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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미-EU 간 통상 갈등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미지 강구상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 2025 여름호

미국과 EU 사이에 협상이 잘 진행되어 양자 간 통상 갈등이 단기간 봉합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 공급망을 비롯해 세계 경제의 분절화를 촉진할 것인지 그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통상 질서 하에서 한국은 방관자로서가 아니라 전략적 대응자로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통상정책의 부활

2025년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상품 무역수지 적자 지속 현상을 국가비상사태로 선포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를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여기에는 트럼프의 2024년 대선 공약이었던 모든 수입품에 대한 최소 10% 기본관세 부과가 밑바탕에 깔렸으며, 주요 교역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에 따라 20~50%까지 차등 관세를 적용하는 조치가 포함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는 자신의 1기 행정부 시기에 시작을 알렸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적 통상정책 기조가 다시금 부활하였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중국, 베트남과 함께 고관세 적용 3대 대상국으로 분류되었는데 상호관세 부과 조치 발표로 인해 미-EU 간 통상 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EU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관세 조치를 WTO위반으로 간주하고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전략적·장기적 접근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미 보복관세 리스트와 수출통제 조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한편, 미국과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고 중장기적인 무역 다변화, 수입 감시강화, 통상 위협 대응 조치 등 다층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EU는 자국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미국과의 갈등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아시아 주요국과의 무역협정을 강화하며 독자적인 경제 안보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미-EU간 통상 갈등 심화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와 같은 미국과 EU 간 통상 갈등 심화는 한국경제에도 다양한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향은 무역 경로의 전환에 따른 간접적 충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관세로 인해 EU산 제품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우회 유입되거나 한국이 미국과 EU 간 상호 보복 조치의 회피 경로로 활용될 경우, 한국 기업은 예기치 못한 가격경쟁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철강·자동차·첨단소재와 같이 글로벌 공급망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산업일수록 그에 따른 파급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부정적 영향의 경로는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대(對)EU 수출 감소 위험이다. 유럽중앙은행과 브뤼겔(Bruegel) 등 유럽의 경제 연구기관들은 미국의 관세 조치가 EU의 GDP를 0.2~0.5%가량 하락시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관세 정책 현실화로 인해 EU가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 경우, 이는 결국 EU 내 소비와 투자 감소로 이어져 EU를 주요 수출시장으로 삼는 한국 기업에도 수요 위축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정밀기계·패션 등의 분야에서 EU 시장 비중이 큰 중견기업일수록 수출 감소 리스크는 더욱 증대될 수 있다.

더불어 트럼프식 통상 압박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 역시 예상되는 부정적 파급효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및 영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끌어낸 후, 이를 EU, 일본, 한국 등 다른 국가에 대한 압박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 EU에 부가가치세 철폐, 일본에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한 것과 유사하게 한국에는 소고기 월령에 따른 수입 기준 완화, 디지털 지도 반출 허용, 반도체·배터리 관련 투자 규범 변경 등 고강도 요구가 뒤따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미-EU 간 통상마찰 심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관세부과 조치가 없더라도 미국과의 협상테이블에서 불리한 조건을 요구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대응 전략은?

이와 같은 도전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다음과 같은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우리와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ies)이라고 할 수 있는 EU 및 일본과의 공조 채널 구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각국의 이해관계 또는 주력 산업 분야가 다르다는 점에서 3자 간 공조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예컨대, 자동차나 철강 부문은 한국·EU·일본 모두에게 공통으로 중요한 산업인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일제히 관세부과 압박을 가하는 산업 분야에 해당한다. 이에 동 산업 분야에서 3자 간 협력 틀을 가동함으로써 미국과의 개별적 양자 협상에서 각국이 직면하게 되는 불리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3자 간 협력 채널을 통한 공동 대응 전략은 향후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에서도 집단적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 제안은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해 범부처 차원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시나리오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미국과의 2+2 통상 협의를 이끄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 및 업계는 미국의 대한국 전략을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핵심적인 요구사항과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요구사항을 구분하여 협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 측 요구 조건에 대한 대응 방향을 특정 부처에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해당 부처가 마련한 전략초안을 관련된 부처는 물론 협상 주무 부처인 기재부와 산업부가 함께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전략을 수정 또는 보완하는 작업을 거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미국과 EU 간 통상 갈등 심화에 대비하여 대체 시장을 물색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U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모색하고 청정무역투자파트너십(CTIP)을 활용하려는 것과 유사하게 한국 역시 동남아, 중남미, 중동 등지와의 전략적 경제협력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본 고는 미국과 EU 간 통상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미국과 중국 간 통상 분쟁 또한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교역 및 공급망 다변화는 이제 선택의 문제를 넘어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과제라고 판단된다.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한국의 자세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미국의 통상정책은 글로벌 무역 질서를 재편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미국과 EU 양자 간 통상 갈등이 단기간 봉합에 그칠지 아니면 세계 경제의 분절화를 촉진할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이 방관자가 아닌 전략적 대응자로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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