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위한 제언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질서와 한·미동맹의 미래

안혜경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자문관 2022 여름호

제43차 세종국가리더십포럼에서는 ‘글로벌 경제안보와 세계질서 전망’을 주제로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으로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최근 강조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안보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세션 1에서는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아 ‘한·미 동맹의 미래’를 주제로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과 고유환 통일연구원(KINU) 원장의 토론이 있었다. 세션 2에서는 마크 토콜라 KEI 부소장이 좌장을 맡아 ‘유럽 경제안보의 미래’를 주제로 마크 피츠패트릭 KEI 이사,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의 토론이 있었다.
제43차 세종국가리더십포럼에서 진행된 토론의 주요내용을 정리·소개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언’을 선언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세계는 오히려 ‘역사의 부활’을 보여준다. 심지어 ‘역사의 종언의 종언’이란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냉전 종식 이후 나름의 질서를 유지해오던 세계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벗어난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경쟁을 공개적으로 벌이고 있고,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에 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세계질서의 한 축을 흔들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과 동맹의 강화로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 단계 격상된 한미동맹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5월 21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관계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우선 양 정상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global comprehensive stra-tegic alliance)’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발전한 한국의 위상을 감안하여 한미동맹의 지리적 외연을 전 세계로 확대하며, 기존의 군사·안보는 물론 경제, 팬데믹, 기후변화, 가치 등의 사안까지 협력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기여를 강화하겠다는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과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또한 양 정상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 for peace and prosperity)’이라는 표현을 통해 북한의 도발과 핵 개발이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포기를 위한 국제 공조의 지속과 한미 연합방위 태세의 강화에 합의했다. 특히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확장억제를 명시적으로 확인했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나아가 양 정상은 한미동맹의 미래는 21세기 도전들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 의해 규정될 것이라며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에 합의하면서 ‘경제안보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하였다. 분야도 첨단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 양자 기술, 바이오 기술, 바이오 제조, 자율 로봇 등으로 다양하며, 특히 원전, 소형모듈 등은 과거 외교문서에는 없던 것이다. 이는 경제와 안보의 연계 강화에 따라 공급망 확보를 위한 한국 민간기업의 대미진출과 투자 확대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왼쪽부터 김흥종 KIEP 원장, 마크 토콜라 KEI 부소장, 캐슬린 스티븐스 KEI 소장, 마크 피츠패트릭 KEI 이사, 고유환 KINU 원장

북한 문제 해결 방향에 대한 합의

북핵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게다가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쟁도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긍정적 영향으로는 러시아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결속력이 강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부정적 영향으로는 강대국 간 협력은 끝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제재 결의안이 유엔안보리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한 예이다. 또 다른 부정적 영향은 우크라이나에게 핵 포기의 대가로 안보를 제공하기로 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유명무실해지면서 비확산 자체에 대한 불신이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 의지를 축소시키고 핵 위협이 작동한다고 믿게 함으로써 북핵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북핵 문제가 전부가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세력권(sphere of influence)’ 주장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한 세력권 주장으로 재현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 양국이 안보 측면에서의 협력과 함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의 길이 여전히 열려있음을 강조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더욱이 한국이 담대한 계획을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구상을 설명하고 미국은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롭고 복합적인 시각이 필요

이제는 글로벌 차원에서의 정치안보 질서와 함께 경제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기존의 효율성 중심의 사고는 안정성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가장 싸고 쉬운 공급망(just in time)’보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공급망(just in case)’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에 생산기지를 두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시설이 자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에 더해 우방을 활용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 주목받고 있다. 문자 그대로 안보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는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의 시대가 된 것이다.
한중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경제 논리만으로도, 정치 논리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이제 한국만의 원칙과 가치를 설정하고, 경제안보 시대의 새로운 논리를 개발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 반드시 지켜야 할 한국의 ‘레드라인’, 한국의 ‘핵심이익’도 명확히 해야 한다. 그것이 단기적으로는 비용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운신의 폭을 넓히고 위상을 높임으로써 편익을 가져오는 길이다. 미국에서 한국에 대한 존중은 높아졌고, 파트너로서의 인식은 강화되었다. 단기간의 정치적 격변에 흔들릴 수는 있지만 공동의 목표와 가치관을 가진 동맹국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전략적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