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력과 한미일 협력을 선순환적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일 협력은 한미동맹과 함께 대북 억지력, 지역질서의 안정화, 그리고 한국 외교의 국제적 기여 차원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강대국 정치와 미중 전략경쟁에 대한 헷징(hedging) 차원에서 한일 공조를 토대로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을 중층적으로 병행 추진하는 발상도 중요하다.
한미일 협력의 의의
동북아에서 강대국 정치와 미중 전략경쟁의 리스크를 완화하고, 양자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한국은 소다자 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미일 협력은 한중일 협력과 함께 미일 및 중일 간 경쟁구도 속에서 한국의 상대적 레버리지의 극대화, 중국 및 일본과의 악화된 양자 관계의 개선을 위한 우회로 기능 등의 효용이 있다. 한미일 협력은 원래 대북정책의 공조를 위해 시작되었다. 14대 정부 당시 북한의 핵 개발 의혹이 불거지면서 3국 간에 정책 공조가 시작되었고, 15대 정부 시기에 3자 대북정책조정그룹회의(TCOG)로 제도화되었다. 2023년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되면서 한미일 협력은 획기적으로 진전되었다. 이를 계기로 3국 협력의 범위는 군사안보, 공급망과 첨단기술 등의 경제안보, 개발과 보건 등의 지역 및 글로벌 이슈, 동남아시아와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지원 등 인도태평양 관련 문제, 3국 간의 인적교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3국은 정상회의 외에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담당보좌관 등 다양한 고위급 협의체를 연 1회 이상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바이든 정부 시기에 한미일 협력이 강화된 것은 3국 간 이해관계의 수렴에 따른 것이었다.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한중관계의 냉각과 우리 국민의 대중국 인식의 악화, 팬데믹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에 따른 경제상황의 악화,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격화, 대만해협의 위기 고조에 따른 안보 불안감의 확산, 바이든 정부의 한미일 협력 중시, 기시다 내각과 20대 정부 출범으로 3국의 대외전략에서 이해가 수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2023년 8-9월에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의 겐론NPO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미일 3국 간 군사안보의 강화에 대해 다수가 그 필요성이 인정했고(긍정 60.6%, 부정 12.4%), 긍정론의 경우 그 이유로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에 필요(56.4%), 중국 부상의 견제 필요(51.7%)를 들었다. 과거사 갈등이 여전히 한일협력의 제약요인으로 남아 있지만, 한국의 국가전략에서 미중 전략경쟁과 북한 위협이 상수화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의 강화, 그리고 이를 위한 한일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2기의 한미일 협력
2025년 들어 3국의 국내정치 변화는 한미일 협력의 도전 요인이 되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관세와 방위비 문제에서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과의 양자 협상을 통한 관계 재조정을 요구하면서 큰 파장을 불렀다.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 중심적인 접근을 특징으로 하는 트럼프 정부 출범을 계기로 규칙기반 국제질서, 법의 지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가치관과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쇠퇴하고, 현실주의 강대국 정치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였다.
지난 6월에 출범한 현 정부는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기조에서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고, 한미일 협력의 유지 발전을 위해 한일협력을 긴밀히 하겠다는 대외정책을 제시했다. 10월에 출범이 예상되는 일본의 新내각도 한미일 협력의 유지·강화라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 개최된 일련의 한미, 한일 및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이시바 총리는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입장이 일치했다. 지난 9월 22일 뉴욕에서 개최된 한미일 외무장관회담에서 3국은 북한 문제의 대응, 지역 정세와 안보, 그리고 중요 광물, 공급망, 첨단기술 등 경제안보와 관련하여 3국 간 협력을 진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9.19 군사 합의의 선제적이고 단계적인 회복을 통한 남북한 대화의 추진과 한중관계의 안정화를 병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향후 북한·한반도 비핵화와 지역 안보 문제의 대응에서 한미일 3국 간 정책 소통과 조율이 우리 외교의 중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일협력과 한미일 협력의 선순환적 추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변혁기에 있는바, 한국은 과도기적 상황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현실주의의 관점에서 대외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미중 데탕트 이후 반세기 이상 유지되었던 미국의 대중국 관여 정책은 2010년대 후반부터 견제적 요소가 강화되면서 향후 상당한 기간에 걸쳐 미중 간에 대결 구도가 고착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균형외교로는 국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한국은 미중 관계의 재편은 물론 미국의 정권교체에 따른 대외정책 변화와 미국 우선주의의 장기화에 대비하여 대외전략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한일협력을 토대로 지역 전략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과거에도 한일 간 위기의식의 공유는 양국에서 상호반감의 여론을 억제하고, 과거사 관련 양보와 타협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양국의 지역 전략을 수렴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우리에게 한일협력은 원활한 한미관계는 물론 대북한 공조, 중국 및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 안정화,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 등 소다자 협력과 지역 및 글로벌 협력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미국의 방위비 압박 및 관세 정책과 북러 접근에 따른 북한 군사 기술 고도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고,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한일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의 국가전략에서 한일협력과 한미일 협력을 선순환적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일 협력은 한미동맹과 함께 대북한 억지력, 지역질서의 안정화, 한국 외교의 국제적 기여 차원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한미일 3국 간에 대북한 정책 조율은 물론 경제안보, 개발원조 및 해양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별개로 강대국 정치와 미중 전략경쟁에 대한 헷징 차원에서 한일 공조를 토대로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을 중층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발상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10월 APEC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일본이 주최국인 차기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를 위해 한일이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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