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통상 현안은 비관세장벽으로 옮겨 갈 것으로 보인다. 비관세협상은 관세협상보다 복잡하고 민감하며 우리 경제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농업과 디지털 분야 등에서 미국의 비관세장벽 완화 요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2025년 7월 30일 한미 관세협상이 상호관세 15% 적용으로 타결되었으나 비관세장벽 이슈는 미해결된 채 향후 협상 과제로 남겨졌다. 특히 농산물과 디지털 등 민감 분야의 비관세장벽은 해결되지 않아 미국의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본격화될 비관세장벽 협상에 대비한 전략적 대응 방안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비관세장벽 중 농업과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관세 중심의 협상에서 규제·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비관세협상으로의 전환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양국 간 통상 관계의 핵심 이슈는 관세에서 비관세장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관세협상에서는 관세와 투자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협상이 이루어지면서 농축산물 추가 시장 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정부는 앞으로 검역 절차 개선 등 기술적 사안에 대한 협의는 지속될 것임을 밝혔다. 특히 미국이 그동안 강하게 요구해 왔으나 최종 합의에는 포함되지 않은 농축산물 수입위생검역, 망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 위치기반 데이터 등은 후속 협상에서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러한 비관세 이슈들을 자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목표로, 연례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 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미국은 농업·디지털·정부조달·투자·서비스·자동차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주요 한국 정책과 제도를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해 왔으며, 이 또한 앞으로 본격화될 비관세장벽 협의에서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미국은 자국 기업의 시장접근 확대를 위해 관련 국내 정책과 제도의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비관세장벽에서의 전통적 민감 분야: 농업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정부는 식량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검역 절차 개선을 통한 사실상의 시장 개방 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WTO 협상에 따라 이미 5개국 국별 쿼터로 합의된 쌀 할당량은 재협상이 사실상 어려우며, 對한국 쇠고기 수출 1위 국인 미국의 입장에서 30개월 미만 쇠고기 월령 제한 해제 요구 역시 실익이 크지 않으므로, 미국은 과일·채소류 품목의 검역 절차 간소화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2025년 9월 현재, 미국산 과일·채소류의 수입위험분석 진행 건수는 총 15건으로, 이 중 감자가 8단계 수입위험분석 절차 중 6단계까지 진전된 상태이며, 살구·자두·사과·복숭아 등의 품목은 30년 이상 1∼2단계에 머물러 있다(서양배는 3단계). 미국은 앞으로의 비관세장벽 관련 협의에서 현재 수입위험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15개 품목에 대한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관세협상에서는 쇠고기 분야가 협상 의제에서 제외되었으나, 향후 언제든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쇠고기 수입 문제는 국민 건강과 연결된 사안으로 정치적 민감성도 크다. 미국은 한국의 쇠고기 월령 제한을 장기간 지속되어 온 비관세장벽으로 규정하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차별적 조치로 주장한다. 그러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허용되더라도 소비자 인식, 품질 선호도 등을 감안할 때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시장 경쟁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 광우병 사태로 인해 축적된 소비자 불신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월령 제한 해제 조치는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요 위축과 對한국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표 > 미국산과일·채소류품목에대한수입허용절차진행상황
| 품목 | 신청 연도 | 수입허용절차 | ||
|---|---|---|---|---|
| 위험분석 단계 | 세부 진행상황 | |||
| 1 | 아기당근 | 2020년 | 4 | 개별병해충위험평가 |
| 2 | 석류(가종피) | 2023년 | 1 | 접수 |
| 3 | 감자 | 2007년 | 6 | 수입허용요건 초안 작성 |
| 4 | 넥타린 | 1995년 | 5 | 병해충위험관리방안 작성 |
| 5 | 탄젤로 | 2024년 | 1 | 접수 |
| 6 | 딸기 | 1995년 | 1 | 접수 |
| 7 | 살구 | 1995년 | 1 | 접수 |
| 8 | 자두 | 1995년 | 1 | 접수 |
| 9 | 사과 | 1993년 | 2 | 착수 |
| 10 | 서양배 | 1994년 | 3 | 예비위험평가 |
| 11 | 냉동블랙베리 | 2023년 | 1 | 접수 |
| 12 | 냉동라즈베리 | 2023년 | 1 | 접수 |
| 13 | 블루베리 | 2013년 | 2 | 착수 |
| 14 | 복숭아 | 1995년 | 1 | 접수 |
| 15 | 파파야 | 1990년 | 5 | 병해충위험관리방안 작성 |
자료: 농림축산검역본부(https://www.qia.go.kr/), '신청연도'는 중앙일보(2025.8.10,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7917)를 참고
한미 비관세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 디지털 분야
미국은 자국 기업의 이익 보호와 시장접근 확대를 위해 국내 디지털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등 디지털 통상 분야에서의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분야는 비관세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데이터 이동, 디지털 플랫폼 규제 등 주요 이슈와 관련하여 미국의 요구 수준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은 한국의 디지털 관련 규제를 비관세장벽이라고 간주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온라인 플랫폼법, 망사용료, 위치기반 서비스 등을 들고 있다.
이 중 미국이 가장 강력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이슈는 온라인 플랫폼법이다. 온라인 플랫폼법은 특정 기업들의 독점·과점·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법으로,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multi-homing), 최혜대우 요구 등의 반경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특정 플랫폼 기업을 사전 규제하려는 온라인 플랫폼법이 자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조치라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이슈는 미국의 애플·구글·아마존 등 빅테크기업의 이해관계와 연결되는 만큼, 향후 한미 비관세협상에서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위치기반 서비스와 관련된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반출 요구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고정밀 지도 반출에 반대하는 입장과 위치기반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출이 필요하다는 산업적 관점이 병존하면서 국내 부처 간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이 사안은 국가안보와 산업 발전 간 이해가 충돌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아울러 해외 콘텐츠 제공업체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문제 또한 미국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핵심 현안 중 하나로, 미국은 망 사용료 납부 의무화를 비관세장벽으로 규정하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국내 디지털 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자유로운 데이터 이동을 통한 디지털 혁신과 산업 활성화를 중시하는 반면, 한국은 개인정보 보호와 국가안보 강화를 우선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양국 간 디지털 정책의 차이는 향후 디지털 분야에서의 통상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대응과 과제
비관세협상은 관세협상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보다 철저하고 신중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미국이 강하게 요구해 왔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된 쟁점들은 후속 협상 과정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후속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월령 제한이 해제될 경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이 허용됨에 따라 햄버거 패티·소시지·육포 등 미국산 쇠고기 가공식품 시장의 확대 개방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검역 절차와 관련해서는 모든 조치가 자의적인 무역 장벽이 아닌, WTO 위생 및 식물위생 협정이 인정하는 ‘과학적 증거’와 ‘국민 건강 보호’라는 합리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검역 절차 개선’ 합의에서 ‘개선’의 의미는 검역 절차 단계의 생략(간소화)이 아니라 절차의 투명성 제고와 신속한 정보 공유, 그리고 미국 전담 데스크 신설을 통한 소통 강화에 중점을 둔 접근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모호한 해석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디지털 비관세장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이동· 활용, 데이터 현지화, 온라인플랫폼 규제 등 주요 이슈에 대한 디지털 통상규범 원칙을 마련하고, 국내 관련 제도 정비를 검토·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EU 및 싱가포르와 체결한 디지털통상협정 또는 디지털동반자협정을 미국과도 별도로 추진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과의 디지털 분쟁을 예방하고, 제도적 불확실성을 줄이며, 협력 기반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과제이다.
아울러 이번 협상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국별 무역장벽 고서에서 지목된 농업생명공학, 잔류허용기준, 데이터 현지화 등에 대해서도 분야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미국의 비관세장벽으로 인한 우리 기업의 수출 애로 요인을 파악하여 우리의 요구사항도 적극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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