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기관으로 ‘국책연구기관’으로 불리는 정부 지원 정책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의 대표 싱크탱크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60년 동안 유례없는 성장 궤적을 밟아왔고, 정부는 국책연구기관들을 설립하여 경제사회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과 제도를 설계해왔다. 국책연구기관들은 국가 발전 비전과 계획을 수립하면서 정책의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전문가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통해 정책형성을 지원하는 역할 등 포괄적인 정책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정책연구 생태계 변화와 ‘인적자원의 보유고’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경제사회 분야 영역별 연구와 정책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높은 전문성과 국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전문가를 육성한다. 국책연구기관들은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보유함으로써 국가가 직면하는 여러 문제나 도전에 대응하여 적시적인 진단과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인적자원 보유고’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또 국내외 전문가들과의 협력·교류를 이어감으로써 네트워크의 거점 역할을 수행해왔다. 한편 위촉연구원 제도를 통해서 경제사회 분야 석박사 학생과 학위자들이 실제적인 문제를 다루는 교육훈련의 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도 수행해왔다.
1999년 연구회 체제 출범 이후 현재까지 국책연구기관들은 예산과 인력 규모에서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정책연구 생태계도 크게 변화하여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가 싱크탱크로서의 국책연구기관의 위상과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상태로 평가한다. 국책연구기관들이 국무총리 산하로 이전한 이후, 각 부처는 정책집행 및 기획을 전담하는 진흥원 조직을 설립하였고 이들이 정책기획 기능도 수행함에 따라 국책연구기관들의 직접적인 부처 현안에 대한 기능은 약화된 측면이 있다. 또 민간 컨설팅 기업이 증가하였고, 이들이 정부 및 공공부문의 여러 조사 및 사업기획 및 정책 방안 수립에 참여하는 경우도 크게 증가하였다. 국책연구기관들은 국무총리 산하 연구회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국가 차원의 싱크탱크로서 수행할 것을 요구받았으나, 관련 역할 수행에 필요한 여건이 갖춰지지 못해 오히려 역할이 위축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인력 측면에서도 연구직의 이탈과 신규 인력의 확보가 어려워졌다. 2013~2014년 지역으로 이전, 상대적 임금 저하, 예산구조에 따른 연구 안정성 저하로 이제는 초기 출연기관 설립으로 가졌던 유인책들이 소멸한 상태이다. 더불어 연구연가, 해외 출장 제약 등 전문성 심화 여건이 악화되었고, 부처 사업 관련 예산이 증가하면서 국가 정책시스템의 기획 전문가 양성 역할 역시 위축되고 있다. 정규직 전환 정책 이후 연구자들의 풀 형성·유지와 예비 연구자들의 교육훈련의 기능 역시 거의 소멸한 상태이다.
국책연구기관의 기대 역할 확대되어야
인구구조 변화,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미·중 패권 경쟁 등 환경변화로 새로운 국가 차원의 전략과 통합적 대응시스템의 구축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국내외 경제사회 및 기술 관련 정책 지식의 저변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국책연구기관의 국가적인 통합적 시각, 새로운 정책시스템 설계를 위한 진단과 의제 발굴 역할, 그리고 위기에 대응한 고도의 역량을 갖춘 전문가 그룹을 보유·연계하는 거점 역할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불확실성과 위기의식이 확대됨에 따라 민간연구소들의 국가적인 기능이 크게 위축되어 이러한 역할은 거의 국책연구기관의 몫으로 기대된다.
우수 인력을 채용·보유하고 지속적인 성장 지원을 통해 국가적 난제 해결에 부합하는 역량을 보유하도록 육성해야 한다. 한편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경제사회 분야 연구의 투자 감소, 대학의 위축 등으로 경제사회 분야 석박사 양성이 위축된 가운데 경제사회 연구의 교육훈련 기능 및 안정적인 경제사회 분야 박사급 인력의 일자리로서의 의미도 커지고 있다.
<표> 경제·인문사회계 및 과학기술계 출연기관, 대학의 여건 비교
구분 | 경제·인문사회계 출연연구기관 |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 | 대학 |
---|---|---|---|
우수연구원제도 | 없음 | 10% | 명예교수 |
교육기능 | 외부강의 | 외부강의 + 과학기술연합 대학원대학교(UST) | 본업 |
차세대 인재 | 없음 | 박사대학원 대학교연구원 | 박사후연구원 |
정년 | 60세 | 61세 | 65세 |
연금 | 국민연금 | 국민연금+과학기술인연금 | 공무원연금(사학연금) |
* 일부 국책연구기관은 과학기술인공제회 가입(과학기술인연금 가입 가능하나, 과학기술발전장려금 제외)
우수인재 확보·유지를 위한 개선
정책시스템 설계자로서 국책연구자를 육성·보유하기 위해서는 국책연구기관의 운영방식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연구자들의 역할에 부합하는 전 생애 인적자원관리 개념과 경력경로 개념을 정립하여, 중장기적 시계를 가진 연구자의 성장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연구자를 육성하는 과정은 새로운 역할에 부합하는 과제의 수행과 네트워크 확보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연결된다. 전문가는 교육훈련보다는 잘 관리된 경험의 누적과 네트워킹을 통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책연구기관들의 핵심 역할과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기관 운영과 성과를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개편 과정에서 기관의 운영성과 자체뿐만 아니라 이러한 변화가 연구자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설계되고 기관의 운영과정에서 연구자들이 우수 연구자로서 성장하는 것을 평가하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한편 연구자들이 전문성 심화 및 네트워킹 확보를 위해 필요한 활동들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들을 개선해야 한다. 해외 출장 제약, 연구수행 과정에 대한 세밀한 규제의 제거 등 사소한 작업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새로운 경제사회 분야 연구자 풀을 확보해 유지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제한되었던 신규 인력 지원을 보강하기 위해 경제·인문사회 분야 박사후연구원(PostDoc)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계는 2016년부터 박사후연구원 제도를 도입, 박사 학위 취득 후 5년 이내인 사람에 대해 연 최대 6천만 원, 최대 2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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