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제기된 소송 1·2심에서 행정부가 패소하였고, 현재 연방대법원에서 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한-미 관세 합의 또한 소송 중인 관세에 기반을 둔 것이므로,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합의에 이른 한-미 관세가 무효화될 수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교역 국가들에 대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는 일련의 행정명령을 발표하였다. 이때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을 그 법적 근거로 제시하였는데, 이러한 관세명령의 위법성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 판결 내용 및 법적 쟁점
IEEPA 해석상의 쟁점과 관련하여, 정부는 IEEPA의 “규제”라는 용어의 일반적 의미가 “수입을 조정하거나 통제하는 방법으로서 관세부과를 포함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들은 IEEPA가 관세부과 권한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역사적으로 제재나 자산 동결에만 사용되어 왔다고 반박하였다.
또한 IEEPA의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 요건의 충족 여부도 쟁점이 되었다. IEEPA는 대통령이 “미국 외부에서 전적으로 또는 상당 부분 기원하는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대해서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법원은 관세가 펜타닐 위기에 직접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단순히 다른 국가들 내에서 경제적 압박을 만들려고 시도할 뿐이라고 판단하였다.
IEEPA가 관세를 포함하여 외교 분야에서 의회가 광범위한 비상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다수의 의견에 반대한 판사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2025년 8월 29일 연방순회항소법원은 12명의 판사 중 11명이 심리에 참여하였고, 이 중 7명이 해당 관세 명령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였다.
연방대법원 구두변론 주요내용
2025년 11월 5일 연방대법원 구두변론에서 보수 성향 판사들을 포함한 다수 대법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명령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2시간 반이 넘는 변론 과정에서 존 로버츠(John Roberts) 대법원장은 “관세부과는 미국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며, 이는 항상 의회의 핵심 권한이었다”라고 지적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대법관은 정부 측 변호인에게 “‘수입을 규제한다’는 문구가 관세부과 권한을 부여하는 데 사용된 다른 법률 조항이나 역사적 사례가 있는가”라고 질문하며 회의적 태도를 표명하였다. 또한 닐 고서치(Neil Gorsuch) 대법관은 “대통령이 의회의 법안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가? 의회가 실질적으로 이 권한을 되찾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하며, 대통령에게 무제한적인 관세부과 권한을 인정할 경우 권력 분립 원칙에 문제가 있음을 우려하였다.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대법관도 “관세는 세금이며, 미국 시민으로부터 세수를 거두는 것”이라고 명확히 지적하였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또한 1977년 IEEPA가 제정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 외에는 어떤 대통령도 이 법을 관세부과에 사용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다만 클래런스 토마스(Clarence Thomas) 대법관과 새뮤얼 알리토(Samuel Alito) 대법관은 대통령이 전쟁을 회피하거나 인질 상황에서 협상력을 얻기 위한 목적 등 세수 확보 이외의 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하여 트럼프 행정부 측을 확고히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고,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 대법관은 행정부 쪽에 호의적인 질문과 반대되는 질문을 하며 중립적 태도를 취했다.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 현재 대법원의 회기(term)가 종료되는 2026년 6월 말까지 판결을 내리게 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신속처리 요청이 있었고 경제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2025년 말에서 2026년 초 사이에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연방대법원 판결의 전망 및 시사점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보수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측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관들이 법적 보수주의(legal conservatism)의 입장에서 원본주의(originalism)·텍스트주의(textualism)를 적용하여 법 문언 그대로의 의미에 충실한 해석을 할 경우, 1·2심과 마찬가지로 연방대법원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1월 5일 구두변론에서 일부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포함하여 다수가 항소심 판결과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명령은 위법함이 판결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경우, 4월 2일 트럼프대통령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25%뿐만 아니라, 이후 한국이 미국과 맺은 양자협상의 15% 관세는 무효화될 수 있다. 또한 3,500억 달러 투자약속 또한 그 법적 기반이 약화될 것이다.
관세가 위법으로 판결될 경우 환급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미국 세관국경보호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9월 23일 기준으로 연방정부는 이미 약 900억 달러의 관세를 징수하였다. 배럿 대법관은 구두변론에서 “만약 원고가 승소한다면 수십억 달러의 환급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매우 복잡한 상황(mess)이 될 것 같다”라고 우려를 표명하였다. 알리토 대법관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징수된 관세액이 증가하고 환급 절차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며,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 기업들도 이미 납부한 관세에 대한 환급 청구 절차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패소에 대비한 대안으로 관세법 제388조와 무역법 제122조를 이미 검토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대법원 변론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에서 패소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옵션들이 있다”라고 밝혔다. 관세법 제338조는 특정 연방기관의 조사나 결과 도출 없이도 대통령이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며, 무역법 제122조는 국제수지 적자 등 재정적 위기 상황에서 최장 5개월간 최고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법률들은 제정 이후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지만 여전히 유효한 조항들이다.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향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부과 권한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비상권한 전반에 대한 결정적 선례가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다각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관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 및 법률 자문을 강화할 수 있겠고, 중기적으로는 관세가 무효화될 경우를 대비한 환급 청구 절차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대체 법률을 통해 관세를 재부과할 가능성에 대비한 협상 전략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법원의 판결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미국의 통상법 체계 변화가 한국의 수출 기업과 통상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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