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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30주년, 그리고 한중관계의 미래

이정남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 2022 여름호

한국정치학회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비롯하여 한중사회과학학회, 한중미래발전위원회,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등과 6월 30일(목) 고려대학교에서 ‘한중수교 30주년, 그리고 한중관계의 미래’ 국제학술회의를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이번 학술회의는 한중수교 30년의 성과를 평가하고 수교 이래 최고의 위기 상황에 봉착한 한중관계의 발전 방향을 탐색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현재, 양국 관계는 전례 없이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양국을 대표하는 학자, 언론인, 그리고 외교 정책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서 수교 30년의 성과를 평가하고, 한중관계의 새로운 협력 방향을 탐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이 회의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 첫째, 한중수교 30년을 한국과 중국의 외교장관과 대사, 수교 당시의 외교관, 그리고 언론인과 학자 등이 모여서 전면적으로 조명하고 평가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한중관계 30년의 역사와 현황, 미래를 진단하는 데 있어서 양국의 역사, 정치, 경제, 사회문화와 인적교류, 외교안보, 군사 등 전방위적 영역에서 전면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셋째, 회의 참여자들 모두 한·중 양국을 대표하는 전문가 또는 외교안보 담당자로서, 충분히 무게감 있는 논의가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넷째, 중국연구 관련 학회나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한국정치학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공동으로 학술회의를 주최함으로써,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동아시아지역 및 글로벌 질서의 재편이라는 거시적 환경 속에서 한중관계를 조망함과 동시에, 양국의 국내 정치, 경제 이슈가 한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중관계 30년에 대한 전문가 평가

한·중 양국 학자나 외교관 모두 한중수교 30년 동안 한중관계의 빠른 성장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였다. 1992년 수교 이래 한중 양국은 경제와 민간교류를 우선시하고 민감한 정치·안보 이슈는 이견으로 남겨두면서 구동존이(求同存異) 방식의 발전을 추구했다. 양국은 우호관계(1992), 협력동반자 관계(1998),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2003),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2008),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2013), 실질적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2017.12)로 전환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경제적으로도 지난 30년 동안 한중 교역은 약 47배 증가하였으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작년 교역액 최초 3,000억 달러를 돌파하여 중국은 한국의 1위, 한국은 중국의 3위 교역대상국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인적교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수교 당시 대비 약 80배 증가하였으며, 코로나 이전(2019년) 한·중 간 여객 항공편 1,000여 편 및 인적 교류 1,000만 명을 상회하였다.
그러나 양국 학자들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현재, 양국 관계가 전례 없이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북핵 도발의 점증, 팬데믹 이후 국제환경의 변화, 새로운 국제 통상환경의 대두,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한 대응 필요성 등 양국 사이에는 많은 난제들이 놓여 있다. 설상가상으로 양국 간에는 역사·문화 논쟁의 지속적 발생, 사드·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양국 국민들의 상호 호감도가 심각하게 낮은 상황이다.

2022년 6월 30일(목)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그리고 한중관계의 미래’ 공동학술회의

수교 30주년, 전환기의 한중관계

학자들은 현재 한중관계가 직면한 도전적 상황의 원인으로 한중관계가 놓인 구조적 조건의 변화에 주목했다.우선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경쟁과 이로 인한 한중관계의 도전 상황이다. 미중 갈등의 격화와 미국의 한국을 향한 동맹으로서의 역할과 협력 강조 및 대중국 견제에의 참여 요구와 한국의 미국 경사에 대한 중국의 우려와 경계가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질서의 신속한 재편이 이루어지면서 군사안보, 가치, 이념, 공급망 재편 등을 포함하는 대조정기에 처하면서 한중관계는 심각한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둘째,중국의 빠른 기술추격과 성장으로 양국 경제는 보완적 분업구조에서 경쟁적 분업구조로 전환되었고, 공급망 재편과 첨단기술 등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보완성보다 경쟁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경제협력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의 동력이 아직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 셋째,한중간 국력의 비대칭성의 확대와 더불어 체제와 가치의 괴리도 확대되고 있다. 수교 30년을 거치면서 한국이 세계 10대 선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지만, 중국이 G2 국가로 부상하면서 한중간 국력의 비대칭성 확대는 한국 국민들에게 ‘중화질서’에 대한 기억과 불안감을 소환하고 있다. 그리고 미중 간의 세력경쟁이 가치와 이념 등 체제경쟁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이 문제를 둘러싸고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가치와 제도에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어떻게 위치지울 것인가는 분명한 도전적 상황이 되었다. 수교 이래 한중관계에서 경제·북핵 문제와 사드 문제가 아닌 가치와 제도와 같은 새로운 갈등요소가 등장한 것이다. 넷째,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양국 간 입장 차이가 있다. 중국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와 미사일 도발의 심각성보다는 북한체제 안정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이런 중국정부의 입장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국가안보에 대한 치명적인 위기로 인식하는 한국정부의 입장과는 분명한 인식의 차이가 있다.이런 상황은 한·중 국민 간 호감도와 신뢰 약화로 연결되어 양국 관계의 양호한 진전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중 양국은 상호 존중하는 양국관계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협력의 원칙을 수립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양국은 전략적 소통을 활성화해 한중관계 현안을 잘 관리해나가면서 공급망, 투자와 통상, 보건, 기후변화, 환경(미세먼지 등),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더 나아가 양국은 인문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 증진과 인식 개선의 전환점으로 삼으려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양국은 서로의 핵심이익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갈등 요소를 관리해야 하며 이것이 양국 간 협력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