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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을 통한 인구 저출산 대응

홍사흠국토연구원 국토정책·지역계획센터 연구위원 2025 봄호

국토 전체로 보면 밀도가 높은 도시지역의 출산행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세부 권역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살펴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인프라를 갖춘 인구 고밀 장소에서 출산행위가 촉진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결국 누구든 출산을 기쁘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전례 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미 2000년대 초반 합계출산율이 1명에 가까운 수치로 급감한 이후 저출산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저출산 관련한 다양한 연구들과 대책들이 무색할 정도로 합계출산율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동안 벌어진 또 하나의 현상은 출산을 감당해야 하는 청년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도권으로의 과밀과 이로 촉발된 과도한 경쟁이 출산율 저하의 심각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과도한 집중이 정말 문제인가?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출산은 좁혀 생각하면 개인이나 가구 단위 의사결정의 결과이다. 출산은 개인의 가임력, 생활양식, 가치관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동시에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여러 가지 여건의 영향 역시 크다. 수도권 인구집중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영향을 포괄하는 하나의 특성일 수 있다. 즉, 수도권의 청년인구 집중은 일자리 등의 과도한 경쟁을 가져온다.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한 경우에도 대부분의 일자리가 몰려있는 서울에서 살 곳을 구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매우 큰 부담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감당해야 하는 비용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필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시군구)의 ‘인구밀도’와 ‘소득’이 합계출산율과 조출생율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광의적 관점에서 지역의 평균 가구 소득과 인구밀도는 출산행태와 부(-)의 관계를 형성한다. 즉, 가구들의 평균적인 소득이 높은 지역일수록, 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출산행태는 둔화하는 경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평균소득은 지역 특성과 관계없이 출산행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상위(10%) 소득가구비율은 마찬가지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는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 간 출산의향 및 출산행위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한다. 즉, 지역별로 높은 출산율을 감당하는 가구들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이라는 것이다. 인구밀도의 경우 통상적으로는 출생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지역을 세분화하여 살펴보면 방향성이 뒤바뀌는 결과가 도출된다. 다시 말해, 수도권 내 지역들만을 분석 대상으로 하거나 비수도권내 지역들만을 분석 대상으로 하는 경우, 오히려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높은 합계출산율과 조출생률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국토 전체로 보면 밀도가 높은 도시지역의 출산행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세부권역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살펴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인프라를 갖춘 인구 고밀 장소에서 출산행위가 촉진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인구집중과 높은 밀도, 이로 인한 과도한 경쟁을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하는 것이 비약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비약에서 비롯한 단순한 수도권 기능 분산은 저출산에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도 짐작 가능하다.

출산율 반등을 위한 거점 투자

결국 출산율 반등을 위한 균형발전 전략은 다양한 위계와 기능을 지닌 거점(혹은 인구 집중 지역)에 대한 투자로 요약된다. 수도권의 경우, 다양한 거점 조성을 통해 서울의 일부 도심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과도한 기능을 서울 주변의 다양한 거점들로 유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광역교통수단의 지속적 확충을 통해 거점으로의, 거점 간의 연결성 역시 높여야 한다. 신혼부부가 적어도 한 시간 안에는 직장과 가정을 오갈 수 있도록 하는 공간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으며, 거점 내에서 출산과 양육이 원스톱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수도권의 경우, 수도권의 기능 분산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아야 한다. 동시에 비수도권 내 모든 지역에 동일한 재정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고집도 같이 내려놓아야 한다. 비수도권이야말로 광역단위 혹은 초광역단위에서 모든 역량을 결집할 거점을 선별해 집중개발할 필요가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다양한 특구들을 결합한 형태의 ‘메가특구(가칭)’를 거점 기반으로 조성하여 양질의 일자리와 정주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입지하는 앵커기업에 해당 지역의 개발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즉,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복합적인 기능을 지닌 거점 중심의 직주근접한 공간구조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지금까지 고민된 양육과 주택 관련한 저출산 정책 수단을 펼쳐야 한다. 출산과 양육에 관계된 부분이라면 주택구입 자금에 대한 금융 지원이나 증여 및 상속에 관한 세금 문제 역시 전향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과도한 지역 탓은 금물, 결국 결정은 개인의 몫

수도권의 청년인구 집중이 저출산의 심각한 영향이라고 하지만 수도권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수 규모의 전국 대비 비중은 이미 2003년 50%를 넘어섰다. 이제는 수도권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의 비중이 이미 50%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특정 지역의 과도한 집중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살든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그 여건을 만들고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그 공간에 맞게 여건을 마련한다면 균형발전이라는 거대 담론을 꺼내기보다 빠르게 저출산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 그 다음, 지역 여건 조성에 따른 출산의 결정은 결국 개인의 몫이다. 지역의 문제, 균형발전 이슈 모두 저출산에 중요하지만 결국 누구든 출산을 기쁘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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