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칼럼  

불확실한 미래, 미래창발적 비전을 갖자

임현진서울대학교  명예교수 2023 겨울호

세계는 혼란스럽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한국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는 미증유의 국내외적 도전 아래 앞날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엄중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의 존망이 달려 있다. 세계지도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OECD 국가가 될 수 있다. ‘피크 코리아’의 ‘한국소멸론’이다. 과거와의 대화를 넘어 미래와의 대면이라는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과거는 찾아갈 수 있지만 만들 수 없다. 그러나 미래는 찾아갈 수 없지만 만들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위해 원시적(遠視的)이고 통합적 비전을 갖고 적어도 한 세기를 미래창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최근의 세계는 인류의 화합과 공존보다 갈등과 분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촌(global village)’이 ‘약탈촌(global pillage)’이 되고 있다. 미·중 간 전략경쟁으로 세계화가 이원화하면서 지구 곳곳에서 문화충돌, 종교대립, 민족갈등, 인종분쟁, 식량갈등, 난민봉쇄 아래 전쟁, 폭력, 테러가 끊이지 않고 빈곤, 기아, 압제를 볼 수 있다. 승패가 갈리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NATO의 결속은 흔들리고 러시아는 서방으로부터 벗어난다. 가자지역의 전쟁은 시리아, 이란, 예멘으로 파급되고, 서방에 대한 테러의 위협은 늘어난다.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약해진다.

세계 곳곳 선거: 한·미·일 안보 동맹체제의 동요

올해 지구 곳곳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세계질서의 원심화가 예상된다. 자국 중심의 거센 극우 포퓰리즘 정권이 득세한다. 보호주의 아래 무역전쟁이 거세진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바이든이나 트럼프 중 누가 재선되던 미국은 패권유지를 위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계속한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을 선호하는 민진당이 승리하면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된다. 국민당이 이기면 중국과의 무역과 투자가 복원된다. 미국 유일주의 아래 우방과의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는 한·미·일 공조체제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북한의 핵 동결과 주한미군 감축이란 빅딜도 추진된다. 트럼프의 재등장이 일본 총선에서 기시다의 퇴장과 맞물리면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한·미·일 안보 동맹체제가 흔들린다. 최근 북한이 한국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함에 따라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우려된다.

한국의 총선은 집권 3년 차인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지닌다. 지금까지 여소야대 아래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행사가 부딪쳐 왔다. 과잉입법과 의회경시 모두 문제다. 우리의 경우 삼권분립은 제도적 취약성을 지닌다. 지금의 헌정체제 아래 의회는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견제할 수 없다. 의회는 청문, 비판, 반대, 조정만 할 수 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의회주의의 확립을 위해 투표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작금의 소선거구제 아래 단순 다수결주의에 의한 국회의원 선출은 거대 여야 정당의 지역주의에 근거한 엘리트 카르텔을 지속시킨다.

디지털 전환은 빠르고, 그린 전환은 늦다

인류세의 도래가 경고하듯 인간 중심의 발전으로부터 나아가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디지털 전환이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은 ‘거대한 변혁(great transformation)’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져다주는 기회를 살리면서 위협을 줄여야 한다. 경제,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반향이 크다. 플랫폼을 통한 가상공간의 실현은 거래비용을 낮추어 과업의 외부화를 촉진한다. 공유경제, 전자정부, 재택근무, 원격구매 등에서 보듯 노동비용을 낮추고 자원절약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디지털 플랫폼이 기반하고 있는 알고리즘에 의해 심각한 도전에 마주한다. 알고크라시(algocracy) 아래 기술 주도 봉건제가 나타날 수 있다. 개인, 직장, 정부 등 공사조직에서 의사결정과정이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AI)에 의해 진행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중립의 중요성에 비해 그린 전환이 늦다. 작년 세계 최대의 기후정상회의인 COP28에서 화석연료의 퇴출에 대한 합의가 이루이루어지지 못했다. 산유국의 저항으로 화석연료의 전환으로 봉합되었다. 원자력 사용을 인정함으로써 CF100이 RE100을 대신한다. 한국의 그린 전환은 거꾸로 가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늦어지고 원전에 대한 의존이 늘어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여 에너지, 산업, 건설, 수송 분야를 중심으로 탄소배출량을 집중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는 우리 기업의 수출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피크 코리아’: 제도와 문화를 바꾸어야

가족붕괴와 지역소멸로 이어지는 인구절벽으로 한국의 인구는 60년 이후 반토막이 된다. 그렇다고 한국이 사라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세계 각지의 해외동포, AI 로봇에 의한 인력 대체, 노년인구의 활용, 통일 이후 인구 흡수를 통해 인구지진을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노동력 부족을 메꾸려면 2050년까지 적어도 300만 명의 외국인력이 필요하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민정책을 펴야 한다. 그사이 인구회복을 위해 출산 이후 육아 돌봄을 시작으로 보육, 교육, 취업, 주거 등 평생에 걸친 가족복지의 확립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는 자기발현적이다. 친족의식보다 개인의 성취를 중시한다. 여성은 남성 지배를 거부하고, 남성은 여성 상위를 싫어한다. 결혼할 여유도 없지만 자녀를 잘 키울 자신이 없다. 가족복지의 확대와 문화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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