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책지식 생태계' 탐구  

연구자 지혜를 모아 청년 정책의 방향을 찾다

한 준한국사회학회장,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22 가을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과학 정책연구 포럼

청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07년 88만원 세대에 대한 문제 제기부터 시작된 청년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청년과 일자리, 주거, 사회이동, 세대불평등 등 사회경제적 상황, 90년대생과 관련된 문화와 가치지향, 이대남과 이대녀 등 젠더와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쟁점들로 확산되며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논의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그런데 청년에 대한 관심, 논의, 주장이 많은 것에 비해 청년들이 느끼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이나 개선은 진전이 별로 없다. 군불 지피기처럼 정치권에서 말만 무성하고, 지난 정부에서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청년들 자신도 정치권은 물론 각종 정책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한국사회학회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KDI국제정책대학원과 함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과학 정책연구 포럼’(약칭 정책연구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책지식 생태계를 구성하는 연구자의 모임

정책연구포럼은 지난 연말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정책연구를 하는 전문가와 대학 중심의 학계 연구자들 간에 토론과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정책연구자와 학술연구자가 함께 참여해서 발표와 토론을 본격화하자는 취지였다.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총 6회 예정으로 발표자와 토론자, 사회자, 그리고 일부 관계자만 현장으로 참석하고 나머지는 화상회의를 통해 참석하고 있다. 또한 실시간 화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연구자를 위해 3회째인 8월 포럼부터는 녹화된 내용을 한국사회학회 유튜브 계정에서 공개하고 있다.
첫 모임에서는 ‘청년의 삶의 질은 나아지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청년들의 삶의 질과 함께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꿈의 문제를 포함해 청년들의 행복과 희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7월 20일(수)에 열린 두 번째 모임에서는 ‘청년, 여성, 그리고 안전’이라는 주제로 젊은 여성들이 느끼는 안전에 대한 두려움과 젊은 남성들이 이에 공감하는 정도에 대해 경험적이고 이론적인 토론을 나눈 뒤, 보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8월 17일(수)에 열린 세 번째 모임의 주제는 ‘청년을 위한 일자리’였다. 보다 거시적인 고용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요구와 함께 지역 여성 일자리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이끌었던 이승윤 교수의 불안전 고용에 대한 또 다른 발제 수준의 토론과 그에 대한 열띤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9월 21일(수)의 주제는 최근까지 정치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대남 vs 이대녀’였다. 이날 포럼은 특히 이대남과 이대녀라는 집합적 개념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일수록 오히려 경험적 자료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차분히 논의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10월에는 ‘플랫폼은 청년에게 재앙인가 축복인가?’라는 주제로 기획되었으며, 11월에는 ‘개천? 용? 청년세대의 사회이동성 논쟁’을 주제로 마지막 포럼이 진행될 예정이다.

‘플랫폼은 청년에게 재앙인가 축복인가?’를 주제로 열린 제5차 사회과학 정책연구포럼

청년 문제에 대한 상호 보완적 시각을 나누다

포럼의 기획의도 자체가 학술연구자들과 정책연구자들의 활발한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양측에서 각각 한 사람씩 주제 발표를 한 뒤, 또 다른 학계의 연구자가 정책연구자의 발표를, 정책연구원 소속의 연구자가 학술연구자의 발표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포럼의 진행과정에서 정책연구자들이 최신의 경험적 자료와 정책적 안목으로 현실에 대한 정교한 분석 결과를 제시하면, 실제 청년들과 밀접히 교류하며 심층적으로 청년 문제를 고민해 온 학술연구자들이 종합적 관점에서 날카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청년일자리에 대한 박명준 박사의 문제 제기는 학술연구자들보다 더 심층적이고 종합적이었고, 이승윤 교수의 정교한 분석에 기반한 논의는 정책 현안의 문제를 정확하게 꿰뚫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본 포럼이 대학교의 학술연구자들과 출연연구기관의 정책연구자들이 지닌 청년 문제에 대한 상호 보완적인 시각을 나누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청년을 주제로 한 정책포럼에 청년의 목소리가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포럼 기획을 총괄한 최슬기 교수는 포럼 시작부터 학회를 통해 참여할 대학원생을 모집하고 청년패널을 구성했다. 원래 10명 예정으로 모집하였으나 뜨거운 호응으로 총 22명의 패널이 참여 중이다. 청년패널 참여 학생들은 모임을 비대면으로 시청하면서 자신들의 의견이나 질문을 온라인 댓글로 올림으로써 논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포럼의 논의 성과를 출간하는 과정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사회학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및 정책학 전공 청년 패널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솔직하고 열정적인 토론을 보태어 매번 두 시간을 꽉 채운 알찬 논의가이루어졌다. 포럼의 사회를 맡은 정인관 숭실대학교 교수는매번 모든 참가자로부터 충분한 발언을 이끌어내면서도 주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뛰어난 진행을 해주었다.
남은 11월 포럼까지 총 6회에 걸쳐 진행된 포럼의 내용을 단행본으로 편집할 계획이다. 학술연구자와 정책연구자, 그리고 청년 학문후속세대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내용들이 국무조정실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청년정책에 많은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올해 한국사회학회의 정책연구포럼의 경험은 세종으로 대거 이전해서 지리적으로 다소 멀어진 정책연구와 학술연구의 교류가 매우 생산적이고 서로 자극이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향후 여성이나 노인 등 다양한 정책 대상에 대한, 그리고 환경이나 인권 등 중요한 정책 영역에 대한 포럼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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