 풀어야 할 문제를 던지기도 한다. 인공지능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가 우려로 바뀌고 있다. 과연 디지털 기술의 진화로 사회 격차가 진정 해소될까? 디지털 기술에 대한 기대가 여전할까? 고도로 발전된 기술은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증기기관은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증대시켰지만 사람들에게 일자리의 위협을 느끼게 하였다. 최근 고도화된 인공지능의 도입은 업무 효율성 증진과 생산성 향상, 고위험 작업 대체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일자리 대체의 위험성, 나아가 딥페이크와 같이 비윤리적이고 무작위적으로 범람하는 범죄 생산물에 대한 공포를 야기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그림과 영상은 신기함을 자아냈지만 딥페이크 피해 사례가 늘어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딥페이크 피해자는 2년 만에 30배나 급증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 큰 파장을 일으킨 학교 딥페이크 성범죄는 신기술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를 현실화하는 불쏘시개가 되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서 사람들은 알파고의 놀라운 성능에 경탄하면서도 인류 대표인 이세돌 9단의 패배로 인해 불안의 씨앗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기술은 초기 공개 단계에서는 높은 기대를 받지만, 우리 사회에 실제로 자리 잡는 단계에서는 부작용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야기하는 격차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정보 검색과 무작위적 정보에 대한 사실확인을 보조하며 기존 정보 습득에 한계가 있던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AI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방지는 디지털 격차 해소의 일환으로 노인 세대를 보호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뉴럴링크와 같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활동을 지원하며 보행 보조 로봇과 같은 웨어러블 로봇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발전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다. AI와 로봇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기술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은 누구나 접근 가능해야 하며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기술은 명과 암을 모두 가진 채 사회와 함께 진화한다. 사람에 의한 기술, 사람을 위한 기술로 발전시켜야 급속히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사회 구성원의 우려를 해소하려면 ‘사람에 의한 기술’을 ‘사람을 위한 기술’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먼저 ‘사람에 의한 기술’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인공지능의 윤리와 규제로 대표된다. 인공지능과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더라도 기술의 개발과 통제의 주체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가 대두되면서 각국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 마련에 나섰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인공지능법’ 을 통해 사람을 위협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억제하고자 하였다. 미국에서도 인공지능 규제를 강화하였으나,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인공지능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 개발을 촉진하는 법(인공지능 진흥법안 등)과 인공지능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법(인공지능 안전 및 신뢰법 등) 등 인공지능법안이 다수 발의되었다. 이러한 법들은 기술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기술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안전한 울타리를 형성하려는 시도다. 인공지능 기술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로봇,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디지털 기술들도 마찬가지다. 혁신적인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더라도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 디지털 기술의 근간이 되는 기술의 영역을 설정하고 해당 기술의 윤리적 범주를 탐색해야 한다. 기술 혁신의 창발적인 속성을 고려해 미래에 등장할 기술들이 속하는 분야의 환경과 혁신 방향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다음으로 기술이 ‘사람을 위한 기술’로서 보조적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술은 대개 기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명되고 많은 사람이 선택하면서 혁신으로 간주된다. 오늘날 많은 기술이 사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지만, 모든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에 정의되었던 격차가 해소되더라도 새로운 유형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술이 진화하듯 격차의 개념도 진화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와 기술이 함께 발전하려면 기존의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새롭게 생길 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01년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하였으며, 2009년에는 「국가정보화 기본법」에 편입하였고, 2020년에 「지능정보화 기본법」으로 개정하였고, 2024년 「디지털포용법」을 제정하였다.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법과 제도를 조정함으로써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처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두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수준에서 새로 발생한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향후 발생할 격차를 미리 전망하고 격차 심화를 억제하기 위한 대비책들을 마련하여 미래의 기술들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부작용을 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술과 사회가 더 나은 방향, 즉 ‘정’의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야 한다.윤정섭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 2024 겨울호
-
이슈 인사이트 CBDC와 금융혁신이 이끄는 디지털 자산 시대블록체인 기술로 촉발된 화폐와 자산의 디지털화,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입 등 금융 부문에 디지털 혁신이 예고되고 있다. 각국은 디지털 화폐 혁신의 앵커로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화폐의 디지털화와 CBDC가 가지는 의미와 정책과제를 살펴본다. 화폐와 자산의 디지털화가 가져올 금융혁신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화폐와 지급결제가 금융 부문을 넘어 일상 경제활동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현금 사용 비중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은행과 금융기관의 창구는 더 이상 금융 거래의 중심 역할을 하지 않는다. 핀테크와 빅테크 같은 비금융기관들이 금융부문에 진입하여 SNS,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과 페이먼트 서비스를 결합해 다양하고 편리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드 보급률이 낮은 중국이나 인도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지급결제 기술을 도입했다. 중국의 앤트그룹과 텐센트는 QR코드를 이용한 간편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Alipay)와 위챗페이(Wechat pay)를 통해 중국 최대의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인도는 사용자가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를 설계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신속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케냐에서는 모바일폰의 선불충전을 이용한 엠페사(M-Pesa)라는 모바일 송금시스템을 통해 케냐 GDP의 50% 가까운 거래를 처리한다.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금융 혁신을 한 차원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화폐와 자산을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플랫폼에 토큰화(원장에 디지털형태로 기록)하면 지급결제와 금융자산 거래의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혁신적인 상품서비스가 출연할 수 있다. 화폐든 채권이든 일단 토큰화되면 기능적·개념적으로 서로 다른 자산이라 하더라도 동일한 원장에서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금융인프라에서 상상하지 못하는 혁신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화폐나 자산에 코드를 내장하면 계약 조건이 충족되는 즉시 중개기관 없이도 특정 대상에게 원하는 시점에 자동으로 지불이 이루어지고 전달과 정산이 동시에 처리될 수 있다. 또한 부동산이나 예술품과 같은 자산을 토큰화하면 조각 투자가 가능해져 자산의 유동성이 높아지고 자산의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토큰화된 증권의 거래가 2030년에는 글로벌 금융거래의 8~1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디지털화로 인한 통화의 파편화와 독점의 위험 이미 오래전부터 대부분의 통화는 은행 계좌에 존재하며 대부분의 거래 또한 카드나 계좌이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화폐가 디지털로 표현된다는 점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진정한 화폐 디지털화의 효과는 화폐가 데이터와 프로그램에 결합되어 혁신적인 서비스가 출현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 그렇지만 디지털화는 혁신의 계기가 되는 동시에 화폐의 차별화를 불러와서 화폐 체계의 안정성을 손상시킬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빅테크와 암호화폐가 제공하는 화폐는 더 이상 동질적인 화폐가 아니다. 이용 목적에 맞춰 설계되고 추천되는 차별화된 화폐이다. 빅테크는 서비스와 사용자 데이터를 결합하여 지급결제나 화폐를 차별화시킬 수 있으며, 플랫폼을 폐쇄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차별화된 독점적인 통화권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19년, 글로벌 가입자 기반을 가진 페이스북이 스테이블코인인 리브라(Libra) 출시를 발표했을 때, 전 세계 중앙은행은 강력히 반대하며 긴장하였다. 독립적인 통화권의 등장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도전받고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우려 때문이었다. 암호화폐는 프로그램 가능성을 통해 무한히 차별화된 화폐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복지 지원금은 수령 대상, 지출 기한, 지출 범위 등을 프로그램으로 설정하여 지급되는데 동일한 액면의 현금과 본질적으로 다른 형태의 화폐이다. 통화의 파편화·독점화는 중앙은행이 공적 화폐를 통해 구축해온 화폐의 신뢰성·효율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데 사회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신뢰성을 상실하게 되면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법정 화폐가 안정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은행 예금과 같은 모든 민간 화폐는 법정 화폐로 일대일 교환이 가능하다. 경제에 존재하는 모든 화폐가 의심 없이 동일한 화폐로 통용되고 경제활동의 안정성이 담보된다. 디지털 시대에 화폐가 차별화되고 혁신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공적 화폐가 디지털 형태의 안전 자산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화폐의 동일성과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디지털 통화체계 신뢰성 확보의 앵커 CBDC 중앙은행이 디지털 시대에도 화폐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시하는 것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법정화폐로, 현금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진다. 전 세계 약 130개국이 CBDC 도입을 고려 중이며, 이들 국가의 GDP는 전 세계 98%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G20 국가 중 19개국은 이미 상당한 개발을 진행 중이며 한국은행은 선도적 위치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BDC의 초기 도입 논의는 지급결제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미래 지급결제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았다. 그렇지만 금융 선진국에서는 이미 민간 부문의 지급결제 서비스가 고도화되어 있어 CBDC의 추가적인 효율성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BDC 도입의 핵심 목적은 지급결제의 효율성보다는 현금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서 디지털 시대의 통화 단일성 보장과 통화 체계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앵커 역할 수행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CBDC가 안전자산으로서 예금을 대체하면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CBDC의 거래 기록이 모두 중앙은행 원장에 기록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와 사이버 보안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CBDC가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교한 설계와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각국이 CBDC 도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디지털 시대의 통화주권 확보에 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CBDC의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이로 인해 글로벌 기축통화 경쟁이 촉발되었다. 미국은 미래의 디지털 자산 글로벌 생태계를 겨냥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이들로부터 유로화 통화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CBDC 개발을 가속화 중이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유럽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주요국의 CBDC 개발 동향을 살펴보면서 글로벌 통화경쟁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박동욱정보통신정책연구원 디지털플랫폼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2024 겨울호
-
이슈 인사이트 탄소중립의 딜레마 속 기술과 위기의 균형 찾기AI가 수도나 전기처럼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는 ‘AI 일상화 시대’가 도래했다. 디지털 혁신의 중심에 서 있는 AI는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 증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AI는 탄소중립을 위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AI 일상화 시대의 도래 그간의 AI는 특정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별· 분류·예측·분석 등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전문 기술이었다. 고가의 솔루션으로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제한적인 기술 도구 형태로 여겨졌다. 하지만 2022년 11월, 첫 생성형AI 서비스인 챗GPT(ChatGPT)의 등장은 AI 기술의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AI는 이제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간단히 자연어로 프롬프트를 입력해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생성형AI는 정량적 답변 제공을 넘어 대화를 목적으로 설계된 기술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유사한 형태를 띈다. 이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자판 입력 방식이 아니라 사람과 대화하듯 음성으로 여러 서비스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AI가 휴대폰, 생활가전, 사무기기,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에탑재되면서 전기나 수도처럼 우리 일상에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잡았고, 이로써 ‘AI 일상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는 생성형AI가 제조·의료·금융 등 전 분야에 적용되며 2026년 약 310조 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융합 신제품 출시 등으로 연간 총 123조 원의 매출 증가와 자동화·효율화를 통한 187조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AI는 의료분야에서 질병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고 교육 분야에서는 개개인 맞춤 학습을 제공할 것이다. 업무 분야에서는 자동화로 직원들이 창의적·전략적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스마트홈과 AI 비서는 일상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AI가 제시하는 위기와 기회 구글은 지난 5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컴퓨터 비전 기술인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를 발표했으며, 8월에는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를 출시하여 서비스 중이다. 애플은 10월에 오픈AI와 협업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출시하였다. AI 모델 경쟁이 AI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되며 AI 일상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AI의 일상화로 인한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이에 따른 탄소 배출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생성형AI 수요의 증가로 데이터센터에서 전력 소모가 큰 GPU와 TPU의 사용이 급증하며 신규 데이터센터 규모도 커지고 있다. 미 전력연구소(EPRI)에 따르면 100~1,000MW 용량의 새로운 시설이 건설되는 사례가 흔하며 이는 약 8만~80만 가구의 에너지 소비량에 해당한다. 오픈AI 챗GPT는 780억 건의 사용자 쿼리를 처리하는 데 연간 약 2억 21,700만KWh 전력을 사용하는데 이는 미국 가정 2만 1,602곳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AI 서버의 전력 소비는 2027년까지 연간 85TWh에서 134T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아르헨티나(121TWh), 스웨덴(134TWh)과 같은 국가의 연간 전력 소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구글의 전체 전력 사용량 중 10~15%가 인공지능 작동에 소요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AI 개발로 탄소 배출량이 기존보다 30%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AI를 통한’ 탄소 저감으로 탄소중립 실현 AI 일상화가 가속화되며 전력량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탄소 배출이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기후변화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시간은 촉박하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며 주요국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대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며,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법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구속력을 담보하였다. 중국은 206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며, 한국은 지난해 ‘2050 탄소중립 표준화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넷제로) 실현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AI는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누락된 연결고리를 찾아내어 적절한 조치를 추천함으로써 기업과 정부가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고 효과적인 감축 전략을 수립하도록 돕는다. 또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으로 전력 수급을 최적화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을 높이며 빌딩 에너지관리시스템으로 냉난방과 조명을 자동 제어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제조 공정의 에너지 사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교통과 물류 경로를 최적화해 줄일 수도 있다. 이외에도 AI 적용을 통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의 효율을 높이고 위성 이미지를 분석하여 산림 훼손 지역을 파악하거나 드론과 결합해 효율적인 나무 심기를 지원한다. 정밀 농업으로 자원 사용을 최적화하며 탄소 배출권 거래에서는 탄소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검증하여 배출권 가격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AI는 효과적인 탄소중립 정책과 기술개발을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도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전력·고효율 AI 전용 반도체, 서버 및 네트워크 기술개발, AI 기반 탄소배출량 감축 기술개발, 정부와 기업 간 협력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AI로 인한’ 탄소 배출만큼 ‘AI를 통한’ 탄소 저감 노력이 수반될 때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김태원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 수석연구원 2024 겨울호
-
이슈 인사이트 전장을 바꾸는 AI 무기화와 사이버 안보 위협AI 기술 활용이 군사 무기로까지 확대되면서 안보 위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더욱 은밀하고 고도화된 공격 수단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진화하는 AI의 도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능형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물리적 대응체계와 데이터 활용 기준에 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의 거버넌스 구축과 규범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산업 영역을 넘어 군사 무기로 진화하는 인공지능 오늘날 디지털 사회·경제 전반의 혁신을 이끄는 주요 동력은 단연 인공지능(AI)이다. AI의 잠재력은 비즈니스 영역을 넘어 안보와 직결된 국방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현대의 국방력은 단순한 양적 우위가 아닌, 무기의 질적 수준과 이를 효과적으로 전개할 첨단화된 운용·지원체계의 확립과 직결된다. AI가 미래 전장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미 AI는 실제 전장에서 살상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정찰·공격용 드론도 넓은 의미의 AI 기반 무기에 해당한다. 미군의 무인공격기 MQ-9 리퍼는 2020년 바그다드 참수 작전에서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 수장을 암살했으며, 2021년에는 카불 공항에서 테러리스트 제거 작전에 투입되어 특수부대의 정밀교전 임무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무인기가 전차와 장갑차를 파괴하거나 군사기지를 공습하는 가성비 높은 공격 수단으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AI 공격 무기는 공중뿐 아니라 지상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완전자율차량을 실전에 배치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중형화기를 탑재한 무인차량을 투입하고 병사와 로봇 차량으로 혼성전투부대를 편성했다. 또한 AI는 후방에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심리전 무기로도 활용되고 있다. 러-우 전쟁 초기 유포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가짜 항복 선언’ 영상이나 ‘펜타곤 폭발 영상’ 등은 AI로 만든 대표적인 ‘딥페이크(Deep fake)’ 사례이다. 이런 영상은 항전 의지를 꺾고 국제 여론을 뒤흔들기 위한 ‘화염 없는 무기’로 작용했다.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인공지능 문제는 AI가 사이버 공간을 통해 평시에도 치명적인 국가안보 위협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비대면 활동 증가로 사이버 공간은 점차 복잡한 범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지금까지 AI는 주로 사이버 보안의 취약성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에 활용되었으나 언제든 사이버 공격의 무기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력을 안고 있다. AI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사이버 안보 환경의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첫째, 기존 보안 환경의 위협 범위를 대폭 확장한다. 효율적인 AI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공격이 더 쉬워지고 공격자의 수와 속도 또한 급증한다. 동시에 비용 대비 효율이 낮아 공격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표적들도 공격 범위에포함되어 위협의 규모가 확대된다. 둘째, 공격자가 익명의 공간에 숨을 기회가 늘어나면서 공격에 대한 주저함이나 거부감이 감소하는 동시에 위협의 강도는 증대될 수 있다. 셋째, AI를 이용한 공격자는 방어자보다 비대칭적 우위를 점하며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머신러닝으로 목표 데이터를 학습한 사이버 공격 무기들은 익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취약점을 정밀하게 노릴 수 있다. 합성 텍스트, 음성, 이미지 등을 사용하는 소셜 엔지니어링 기법은 더 정교한 악성 코드 생성으로 사이버 공격의 효과를 높인다. 특히 목표가 일반인이 아닌 중요 인사, 핵심 인프라 제어시설, 국가보안 기관일 경우 이러한 사이버 공격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 될 수 있다. AI를 탑재한 이란 자폭드론 샤헤드-136 출처: THE AI, “러 자살 드론, 인공지능 ‘킬러 로봇’에 무게”, (23.04.05,) AI 무기화와 사이버 공간에서의 새로운 도전 인공지능은 평시와 전시를 막론하고 치명적인 무기로 활용될 뿐 아니라 자체 진화를 통해 새로운 불확실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AI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피해 규모가 질적·양적으로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AI의 발전은 향후 어느 특이점에서 인간의 통제가 극도로 불확실한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조작된 젤린스키 대통령의 가짜 항복 영상 출처:매일경제(CNN 캡처), (23.10.12.) 이러한 도전들은 AI의 국가안보적 위협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을 시사하며, 특히 비대칭적 위협에 대한 경감 수단이 절실함을 상기시키고 있다. AI 기반 지능형 공격을 방어하려면 능동적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자체 생성형AI 플랫폼으로 잠재적 허위정보를 모니터링하고, 고위험 영향 공작 집단에 대응할 전문 전담팀을 양성하는 등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신뢰 가능한 생성형AI 알고리즘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 표준을 구축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주요 AI 입력 데이터의 이상 신호를 모니터링하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AI의 편향성과 환각 등 구조적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유해 알고리즘 발원 분석과 정상적 학습 데이터의 복원을 포함한 데이터 활용 기준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국가적 차원에서 데이터의 보호, 활용, 이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과 규범 논의가 세분화되어야 한다.윤정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안보연구실 연구위원 2024 겨울호
최근호 보기 총 102 건
특집 미래를 향한 두뇌, AI의 위대한 여정 | 2024 가을호 |
특집 초거대 AI를 이용한 통합 연구자원 생성, 관리 서비스 개발 최재녕경제·인문사회연구회 디지털전환부장 | 2024 가을호 |
특집 공존 사회에서 윤리가 마주한 도전들 김명주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부 교수 | 2024 가을호 |
특집 AI가 재정의하는 산업과 일상의 지형도 최광호안랩클라우드메이트 COO | 2024 가을호 |
특집 기술 격차가 불러올 글로벌 양극화와 불평등 이명호(사)케이썬 이사장 | 2024 가을호 |
특집 인공지능이 불러온 새 바람, 일자리의 지형이 바뀐다 장지연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 2024 가을호 |
특집 ‘인더스트리 5.0’ 인간과 AI의 새로운 협력 최민철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 부연구위원 | 2024 가을호 |
특집 AI 3대 강국을 향한 혁신의 길을 열다 <인터뷰> 황종성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 | 2024 가을호 |
특집 경제안보 이슈에 대응, NRC경제안보TF 이경진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기획부 전문위원 | 2024 여름호 |
특집 신통상 전략과 한일의 새로운 협력공간 이창민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 2024 여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