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위한 제언  

AI를 활용한 공공서비스 혁신 주도

홍승헌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 2022 여름호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을 탈바꿈시키고 있는 CPS(Cyber-Physical System)의 파괴적 효과로부터 인간의 행복(well-being)을 지켜내야 하고, 인간의 사회경제활동이 지구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며, 전례 없는 수준의 사회적·자연적·복합적 재난에 대한 취약성을 극복해나가야 한다. 정부 혼자 이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방·국가·초국가적 수준의 다양한 행위자들 간에 층위를 뛰어넘는 광범위한 협력이 필수적이며, 협력을 이끌어내어 해결책을 제시해나가는 리더십과 강건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때 국책연구기관의 시대적 역할은 지대하다. 정부는 민간의 급속한 기술혁신과 변화를 학습하는 데 버거워하고 있고, 민간은 정부의 다양한 정책과 복잡해지는 규제를 이해하고 준수하는 데 힘들어하고 있다. 반면 정책 이해도와 혁신에 대한 친숙도가 높은 국책연구기관은 정부와 민간이 각각 겪고 있는 정보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으로부터 자유롭다. 따라서 민간혁신과 정부혁신 간의 선순환을 매개하여 국가혁신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국책연구기관들은 정부정책을 수동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넘어 문제해결을 능동적으로 주도해나가고 있으며, 시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읽고 혁신을 수용함으로써 공공부문의 문제를 진단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6월 17일(금) 한국행정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42차 세종국가리더십포럼

정책지원에서 선제적 정책주도로 : 인공지능 기반 규제행정서비스 개발

6월 17일(금) 한국행정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42차 세종국가리더십포럼

한국행정연구원이 수행하는 ‘공공부문의 혁신을 주도하는 연구’에 따르면, 한국형 규제샌드박스에는 규제신속확인, 실증특례, 임시허가의 소위 3종 세트가 있다. 특례에 치중하고 있는 해외 사례에 비해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규제개혁 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해당 연구는 이 중 신속확인을 자동화하는 인공지능 기반 행정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기술개발에 특화된 혁신 기업들은 상품이나 서비스 출시를 위해 어떤 규제를 지켜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융복합 제품의 경우에는 관련 규정이 없거나 적용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서 막상 신제품을 개발해도 시장출시가 불가능한 경우도 존재한다. 규제는 기존 산업질서에 기반하여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속확인이란 혁신상품이나 서비스의 개발에 방해가 되거나 관련된 규제를 확인해달라고 기업이 요청하면 정부에서 이를 확인해주는 행정서비스다. 요청을 접수한 부처는 관련 기관에 이를 회람하여 30일 이내에 답변을 받아 기업에 전달하게 된다. 그런데 정부 입장에서는 30일이라는 기한이 ‘신속’할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또한 답변의 정확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많은 기업들이 민간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의연구는 규제 신속확인을 원클릭으로 대체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대국민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규제행정을 고도화하고 규제개선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연구이지만,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정부의 요청에 의해서가 아니다. 연구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원내 동료들과 함께 논의를 계속하면서 우리 힘으로 연구를 수행하자는 뜻을 모았다.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규제에 대한 이해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모두 필요한데, 마침 이 둘을 모두 갖춘 연구자들이 합을 맞추면서 가능했다. 그런데 연구원과 연구회의 기존 연구사업 중에는 우리가 지원받을 수 있는 연구비가 없었다. 결국 한국연구재단의 일반공동연구 지원사업에 지원하였고, 2021년 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되어 3년간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이 연구를 해야겠다’는 당위성이 ‘할 수 있겠다’는 확신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국책연구기관의 자율성과 재량권

대전환 시대 국책연구기관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개별 연구원 차원, 그리고 연구회 차원에서 수월성에 근거한 경쟁적 연구비 지원제도 도입이다. 예를 들어, 연구회는 2022년부터 협동연구비 선정에 있어 연구자의 자율적·상향적 연구문화를 확산하겠다고 나섰으나, 프로포절의 수월성에 근거해서 지원 대상을 선정하기보다 여전히 나눠 먹기식의 분배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이 소속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지원하는 경쟁체제의 구축을 통해 수월성 높은 연구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연구자들의 자율성과 재량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수단의 채택을 강제하는 규제보다 성과기준과 목표 달성을 규율하는 규제가 혁신을 장려한다는 것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 입증되어왔다. 혁신적 역량을 지닌 행위자들이 예전에 없던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재량권을 부여해줘야 한다. 이를 통해 국책연구기관의 리더십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