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미래정책 포커스』를 향한 제언 ①

지식과 즐거움을 엮어 정책연구와 국민을 잇다

길준범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평가부 전문위원  前 『미래정책 포커스』 편집자 2024 봄호

“『미래정책 포커스』를 잘 만들어 주게.” 2009년 전 직원 저녁 회식자리 당시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세원 이사장이 멀찍이 떨어져 있던 신입사원인 필자를 옆자리로 부르셔서 간곡히 당부하신 말씀이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에 갓 입사했던 당시 필자의 임무는 기관을 대표하는 새로운 정기간행물을 만드는 일이었다. 창간호 발행을 준비하며 원고 기획과 편집에 정신없던 와중에 그 같은 말씀은 『미래정책 포커스』 창간 임무의 중요성과 무게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기관장이 얼굴도 잘 모를 일개 신입사원에게 마음을 담아 당부하셨다는 사실만으로도 새로운 정기간행물 창간에 얼마나 큰 애정과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미래정책 포커스』 창간은 숙원사업

당시 연구회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활력과 함께 그 무게감에 대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기존의 연구기관 지도·관리 역할을 넘어 국가 어젠다와 미래전략 등에 관한 융복합적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새로운 역할 수행을 치밀하게 고민하고 모색한 것이다. 복잡성이 심화되는 다양한 정책과제에 대해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 학계 등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정책연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정책 포커스』 발간은 연구회의 숙원사업이었다. 김세원 당시 이사장은 창간호 발간사를 통해 “정책연구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정책대안을 담아야 하며, 연구성과가 정보와 지식의 공유라는 차원에서 사회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를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이를 인식·이해하고 활용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정책연구의한 사이클이 완성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당시 연구성과를 전달·확산할 수단이 연구회에는 전무했던 상황에서 『미래정책 포커스』는 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의 다양한 연구성과를 외부 세계에 전달하는 메신저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공식적인 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첫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미래정책 포커스』의 독특한 개성은 창간 이후 여러 호의 표지에서부터 드러난다. 특별히 정해진 표지의 틀과 형식 없이 매호 특집 주제에 맞는 다채로운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표지 이미지만 봐도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최대한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배려한 시도다. 이 같은 노력은 『미래정책 포커스』가 연구기관에서 흔히 발행하는 학술지로서가 아닌 일반인과 대중의 읽을거리가 될 수 있는 매거진으로서의 정체성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학술지는 아카데믹한 내용을 아카데믹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제작하는 이나 읽는 이 모두 아카데믹한 세계에 몸을 담고 아카데믹한 문법에 능통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정책연구기관이 아카데믹한 방식대로 학술지를 제작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하지만 학술지는 해당 분야의 아카데믹한 문법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다. 『미래정책 포커스』는 아카데믹한 내용을 저널리즘의 방식으로 가독성 높게 풀어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일종의 시사 매거진 성격을 추구했다. 어려운 정책과 정책연구 내용이라도 가급적 쉬운 언어와 압축된 분량으로 요약해 제시했다. 정책담당자나 정책연구자,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해도 정책연구성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말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된 정책 연구성과와 지식이 특정 부류만의 점유물이 아니라 정책과 지식에 관심 있는 누구나 이해하고 활용하도록 한다는 『미래정책 포커스』의 정체성은 국가정책연구의 궁극적 수혜자인 국민 모두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창간 이후 『미래정책 포커스』는 발행 형식, 발간 시기 등에서 여러 변화를 겪어왔다. 대체적으로는 정책연구성과와 정책지식 생태계의 다양한 담론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당시 시대적 배경과 정책 환경에서 의미가 큰 주제들이고 묵직한 제언 또한 상당하다. 최근에는 싱크탱크 전문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콘텐츠의 길이와 퀄리티에서도 획기적인 도약을 이뤄냈다. 아울러 읽는 이의 지적 즐거움을 충족하기 위한 대중 지향적 칼럼 또한 선보였다. 무거운 주제의 글들을 받아들이는 데 지치지 않기 위한 양념같은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창간 취지와 의의에 부합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들였지만 비슷한 종류의 다른 정기간행물에 비해 좀 더 자랑할 만한 부분은 논문과 연구보고서, 아티클 뒤에 가려져 있던 사람들을 무대 전면에 내세운 것이리라. 대표적으로는 전문가 좌담과 <硏究 IN>과 같은 대담, 인터뷰 코너를 꼽을 수 있다. 해당 주제에 해박하고 전문성이 있는 연구자나 명사들을 초청하여 한자리에 모아 깊이 있게 논의한 내용을 엮은 좌담회 원고는 참여한 인사의 면면을 보면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아울러 정책연구자의 대담, 인터뷰는 연구자로서의 매력과 개성을 드러냄으로써 정책연구에 대한 더 큰 관심을 유발한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을 모으고 만나고 취재하는 일은 고단하지만 그만큼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는 점에서 그 수고가 헛되지 않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

한때는 실무자로, 한때는 담당 부서장으로 오랜 기간 『미래정책 포커스』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느낀 어려움 중 하나는 정보획득 수단으로 책과 아티클의 영향력이 저물고 있는 현실에서, 가급적 재미있고 쉽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최대한 가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펭귄이 추위에 맞서가며 알을 품듯 몇 달을 품어야 간신히 발간물 한 호가 완성되는데, 그 과정은 참으로 지난하다. 어려운 용어를 풀어내고, 읽기 편하도록 문단을 구성하고, 문구만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소제목과 제목을 붙이는 편집 작업은 많은 공을 들일 것을 요한다. 눈 아프고 허리가 굽고 머리가 지끈하도록 정말 쉴 새 없이 작업을 해야, 겨우 그럴듯한 발간물 한 호를 만들게 된다. 발간물 한 호에는 온갖 지식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한 세계를 이루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고 밖에서만 보면 그저 때맞춰 책 한 권 덜렁 내놓는 단순 작업에 불과하다. 사업이나 제도를 운영하는 일은 티가 나고 성과로 비치기 쉽지만, 발간물을 만드는 일은 정태적이고 단조롭게 비치기 쉽다. 그래도 우리 기관에서 꼭 필요한, 보람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틸 수밖에!

어느 조직, 기관에서나 스스로를 대표할 만한 매체를 보유하기는 쉽지 않다. 어렵사리 출발은 해도 중간에 좌초되거나 폄훼되기 일쑤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쓰러지지 않으려면 내부의 관심과 외부의 애정이 맞닿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관심과 애정을 더 끌어 올릴 고민은 영원한 숙제고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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