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인상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향후 2년간 각각 0.3%p, 0.2%p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수출기업의 피해 완충과 현금흐름 방어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수요 대응을 위한 현지화·공급망 재설계와 함께 대체 시장 확대를 위한 통상·수출지원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다시 높은 관세를 핵심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있어 미국은 전체 수출의 약 18.7%(2024년 기준)를 차지하며, 대미 무역흑자 역시 557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중요한 시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2.4%에서 18.6%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도 0%에서 14.5%로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지난 8월 7일부터 발효된 상호관세 15%를 적용하여 계산한 것이다.) 자동차, 전자제품, 철강 등 주요 수출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면서 충격의 파급력은 다른 나라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관세 충격의 전파경로
관세 인상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한국 경제 전반에 파급된다. 첫 번째 경로는 직접효과로, 미국의 수입 수요가 줄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 물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자동차, 전자제품, 철강이 대표적인 경우다. 두 번째로, 다른 나라의 대미 수출도 줄면 이들에게 부품·소재를 공급하던 한국 기업의 중간재 수출도 감소한다. 예컨대 아세안(ASEAN) 국가의 대미 완제품 수출이 줄면 그 제품에 사용되는 한국산 부품의 수요도 줄어드는 식이다. 세 번째는 세계 교역 위축이다. 각국의 수출 감소는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전반적인 대외 수요 축소로 연결돼 한국 수출을 약화시킨다. 추가적으로, 관세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은 미국 기업의 비용 증가와 생산 축소를 초래해 한국 제품 수요를 더 줄일 수 있다.
성장과 고용에 미친 영향
한·미 협상 결과(상호관세 15% 포함)에 따른 관세 인상이 위 경로들을 통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대미 수출은 관세 인상 첫 1년간(2025년 3분기~2026년 2분기) 약 3.2% 줄고, 2년 차에도 1.4% 추가 감소한 뒤 낮아진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직접 수입 수요 감소가 전체 감소 폭의 대부분을 설명하며 자동차, 일반 기계, 철강 등 주력 산업들이 크게 영향을 받아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컸다. 결과적으로 국내 경제성장률은 1년 차에 0.3%p, 2년 차에 0.2%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만약 반도체에 100% 품목관세가 부과될 경우, 성장률은 1년 차에만 1%p 이상 추가 하락할 수 있다.)
고용 측면에서는 수출이 1% 줄면 1년간 약 6,500명의 일자리가 감소하는데 이 중 제조업이 1/3 이상을 차지하였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 산업의 고용 충격이 가장 컸고 반도체산업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수출 감소 자체보다 관세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채용 지연과 인력 감축을 유발해 고용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적 대응 방향
관세 인상의 영향이 시간에 걸쳐 누적된다는 사실은 충격을 흡수할 단기적 안전판과 중장기 구조적 대응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자금난과 거래 리스크 완화가 우선이다. 무역보험과 수출금융을 확대해 수출 급감에도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하고 환율·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조금과 세제 지원도 필요하다. 또한 통관, 원산지 판정, 인증 절차 등을 간소화해 납기 지연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수요 구조 변화에 대응할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우리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받은 국가들과의 상대적 관세율 격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체 수요를 포착해야 한다. 북미 현지화 전략도 필요하다. 미국과 멕시코를 중심으로 생산·조달 거점을 재배치하고, 원산지 규정(ROO)을 최적화해 합법적 관세 감면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은 후공정 현지화, 계약 재설계, 제품 모듈화 등을 통해 낮은 관세 부담으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더 근본적인 중장기 대응책은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 경제동반자협정, 무역투자촉진 프레임워크 등 통상 협력을 확대하고, 정체되어 있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재추진해 교역 다변화를 실현해야 한다. 동시에 수출지원 정책을 강화해 기업의 신흥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통상 협력과의 시너지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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