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서 정책으로  

고객이 ‘호갱’이 되는 휴대폰 시장, 해결책은 없는가?

김민철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신전파연구본부장 2023 가을호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분석과 5G시대의 정책방향」

‘호갱’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호갱은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쉬운 고객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호갱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곳이 바로 휴대폰 시장이다. 고객을 ‘호갱’으로 전락시키는 조삼모사 상술과 정보력의 차이에 따른 극심한 이용자 차별이 난무하는 곳이 휴대폰 시장이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3G, LTE 그리고 5G로 날로 진화하고 있고 휴대폰(이하 이동통신 단말기)은 스마트폰으로의 획기적 도약 이후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는 머나먼 과거에 머물러 있다. 최신 IT 기기임에도 인터넷을 통한 판매보다는 여전히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통한 대면 유통채널을 통한 판매 비중이 더 높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용자들의 피해가 상당하다.

이 연구는 왜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는 유독 복잡한 형태를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단말기 유통구조의 개선을 위한 정책적 해법을 모색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단말기 유통구조는 복잡다단, 이통사 영향력이 커

먼저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의 현황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유통업계 관계자 인터뷰와 시장조사기관의 통계자료를 확보하여 국내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고자 하였고 국제 비교를 통해 국내 유통의 현주소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 시장에서 이통사 판매망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관찰하였다. 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국 평균 기준 이통사 유통채널의 판매 비중이 3분의 1, 일반 소매채널 비중이 3분의 2인데 우리나라는 이통사 유통채널의 비중이 무려 91%에 달했다. 물론 이동통신 단말기의 유통에 있어 이통사 유통채널은 매우 중요하다. 단말기와 이동통신 서비스는 둘 중 하나만 있어서는 효용성이 없는 ‘완전보완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단말기가 있어야 이동통신이 가능하고, 이동통신이 없는 단말기는 무용지물이다. 이런 이유로 이통사들이 자사의 서비스를 단말기와 묶어 파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동통신 시장 초기에는 단말기 가격이 고가였고 그 비용을 보조해서 이동통신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 역할을 오프라인 유통점들이 대리해서 맡으면서 유통 부문도 같이 성장하였다. 그런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우 단말기 유통에 있어 이통사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을 관찰할 수 있었다. 둘째,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간 비중을 비교해보니 국내의 경우 온라인 유통채널이 취약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오프라인을 통한 단말기 판매 비중은 81.5%로 글로벌 주요국 평균 대비 5.5%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특히 순수 온라인 소매 채널의 비중이 글로벌 주요국 평균 14.2%인데 우리나라는 1.7%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즉 단말기의 온라인 유통이 부족하며 온라인 유통업체의 참여가 저조하다. 셋째,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는 매우 복잡다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제조사가 이통사에, 이통사는 대리점에, 대리점은 판매점에 단말기를 순차적으로 공급하는 식이다. 판매점은 여러 이통사 대리점으로부터 단말기를 공급받는다는 점에서 이통사 전속인 대리점과는 다르며 혼매점(混賣店)이라고도 불린다. 대리점과 판매점을 연계하는 중도매점도 존재한다. 한편 제조사가 이통사 대리점에 직접 단말기를 공급하는 것도 일정 부분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자가유통폰’이라고 칭한다. 일반 가전제품의 중간 유통단계가 많아야 1~2단계에 그치는 데 비해 단말기 시장은 훨씬 더 다단계적 유통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유통 수수료 체계도 훨씬 더 복잡하다.

이통사 간 차별성, 유통 단계별 차별성의 부족

연구에서 제시한 정책적 방안은 이통사 간 차별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기존의 이통사 중심의 유통구조에 경쟁을 촉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용약관 인가제 폐지와 같은 이동통신 규제 완화를 통한 이통사 간 차별성 확대 추진, 온라인 유통채널 활성화를 통한 차별성 확대를 위한 가입 인증수단 다양화 및 절차 간소화, 유심(USIM)을 대체하는 이심(eSIM) 도입을 통한 비대면 이통사 선택 및 요금제 선택 방안 활성화, 자급제 유통채널에 대한 공정경쟁환경 조성 지원(단말기 유통법 개정방향) 방안을 제시하였다.

출처 :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단말기 유통법 시행 1년 성과 및 주요 이슈’(2015. 9.)

이러한 정책적 제안 중 실제로 국내에 도입된 중요한 변화로 2022년 9월에 도입된 스마트폰 이심(eSIM)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이심의 도입은 비대면 가입을 활성화하고 단말기와 서비스 가입의 분리를 촉진하는 것으로 온라인 유통, 자급제 활성화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운로드를 활용하는 이심은 유심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며, 하나의 단말기에 두 개의 회선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 단말기 구매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국한되지 않으며 다양한 단말장치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5G 이후의 이동통신서비스는 XR(혼합현실)기기나 각종 건강 기기를 포함하는 개인 장치를 비롯해서 자율주행 자동차, 도심 항공 운송수단(Urban Air Mobility, UAM), 로봇 등 각종 사물인터넷 장치들에 적용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신유형의 이동통신 단말기의 유통은 기존의 스마트폰 유통과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단말기 유통구조를 상정하고 점차 비이통사 단말기 유통채널을 강화하여 나가는 방향으로의 정책을 꾸준히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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