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책지식 생태계' 탐구  

융합적 시선으로 ESG를 논의하다 : 'ESG, 상생과 공존의 모색' 심포지엄

김미영한림대학교 사회학과교수 2024 여름호
‘ESG, 상생과 공존의 모색’을 주제로 열린 한국사회과학협회 심포지엄

바야흐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시대이다. 과거의 성장 방식에서 탈피하고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방법이자 조건으로 등장한 ESG는 기업의 경영전략을 넘어 국가와 사회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ESG와 관련된 논의가 정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그간 활발히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개념과 범위, 기준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한국사회과학협의회는 2024년 6월 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5대 사회과학학회(한국경영학회, 한국경제학회, 한국사회학회, 한국정치학회, 한국행정학회)와 공동으로 ‘EGS, 상생과 공존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ESG에 대한 학술적·정책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였다.

한국사회과학협의회, 사회과학 분야 간 협동과 융합을 위한 기구

한국사회과학협의회는 국내 사회과학 분야 주요 학회와 협력하여 사회과학 제 학문 분과 간 상호협동을 기하고 학제 간 융합 연구와 교육을 조직하고 지원하는 기구이다. 1975년 창립된 이래 한국 사회의 시대적 현안과 관련해 다양한 어젠다를 발굴하고 더 나은 한국 사회를 위한 실천적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미래 한국 사회를 위한 전환의 키워드로서 ESG의 현주소를 경영, 경제, 사회, 정치, 행정등 융합적 시선으로 조망하며, 정부, 시장, 시민사회가 모두 상생하고 공존하는 ESG의 미래지향적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자 기획되었다.

사회과학자들이 모여 ESG에 대한 상호보완적 시각을 나누다

심포지엄의 포문은 임현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21세기 한국의 문명전환: ESG의 심화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기조 발표로 열었다. 임현진 교수는 자원위기, 환경위기, 정치위기, 인구위기 등 동시다발적 복합위기의 시대, ESG의 가능성과 한계를 정치경제학적 시각에서 살펴보고, 미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회와 편익으로서 ESG 심화를 위해 사회과학은 모든 이해관계자와 비판적 협력을 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후 진행된 세션 발표에서는 심포지엄의 기획 의도에 따라 각 학회의 ESG 전문가가 주제 발표를 하였으며, 이에 대한 상호 토론의 시간을 갖었다. 첫 번째 세션의 주제는 ‘ESG와 지속가능한 사회’로 경제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의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정혁 서울대 교수는 인류 발전의 본질적 기제로서 ‘연결’과 ‘혁신’에 주목하고 ESG는 깨져가는 사람-자연, 사람-사람의 연결을 복구하기 위한 제도의 혁신임을 주장하였다. 특히 ESG의 연결 촉진 효과로서 ESG 경영이 총요소생산성(TFP)과 영업이익(EBITDA)에 강한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실증 분석하고 제시하여 좌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진 김석호 서울대 교수의 발표에서는 국가발전(national progress)의 개념이 경제 규모 성장과 효율성 증진을 넘어 국민 삶의 질, 웰빙, 사회통합, 환경의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피력하고, 환경-경제사회 각 영역이 추구하는 고유 가치를 포함하여 이들이 중첩되는 영역에서 발생하는 가치에 주목하는 중첩 모형을 대안적 국가사회 발전 모델로 제시하였다. 세션 1 마지막 발표는 이태동 연세대교수가 맡았는데, ESG 국제정치의 주요 이슈 및 쟁점을 소개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정부와 기업의 과제를 제안하였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 사회의 ESG 대응과 과제’를 주제로 경영학자와 행정학자의 발제로 구성되었다. 한승수 고려대 교수는 글로벌 공시 제도 및 기준 제정의 동향과 더불어 올해 4월 발표된 KSSB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을 소개하고 공시 범위, 정보 공시 시점 등을 ESG 공시 초안이 갖는 한계를 짚었다. 채원호 카톨릭대 교수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울시를 사례로 ESG 경영에 대한 인식 수준과 ESG 적용 전략 간 우선순위 결과에 대해 발표하였다. 세 번째 세션은 국내 ESG 경영의 선두주자인 SK, POSCO, 아모레퍼시픽의 ESG 사례 발표가 있었다. 각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ESG의 방향, 전략, 실행체계 등 현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ESG 경영을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마지막 세션은 장원호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의 사회로 장덕진 한국사회학회장, 조화순 한국정치학회장, 김홍기 한국경제학회장, 김연성 한국경영학회장, 이영범 한국행정학회장 등 5대 사회과학 학회장의 통합토론으로 구성되었다. 학회장들은 발표에 대한 코멘트에 더해 지속가능한 ESG를 위해 학회 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의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ESG는 기업 경영전략의 개념을 넘어서 인류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가치체계를 현실세계에 실천하려는 의지로 이해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포용해야 한다는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심포지엄은 ESG의 공정성, 효율성,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이론적 논의에서부터 실행 전략, 제도 및 정책, 성과 관리 등 실천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ESG의 가치체계가 사회 전반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사회과학의 역할과 과제를 모색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한국사회과학협의회는 앞으로도 저출생, 사회갈등 등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 사회과학 학문 분과 간 상호보완적 시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계속하여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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