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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래정책 포커스] 코로나19가 만들어 놓은 상흔과 사회 갈등 회복을 위한 과제

  • 국가비전과 전략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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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정책 포커스] 코로나19가 만들어 놓은 상흔과 사회 갈등 회복을 위한 과제 대표이미지
  • 발행기관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주요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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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감염 발발의 원인은 미스터리일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는 점에서 감염병의 확산은 인간 행위와 사회경제적 산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감염병 전문가 스노든(Frank M. Snowden) 교수는 ‘감염병은 인간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강조한다. ‘대전환’의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큼 단기간에 팬데믹에 도달한 코로나19는 감염 발생 이전과 이후의 세계를 확연하게 구분하였고, 질병의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정치·문화·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백신의 보급으로 우리는 이제 겨우 터널의 맞은편에서 희미한 불빛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민주적 자유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방역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전시상태와 비교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인류는 이미 너무나 많은 희생을 치렀다. 감염에 대한 트라우마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생채기를 내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백신은 화학적 결합물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사회가 온전하게 작동하지 않을 때 정치의 역할과 기능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공동체의 치유능력이 복원되기 전까지 국가의 능동적 대처는 더 필요하고 시급하다.


코로나19가 남긴 사회적 상흔과 갈등


K-방역으로 회자된 국가의 성공적 방역 대처, 시민의 성숙한 책임의식, 109일 만에 인구대비 25%에 달하는 빠른 백신접종률로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의 시기로 정상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지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자유 이외에 과연 코로나19 이전의 세계와 이후의 세계가 같을지는 회의적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주제에 비견될 만큼 혼란스러운 질문은 코로나19 이후의 우리 존재 방식이다. 팬데믹 이후 우리는 과거의 우리일까? 아니면 완전히 다른 우리일까? 혹은 우리는 달라진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만 할까?


코로나19의 팬데믹화는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듯 대단히 고통스러운 과정이었고, 따라서 팬데믹으로부터의 탈출 또한 자동적이거나 자연스러운 과정이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영국의 저명한 정신의학 전문지 ‘란셋 정신의학회지(The Lancet Psychiatry)’에 의하면 장기 코로나19 환자나 치유자는 지속적인 우울증과 정서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유별하게 정상성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회생활을 하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들이 사회적 치료와 치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이라도 되는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안에서 발생한 다양한 가정폭력 혹은 그와 관련된 트라우마에 고통받는 다수의 사람은 치유의 대상으로 언급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다. 수개월 동안 수업은 물론 즐거운 교우관계도 포기하고 살아가는 어린이들은 기본적인 소통과 대화하는 법조차 잊어버릴 지경이다. 성인들이라고 다를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빈번해진 소통의 단절과 개별화, 심지어 방역조치가 만들어낸 재택근무는 집단주의 문화로부터 일시적 해방과 여유로운 삶의 속도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성과주의에 익숙한 기업은 결코 이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 시민에게 팬데믹의 극복은 자동화 과정이 아니다. 점차 빈번해지는 일탈범죄사건에서 보듯 사회적 우울증은 광범위해지고 이는 감염의 통제와 함께 결코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코로나19 종식 선언과 함께 예상되는 국민 예능프로그램이라면 몰라도, 국가 재정이나 사회적 통념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정신적 치료와 위로를 제공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다수의 국내외 경제기관이 올해의 경제회복을 비교적 낙관하고 있지만, 그만큼 K자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피해의 충격이 집중된 취약계층의 고용상황과 악화된 삶의 질, 상대적 박탈감은 코로나19 이후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분명한 신호이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로 우리만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도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노동세계의 변화나 디지털 전환의 빠른 확산은 팬데믹에 의한 강제된 것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환경을 재설계하고 삶을 재정의하는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국가의 능동적 대처와 과제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사회문제와 갈등을 사회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회복력을 가지려면 상당한 시간과 역량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코로나19는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부의 불평등 구조와 많은 사람의 대량이동,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성장지상주의라는 신자유주의 이념 등 개별 국가와 사회의 역량을 넘어서는 공간을 경유하여 확산하였기 때문이다. 사회의 회복력이 온전해지기까지 이를 도와주는 것은 근대국가의 책무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붕괴된 영역부터 시급하게 복원할 필요가 있다. K방역의 성과는 건강한 민주주의와 시민의 책임감 위에 국가가 기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나 코로나19 방역이 길어질수록 시민들의 피로도와 공감 능력이 상실되는 소위 ‘공감 피로(empathy fatigue)’ 현상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약화시킨다. 이미 백신 효과로 코로나19가 실제로 만들어 낸 실상을 부정하고 다양한 음모론들이 부상하고 있으므로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다양한 사회갈등에 대한 보상과 대책 마련은 민주주의의 질서를 확고하게 하는 기본적 출발점이 된다.


이미 방역단계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특수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방역 기간에만 특별하게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이 사람들의 헌신적 노력을 위기 극복을 위한 일환에서 영웅적 찬사로만 포장하고 감염병이 사라지면 다시 과거와 같은 노동조건으로 돌려보낸다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기간에 지금까지 몰랐던 이들의 수고를 정당하게 보상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공공의료와 공중보건과 관련된 인력 확충·보상·제도 정비는 그러한 점에서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바로 세우고, 코로나19 현상으로 인해 더욱 기울어지고 있는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계층·젠더·청년·세대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갈등을 관통한다. 경기회복으로 K자 양극화가 심화되면 취약계층의 실질 근로소득 감소는 물론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심각하게 왜곡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트럼피즘(Trumpism)과 브렉시트(Brexit)를 통해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한국판 종합뉴딜’에 이런 취약계층의 문제가 사회안전망의 문제로 제한되지 않고,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당당하게 소득을 획득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치유를 원하는 다양한 돌봄노동에 대한 수요를 지금처럼 무보수 혹은 저임금 구조에 맡겨놔서는 안 된다. 재정의 확충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수요가 있는 곳에 적절하게 재정을 투입하는 건강한 정책의 집행이 향후 사회적 회복력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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