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Ⅱ   대한민국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글로벌 싱크탱크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되어야 할 국책연구기관의 역량과 역할

< 인터뷰 > 문명재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2022 여름호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국가정책연구 대전환 필요”

대전환기로 일컬어지는 다양한 대내외적 변화 속에서 연구회 체제는 새롭게 수행해야 할 역할과 과제를 모색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국가전략연구 수행과 정책연구 생태계 활성화의 허브 역할 강화라는 책무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요구가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은 이에 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발전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회 위원장, ‘대전환기 국책연구기관 발전전략 TF’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국책연구기관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본질적 탐구를 깊이있게 해온 문명재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를 만났다. 문명재 교수는 정부혁신, 미래사회 등을 깊이 있게 연구하며 더 나은 정책과 제도를 설계하기 위한 정책연구 생태계의 활성화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학자다.
이번 인터뷰는 7월 13일(수) 연세대학교 연희관 201호 국제회의실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홍일표 사무총장(이하 홍일표)

최근 유럽으로 출장을 다녀오셨는데, 유럽 정책지식 생태계와 싱크탱크에 관해 보고 생각하신 바가 궁금하다.

문명재 교수(이하 문명재)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의 정부 질 연구소(Quality of Government Institute)를 초청방문했다. 설립된 지 20년이 채 안되었지만 정부 질과 관련한 연구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연구소다. 정부, 정책, 제도의 질이 국민, 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질을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되었다.연구소는 정부의 질에서 불편부당함(impartiality)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고, 부패와 투명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정부 질의 내용을 규정하고 그 내용이 시민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사례를 모으기 위해 전 세계 각국에서 설문조사를 벌여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온갖 연구집단에서 조사한 정부 관련, 시민의 삶 관련 데이터도 함께 모으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좋은 연구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제 연구소에서 직접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만드는 데에도 힘을 쏟게 되었다.
연구소 창립자는 보 로슈타인 교수이다. 신생 연구소에서는 창립자의 역할이 매우 큰데, 어떠한 가치를 지향할지 실질적으로 천명하고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로슈타인 교수는 정부 질 연구소를 키워낸 성과를 인정받아 옥스퍼드대학교 교수로 임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본인이 지향하는 가치와 반대되게, 옥스퍼드대학교가 연구의 객관성을 침해할 수 있는 기부금을 특정 정치인에게 지원했다는 이유로 교수직을 내던지고 스웨덴으로 돌아갔다.
정부 질 연구소의 강점은 외국의 연구기관, 연구자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본인들의 제한된 연구역량을 확장하고 높여나간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연구기관들은 정부 질 연구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인력과 예산을 가지고 있는데 그만큼 성과를 내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장, 국가, 시민의 공동생산이 필요한 시대

홍일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국가와 정부의 역할과 역량’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공급망 위기 등을 겪 으면서 기존의 ‘신자유주의 세계질서’와는 다른 ‘블럭화된 세계질서’가 빠르게 구축되면서 국제정치 측면에서도 ‘국가와 정부의 역할과 역량’ 문제가 있다. 이러한 위기와 전환의 시대에 요구되는 국가와 정부의 역할과 역량은 어떠한 변곡점을 맞고 있는가?

문명재

‘정부 혁신’과 ‘정부의 역할’에 관심이 크게 모아진 시기는 역사적으로 세 번 있었다. 첫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 역할이 커졌을 때다. 제대로 된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다. 둘째, 1960년대 베트남전쟁과 히피문화 등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인권 신장과 사회보장 확대가 요구되며 정부가 인권과 사회서비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마지막으로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며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 모두 있다. 또한 시장의 성공과 정부의 성공 모두 가능하다. 시장과 정부는 대체제가 될 수 없다. 서로 보완하는 관계다. 시민들 또한 공공재 혹은 공공서비스를 만드는 주체가 돼야 한다. 시민의 참여가 높아져야 한다. 이를 확장하면 시장(기업), 국가(정부), 시민 3자간 공동생산이 일어나야 한다. 이들 3자간의 균형이 잘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한 시민의 역할과 기여방안이 무엇인지를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
2030년 미래 정부에 대해 EC에서 중요한 보고서를 냈다. 내용 중 하나는 기업에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가지게 되어 알고크러시(Algocracy) 형태가 나타난다는 예측이었다. 또한 정부 역할은 외형적으로 최소화되고 시민이 각자 스스로 필요한 행정처리할 수 있는 시나리오(DIY Democracy)도 제시했다. 또 하나는 정부가 과도한 규제정책국가(Over-Regulatocracy)가 나타나는 시나리오를 경계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세 가지 예측을 감안하면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한 슈퍼협업(Super Collaboration) 거버넌스가 일어나야 한다고 제시했다. 확장된 의미의 협업이 일어나는 사회를 만들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정책지식 공동체는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 미래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연구를 실시해야 한다. 세상은 더 불확실해지고 역동적으로 변화할 것이므로, 우리 국책연구기관이 정부가 필요로 하는 단기적 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긴 호흡의 중·장기적 연구도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종합예술과 같은 중장기 국가전략연구

홍일표

세계경제와 국제정치가 요동침에 따라 국익이라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고, 그를 위한 국가전략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 ‘신흥선도국’, ‘글로벌 중추국가’로 평가되고 또 적극적 으로 그것을 표방하기에 스스로의 ‘국가전략’에 따라 행동해야 할 상황이 된 것 같다. 국가전략연구의 필요성과 방향성, 이를 위한 국책연구기관의 역할은 무엇일지 말씀 부탁드린다.

문명재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왼쪽)와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오른쪽)

문명재

국가전략은 군사, 외교 및 민간의 기업 영역 외에 정부 영역에서는 잘 쓰이지 않던 용어였다.
큰 틀에서의 ‘전략’은 목표를 전제한다. 실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실행계획과 절차, 과정 속 개선사항, 지향점 등을 총체적 개념의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정부 정책에 전략적 개입을 도입하려면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설계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국가전략’은 과거 부처 위주로 쪼개져 있던 정책 수준에서 벗어나 더욱 융합적인 시각과 이에 기반한 연구가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융합적 국가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 흐름도 잘 알아야 한다.
이번 유럽 출장지 중의 하나인 덴마크에 소재한 데니쉬 디자인 센터에 주목하고 있다. 데니쉬 디자인 센터는 정부부처가 출연해 설립한 연구소이며, 기후변화와 환경(Green), 디지털 전환(Digital), 그리고 소셜(Social) 이 세 가지 주제에 매우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나 역시 작년부터 G(Green), D(Digital and Data), P(Pandemic), S(Security and Social)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이들은 단기적 해법보다는 중장기적 고민을 중시한다. 연구소명에 디자인이 들어간 것도 인간이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결국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쪽으로 흘러왔다는 데 대한 반성의 의미였다. 장기적으로 보면 선형적인 방식보다 비선형적 방식으로, 시스템적으로 순환되는 쪽으로 해야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데니쉬 디자인 센터를 방문했을 때 로비에 하얀 텐트를 쳐 놓고 사람들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을 보았다. 왜 불편하게 저렇게 해놓았을까 싶었는데 일종의 실험이었다. 개인정보가 낱낱이 파악된다는 것을 인지할 때 어느 정도까지 사람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개인에 대한 데이터를 사회가 많이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정밀한 행정서비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게 될 텐데, 어느 정도까지 개인에 대한 정보를 사회가 확보하는 게 적절할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시도였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각각의 데이터에 대한 민감도는 유럽에서도 나라마다 다르다. 영국에서는 많은 CCTV를 당연시 하는데 반해 북유럽에서는 CCTV를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개인의 금융정보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생각한다. 나라마다 그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노출 범위가 다른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정책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수용성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게 실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법적, 제도적 방안을 설계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논의는 많지만 정책수용자에 대한 연구를 더 치밀하게 실시하고 고민해야 한다.정책을 연구할 때는 세 가지를 잘 봐야 한다. 첫째, 인사이트(Insight)다. 인사이트는 정책의 맥락과 내용에 대한 전문성을 담보한다. 정책연구자가 이를 모르면 안 된다. 둘째, 아웃사이트(Outsight)다. 외부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외부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은 포어사이트(Foresight)다. 미래에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를 예측하고 그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는 게 포어사이트의 역할이다. 우리가 정책을 연구할 때에도 이 세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종합 예술과 같은 형태의 정책연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에서 중장기 연구를 소화할 곳이 거의 없으니 국책연구기관에서 이를 수행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각 부처의 현안 과제 연구 형태에서 벗어나 부처 수준을 넘어 입법기관이나 최고 정책결정을 하는 대통령실 혹은 국무조정실에서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사안을 연구하는 싱크탱크가 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연구 수행을 위한 협업체계 필요

홍일표

말씀하신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책연구 생태계 전반의 활성화가 함께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경제· 인문사회연구회가 정책연구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는 시점에서, 정책연구 생태계 활성화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린다.

문명재

이번 유럽 출장에서 마지막 일정은 IPA(International Policy Association) 참석이었는데, 발표된 논문 중 하나가 유럽 4개국 학자가 수행한 싱크탱크에 관한 연구였다. 이른바 ‘나쁜 정책’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에서 지식공동체나 정책연구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기여하는 정도의 연구만 수행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정책연구에서 어젠다 발굴 단계에서는 미래지향적인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데 장기적 연구는 당장의 효용성이 떨어진다. 월드이코노믹포럼에서 나오는 보고서 중 장기적 연구에 해당하는 것이 글로벌리스크에 관한 것이다. 각 나라의 국가경쟁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설명했는데 2040년 즈음에는 중국의 연금시스템이 위기에 처해 국가경쟁력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2040년 무렵에는 현재 중국의 노동 인구가 대거 은퇴를 맞게 되고 이때 연금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으면 큰 혼란이 있을 것으로본 것이다. 정책연구를 하는 이 중 누군가는 이런 시각에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시그널을 줘야 하고 종합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연구를 할 수 있는 정책지식 공동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연구인력과 조직으로 국책연구기관 그리고 학계에 있는 연구자들이 포함된다. 이들 간 연구의 시너지를 제대로 낼 수 있도록 나름의 역할 분담과 협업이 있어야 하는데 학술행사 공동개최 정도로는 부족하다.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지 않으면 단발성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구회는 미래를 내다보는 중장기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협력자(facilitator)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경우 연구데이터 수집이나 정책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으는 기능을 통해 다양한 연구자들이 이를 잘 활용해서 정책에 유용한 연구성과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기초연구를 수행하여 협업구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학계와 공동 학술행사 등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국책연구기관과 머리를 맞대면 더 질 높은 연구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부혁신을 위해서는 정책연구 집단의 혁신도 필요한데 막상 정책연구 집단, 정책연구 생태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솔직히 부족한 실정이다.

문명재

최근 들어서는 국책연구기관이 생성한 보고서를 학계에서 인용하기도 하고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를 활용해 관련 데이터나 현황 자료를 파악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의 경우 브루킹스와 같은 싱크탱크에서 출간한 책이나 자료를 굉장히 많이 본다. 그리고 입법기관 같은 경우 CRS 보고서를 많이 본다. 이러한 방식이 더 많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학계에서는 국책연구기관이 오랜 기간 축적한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패널 자료는 노동 관련 데이터 중 우수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이데이터를 활용해 모든 연구를 다 할 수는 없으니 정책지식 생태계에서 이 데이터를 잘 활용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성과를 추적해 정책과 관련된 것들에 대한 메타 분석을 하는 것도 유용하다. 한국행정학회 같은 곳에서 한국행정연구원의 데이터를 활용해 논문을 쓰도록 해 우수한 논문에 시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데이터 활용이 더 활성화 될 것이다. 아울러 데이터를 정의하고 축적하는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책지식 생태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해 공동작업을 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함께 모여 논의하는 학술행사도 구성원 간 관계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겠지만 좀더 본질적인 차원의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글로벌 수준의 연구성과와 연구자

홍일표

그간 우리나라는 우리 사례를 이론화하거나 개념화해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취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왜 국가전략적 관점의 고민과 연구를 하는지를 국제사회에 설명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글로벌 중추국가’ 를 지향하는 차원에서 국책연구기관이 세계의 싱크탱크, 정책지식 집단 등과 국가전략적 수준에서 국제적 교류 협력을 해나가야 할 텐데, 어떠한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보시는가?

문명재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 들어가고 경제 자체도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뀌었지만 정책연구는 아직 선도형이 되지 못했다. 정책연구도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꾸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연구 역량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글로벌 수준에서 연구의 주요 내용을 제시하고 정책과 관련된 담론을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이러한 고민이 취약했다.
아시아개발은행의 플래그십 보고서(Flagship Re-port)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플래그십 보고서의 주제가정해지면 이에 맞는 어젠다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제가 참여했을 당시 아시아 저개발 국가들이 미들인컴 트랩(middle income trap)에 빠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미들인컴 트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지식경제로 가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앞으로 무엇이 중요해질지 예측하고 이러한 이슈나 어젠다에 대해 전 세계에 내놓아도 관심을 받을 만한 수준의 연구보고서가 나와야 한다. 여기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이 이러한 성격의 연구보고서를 차별화된 주력 상품으로 내놓아야 한다. 우리 국책연구기관은 축적된 경험과 역량이 상당한 수준이다. 추격형적 산출물이 아닌 주도형으로 되도록 적절하게 자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개별 연구자들의 자부심이 높아져야 한다. 글로벌 차원에서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공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역할을 수행할 대표 선수를 우리 국책연구기관에서 키워주어야 한다. 이들은 국제적인 정책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책연구기관이 세계의 정책지식 집단과 제대로 교류 협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지식공동체는 세계에서 통용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지식의 깊이가 축적되어야 소프트파워가 되고 그렇게 되어야 세계 공동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곰(Lagom)’적 정책연구

홍일표

교수님께서는 앞으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가전략연구위원장을 맡아 국책연구기관의 새로운 역할에 관한 임무를 맡아주실 예정이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국가전략연구의 방향을 다시 한 번 얘기해달라. 그리고 국책연구기관이 싱크탱크로서 정부와 시민, 기업이 함께 협업해나가는 구조에 기여해야 하는 당위성과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문명재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국가전략을 얘기하면 일사분란한 작업과 완전한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국가전략과 관련된 국가정책 연구를 생각하면 개별 참여자들의 자율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 같은 자율성이 바탕이 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방향을 잘 맞춰가는 큰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균형이 잘 이뤄져야 한다.
단기적인 현안 연구와 장기적 연구의 적절한 병행이 필요하다. 그리고 평가나 말단에서의 연구와 실제적으로 중요한 플래그십 연구 발굴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국내 정책지식 생산과 공유 수준에서 글로벌 수준의 리더십을 발휘해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이 각각의 전문성을 갖고 융합연구에 대한 고민을 자체적으로 하겠지만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융합연구가 실질적으로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수요자와 국책연구자, 공동생산에 참여하는 연구참여자들 간 협업이 상식적이고 원칙론적 방향에서 잘 이뤄져야 한다.
최근 『스웨덴식 전략적 사고』라는 책을 읽었다. 여기에 ‘라곰(Lagom)’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우리 말로는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알맞은 상태를 말한다. 동양식으로 보자면 중용과 비슷한 개념이다. 정책에서도 이런 개념이 굉장히 중요한데 실질적으로는 잘 안 된다. 정책적, 정치적 환경에서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들이 라곰의 개념을 잘 살려나가는 것이 실질적으로 좋은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길이다. ‘라곰(Lagom)’적인 정책연구를 해야 한다.

홍일표

교수님의 말씀을 통해 국가전략연구의 필요성과 방향성, 정책연구 생태계의 역할과 국책연구기관의 기여방안 등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오늘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