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디지털 미래를 제시하는 과학기술혁신정책
2025년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융합은 산업 구조를 재편하며,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서면 인터뷰에서는 윤지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을 통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하는 과학기술혁신정책의 방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았다.윤지웅 원장 한국정책학회 회장 ㅣ 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정책조정전문위원 ㅣ 前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평가위원 ㅣ 前 경희대학교 정경대학 행정학과 정교수
Q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경제와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2025년을 대비해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기회와 도전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디지털 기술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전방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2025년을 대비해 디지털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기회를 최대화하고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수 인재의 양성, 확보, 유지’다. 디지털 기술의 혁신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산업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나름 잘 적응하며 성공적으로 발전해 왔지만, 이제는 단순히 변화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야 할 시점에 있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로 크게 두 가지의 미래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하나는 ‘예측 가능한 미래’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준비를 통해 이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영역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대표되는 ‘축소사회’로의 진입이다. 이는 단순히 인구 감소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의 존속과 국가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정책은 이러한 기술 혁신을 뒷받침하고 지역 차원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정책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과제이다.
다른 하나는 불확실성과 위험이 높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이다. 이러한 미래는 기회와 도전이 공존한다. 이런 미래를 성공적으로 맞이하려면 실패로부터 빠르게 학습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더 높은 창의성과 노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가 중요하다. 이러한 인재를 양성, 확보, 유지할 수 있는 국가혁신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런 체계를 통해 대한민국은 디지털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디지털 시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기술 분야는 무엇일까요? 특히 인공지능(AI), 첨단 바이오 등 전략기술 분야가 향후 산업 혁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전망도 궁금합니다.
디지털 기술은 일반목적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로서 이미 모든 산업과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산업 구조를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심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BT-IT, GT-IT, AIX, X-AI*와 같은 다양한 기술 간 연계와 융합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 간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산업 간 경계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과 전기·전자 산업의 경계는 이미 사라졌으며, 로봇 산업이 기계 산업인지 소프트웨어 산업인지조차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가 되었다. 특히 신약 개발과 같은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이 후보 단백질 발굴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즉 첨단 바이오, 로봇 기술, AI 등 전략기술 분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융합을 통해 혁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기술 융합의 흐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의 구분을 넘어서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 발전의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미래연구 2.0과 같은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통해 기술 발전의 불확실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래연구는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서 정책 개발에서 실질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용성과 활용도를 보다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술 융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계층이 기술에 공평하게 접근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체계가 마련된다면 디지털 기술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Q 디지털 기술은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 해결이나 사회적 불평등 해소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것으로 보시며, 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디지털 기술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올바르게 활용된다면 환경 문제 해결, 사회적 불평등 완화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예기치 못한 새로운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업무 방식을 그대로 둔 채 디지털 기술만 도입되면 기대했던 효율성을 높이기는커녕 중복 업무와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의 편익을 누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일하는 방식과 업무 절차를 변화시키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술은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존의 제도와 이해관계, 기술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디지털 격차와 개인정보 보호 같은 문제는 디지털 기술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리터러시와 윤리 교육을 강화하여 모든 계층이 기술에 공평하게 접근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체계가 마련된다면 디지털 기술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한편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활용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의 일자리는 기존 산업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전문화와 분업방식의 결과이다. 새로운 기술 도입의 효과가 있으려면 기존의 분업방식이 바뀌어야 가능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일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거나 축소시킬 가능성도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를 창출할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중요한 과제는 기존 일자리와 새롭게 창출될 일자리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기술로 인해 새롭게 생겨나는 일거리가 무엇인지, 기존 분업화된 업무를 기술이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 인간과 기계가 어떻게 역할을 나눌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결국 디지털 기술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 시민단체 등이 더욱 긴밀히 체계적으로 협력하는 메커니즘이 구축되고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Q 디지털 전환과 같은 급격한 기술 변화 속에서 과학기술혁신정책이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과학기술혁신정책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분야다. 역사를 돌아보면 증기기관, 전기, 반도체, 인터넷, 바이오 기술과 같은 과학기술혁신들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기술혁신을 선도한 국가와 국민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수혜를 누려 왔다. 오늘날에 심화되는 글로벌 패권 경쟁과 자국기술중심주의 속에서 과학기술혁신정책은 단순히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넘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혁신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산업 구조의 대전환의 필요성이 커지는 현재, 과학기술혁신정책은 더욱 기초에 충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올림픽 선수가 메달권에 들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뛰어난 기술도 연마해야 하지만 그 기술을 뒷받침할 기초체력과 기본실력도 필수적이다. 경기 도중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순발력과 저력은 바로 기본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과학기술혁신정책도 기본기를 튼튼히 다지는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과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통한 인재의 양성과 확보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는 국가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는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또한 과학기술혁신은 새로운 연구개발의 실패를 통해 배우는 과정을 수반하므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 환경과, 이로부터 학습하고 지식과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중요하다. 연구자와 기업이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와 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과 자국기술중심주의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지키는 과학기술안보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현재 보유한 초격차 기술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떠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유지해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지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추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과학기술혁신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기초를 튼튼히 다지며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과 자국기술중심주의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지키는 과학기술안보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어떠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유지해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지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추진해야 한다. ”
Q 마지막으로 원장님께서는 ‘현장의 목소리와 눈높이를 맞추는 정책 연구기관’을 강조하셨습니다. 이 비전을 구상한 배경과 그 실현을 위한 전략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정부정책은 정부가 공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정하고 수행하는 일련의 행동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책연구기관은 문제의 원인 분석하고, 해결방안들을 제안하며, 합리적인 점검과 평가를 통해 정책 실효성을 높이고자 노력하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책연구기관은 싱크탱크(Think Tank)로서 정책현장을 잘 알아야 하고, 이를 분석하기 위한 이론적 무장도 해야 한다. 그렇기때문에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고유 임무인 과학기술혁신정책에 대한 연구는 과학기술 연구 현장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그리고 정책 담당 기관과의 호흡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즉 과학기술혁신정책과 관련된 현장의 다양한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여야 우리 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과학기술의 역할이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하는 것을 넘어 국가안보, 사회문제, 글로벌 난제 등의 해결에 필수적인 것으로 확대되면서 과학기술혁신정책연구의 고객 또한 지속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려면 현장의 눈높이를 보다 더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정책연구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각 분야의 정책 수요를 세밀히 분석하여 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연구수행 체계,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재정비하고 정책 및 연구 현장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는 과제가 있다. 또한 과학기술혁신정책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정책환경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단순히 R&D를 위한 외교를 넘어 국가전략 차원의 과학기술 국제협력으로 발전해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국내외 과학기술혁신 분야 싱크탱크들과 정책가치사슬(PVC; Policy Value Chain)의 허브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연구원 구성원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연구 추진 체계와 제도를 정비하여 연구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정책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정책연구에 대한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현장의 목소리와 눈높이를 맞추는 정책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린다.
<인터뷰> 윤지웅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2024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