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제78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2023. 10. 18.)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존재 이유”라고 강조하였다. 이어 성폭력, 아동학대, 가정폭력, 스토킹과 같이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하는 범죄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여름은 ‘안전’이라는 단어가 유독 빈번히 보이던 계절이었다. 특정 계절에 가끔 발생하는 위협으로 여겨졌던 자연재해는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해지고 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이밖에 자연재해와 사회재난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위협에 직면했었다. 연이어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특별좌담>에서는 갈수록 복잡·다양화되는 재난에 대해 국책연, 학계, 언론의 전문가가 모여 안전사회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보았다. 이 외에도 전재해접근법(all hazards approach) 관점에서의 포괄적 재난 대응,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국책연구기관의 노력을 살펴보았다. 안전사회 대한민국을 위해 사후적 재난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선제적 예방을 하려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 알아본다
<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는 2022년 겨울호(통권 제35호) ‘싱크탱크와 국제협력’을 시작으로 2023년 봄호(통권 제36호) ‘싱크탱크와 지역 협업’, 2023년 여름호(통권 제37호) ‘싱크탱크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국책연구기관과 싱크탱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호 ‘싱크탱크와 인재 양성’은 <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의 네 번째 시리즈로 국책연구기관의 인재 유치 전략을 알아본다. 인재를 얼마나 잘 확보·유지하느냐는 전통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이슈였지만, 더이상 기업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결국 국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그 중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책연구기관은 어떤 인재 유치 전략을 갖춰야 하는지 살펴본다. 우수한 정책연구자들을 영입하여 정책연구 현장에서 성장시키고, 사회적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모색하며, 퇴직 이후에도 국가정책에 기여할 고경력 인적자원으로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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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칼럼 21세기 지성공동체, ‘하회과학자마을’“‘하회마을’은 알겠는데, ‘하회과학자마을’은 도대체 뭐 하는 마을입니까?” 요즘 만나는 이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럴 때면 자연히 대답이 길어지곤 한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탁상공론(卓上空論)이 아니기 때문이다. 600년 된 하회마을 인근에 신도시가 들어서 있다. 2016년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이전하면서 교육청, 경찰청 등 행정기관들도 함께 와 도시를 만든 것이다. 발전이 더딘 경북 북부지방으로 이전한 것은 균형발전에 대한 목마름 때문인데, 쾌적하고 좋은 환경을 얻었지만 부족하고 절실해진 것도 많다. 인재와 아이디어로 미래를 만드는 그중에서도 가장 목마른 것은 인재와 아이디어다. 다양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만나서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경북이 나아갈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도지사로 취임하자마자 ‘변해야 산다’라는 슬로건을 지사실 문에 내걸고, 공직자들의 의식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또한 “알아야 면장(面牆)한다”는 공자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개개인의 맨파워(man-power)를 기르는 데 몸부림치고 있다. 대표 브랜드가 바로 매주 화요일 아침에 열리는 ‘화공(화요일에 공부하자) 굿모닝 특강’이다. 벌써 240여 회를 넘어선 ‘화공 굿모닝 특강’은 국내외 저명 석학들과 기업가, 행정가, 문화예술인 등이 거쳐 간 최고 권위의 클래스로 많은 이들이 ‘21세기 도산서원’이라는 별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화공 굿모닝 특강’이 자리를 잡아가며 사람도 조직도 많이 달라졌다. 경상북도는 최근 몇 년간 각종 정부 평가에서 가장 우수한 지자체로 선정되고 있고 청렴도 평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공직자들의 역량이 높아지면서 특화단지 선정, 투자유치 등 값진 성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사람이 부족하다. 연구기관과 첨단 연구인력들은 수도권과 충청권에 편중되어 있고 그 울타리를 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바로 은퇴 과학자들을 활용하는 아이디어였다. 평균 수명이 100세까지 갈 것으로 보이는데 60대에 은퇴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아직 30여 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한 명의 평범한 노인도 그러한데 평생을 연구에 매진한 과학자들의 가치는 어느 정도이겠는가? 오는 2025년까지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서 퇴직하는 연구인력은 약 1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평생 쌓아온 연구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를 모아 집단지성 공동체로 승화시키자는 것이 바로 ‘하회과학자마을’의 기본 개념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융합적 지성공동체 구현 하회과학자마을은 무엇보다 사람에 중심을 둔 ‘사람 프로젝트’다. 그동안의 은퇴과학자 프로젝트들은 주로 노후를 위한 주거단지 분양이나 시설 건립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하회과학자마을은 은퇴과학자들이 공동체에 기여하며 삶의 보람을 추구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다. 경상북도는 입주과학자들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북연구원 석좌연구원이나 대학교 석좌교수·연구원 등으로 위촉하여 소정의 연구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입주과학자들은 국책과제의 기획이나 연구, 강의, 기업 협업 등 각 전문 분야별로 활동을 지원받으며, 도정 정책자문위원으로도 역할을 부여받아 경북의 중장기 방향 설정에도 기여하게 된다. 이미 1호, 2호 석좌연구위원이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고, 관심을 나타내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두 번째 차별성은 ‘건축’에 있다. UNESCO 세계유산인 하회마을처럼 지역 랜드마크가 되는 21세기 하회과학자마을을 만들고자 한다. 부지는 경북도청 신도시에서 가장 자연환경이 빼어나고 하회마을, 병산서원에 인접한 호숫가다. 이곳에 천년이가도 변하지 않는 건축자재를 엄선하고, 유명 건축가를 참여시켜 그 자체가 관광자원이 되는 명품 단지를 조성하려고 한다. 건축물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짓되, 내부 인프라는 최첨단 기술을 녹여내어 과학자들이 자연 속에 생활하면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연구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또 하나, 하회과학자마을의 특별한 비전은 인문과 과학이 어우러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융합적 지성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이다. 세계는 4차산업혁명의 거대한 쓰나미가 몰아치면서 과학이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갈길을 잃게 된다. 경북은 영국 앤드루 왕자가 “Real Korea”라는 찬사를 보낼 만큼 역사문화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고, 퇴계 선생이 도산서원에서 학자를 배출했던 정신문화의 수도이자, 한국 정신의 창이다. 또한 유학의 뿌리인 서원들과 국학진흥원이 자리 잡고 있는 인문학의 본향이라 자부한다. 대한민국의 정신문화가 깊이 서려 있는 이곳에서 인문사회학자들과 과학기술인들이 함께 모여 공동의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사회와 국가, 인류의 앞날을 논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4차산업혁명 시대, 재도약의 모멘텀 하회과학자마을은 올해 본격적인 설계를 시작해 주거단지와 커뮤니티 시설 등을 2025년 상반기까지 완성한다는 목표하에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아울러 내년에는 ‘입주과학자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엄선해 모실 계획이다. 1차산업 시대에 경북은 전국에서 인구도 가장 많았고 풍요로웠지만, 2·3차산업 시대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4차산업 시대는 하회과학자마을을 비롯한 새로운 준비를 통해 경북을 다시 일으키고, 국가 재도약의 모멘텀을 경북에서 주도적으로 마련하고자 한다. 균형발전 플랜이자 인문과 과학이 융합되는 비전인 하회과학자마을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과 참여 그리고 제언을 부탁드린다.이철우경상북도지사 202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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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생각 싱크탱크의 처음과 끝은 결국 ‘사람’저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대학부터 서울에서 살았는데 여전히 사투리와 사고방식에 ‘대구사람’의 그것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본적지인 경북 군위군 대율동 ‘한밤마을’이라 답하곤 했습니다. 선친과 윗대 어른들의 산소가 그곳에 모셔져 있고, 옛날 집도 그대로 있어 가끔 가곤 하지만 막상 살아본 적은 없는데도 말입니다. ‘아름다운 돌담길’이 멋진 한밤마을은 요즘 예능과 드라마, 영화의 촬영지로 꽤 유명해졌습니다. 올여름 군위가 대구시로 편입되면서 고향 혼선은 최소한 ‘행정적’으로는 정리되었습니다(이제는 시내버스를 타고 한밤마을까지 쉽게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군위는 전국에서 보수 성향이 가장 강하고, 노인인구 비율이 제일 높고, 지역소멸 1, 2위를 다투는 곳인데 대구시 편입과 신공항 유치 등으로 생존과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 군위가 소재했던 경상북도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누구나 아는 안동의 ‘하회마을’이 아니라 ‘하회과학자마을’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국책연구기관과 대학의 퇴직연구자들에게 파격적 지원을 제공하여 이들의 지혜와 자원을 지역과 나누고 지역을 키우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국책연구기관 퇴직연구자들의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저는 “이거다”라며 곧바로 경상북도 담당자들과 협의를 시작토록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제주도에서는 이미 폐교가 된 탐라대학교 시설을 활용해 국책연구기관과 지방연구원, 대학의 현직연구자들이 연구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연구회 역시 연구자들이 알차게 그 기간을 보낼 방법을 찾도록 안팎에서 요구받고 있었기에 현장답사와 도지사 면담 등을 신속하게 진행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에 있어 ‘인재 양성과 활용’은 너무나 중요한 과제이기에 그것을 위한 지역과의 협업, 지역으로부터의 혁신은 ‘신의 한 수’가 될 것 같습니다. 인재 양성을 위한 치열하고 참신한 시도는 국경을 넘어 발견됩니다. ‘싱크탱크의 나라’ 미국의 싱크탱크들도 좋은 인재를 얼마나 갖추느냐에 의해 평판이 좌우됩니다. 그것은 비단 ‘회전문’을 돌아 나와 역량과 경력을 이미 갖춘 연구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카네기재단이나 헤리티지재단 등 워싱턴 싱크탱크들에는 대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연수, 인턴십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운용되고 있습니다. 뛰어난 정책연구자의 꿈을 갖고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인재 양성은 대학만 아니라 싱크탱크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그것은 유럽과 글로벌 사우스 싱크탱크들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호에 소개되는 OTT(On Think Tanks)의 ‘School for Thinktankers’ 프로그램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한국이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신설 태재대학교의 졸업생이 싱크탱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키우겠다는 염재호 총장님의 포부는 ‘대학의 미래’는 물론 ‘싱크탱크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게 만듭니다. ‘글로벌’과 ‘디지털’이라는 맥락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국책연구기관을 포함한 대한민국 싱크탱크 생태계, “99년 연구회 체제”의 인재 양성의 성과와 과제, 대안에 대해 절실하게 살펴보게 됩니다. 싱크탱크의 처음과 끝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입니다.홍일표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202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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